대법원 1994. 9. 27. 선고 94다16335 판결
[손해배상(기)][공1994.11.1.(979),2807]
【판시사항】
가. 주민등록 담당 동직원과 통장의 과실로 동사무소에 위조된 주민등록표가 비치되고 허위의 주민등록표와 인감증명서가 발급되어 무효인 근저당권설정등기가 설정된 경우, 그 근저당권을 믿고 물품을 외상공급하여 손해를 입은 자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손해배상책임을 긍정한 사례
나. '가'항의 경우 주민등록 담당 동직원의 과실보다 물품거래 당사자의 과실이 훨씬 크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가. 주민등록 담당 동직원과 통장의 과실로 동사무소에 위조된 주민등록표가 비치되고 허위의 주민등록표와 인감증명서가 발급되어 무효인 근저당권설정등기가 설정된 경우, 그 근저당권을 믿고 물품을 외상공급하여 손해를 입은 자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손해배상책임을 긍정한 사례.
나. "가"항의 경우 주민등록 담당 동직원의 과실보다 물품거래 당사자의 과실이 훨씬 크다고 본 사례.
【참조조문】
가, 민법 제750조, 국가배상법 제2조 나. 민법 제763조(제396조)
【참조판례】
가. 대법원 1991.11.22. 선고 91다26980 판결(공1992,265)
1992.6.23. 선고 91다8166 판결(공1992,2221)
1993.7.13. 선고 93다1525 판결(공1993하,2275)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배재일
【피고, 상고인】 광주직할시 동구
【원심판결】 광주고등법원 1994.2.4. 선고 93나6637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1. 상고이유 제3점을 판단한다.
원고가 소외 1을 사칭한 사기범과 같은 소외 2에게 기망당하여 물품을 공급하게 되었다는 원심의 인정과 판단은, 관계증거들과 기록에 의하면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으므로, 원심이 증거 없이 원고를 피해자로 인정하였다는 취지의 논지는 이유가 없다.
2. 상고이유 제1점을 판단한다.
가. 원심은, 원고가 소외 1을 사칭한 성명미상자와 그의 동업자라는 소외 2에게 속아 무효인 근저당권을 담보로 하여 1989.10.30.부터 같은 해 11.20.까지 사이에 5회에 걸쳐 합계 금 113,980,000원 상당의 골드 VIP 크린저 등의 물품을 외상으로 공급한 사실을 인정하였다.
나. 그러나 다음과 같은 점들에 비추어 보면 원심판결이 들고 있는 증거들과 기록에 의하여 위와 같은 금액의 물품공급사실이 증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1) 원고는 자신이 공급하였다는 물품의 명세, 품목별 수량 및 단가를 주장하지 않고 단지 갑 제2호증의 1 내지 5의 약속어음 5매와 갑 제7호증의 28의 거래명세표 및 갑 제7호증의 34의 탁송서만을 증거로 제시하면서 위 5매의 약속어음금의 총액을 자신이 공급한 물품대금의 총액이라고 주장하였다.
(2) 그런데 기록 제326면 좌측에 편철된 거래명세표에는 "VIP" 612개를 금 24,480,000원에 공급한 것으로, 그 오른편에 편철된 거래명세표에는 "골드 VIP" 500개를 금 20,000,000원에 공급한 것으로, 갑 제7호증의 34의 탁송표에는 "골드 크린저" 33개를 탁송한 것으로, 제325면의 거래명세표 중 10.30. 거래분의 기재에는 "크린저" 360개를 다른 물품들과 함께 공급한 것으로, 11.4. 거래분의 기재에는 "크린저" 640개와 "VIP" 396개를 다른 물품들과 함께 공급한 것으로 각 기재되어 있으며, 제1심 증인 소외 3은 원고가 공급한 물품이 "브이.아이.피. 순금 크린저"이고 1개당 단가는 금 40,000원이었다고 증언하고 있는바, 위와 같이 원고가 주로 공급하였다는 물품의 정확한 명칭에 관하여 거래명세표마다 다르고 위 증인의 증언과 거래명세표와도 일치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하나의 거래명세표에 "VIP"와 "크린저"가 다른 물품인 것처럼 기재되어 있기도 하여, 위 "VIP 크린저"라는 물품이 무슨 물건인지에 대하여 상당한 의문이 들고, 위와 같은 점들은 그 거래명세표의 기재내용에 대한 신빙성에 관하여도 상당한 의문을 갖게 한다.
