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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기
조 정 래
“신 다악소, 구두 다악소.”
건성으로 외치다가 또 몸을 으스스 떨었다.
길수는 배가 고프다. 그리고 춥다. 배가 고프니까 추운 것인지 추우니까 배가 고픈 것인지 모르겠다. 두 가지 다다. 꼰대 메기가 가진 트랜지스터에서 오늘의 날씨는 영하 3도라고 했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다. 어제도 춥기는 했지만 영하는 아니었다. 그런데 옷은 어제 입은 그대로다. 11월에 들어서면서 꼰대 마누라 족제비가 배급한 낡은 남방셔츠와 무릎을 때운 코르덴 바지였다. 그 옷들은 해지고 낡은 데다 몸에 맞지 않아 헐렁헐렁했다. 그러나 별수가 없다. 여름 내내 입은 나일론티셔츠와 반바지에 비하면 그것만이라도 꿀떡이었다. 그 옷으로 어제까지는 견딜 만했다. 그런데 오늘은 영 개판이다. 헌 옷일망정 몸에 맞기나 했으면 좋겠다. 통이 커서 혈렁헐렁한 셔츠 소매와 앞섶, 바짓가랑이 밑으로 영하 3도의 바람이 제멋대로 들락날락했다. 옷을 입으나 마나다. 꼭 지하도 속에 발가벗고 서 있는 기분이었다.
몸을 잔뜩 웅크려박아도 소용이 없다. 그런 데다 오늘 아침에도 밥은 역시 딱 한 공기씩이었다. 그것도 그릇 높이로 싹 깎아버려 보리 한 알 위로 솟지 않은 한 공기였다. 반찬은 김치. 그 김치는 언제나 시퍼렇게 살아 올라오는 폼으로, 너희들이 날 먹겠어? 어디 먹을 테면 먹어봐 하며 용용이를 치고 있었다. 그러나 그따위 용용이쯤 새발의 피였다, 많이만 있으면 좋겠는데 그것도 기껏 한 접시였다. 길수는 언제나 밥이 모자랐다. 모자라는 정도가 아니라 병아리 눈물이었다. 길수뿐만이 아니었다. 짱구, 똥파리, 빈대떡, 빌빌이, 모두 마찬가지였다.
언젠가는 그 한 공기의 밥을 어떻게 하면 좀 더 배가 부르게 먹을 수 있을까 하는 의견이 나왔다. 그들 다섯은 하나같이 눈을 똑바로 뜨고 침을 삼켜 가며 제 나름대로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밥을 오래오래 꼭꼭 씹어먹으면 배가 불러.”
똥파리 경남이의 말이었다.
“웃기네. 그냥 씹지 말고 막 넘겨야 돼.”
짱구 찬호가 툭 튀어나온 이마에 주름을 잡으며 맞섰다.
“그래, 씹지 말고 막 넘겨야 돼.”
빌빌이 남철이었다.
“다 틀렸어! 한 공기를 더 먹으면 돼.”
빈대떡 봉만이의 화가 난 음성 이었다.
“저런 쪼오다, 그따위 걸 말이라고 해?"
“저 벼엉신, 빈대떡 납작 대가리가 별수있니?”
“뒈져라, 뒈져.”
셋은 한꺼번에 욕을 퍼댔다.
“요런 병신 새끼들아! 꼭꼭 씹어먹으나 그냥 처넣으나 한 공기는 똑같은 한 공긴데 뭐가 더 배가 부르고 안 부르고 가 있니? 밤새도록 우김질 해봐라, 이 그지 새끼들아!”
빈대떡은 이렇게 대질러놓고는 때에 전 이불을 뒤집어써 버렸던 것이다. 그래서 모두는 시들해져 버렸다.
빈대떡의 말은 맞는 말이었다. 그러나 길수는 똥파리 경남이의 편이었다. 배가 부르고 안 부르고가 문제가 아니었다. 어떻게 먹으나 배는 차지 않을 양이었다. 밥이 공기에서 줄어드는 게 하까웠다. 그래서 입 안에서 풀이 되도록 꼭꼭 씹어서 넘겼다. 꼭꼭 씹다 보면 달차근한 맛이 입에 가득 고이는 게 넘기기가 아쉬웠다.
이렇게 춥고 배가 고플 때 고구마라도 한 개 먹었으면……. 길수의 이빨 사이사이에서는 금방 군침이 스며나왔다. 동시에 눈앞에는 김이 무럭무럭 오르는 주먹만 한 고구마가 어른거리고 콧속에는 그 회가 동하는 고구마 냄새가 물씬거렸다.
그 뜨끈뜨끈한 밤고구마를 한입 가득 베 물어 입을 딱 벌린 채 김을 훅훅 뿜어내 가며 식혀 먹는 맛이란……· 그런 때 뜨거움을 못 견뎌 턱은 턱 대로 떨리고 혀는 혀대로 춤을 추었지.
엄마는 고구마 삶는 솜씨가 그만이었다. 학교에서 돌아오기 전에 고구마를 삶았을 때는 놋그릇에 담아 아랫목 이불 속에 묻었다가 내주곤 했다. 고구마는 뜨거워야 제 맛이 난다는 것이었다. 엄마의 말은 사실이었다. 식어버린 고구마 맛은 뜸이 안 든 밥맛이나 다를 게 없었다.
그러나 그 꿀맛이던 뜨끈뜨끈한 밤고구마를 먹지 못하게 된 것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부터였다. 그리고 학교도 4학년에서 그만두었다. 그뿐만 아니라 어머니와 헤어져야 했다.
아버지는 시멘트 일을 하는 미장이였다. 두 동생들과 길수는 추석이나 설에는 새 옷을 얻어입을 수 있을 만큼 아버지의 벌이는 괜찮았다. 길수가 4학년이던 5월 아버지는 뜻밖의 사고를 당했다. 새로 짓는 건물의 4층에서 떨어진 것이다. 아버지는 병원에서 보름 가까이 앓다가 돌아가셨다. 회사에서 치료비를 대주긴 했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에 집이 남의 손에 넘어갔다. 어머니는 회사에 몇 차례 찾아갔지만 더 돈을 받아오지는 못했다. 돈 있는 놈들이 더 지독하게 구는 세상이라고 통곡을 하고 난 다음부터 엄마는 더 회사에 찾아가지 않았다. 엄마는 남의 집 품팔이를 했다. 그러나 점심을 굶기 시작했다. 길수는 남의 집 감나무 밑에 떨어진 풋감을 주으러 다녔다.
