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교회 앞에 와서 “하나님께 회개하지 않으면 교회가 망하게 될 것이다!”라고 외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일단 그렇게 소란을 피우지 않도록 막아서겠지요? 예레미야 선지자는 대략적으로 BC 627부터 사역하였지만, 오늘 본문을 비롯한 그 이후의 사역은 BC 609년부터 예루살렘이 함락되는 BC 586년 전후까지의 남왕국 유다에서 예레미야 선지자가 전했던 메시지입니다.
남왕국 유다를 여호야김이 왕이 되어 다스리시기 시작할 때(BC 609년) 때 하나님은 예레미야에게 남왕국 유다 백성들에게 전할 메시지를 주셨습니다(1절). 그런데 하나님은 그 메시지를 성전 뜰에 서서 성전에 예배하러 오는 자들에게 전하되 한 마디도 감(減)하지 말고 그대로 전하라고 말씀하십니다(2절). 요즘으로 한다면 교회 앞마당에서 교회에 예배하러 오는 교인들 앞에서 외치라는 것입니다. 그 메시지는 악한 길에서 돌이켜 하나님께 돌아오라는 것입니다(3절). 하나님도 순종하지 않고, 하나님께서 주신 율법을 제대로 행하지 않았으며(4절), 하나님께서는 꾸준히 하나님의 종들인 선지자들을 보내서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라고 말씀하셨지만 순종하지 않았기에(5절), 결국 하나님께서 징계하셔서 예루살렘 성전을 실로(שִׁילֹה, Shiloh)처럼 되게 하고, 예루살렘 성을 세계 모든 민족의 저줏거리가 되게 할 것이라고 선포합니다(6절). 예레미야가 성전 뜰에서 외치는 이 메시지를 제사장들과 선지자들과 모든 백성이 다 들었습니다(7절).
예레미야가 외친 메시지는 저주에 가깝습니다. 예루살렘 성전을 실로처럼 만들겠다는 말은 예루살렘 성전이 다 파괴되게 하겠다는 말씀입니다. 예루살렘 성전을 건축하기 전, 하나님의 언약궤가 오래 머물러 있었던 곳은 실로에 있는 성막(聖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의 범죄로 인해 이스라엘은 블레셋의 침공을 받아 언약궤는 블레셋에게 빼앗기고 실로의 성막도 파괴되고 맙니다. 예루살렘 성전도 그와 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입니다. 하나님의 영광이 머문 성으로 여기는 예루살렘 성이 세계의 모든 민족들에게 저줏거리가 된다는 것은 정말 치욕스러운 일입니다. 예레미야는 예루살렘 성전 뜰에서 이런 메시지를 전했으니 이를 들은 제사장들과 선지자들을 비롯한 이스라엘 백성은 분노하게 된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제사장들과 선지자들과 모든 백성은 예레미야를 붙잡고는 예레미야는 죽을 짓을 했다고 분노하며 감히 하나님의 이름을 빙자하여 예루살렘 성전과 예루살렘 성을 모독하는 발언을 했다고 말하였고, 이에 많은 사람들이 예레미야 주위로 몰려들었습니다. 분위기가 이렇게 흘러가자 유다의 고관(高官)들은 성전의 새 대문 입구에 앉아서 제사장들과 선지들과 고관들과 백성에게 예레미야가 예루살렘 성전과 예루살렘 성을 저주하는 말을 했으니 죽여야 한다고 말합니다(10절, 11절). 성전의 새 대문은 베냐민의 문으로 부르기도 했던 문으로 요담이 건축한 성전 안뜰로 들어가는 문입니다. 이곳은 어떤 판결이 필요한 재판 등이 있을 때 처리하는 장소가 되기도 했습니다. 예레미야가 전한 말은 거룩하고 영광스러운 예루살렘 성전과 예루살렘 성을 모독한 것이기에 죽여도 마땅하다고 말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예레미야는 항변하기를, 지금 이 성전 뜰에서 선포한 말씀은 하나님께서 주셔서 전하라고 하신 말씀을 그대로 전했을 뿐이라고 말하면서 잘못된 길에서 돌이키고, 악한 행위를 고치고 하나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고 그 말씀을 온전히 순종하면, 하나님께서 그 재앙을 내리시지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12절, 13절). 예레미야는 하나님께서 하신 말씀을 그대로 전했을 뿐입니다. 그 말씀의 출처는 하나님이셨습니다. 그렇기에 예레미야는 당당하게 메시지를 전한 것입니다. 예레미야는 “나는 너희들 손 안에 있으니 죽이든, 살리든 맘대로 해도 좋지만, 만약 나를 죽이면 나의 무죄한 피에 대해 이 예루살렘 성과 이 성의 주민들이 책임져야 할 것이다”라고 말합니다(14절, 15절). 예레미야는 하나님께서 하신 말씀을 그대로 전한 것이기에 그들 앞에서도 당당했습니다. 자기의 생각에 따라 말한 것이라면 이러한 상황에서 주눅이 들 수밖에 없겠지만, 전능하신 하나님께 그 말씀을 전해 들은 것이 분명하기에 이렇게 당당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예레미야가 전한 메시지는 예루살렘 성전과 예루살렘 성에 대한 저주처럼 보였을 수 있겠지만, 예레미야가 전한 메시지의 핵심은 회개하고 돌이키라는 것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당시 제사장들과 선지자들을 비롯한 지도자들과 백성은 재앙에만 관심을 둔 것입니다. 하나님의 재앙은 죄악으로 말미암은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그 죄악에서 돌이켜 하나님께 돌아와서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면 그러한 재앙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저주와 재앙은 돌이키라는 경고이지, 무조건 저주와 재앙을 퍼붓겠다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돌이킬 생각을 하기보다는 그 저주와 재앙에 대해 듣기 싫다는 것에만 집중한 것입니다.
예레미야의 메시지를 듣고 분노한 사람들은 성전에 와서 기도하거나 제사를 드리는 자들입니다. 종교적인 의식(儀式)은 행하고 있지만,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따르기보다는 자기 만족에 의해 종교생활을 하는 자들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종교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정작 하나님의 말씀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의 뜻을 찾는 데엔 관심이 없었습니다. 현대 그리스도인들에게서도 이러한 모습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을 살펴야 합니다.
주님은 우리에게 뭔가 경고하실 때는 돌이켜서 잘못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경고하시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그러한 하나님의 말씀이 들려오면 마음을 다잡고 주님께 돌이켜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하나님의 경고에 기분이 나쁘고 마음이 상했다는 것에 집중하면서 회복이 일어나지 않게 되기에 회복의 기회를 잃어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면 귀 기울여 듣고 돌이킬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하나님의 은혜 속에 계속 머물러 있을 수 있습니다. 내게 뭔가 언짢게 들리는 말씀이 있다면 기분 나빠 할 것이 아니라, 돌이켜야 합니다. 그래야 하나님의 은혜를 누릴 수 있습니다. 주님, 주님께서 말씀하시면 기꺼이 듣고 주님의 말씀 앞에 굴복하는 삶이 되게 하옵소서! (안창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