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
명호 (19) 남 고등학생
혜진 (19) 여 고등학생
주호 (19) 남 고등학생
영미 (19) 여 고등학생
수민 (19) 여 고등학생
짱1 (19) 남 고등학생
짱2 (19) 남 고등학생
어머니 (46) 여
아버지 (51) 남
선생님 (51) 남
담임 선생님 (48) 남
생활지도 선생님 (35) 여
수학 선생님 (47) 남
외
(1인 다역이 가능하며 특히 교사와 부모가 학생 역을 교대로 연기하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때: 현대
곳: 학교, 집, 노래방, 중국집--- 기타
무대: 장과 장의 빠른 전환을 위하여 고정된 사실적인 장치보다는 조명과 음향 대도구 만으로 공연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대도구 또한 빠른 전환을 위하여 바퀴나 레일을 이용하는 바람직하다.
프롤로그
(음악에 맞춰 연극의 등장인물 모두가 노래하고 춤춘다. 제일 먼저 학생들이 이어서 교사들, 학부모가 차례로 등장한다.)
[학생들] 어른들은 말하지요.
학생의 본분은 공부하는데 있다고
하지만 사람이 공부만 할 수는 없잖아요.
음악도 듣고 영화도 보고 농구도 하고 싶어요
[선생님] 애들아 공부에는 때가 있단다. 대학에만 들어가면 하고 싶은 것 무엇이든 할 수 있잖아. M․T도 가고 미팅도 하고 화장실에 숨어서 피우던 담배도 캠퍼스 벤취에서 피울 수 있고, 조금만 참으면 천국이 기다리는데 왜 그걸 모르니.
[학부모] 사랑스런 아들아! 어여쁜 내 딸아! 너희들은 알고 있지. 엄마 아빠의 소원은 오로지 하나. 어떤 대가를 치루더라도 너희들이 대학에만 갈 수 있다면 희생하련다. 우리의 소원은 합격. 꿈에도 소원은 합격. 대학에만 들어가다오. 너희들이 원하는 것 무엇이든 들어줄께.
[학생들] 선생님! 대학이 인생의 전부인가요. 신문과 T․V에 나오는 거 보면 대학졸업해서도 취직을 모해서 야단이던데요. 대학이 인생의 전부는 아닌가봐요. 어머니! 아버지! 걱정 마세요. 대학에 못가도 걱정하지 마세요. 서태지와 박세리가 대학 나와서 성공했나요. 시대가 바뀌었어요. 지금은 서기 2000년 21세기 대학에 가지 않아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구요.
[학부모․선생님] 얘들아 ~ 정신차려~ 안돼!!
(학생들 비명과 함께 머리 감싸쥐고 쓰러지고 선생님과 학부모들 학생들을 끌고 나간다.)
[장] 1장
- 사람처럼 살고 싶어! -
(죄인처럼 고개를 숙인 명호. 상기된 표정의 선생님)
[선생님] 명호야! 도대체 이유가 뭐야 이놈아! 이제 수능시험까지 100일 남았어. 여태까지 잘 해오다가 마지막에 와서 왜 이러니? 여름방학 전까지만 해도 380점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는데, 335점이 뭐야? 나 참! 기가 막혀서---
[명호] --- (고통스러운 표정)
[선생님] 얘기 좀 해봐, 이놈아! 문제가 뭐야?
[명호] 죄송합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갖고선 안돼! 솔직하게 얘기해봐.
[명호] ---
[선생님] 여자친구 생겼니?
[명호] 아뇨.
[선생님] 누구 괴롭히는 얘들 있어?
[명호] 아뇨.
[선생님] 컴퓨터 오락 하냐?
[명호] 가끔---
[선생님] 혹시 집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야?
[명호] 아닙니다.