그해 8월, 서울서 돈벌이를 한다는 동네 청년을 따라 엄마와 헤어졌다. 서울에 가서 기술을 배우고 한 입이라도 더 줄여야 엄마가 힘이 덜 들 것 이기 때문이다.
“열한 살짜리를…… 무슨 팔자가 기구해서…… 길수야, 길수야…….”
엄마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었다.
청년이 데려다 준 곳이 지금의 꼰대 메기네 집. 배우는 기술이라는 게 구두 낚기(구두 모아들이는 일)였다.
그동안 설이 두 번이나 지나갔다. 꼰대가 불러준 대로 쓴 편지를 딱 네 번 보냈을 뿐이다.
“야 갈비! 왜 그렇게 멍청히 서 있니? 어디 아파?"
“응? 아냐, 아냐.”
길수는 황급히 벽에서 등을 뗐다.
“너 울었구나? 누구한테 터졌니?”
똥파리가 바싹 다가들며 빤히 쳐다보았다.
“아냐, 아무것두…….”
길수는 검정 고무 슬리퍼를 겨드랑에 끼며 손등으로 눈을 쓱쓱 문질렀다.
“갈비 너 말야, 누가 뭐라든 아니꼬워 생각 말고 싹싹 빌어. 이 세상에 우리보다 힘 약한 놈이 어디 있니? 참는 거야, 아무리 아더메치라도 참는 거야. 너 많이 낚았니? 빨리 뛰어, 이러고 섰으면 더 춥다.”
똥파리가 어깨를 두드려주고 휑하니 찬바람 속을 달려갔다. 똥파리의 또 다른 별명은 살살이다. 길수 자기보다는 두 살이 많은 열다섯이다. 그는 고아라고 했다. 열 살 때부터 이 구두낚기를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퍽 어른스러웠다. 별명대로 누구에게나 살살 비위를 잘 맞췄고 무슨 일에든 빌기부터 먼저 했다.
똥파리가 맘보 빌딩으로 뛰어들어가는 것을 보고 길수는 마음이 급해졌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점심때가 가까워오는데 겨우 19켤레밖에 낚지를 못했다. 40켤레는 못 되더라도 점심때까지는 적어도 35켤레는 낚아야 한다. 지금쯤 두 운전사(낚아온 구두를 닦기만 하는 사람) 사이에 놓인 종이에는 ‘正’ 자가 여섯 개는 만들어져 있어야 한다. 그래야 얼마 안 남은 점심때까지 마저 다섯 켤레를 채우면 하루의 책임량인 70켤레의 반 35켤레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겨우 19켤레, ‘正’ 자는 네 개가 채 못 되는 것이다.
길수는 맘보 빌딩을 지나 장안 빌딩으로 들어섰다. 맘보 빌딩은 지금 똥파리가 설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서 오세… …얘, 나가! 재수 없게.”
손님인 줄 알고 얼씨구나 돌아서던 마담이 눈꼬리를 치세우며 쏘아댔다. 난로를 피워 훈훈한 기운과는 반대로 싸늘한 목소리였다.
‘재수 없는 것 좋아하시네.’
길수는 못 들은 체 마담을 피해 의자 사이로 들어섰다.
“얘, 내 말 안 들려? 썩 못 나가니?"
어깨를 획 낚아챘다. 길수는 비틀하다가 돌아섰다. 마담의 독 오른 눈이 잔뜩 노려보고 있다. 길수는 그만 고개를 떨구었다. 이런 때 똥파리는 살살거리며 웃거나 대뜸 두 손바닥을 싹싹 비벼대며 한 번만 봐달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길수는 그게 싫었다. 그렇게 해야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되지가 않았다. 이 강 마담 앞에서는 더욱 그랬다. 이 여자는 다른 다방 마담들보다 유별난 데가 있었다. 이상하게도 그들을 못 잡아먹어 앙탈이었다. 그래서 그들에게 강 마담은 독사로 불렸다. 꼰대메기조차도 이 강 마담만큼은 어쩌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그들이 비너스 다방 출입을 좀 수윌하게 만들어달라고 하면 꼰대는 금방 오만상을 찌푸렸다.
“그 썅년! 제 년도 낯짝 팔아먹는 주제에……” 정말 그년 낯짝을 싹 후벼 놓고 말까 부다.”
꼰대는 그 큰 메기 아가리를 씰룩이는 것이다. 그러나 강 마담의 낯짝은 언제나 반반한 채 윤정희 닮은 웃음을 손님들 앞에서 뿌리다가는 그들만 보면 금세 독 오른 뱀 대가리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꼰대의 당수 2단도 말짱 헛것이라고 히히덕거렸다. 빈대떡의 말로는 강 마담 앞에서 꼰대는 영 헬렐레더라는 것이다. 언젠가 꼰대가 비너스에 들어가는 걸 보고 뒤를 따랐다는 것이다. 오늘이야말로 강 마담의 반반한 쌍판이 당수 2단의 주먹에 으스러지는구나 생각하며. 그런데 다방에 들어간 꼰대는 마담을 후려까기는커녕 꾸벅꾸벅 절을 하는 게 아닌가. 빈대떡이 더 놀란 것은 그런 꼰대를 마담은 본 체도 안 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누구나 비너스 다방에 가기를 꺼려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하는 불평은, 다른 다방들은 마담이 그리 자주 바뀌는데 강 마담 저년은 비너스 귀신이 될 작정 인 모양이 라는 것이 고작이었다.
“어서 나가!”
마담은 등을 밀어댔다. 그때였다.
“야 구두, 이리 와.”
길수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저쪽 구석에서 손짓을 하고 있었다.
길수는 후딱 고개를 돌려 마담을 치켜보았다. 마담은 여전히 독 오른 눈이 었다.
‘약 오르지, 요년아. 요건 몰랐지?’
마음 같아서는 있는 대로 혓바닥을 빼서 용용이를 쳐주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닦아오너라. 빨리 닦지?”
“예예, 그럼 요.”
“잘 닦아야 해.”
“염려 마세요. 때 빼고 멕기까지 올려요.’'
길수는 신바람 나게 대꾸하며 손을 빠르게 놀려 벗은 구두를 꺼내고 발 밑에 슬리퍼를 놓았다.
“잘못 닦으면 돈 안 준다!”
“염려 마시라니까요.”
‘지지한 공갈치시네. 30원짜리 구두 한번 닦으면서.’
“자, 내 것도 닦아라.”
맞은편 사람이 발을 내밀었다. 길수의 손은 거침없이 그 남자의 구두에 닿았다. 그건 흡사 강한 자석에 쇠붙이가 끌리는 것과 같았다. 길수는 이미 배고픈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곧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한 켤레도 아니고 두 켤레다. 땡을 잡은 것이다.