(3) 또 위 약속어음들이 정상적으로 발행된 것인지도 의심스럽다.
첫째, 원심은 제1심 증인 소외 3의 증언에 의하여 위 약속어음들의 진정성립을 인정하고 있으나, 위 소외 3은 원고의 친구로서 제1심 증인으로 나와 증언하면서, 처음에는 소외 1이라고 사칭한 성명불상자가 위 약속어음을 발행, 교부하는 것을 직접 목격하였다라고 증언하다가(기록 제189면), 피고 대리인의 반대신문에 대하여는 위 어음에 기재된 발행인 소외 1의 서명날인은 모두 배서인 소외 2의 필체다라고 모순되는 증언을 하고 있어서, 위 소외 3의 증언만으로 위 약속어음이 진정하게 성립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둘째, 위 약속어음의 금액과 원고가 소외 2로부터 발급받았다는 거래명세표의 금액도 일치하지 않는다. 즉, 갑 제2호증의 1의 액면 금 24,880,000원의 약속어음은 제326면의 왼쪽의 거래명세표에 대한 것이고, 갑 제2호증의 3의 액면 금 20,000,000원의 약속어음은 그 오른쪽의 거래명세표에 대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나머지 약속어음의 발행일자와 금액은 거래명세표의 발행일 및 금액(또는 수량)과 일치하지 않는다.
셋째, 약속어음 5매의 발행과 배서가 모두 한 사람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임을 누구라도 쉽게 판별할 수 있을 정도여서 정상적으로 발행되지 않은 어음으로 볼 여지가 있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위 약속어음의 발행경위가 어떠한지, 거래명세표의 금액과는 왜 다른지에 관하여 좀더 세심하게 심리하여 그 성립의 진정이나 신빙성 유무를 결정하였어야 할 것이다.
(4) 물품을 구입한 곳에 대하여는, 원고가 검찰에서 이 사건으로 조사받을 때 양천구 ○○동에 있는 친구 소외 4 경영의 △△△△△에서 구입하여 납품하였다고 진술하고 있음에 반하여(기록 제337면), 친구인 소외 3은 제1심에서 "브이.아이.피. 순금 크린저는 서울 수인동 △△△△△에서 제작된 것이다"(기록 제190면) 라고 증언하고 있어 그 구입처에 대한 증거가 서로 상반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 그렇다면, 원고가 공급한 물품이 무엇인지, 물품별 수량과 단가는 얼마였는지, 거래명세표에 기재된 물품명이 왜 서로 다른지, 거래명세표와 약속어음의 기재내용이 왜 상이한지에 관한 점들에 관하여 원고로부터 납득할 만한 주장과 입증이 있기 전에는, 위 약속어음의 기재만으로 원고가 약속어음 금액 만큼의 어떤 물품을 소외 2에게 공급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 점에 관하여 제대로 심리를 하지 아니한 채 위 약속어음 금액 만큼의 물품공급사실이 증명된 것으로 단정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을 위반한 나머지 심리를 제대로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가 있다.
3. 상고이유 제2점을 판단한다.
가. 피고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없다는 주장에 대한 판단 원심은, 소외 1을 사칭한 자가 판시와 같은 방법으로 위 소외 1의 세대별 및 개인별 주민등록표와 전출지 동장 명의의 송부전(송부전)을 위조하여 이를 피고 산하 대금동사무소에 우송한 사실, 이를 우송받은 동사무소 주민등록 담당공무원은 우송되어 온 주민등록표의 용지가 훼손 및 마멸 정도에 비추어 작성연도인 1978.경에 작성되었다고 보기에는 너무 새것이고, 주소란의 스탬프나 직인 등의 인육이 변색된 점이 없고 거의 일정하여 모두 동시에 날인된 것으로 보이며, 주민등록표는 반드시 묵서하여야 하는데도 { 주민등록법시행령 제5조 제4항(대통령령 제1335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참조} 개인별 주민등록표의 최초 전입란이 흑색볼펜, 전출란이 적색볼펜으로 각 기재되어 있고, 개인별 주민등록표의 민방위란에 기재된 임동(하부행정기관인 동의 명칭)의 "임"자가 칼로 긁혀 있고, 16을 19로 덧씌워 고치는 등 그 기재사항의 정정이 정상적인 방법에 의하지 아니하였으며, 개인별 주민등록표 후면의 주민등록증발급란에 부착된 사진이 1978.12.7.에 주민등록증이 발급되면서 부착된 것으로 되어 있는데도 모두 천연색 사진이 부착되어 있는 등 정상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보기에는 의심할 만한 여지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간과하여 전출지인 임동사무소에 확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접수한 사실, 한편 주민등록전입신고서에 전입확인을 하여주는 공무를 위탁받은 통장(통장)은 소외 1이란 자가 실제 전입하였는지의 여부도 확인함이 없이 전입신고서에 날인하여 준 사실, 이로 말미암아 동사무소에 위조된 주민등록표가 비치되고 허위의 주민등록표와 인감증명서가 발급되어 위 소외인의 부동산에 무효인 근저당권설정등기가 경료됨으로써, 이를 믿고 물품을 외상으로 판매한 원고가 그 근저당권이 불성립되어 손해를 입었다는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주민등록전입사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위와 같은 직무상의 과실과원고가 입은 손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국가배상법 제2조의 규정에 따라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는바, 관계증거들과 기록에 의하면 원심의 이와 같은 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원심판결에 소론과 같이 주민등록법상의 주의의무의 정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 소속의 공무원에게 과실이 없다는 취지의 논지는 이유가 없다.
