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다
최근에는 저녁을 준비하고 밥상 앞에 앉으면 몇 초 동안 약간 경건해진다.
밥 앞에서 문득 그리된다. 먹는다는 행위 자체가 부끄러울 때가 있고
정말 배고파서 허급지급 먹을 때도 있다. 어떤 경우건 맛있다.
맛있다는 사실 앞에 나는 자주 부끄러움을 느낀다.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고 같이 먹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세상은 나의 ‘맛있다’는 감정에 자주 불편한 마음을 제공한다.
밥 앞에서 마음이 무거운 시절이고 나는 여전히 밥을 먹는다.
내가 밥을 먹는 행위에 대해 그 누구도 비난할 수는 없다.
밥 앞에서 마음이 무거운 것은 시절이 밥을 무망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먹는 행위가 스스로 무망한 것은 살아 있음이 별 의미 없다는 소리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 같다는 암담한 전망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밥을 먹을 것이다. 먹지 않을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세상을 향한 싸움의 구 할은 나를 위한 것 같다.
변하지 않을 것 같은 대상을 향한 악다구니와 성냄은 그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내 몸에서 악취와 해충을 몰아내고자 하는 뜻이 더 깊다.
쳐부수고 싶은 대상과 나를 구분하는 언어이기도 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들은 나를 동지로 여길 것이다.
싸움이 곧 자존감이다.
저녁에는 떡국을 끓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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