신이 나서 의자 사이를 빠져나오는데,
“왔니? 두 켤레나 맡았구나.”
미스 김 누나가 조용히 웃고 서 있었다.
“안녕 하세요?”
길수는 고개를 끄떡해 보였다. 미스 김 누나가 옆으로 비켜섰다.
“춥겠다.”
길수는 이 말을 뒤로 들으며 문을 밑치고 밖으로 나섰다.
미스 김 누나는 슬픈 열굴이었다. 길수가 뱀 대가리 강 마담이 싫으면서도 그래도 비너스 다방에 들르는 것은 이 미스 김 누나가 있어서다. 막상 미스 김 누나가 없어져버려도 일거리를 낚기 위해서는 강 마담의 눈총을 받으며 드나들 수밖에 없기도 했다. 그런데 미스 김 누나가 있기에 한결 발길이 수윌해지고 어딘지 든든한 기분이 들었다. 다른 아이들 말하는 걸 들으면 그렇지도 않은 모양인데 자신에겐 싫은 소리 한번 한 일이 없었다. 강 마담이 설칠 때를 빼놓고는 다른 레지들이 쫓아내려 들면,
“얘, 내버려둬라. 좀 힘들겠니?"
이런 말로 자신의 편을 들어주었다. 그 말이 얼마나 고마운지 길수는 미스 김 누나의 치마를 붙들고 왈칵 울어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미니스커트를 입은 미스 김 누나의 다리는 너무 깨끗했고 자신의 옷이며 손은 너무 더러웠다.
길수는 그 누구에게도 미스 김 누나가 자기에게 잘해준다는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때라고 한 번 미스 김을 ‘누나’ 라고 불러본 일은 물론 없었다.
언제라도 미스 김 누나의 구두를 반짝반짝 광이 나게 닦아주었으면 싶었다. 그러나 그건 마음뿐이었다. 구두를 한 번 공짜로 닦아주고 나면……, 계산부터 앞서기 때문이다.
“여기 두 마리요.”
길수는 구두를 내밀며 외쳤다.
“갈비냐? 아니, 이 새끼 왜 이 모양이야? 너 지금 몇 신 줄이나 알아? 점심 시간이 한 시간밖에 안 남았어, 요런 쪼다야. 너 날도 추운데 밥까지 굶을 작정이냐? 야 임마, ×나게 비벼, ×나게.”
고고인가 꽈배기 양춤인가를 기차게 잘 춘다는 운전사 아랑드롱이 연필과 종이를 들고 앉아 소리를 질렀다. 그는 유명 한 배우가 되겠다고 떠들며 말끝마다 “이 코래아의 아랑드롱이……” 어쩌고 씨부려대는 허풍쟁이다. 그러나 구두 하나만은 정말 놀랍게 잘 닦았다. 멕기를 올리느라 한창 열이 오를 때는 입에서는 연상 푸푸 소리가 나고, 그때마다 구두 코에는 침이 이슬방울처럼 떨어져내리고, 헝겊을 질끈 감아돌린 손가락은 어찌나 빨리 움직이는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하무리 더러운 구두도 그의 손만 닿으면 번들번들 윤이 올랐다. 그리고 어떤 구두고 한 켤레를 닦는 데 5분이 넘지 않았다. 그는 열 살 때부턴가 구두를 닦았다고 했다. 그는 지금 열아홉 살이었다.
“야, 갈비! 빨리 쑤셔. 똥파리와 빈대떡은 벌써 40 고개를 넘었어.”
아랑드롱이 눈을 부라렸다. 길수는 연탄불 옆으로 더 바싹 다가앉았다. 그러면서 이 불에 오징어 다리나 하나 구워 먹었으면 싶었다.
“너 정말 밥 굶을래? 이게 쥐약을 처먹었나, 빨리 안 일어서?”
길수는 마지 못해 일어섰다.'
‘씨이파알놈 지랄하네. 밥을 굶어도 내가 굶지 누가 제 놈더러 달랬나? 제 놈 손에 들어갈 쇳가루가 적어지니까 저 지랄이지.’
길수는 이렇게 욕을 퍼대며 장안 빌딩 사무실을 쑤셔보기로 했다.
자꾸만 으슬으슬 추운 게 영 발동이 걸리질 않았다. 이제 겨우 21켤레. 70켤레의 반이면 35켤레. 앞으로 한 시간 동안에 14켤레를 낚아야 한다. 그것도 방금처럼 재수 좋게 땡을 네댓 탕만 잡으면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땡을 잡으려면 사무실보다는 아무래도 다방이 나았다. 더욱이 오늘처럼 갑자기 추워진 날은 다방에 손님이 끓게 마련이고 몸을 녹이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그러나 길수는 우선 장안 빌딩부터 쑤셔볼 작정이었다. 다른 네 놈도 그런 생각에 다방을 들쑤시고 다닐지 모른다. 그럼 사무실은 비게 마련이었다.
그런데 똥파리와 빈대떡은 어찌된 일인가. 벌써 40마리를 넘어 낚았다니. 길수는 어깨가 자꾸 무거워왔다.
그들 다섯 명이 구두를 거둬들일 수 있는 땅(범위)은 맘보 빌딩과 장안 빌딩 두 개였다. 그 두 개의 빌딩에는 각기 두 개씩의 다방이 지하와 1층에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맘보 빌딩 1층에는 화식(和食)집과 경양식집이 하나씩이었다. 장안 빌딩 1층 다방 옆에는 제과점과 분식 센터가 있다. 그리고 두 빌딩 이 똑같이 2층에서부터는 사무실이다. 그런데 맘보 빌딩의 화식집 과 경양식 집 은 있으나마나다. 지배인도 지배인이었지만 꼰대가 그 두 곳의 출입을 못하게 했다. 꼰대가 그러는 것은 그 두 곳의 주인이 바로 맘보 빌딩의 주인이었던 것이다. 그들이 재미를 보는 낚시터는 주로 네 개의 다방과 맘보 빌딩이었다. 맘보 빌딩은 10층인데다가 둘레도 어찌나 큰지 한 층에 수십 개의 방이 있는 건물이었다. 그래서 장안 빌딩에 비해 다섯 배 이상 일거리가 많았다. 그 대신 10층까지 오르내리기란 보통 힘드는 일이 아니었다. 물론 엘리베이터가 있다. 그것도 자그마치 15명씩이나 타는 넓고 좋은 것이다. 그러나 그걸 탈 수는 없었다. 꼰대의 엄명이었다. 아침에 한차례 10층까지 오르내리고 나면 배가 푹 꺼지고 만다. 그러나 하루에 70켤레를 거두어들이려면 못해도 너댓 번은 맘보 빌딩 꼭대기까지 오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들 다섯 명은 매일 이 두 개의 빌딩을 상대로 70켤레씩의 구두를 낚기 위해 헐떡이며 계단을 오르고 조심스레 사무실 문을 밀치고 하는 것이다. 물론 그들 다섯 명 외에 다른 녀석들이 이 두 개의 빌딩에 얼씬거릴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들도 장안 빌딩 옆의 승리 빌딩이나 맘보 빌딩 왼쪽으로 선 반도 빌딩에 아예 발길을 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건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하게 하는 것보다 몇 갑절 무서운 꼰대 메기의 명령이었다.