나. 과실상계비율의 결정이 잘못되었다는 주장에 대한 판단 원심은, 원고는 소외 1을 사칭한 성명미상자와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위 성명미상자가 위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하기 불과 6일 전에 주민등록표등본상의 주소지로 전입한 것으로 되어 있고, 그 거주지도 광주 동구 (주소 1 생략) □□불당(불당)으로 되어 있어 사업을 하는데 적절하지 못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한번도 그의 거주지를 확인하지 아니하였고, 원고로부터 물품을 직접 인수한 실질적인 거래 상대방인 소외 2도 거주지인 광주 서구 (주소 2 생략)에서 1989.11.10. 무단전출하여 그 주민등록이 직권말소된 상태였는데도 그의 주민등록사항을 확인하여 보지 아니하였으며, 거래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은 채 일정한 사무실이나 점포도 없는 소외 2나 위 성명미상자에게 1개월이 안되는 단기간에 금 113,980,000원 상당이나 되는 물품을 위 소외인의 조카인 소외 4가 경영하는 월부물건판매취급사무소를 통하여 공급하였고, 위 물품을 마지막으로 공급한 1989.11.20. 이후에도 위 성명미상자와 소외 2 등이 공급받은 물품을 판매하였는지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고 아무런 채권확보조치나 채권회수가능성을 검토함이 없이 지내다가 1990.5.경에 이르러서야 위 소외인과의 전화통화가 되지 아니하자 위 소외인과 성명미상자가 모두 잠적하였음을 알게 되었던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원고의 위와 같은 과실도 이 사건 불법행위 발생의 한 원인이 되었으므로 피고의 손해배상액을 정함에 있어 원고의 위와 같은 과실을 참작하기로 하되, 원고의 과실비율을 전체의 50퍼센트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동장의 송부전이 첨부되어 등기우편으로 우송된 주민등록표가 위조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은, 주민등록사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으로서는 통상 예견할 수 없는 극히 예외적인 사건이라고 할 것이므로, 외관상 일견하여 법률에서 요구하는 형식을 모두 구비한 것으로 보이는 이 사건 주민등록표를 정상적인 경로를 통하여 송부된 주민등록표인 것으로 믿은 나머지 그 송부처에 다시 전화로 송부사실을 확인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접수하였다고 하여, 그 주민등록담당공무원의 과실이 통상의 주의를 현저하게 해태한 정도의 과실이라고는 볼 수 없는 반면, 원심이 판시하고 있는 원고의 과실점에 비추어 원고는 새로운 상대방에게 물품거래를 시작하는 거래당사자로서 기울여야 할 통상적인 주의의무를 크게 해태하였다고 할 것이고, 원심이 인정한 원고의 과실점 외에도 관련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점들, 즉 원고가 물품을 공급하고 받은 위 약속어음 5매의 발행인란과 배서인란이 모두 동일인의 필적으로 기재되어 있어 정상적으로 발행되지 않은 것으로 의심되는 점, 소외 1을 사칭한 자가 등기필증을 소지하지 않고 있었으므로 거액의 물품을 공급하는 원고로서는 더욱 세심한 주의를 하였어야만 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의 과실이 주민등록담당공무원의 과실 보다는 훨씬 크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이 위와 같이 원고의 과실을 50퍼센트로 본 것은 이를 지나치게 적게 참작한 것으로서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도 이유가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정귀호(재판장) 김석수 이돈희 이임수(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