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이장우
적당히
이놈은 눈금이 없다.
나의 적당히와 너의 적당히,
우리의 적당히는
각자 다르지 않던가.
밥을 하고 된장찌개를 끓이며,
어머님을 생각해 본다.
가마솥에 밥을 할 때
쌀의 양과 물의 배율.
아궁이의 화력과 시간이 적당해야
맛있는 밥과 음식이 된다.
이 시절에 먹고 마셨던
누룽지와 숭늉의 구수함.
할머니의 적당히를 알기 위해
엄마는 적당히의 눈금을 찾는데
얼마나 많은 세월을 보내셨을까?
엄마의 마음속에 적당히는
세상 그 어떤 측정기보다
정확한 눈금으로 남아 있을터.
나는 지금도
세상을 사는 적당히의
눈금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닌지?
===[2020/11월 늦가을 밤에]===
오늘 문득 어머님 생각하며 2020년 11월에
메모하였던 글을 펼쳐봅니다.
저에게는 어머니요,
할아버지 할머니에게는 며느리였으며,
아버님에게는 아내였습니다.
아내의 입원으로 밥을 하고 된장찌개를 끓이며
그 옛날 어머니의 고된 시집살이 하던 시절을 생각해 봅니다.
된밥도 아니 되고 진밥도 아니 되는
'적당히' 아주 쉽게 하는 말이 어느 정도를 의미하는 것인지
어머니에게는 모든 것이 생소하였을 것입니다.
적당한 시기에 씨를 뿌리고
적당한 시기에 거두고...
어머니는 적당히의 눈금과 시기를 찾기 위해서
수많은 눈물을 흘려야 했을 것입니다.
오늘이 추석 하루 전날입니다.
통통하게 살이 붙은 달 속에
토끼가 내일 송편을 만들어 주려고
떡방아를 힘차게 찧고 있습니다.
저 달처럼 밝고 둥글고 건강하며
풍성한 삶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적토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