장안 빌딩 1층의 제과점과 분식 센터는 현관에 다다르기 전에 있었다. 길수는 그 앞에서 잠시 망설이다가 그대로 지나치고 말았다. 제과점이나 분식 센터에는 별 일거리도 없는 데다 항시 뱃속을 뒤집어놓는 것이다. 제과점의 곰보빵·핫도그가 그랬고, 분식 센터의 냄비국수·고기만두가 환장을 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눈에 거슬리는 것은 그 두 곳 손님 중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학생들이었다. 길수는 그런 곳에서 제 나이 또래의 학생들을 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싫었다. 슬퍼지고 외로워지고 창피하고 화나고……, 순식간에 몰려드는 그 기분은 무어라 형용할 수가 없었다. 그런 기분은 날이 가는 해가 바뀌어도 조금도 덜해지지가 않았다. 그런 기분은 언제부턴가 길수의 마음에 자리 잡기 시작한 그 결심을 더 굳혀줄 뿐이었다. 다음에 어른이 되어서 누가 더 잘사는가 보자. 너희들이 핫도그고 고기만두를 사먹을 때 나는 그 돈을 모은다. 너희들이 쓰는 돈은 부모가 준 돈이지만 나는 내가 벌어서 모은 돈이다. 두고 보자, 누가 더 잘사는가. 이렇게 마음을 다지고 나면 슬픔도 창피스러움도 배고픔도 어디론지 사라지고 손바닥은 으레 왼편 가슴께를 누르고 있었다. 손바닥에는 녹두색 저금통장의 빳빳한 감촉이 뿌듯하게 전해지는 것이었다.
장안 빌딩으로 들어선 길수는 곧장 2층으로 뛰어올랐다. 조심스럽게 사무실 문을 하나씩 밀쳤다. 계속 허탕이었다. 다방에서도 그렇지만 사무실 출입을 할 때는 눈치 빠르게 설쳐야 했다. 손님과 이야기 중인가 아닌가. 그것도 기분 좋은 이야기인가 힘든 이야기인가. 높은 사람이 호통을 친 다음인가 아닌가. 그런 것들을 재빨리 알아치리고 덤벼야지 멋모르고 설치다가는 재수 없게 엉덩 이를 차이거나 머리쥐어박히기가 십상이었다. 사무실에서는 목소리도 한층 낮춰야 한다. 그리고 “신 다악소, 구두 다악소”가 아니라 “안녕하세요, 아저씨? 구두 닦으세요”로 바꾸어야 된다. 그러고 보면 다방에서도 눈치가 빨라야 되는 건 마찬가지다. 남자 둘이서 오만상을 찌푸려가며 이야기하거나, 손짓을 해가며 열을 올리고 있는 경우에는 보나마나다. 젊은 남녀가 나란히 붙어 앉아 있을 때는 찰거머리 전법을 쓰면 대개 성공이다. 그 다음으로 좋은 것이 혼자 앉아 있는 사람. 그때도 눈치없이 덤비다가는 재수 옴 붙었다. 상대방을 너무 기다리다 기분이 나빠진 것 같으면 가까이 안 가는 것이 상책 이었다.
3층으로 올라갔다. 세 번째 사무실 문을 가만히 밀었다.
“얘!”
길수는 들은 척도 안 했다. 여자 목소리기 때문이다. 재수 없게 또 쫓아내려는 개수작이다.
“얘, 구두! 이것 좀 보라니까.”
“……?”
길수는 얼른 돌아섰다. 낯익은 여사무원의 표정은 다른 날과는 달랐다,
“구두 닦으시게요?”
어느새 길수는 여사무원 옆으로 다가서 있었다.
“그래. 이건 얼마니?”
여사무원이 책상 밑에서 발을 빼내며 물였다. 무릎까지 차오르는 부츠였다. 이게 웬 떡이냐.
“60 원인데요.”
“60원? 너무 비싸다 얘. 50원만 하자.”
‘요런 얌생이, 만 원짜리 구두는 해신으면서. 10원 깎아 뽀빠이 사처먹을래나.’
“딴 데서는 80원씩 받아요. 우린 단골이니까 그렇죠.”
아쭈 공갈이다. 이런 메뉴쯤은 얼마든지 준비하고 있다.
“알았어, 잘 닦아오기나 해.”
대개 여기서 끝나게 마련이다. 그렇지 않고 굳이 깎으려 들면 그때부터는 창피 주기 작전으로 바뀐다. “그까짓 10원 아껴 뭐하시게요.”, “그까짓 10원 거저라도 주겠네요.” 이런 식으로 시작하면 안 넘어가는 경우는 없었다. 역시 메기의 가로침은 효과가 좋았다.
사무실을 나온 길수는 부츠를 양쪽 손에 하나씩 들고 벌렁벌렁 춤을 추듯 했다. 이것 한 켤레로 남자 구두 두 켤레를 낚은 벌이를 한 것이다. 추워진 날씨 덕을 본 셈이었다.
“아쭈, 갈비 끝발 오르는데?"
아랑드롱이 부츠를 받아들며 헤벌레 웃었다.
길수는 손등으로 코를 쓱 문지르며 제 이름 밑에 작대기 두 개가 그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이미 닦아진 비너스에서 낚아온 구두를 집어들었다.
닦은 구두를 가지고 다방에 들어설 때처럼 당당할 때도 없었다. 그러나 그 당당한 기분 한구석에는 이 길로 일거리가 또 하나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게 도사리고 있었다.
“아저씨, 구두 가져 왔어요.”
구두를 각기 발 밑에 놓아주었다. 아까 가져갈 때 한 사람 것만은 유심히 보아둔 것이다. 구두를 뒤바꿔 놓았다가 괜히 기분을 상해 줘서 좋을 것은 아무것도 없는 일이었다.
“자, 수고했다.”
“……?”
손바닥에는 동전이 하나 털렁 놓였다. 다시 확인을 했다. 분명히 50원짜리 였다.
“아저씨, 이거 50원인데요?”
길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10원을 더 받아야 하는 것이다.
“뭐? 그러면 됐잖아.”
“아녜요. 10원 더 주셔 야죠. 한 켤레에 30원씩, 60원이에요.”
“아 시끄러, 시끄러.”
남자는 팔을 뻗쳐 밀쳐냈다. 길수는 두어 걸음 비척비척 뒤로 떠밀렸다. 나무토막 같은 팔이었다.
그러나 이대로 물러갈 수는 없다. 10원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길수는 다가섰다.
“아저씨, 10원 더 주셔야죠.”
길수의 목소리는 약간 뜨거웠다.
“아 구찮게시리. 잔돈이 그것밖에 없다니까 짜식이.”
남자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팔을 뒤로 휘저었다. 길수는 얼른 옆으로 피해 섰다. 이건 순 도둑놈 심보다. 잔돈이 없다고 맘대로 10원을 떼먹을 작정인 것이다. 10원을 떼일 수는 없는 일이다. 이 추운 날 헛일을 한 셈이다. 아니 10원이면 헛일을 한 손해뿐만이 아니라 2원의 생돈을 물어야 될 판이다. 안 된다. 10원은 꼭 받아야 된다.
“근데 백만 원밖에 못 벌었단 말씀야. 조금만 기다렸으면 50만 원 한 장은 거뜬히 더 남는 건데…….”
그 남자는 상대편에게 열심히 떠들고 있었다.
“아저씨, 잔돈 바꿔다 드릴게요.”
“이 짜식이 정말! 너 꼭 구찮게 굴래?”
남자는 눈을 부라리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길수는 마음을 다잡았다.
이젠 공격밖에 없는 것이다. 더 이상 얌전해서는 안 된다. 창피를 주는 것이다.
“그럼 뭐예요, 왜 10원을 떼먹으려고 그래요!”
맞대고 소리를 질렀다. 그때였다.
“이 쌔끼 건방지게, 어디서 그따위 말버릇이야!”
눈에서 불이 번쩍했다. 정신이 아찔했다. 뺨을 얻어맞은 것이다. 더 덤빌 필요가 없다. 겁을 주는 것이다. 길수는 얼굴을 감싼 채 바닥에 나동그라지며 비명을 질렀다.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귀야, 아이고 나 죽네…….”
다방은 수라장이 되었다.
“아이 얘가 왜 이래. 얘, 얘…….”
강 마담의 겁이 나면서도 앙칼진 목소리였다.
“마담은 뮐 하는 거야. 이거 빨리 끌어내라구, 재수 없게!”
그 남자의 거친 목소리였다.
레지 두 명이 달려들어 일으켜세우려 했다. 길수는 버둥거리며 혹시나 해서 눈을 빠끔 떠보았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길수는 벌떡 일어났다. 그 남자가 자리에 없었다. 문쪽으로 몸을 돌렸다. 카운터에 돈을 치르고 나가는 참이었다. 길수의 눈에는 불이 켜졌다.
“내 돈 10원 내, 이 도둑놈아, 내 돈 10원 내!”
길수는 울부짖으며 의자에 부딪히고 비틀거리며 문 쪽으로 뛰었다.
10원을 떼이는 것이다. 얻어맞기까지 했다. 그 억울함과 분함이 주체할 수 없는 설움으로 바뀌면서 울음이 터졌다.
문을 박차고 나섰다. 그때 누가 어깨를 낚아챘다.
“얘!”
길수는 멈칫 섰다. 미스 김 누나였다.
“가지 마. 또 얻어맞는다. 자, 이거…….”
미스 김 누나의 두 손가락 끝에는 10원짜리 동전이 매달려 있었다.
길수는 그만 울컥 울음이 터져올랐다.
“싫어요. 꼭 받고 말겠어요.”
길수는 미친 듯이 계단을 뛰어올랐다.
찬바람이 가득 찬 냉랭한 거리에 그 남자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다. 자꾸만 흐르는 눈물을 소매 끝으로 닦아내는 길수의 흐린 시야에는 엄마와 두 동생들의 얼굴이 겹치고 있었다. 그리고 50원을 내놓았을 때 운전사 아랑드롱이 퍼댈 욕설이 두려웠다.
길수는 건물의 벽에 등을 대고 무너지듯 주저 앉아버렸다. 귀찮았다.
모든 것이 귀찮았다. 주먹을 폈다. 50원짜리 동전이 덩그렇게 놓였다. 돈, 돈, 돈…… 돈을 벌어야 한다. 이렇게 춥고 배가 고픈 것을 면하려면 돈을 벌어야 한다. 엄마와 두 동생과 함께 살려면 어서 돈을 벌어야 한다. 돈이 없어서 엄마와 헤어졌고 돈을 벌려고 이 고생이다. 돈이 최고다. 꼰대의 입버릇처럼 돈은 뛰는 호랑이 눈썹도 뽑고, 아무리 죄 많이 진 놈이라도 천당엘 보내주는 것임에 틀림없다. 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10원을 떼였다. 그리고 얻어맞기까지 했다. 억울하다. 분하다. 그러나 어쩔 수가 없다. 돈이 없으니까 당하는 일이다. 그래서 더 서럽고 슬프다.
동전이 놓인 손바닥을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는 길수의 눈에서 뚝뚝 눈물이 떨어져내렸다.
구두 한 켤레를 낚으면 4원을 먹는다. 나머지 26원에서 운전사들이 10원을 먹고 16원은 꼰대의 차지다. 그런데 하루의 책임량이 70켤레다. 일요일도 없이 뛰니까 한 달이면 대략 2천 백 켤레 정도가 된다. 그럼 줄잡아 한 달 수입이 8천 4백 원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그것이 그대로 수중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하숙비와 밥값을 떼야 한다. 4천 원이다. 그럼 수입은 4천 4백 원이 된다. 이것은 매일 70켤레씩을 낚았을 경우의 계산이다. ‘正’ 자 14개에서 단 한 획만 빠지는 날에는 16원씩이 날아간다. 매일 한 획씩을 채우지 못하면 한 달에 480원이 엾어진다. 매일 ‘正’ 자를 12개밖에 못 올리면 도로 아미타붙, 한 달 내내 뛴 것이 말짱 헛것이 되고 만다. ‘正’ 자 12개에서 한 획만 빠지면……, 생각만으로도 소름이 끼치는 일이다. 그때부터는 한끼의 밥을 굶어야 한다. 싹 깎아버린 한 공기의 밥. 그것마저 굶는다는 것은 곧 죽는 것이다. 그러나 그 굶는 것도 마음대로 하는 일이 아니다. 2천 원이 될 때까지만인 것이다. 4천 원 중 나머지 2천 원은 방값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낚시꾼인 자신들이 책임 량 70마리씩을 낚지 못해도 꼰대는 아무런 손해가 없었다. 그런데 책 임량 이상을 낚았을 때는 한 마리당 4원씩의 이익이 4천 4백 원에 더해질 뿐이다. 물론 뜨내기 손님은 아무리 많아도 소용이 없다. 두 운전사, 아랑드릉과 개똥이 4원까지 합쳐서 개구리 파리 감추듯 해버리는 것 이다.
그러니 방금 낚은 두 컬레는 이만저만 손해가 아니다. 10원을 떼어버렸으니 낚으나마나가 아니라 부츠를 낚아 벌게 된 8원에서 오히려 2원을 까먹고 들어가게 된 것 이다. 거기다가 얻어맞기까지 했다.
‘쌍놈에 새끼, 가다 차에 깔려 뒈져라. 염병을 앓다가 피똥을 싸고 뒈져라.’
무슨 욕을 해도 억울함과 분함은 가시질 않는다. 길수는 일어섰다. 언제까지나 이러고 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가지 마. 또 얻어맞는다. 자, 이거…….”
미스 김 누나의 두 손가락 끝에 매달린 동전이 떠오른다. 안 받기 잘한 것이다. 구두도 한 번 공짜로 닦아주지 못하고 있는 터였다. 한 번 공짜로 닦아주려면 26원이 없어진다. 그럼 여섯 켤레 반을 낚아야 한다. 밥으로 치면 한 공기 반이 넘는 액수다. 그래서 마음뿐이었다. 미스 김 누나가 고맙고 오늘따라 헤어지던 날의 엄마 같은 생각이 얼핏 들기도 했다.
길수는 걸음을 멈추고 눈물을 닦아냈다. 병신 취급을 당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게 뭐야, 갈비!”
돈을 받자마자 아랑드릉이 외쳤다.
“놓쳐버렸는데 아무리 찾아도 있어야지.”
닦아놓은 부츠를 집어드는 체하며 고개를 숙이고 어물거렸다.
“요런 펴엉신 헬렐레 같은 새끼야! 너 같은 새낀 일찌감치 나가뻗어야 해. 사람 새끼 되긴 어차피 조졌단 말야. 쪼다 같은 새끼, 10원이랬지?”
길수는 아랑드릉이 연필과 종이를 집어드는 걸 곁눈질로 보며 부추를 들고 일어섰다.
“요런 쪼다야, 요번엔 아주 다 잃어버리고 와라 응?”
아랑드롱은 뒤에서 꽈배기를 틀어댔다.
“개새끼, 사람 되긴 틀린 것 좋아하시네. 그래도 제까짓 새끼처럼 되지도 않을 딴따라가 되려고 미친 지랄은 안 해.”
길수는 화가 난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걷고 있었다. 그런 길수의 오른쪽 손바닥은 왼쪽 가슴께를 꼭 누르고 있었다.
길수는 나폴레옹 같은 용감한 장군이 되고 싶었다. 2학년 때까지 그랬다. 3학년이 되어서 달걀을 품은 에디슨의 이야기를 읽고는 에디슨 같은 훌륭한 과학자가 되리라 했다. 4학년에 올라가서는 슈바이처 박사처럼 남들을 돕는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낚시꾼 노릇을 시작하면서부터 길수는 나폴레옹도 에디슨도 슈바이처도 까맣게 잊어버렸다. 처음에 이 일을 시작하고는 하루에 두 끼까지 굶은 날이 있었다. 두 끼를 굶고 나니 창피할 것이 없었다. 구두가, 구두가 모두 한 공기의 밥으로 보였다. 눈앞이 흐릿해지고 어질어질한 머리를 감싸잡으며 휘청 거리는 다리로 미친 것처럼 뛰었다. 기운이 없어 자꾸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를 애써 크게 내어 “아저씨, 구두 닦아요”를 외치듯 하며. 그래서 밥을 굶게 되는 것은 면했지만 돈을 모을 수는 없었다. 넉 달째 되는 11월에 처음으로 7백 원을 벌었다.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그 7백 원을 꼭꼭 접어 속주머니에 넣고는 하루에도 몇 번씩 만져보았다. 변소에 가서 남몰래 세어보기도 수십번을 했다. 잠을 잘 때는 주머니가 방바닥에 닿도록 옆으로 누워 잤다. 12월에는 1,020원을 벌었다. 곧이어 설이 다가왔다. 꼰대는 편지를 받아쓰게 했다. 몸 편안히 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모은 돈으로 집에 보내고 싶은 것이 있으면 사라고 했다. 그래서 고아인 똥파리와 빈대떡을 뺀 그들 셋은 꼰대 마누라를 따라 남대문시장엘 갔다. 길수는 노점 싸구려판에서 엄마 고무신과 두 동생의 양말 한 컬레씩을 샀다. 그것을 꽁꽁 묶어 꼰대가 주소를 썼다. 그리고 다음 날 꼰대를 따라 우체국에 가서 부쳤다. 모두 640원이 들었다. 설이 지나고 열흘쯤 되어 앓아눕고 말았다. 머리가 짝짝 갈라지는 것처럼 아프고 온몸이 바늘로 쑤시는 것처럼 비비틀렸다. 그리고 맛있던 밥도 단 한 숟가락을 떠넣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길수는 이빨을 앙다물었다. 이틀을 앓았다. 더 심해지기만 했다. 꼰대는 눈을 부라리며 소리를 질렀다. 정 약을 안 사다 먹겠다면 내다 버리고 말겠다고 얼렀다. 길수는 하는 수 없이 속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주었다. 이틀을 더 앓고 일어났을 때는 그 아꼈던 돈은 약값으로 다 날아가고 한푼도 없었다. 그렇게 애석하고 아까울 수가 없었다. 그래도 천만다행한 것은 일을 못한 나흘 동안을 계산에 넣지 않은 것이었다. 그때처럼 꼰대가 감사하고 고마운 때는 없었다. 길수는 매달 버는 돈을 꼬박꼬박 저금했다. 그러나 그 돈도 계산처럼 그렇게 불어나지를 않았다. 이발도 해야 했고 신발도 사 신어야 했다. 더구나 겨울이 닥치면 아무리 싸구려 내의일망정 껴입어야 했고 면장갑이라도 끼지 않고서는 배겨낼 도리가 없었다. 길수는 겨울이 싫었다. 그동안 모은 돈이 34,720원. 길수는 기술자가 될 결심 이었다. 아버지처럼 떨어져 죽어야 하는 기술이 아니라 안전하면서도 돈벌이가 잘되는 고급 기술을 배울 작정이었다. 그러려면 기술 학교나 기술 학원을 다녀야 된다고 했다. 그때까지 돈을 벌 생각이었다. 고급 기술자가 되어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배가 터지게 먹고, 겨울에도 땀이 나도록 두껍게 옷을 입고, 엄마와 동생들과 함께 살고, 텔레비전도 사고, 집도 사고, 구두도 닦이고, 그때는 정해진 값의 몇 곱절씩 주고……¨ 그런 꿈을 꾸다 보면 한 공기의 밥이 양에 차지 않는다고 똥파리처럼 20원을 내고 한 공기를 더 먹을 생각은 아예 나지 않았다. 춥고 배가 고프고 일이 힘들 때면 길수는 맘보 빌딩을 우러러보았다. 고개를 한참 뒤로 젖혀서야 꼭대기가 보이는 맘보 빌딩. 그 주인은 자가용을 두 대나 가진 무지무지한 부자였다. 그런데 그 주인도 젊었을 때는 많은 고생을 했다고 들었다. 길수는 자기도 고생을 견디며 열심히 일하고 착실하게 돈을 모으면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언제부턴가 마음 깊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맘보 빌딩을 우러르고 서 있는 길수의 손은 으레 왼쪽 가슴께를 누르고 있었다. 그러면서 길수는 생각했다. 나는 지금 저 높은 맘보 빌딩의 벽에 매달려 있다. 어떻게 해서라도 저 벽을 기어올라야 한다. 손톱이 다 닳아지고 피가 흐르고 미끄러지고 그래서 무릎을 깨고 또 피를 흘려도 기어이 꼭대기까지 기어 올라가야 한다. 그때는 나도 저런 빌딩을 가진 돈 많은 주인이 될 것이다. 통장에 돈이 조금씩 늘어날 때마다 그만큼 빌딩의 벽을 기어오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길수가 우선 바라는 것은 운전사가 되는 일이었다. 그럼 구두낚느라고 애를 쓰지 않아도 된다. 더구나 벌이는 배 이상이 아닌가. 그러나 그걸 바라는 것은 당장 자가용을 타는 부자가 되기를 바라는 것만큼이나 허황된 꿈이었다. 지금의 아랑드릉이나 개똥이가 언제 그만둘지 막연한 것이다. 그럴 리도 없겠지만 만약 둘이 한꺼번에 그만둔다하더라도 자신의 차례는 멀기만 했다. 짱구, 똥파리, 빈대떡의 순서로 자신의 뒤에는 빌빌이가 있을 뿐이다. 짱구의 말마따나 “하나님 아바지시여 벼락을 치시려거든 돈벼락이나 쳐주십시오” 하는 기도나 드리는 것이 더 그럴듯한 일인지도 몰랐다.
“구두 가져 왔어요.”
여사무원은 부츠를 받아들어 여기저기 살폈다. 길수의 눈길은 이미 남자들의 구두에서 구두로 옮아가고 있었다.
“이것도 닦은 거라고 닦었니?”
길수는 못 들은 체했다. 대꾸할 필요조차 없는, 여자들이 으레 하는 시큰둥한 시비였다. 지금 길수로서는 남자들의 구두가 전부 콜드 마사지를 해버 린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자, 돈!”
동전이 책상 위에 부딪는 소리를 듣고 눈길을 돌렸다. 내려오는 길에 사무실과 다방을 뒤져 낚은 두 마리와 부츠 닦은 돈 60원을 내밀었다.
“어디 보자아, 오늘 갈비가 19마리에서 두 마리를 더 낚았는데 10원을 잃어잡수셨으니까 두 마리는 죽어서 도로 19마리고, 그 다음에 대구 한 마리를 낚았으니 두 마리 폭인데 빚 2원을 빼니까 한 마리 반에 가설랑은에, 또 두 마리를 낚아왔으니 한 마리 반에 두 마리면 세 마리 반이 되고, 19마리에 세 마리 반을 보태니깐두루 22마리 반이로구나. 어때, 맞지 ?”
아랑드릉의 말에 길수는 고개만 끄덕였다.
“이걸로 오전 시마이다. 가서 점심 진지 잡수시지, 갈비 씨.”
아랑드릉이 몸을 털고 일어섰다.
22마리 반. 30마리까지는 아직도 일곱 마리 반을 낚아야 된다.
“난 그만둘래. 아줌마한테 말해줘 .”
길수의 목소리에는 힘이 하나도 없었다.
“굶겠단 말이냐?”
길수는 고개만 끄덕이고 돌아섰다.
“잘 생각했어. ×나게 뛰어, ×나게.”
아랑드롱은 또 꽈배기를 꼬고 있었다. 길수는 맘보 빌딩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점심을 굶는 것으로 수입금이 줄어드는 것을 때우려는 생각이었지만 남들이 점심을 먹으러 간 사이에 나머지 일곱 마리 반을 낚을 심산이기도 했다.
“야, 구두!”
길수는 얼른 돌아섰다.
“혹시 여기 어디서 짐꾼 좀 빨리 불러올 수 있니?”
길수는 그만 맥이 풀렸다. 그 남자의 옆에는 책 뭉치가 쌓여 있었다. 길수는 혹시나 해서 물었다.
“이걸 옮기시 게요? 어디로 옮기 는데요?”
“저 6층으로.”
남자는 고개를 뒤로 젖혀 높은 현관 천장을 가리켰다. 길수의 마음은 금방 환하게 밝아졌다.
“아저씨, 이걸 내가 옮겨도 되죠? 그렇죠?"
“네가……?”
남자는 길수의 위아래를 훑어보았다. 길수는 그만 몸이 달았다.
“아저씨, 문제없어요. 이래봬도 통갈비란 말예요.”
“통갈비? 너 정 말 자신있니?"
“염려 마시라니까요. 돈만 많이 주세요.”
“그래, 그럼 옮겨봐라. 운임은 얼마나 주랴. 5백 원이면 되지?”
“예 에?”
순간 길수는 머리가 띵 했다.
“왜, 적 단 말이냐?”
“아녜요, 아저씨. 이걸 6층 어디로 옮겨요?”
길수는 서둘러 책 뭉치를 집어들며 물었다.
“만세개발 알지? 그래, 거기로 옮기면 돼.”
길수는 펄쩍펄쩍 뛰고 싶었다. 이런 노다지가 또 어디 있으랴. 백 원만 받아도 어디냐 싶었던 것이다. 점심 굶기를 잘했다고, 이런 횡재를 하려고 오전 일거리가 그 모양이었던 것이라고 생각하는 길수의 전신에선 불끈불끈 힘이 솟았다.
책은 30권씩이 한 뭉치로 되어 있었는데, 모두 16뭉치였다. 네 뭉치로 포개어 등에 업어보니 힘에 부쳤다. 세 뭉치씩 나르면 많아야 여섯 번만 오르내리면 된다.
5백 원이 몽땅 내 것이 된다. 구두 한 켤레에 4원씩 인데 몇 켤레를 닦아야 될 돈인가. 책 세 뭉치를 업고 숨을 씩씩거리며 계단을 오르고 있는 길수는 도무지 계산을 해낼 수가 없었다. 책은 계단을 오를수록 무거워졌다. 곧 뛸 것만 같은 마음과는 달랐다. 5층에서 주저앉아버리고 싶은 것을 이를 악물며 참아 가까스로 6층까지 올라갔다. 책을 내려놓고 나니 다리가 휘청거리며 헛디뎌졌다. 두 뭉치씩만 나르기로 했다. 그럼 여덟 번을 오르내려야 했다. 애들이 점심을 먹고 나오기 전에 다 끝내야 하는데…… 마음이 조급해진 길수는 곧 넘어질 듯이 급히 계단을 뛰어내렸다.
세 번째, 네 번째…… 허벅지가 팍팍한 솜뭉치였다. 눈앞에서 자꾸 빨강 파랑 불똥들이 엇갈렸다. 가슴에선 불덩이가 이글거렸다.
여섯 번째로 계단을오효르다가 똥파리를 만났다. 길수는 가슴이 섬뜩했다.
“너 돈벌이 한번 삼삼하게 잘하는구나. 야, 혼자만 재미 보지 말고 나도 좀 끼어보자.”
대뜸 똥파리가 내뱉은 말이었다. 길수는 잠시 망설였다. 그러나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언제 또 결릴지 모르는 이런 횡재의 기회를 나눠 먹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똥파리 제 놈도 밥을 한 공기씩 더 사먹을 때도 빈말이 라도 먹어보라는 한마디 하지 않았다.
“남이 찍은 일에 간섭하지 말어.”
길수는 싸늘하게 말했다.
“그래? 알았어, 잘해 봐.”
똥파리는 횡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일곱 번째로 4층의 계단을 오르고 있는 길수의 다리는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요런 덜떨어진 새끼야!”
이런 고함소리와 함께 길수는 책 뭉치를 떨어뜨리며 픽 쓰러졌다. 책 뭉치는 두어 번 계단을 굴러내리다가 와르르 쏟아지며 책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계단 모서리에 정강이를 사정 없이 박은 길수는 꼼짝을 못하고 있었다.
“빨리 일어나지 못해 !”
길수는 뒷딜미를 틀어잡혀 일으켜졌다. 길수는 그때서야 그 사람이 꼰대라는 것을 알았다. 순간 등골이 오싹해지며 똥파리의 얼굴이 획 지나갔다.
“요런 쥐새끼 같은 놈아, 누구 허락 받고 이따위 짓 해, 엉? 왜 딴 짓해, 왜!”
“아저씨, 잘못…….”
길수는 말을 맺지 못하고 나둥그러졌다. 꼰대가 후려친 것이다.
“아저씨, 아저씨, 잘못했어요.”
길수는 후닥닥 일어나서 손바닥을 맞비볐다.
“아가리 나불대지 말어. 요런 쥐새끼 같은 놈아!”
길수는 또 핑 돌 듯 하다가 푹 고꾸라졌다. 그리고 목덜미를 잡혀 계단을 끌려 내려갔다. 길수는 끌려가면서 “아저씨 잘못했어요”를 숨이 닿도록 되풀이하고 있었다.
“일할 시간에 딴짓 하는 못된 버르장머리를 단단히 뜯어고쳐. 딴 놈들 물들지 않게 시범조로 손 좀 봐주란 말야.”
꼰대는 길수를 아랑드릉에게 떠다밀었다.
“네 놈 이익만 위해 그따위 얌체짓 하는 버르장머리를 싹 뜯어고쳐주지.”
아랑드롱이 벌떡 일어섰다. 길수는 정신없이 빌기만 했다.
“자, 가보실까.”
아랑드롱이 길수의 팔을 낚아챘다. 길수는 끌려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대로 주저앉으며 두 다리를 내뻗었다.
“이게, 이게, 요런 쌍…….”
길수는 숨이 컥 막혔다. 허벅지를 짓밟힌 것이다.
길수는 끌려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쳤다. 그러나 아랑드롱의 기운을 당할 수가 없었다. 질질 끌려가던 길수의 눈에 잡히는 것이 있었다. 세워둔 자가용차였다. 벌떡 일어난 길수는 그 꽁무니를 붙들고 매달렸다. 그러나 손잡이라곤 아무 데도 없는 트렁크에 제아무리 손바닥을 찰싹 붙였다고 해도 끌어당기는 아랑드릉의 힘을 이겨낼 도리는 없었다. 거미 다리처럼 꺾어세워진 열 개의 손가락은 바들바들 떨리며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
“이런 망할 새끼, 죽어라고 닦아논 차를…….”
어디선가 달려온 자가용 운전사가 길수의 옆구리를 내질렀다. 길수는 몸이 축 늘어졌다. 따라서 열 개의 손가락이 주르르 미끄러지 듯 하며 검은 윤기가 번들거리는 차체에는 꾸불꾸불한 열 개의 줄이 그어져 내렸다.
“야, 아랑드릉! 그 자식 내버려둬. 오늘부터 아주 잘라버려야겠다!”
옆구리를 감싸잡고 나둥그러진 길수는 이런 말을 바람결처럼 들었다. 뭐, 뭐라고……, 길수는 그 높은 맘보빌딩의 벽에서 굴러떨어지는 착각에 휘몰리며 가물가물 정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운전사의 서너 차례 걸레질로 손자국이 말끔히 가셔버린 검은 윤기 나는 차체에는 맘보 빌딩의 우람한 모습이 담겨져 있었다.
〈197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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