[선생님] 그럼 왜 그래? 변호사 아버지에 의사 어머니까지--- 너 임마 부족한 게 뭐가 있어? 너 갖고 싶다면 뭐든지 다 사주시고 뭐 하고 싶다면 다 들어주시는데--- 왜 갑자기 이러는 거야? 너희 부모님은 모든 희망을 너한테 걸고 있다는 거 알지? 알아! 몰라?
[명호] 알고 있습니다.
[선생님] 게다가 교장선생님부터 담임인 나까지 너만은 틀림없이 서울대 합격할거라고 믿고 있었는데 이래가지고는 연․고대도 못 가겠어. 명호야! 대학이라고 다 대학이 아냐. 뭐 모자라는 애들이야 대학자 붙은데 아무데나 가면 요즘 같은 입시 경쟁에 성공했다 그러지만 그런 대학 졸업하면 뭐하냐? 취직도 안되고 또 취직해봐야 뻔한 거야. 옛날에만 양반, 상놈 있는 거 아니다. 요즘에도 일류, 이류, 삼류 엄연히 존재하는 거야. 너희 부모님을 보면 알 거 아냐? 사람들한테 대접받고, 경제적으로 여유 있고, 그거 쉽게 되는 거 아냐. 일류! 일류만이 그렇게 사는 거야.
[명호] --- (못마땅한 표정)
[선생님] 왜 내 말이 틀려? 정신차려 임마! 밥을 굶어보지 않으면 배고픈 게 뭔지 모르는 거야. 너 훌륭한 부모님 모시고 살아서 삼류의 아픔을 모르지. 죽도록 일해도 세끼 밥 먹고살기 어려운 게 삼류인생이야. 너 T․V나 영화에서 봤지? 월세도 못 내서 쩔쩔매고 라면이나 끊여먹고--- (혀를 찬다) 너 그 시작이 어디인지 알아?
[명호] 바로 대학이야. 대학 못간 놈들, 갔어도 이름도 모르는 대학간 놈들, 뻔한 거야. 인생이 고달픈 거야. 그렇지만 서울대, 연․고대 나와서 밥 절대 안 굶어! 아니 못 굶어! 왜 그런지 아니? 선․후배, 동기들 잘난 놈들 뿐이야. 후배가 아니 친구가 굶게 놔두지 않아! 뭐 요즘 학력 파괴 어쩌고 하는데 다 헛소리야. 아직도 정․재계 요직은 서울대, 연․고대 출신이야. 특히 서울대.
[명호] --- (몹시 괴로워하는 표정)
[선생님] 명호야! 선생님 말 알아듣겠지? 이제 100일 남았어. 지금이라도 정신 바짝 차리고 하면 넌 기초가 튼튼해서 문제없어! 죽었다 생각하고 100일만 견디는 거야. 알았지?
[명호] ---
[선생님] 명호야!
[명호] 네! 알겠습니다.
[선생님] 그래, 선생님은 너 믿는다. 나 실망시키지마. 자 그럼 학원가야지. 가봐. (명호 일어서는데) 저--- (은근하게) 아버님한테 한번 찾아 뵙겠다고 말씀드리고.
[명호] 네---
(장면 바뀌면 노래방. 명호, 영미, 주호, 혜진, 수민이 모여 있고 주호가 기도를 한다.)
[주호] 부처님! 예수님! 공자님! 마호메트님! 에--- 또 뭐 있지?
[혜진] 대충 넘어가!
[주호] 좋아! 좋아! 하여간 이 세상의 모든 신들이시여 우리 다섯 사람 모두 100일 후에 대학에 합격할 수 있게 힘을 주시고---
[영미] 야! 이왕이면 일류 대학이라고 해야지! 담탱이 소원인데.
(낄낄대는 혜진, 수민, 주호)
[명호] 빨리 마시자.
[주호] 그래, 그래! 빨리 끝낼게! 하여간 우리 다섯 사람 모두 일류대학에 들어갈 수 있게 도와주세요. 이상! 건배!
(모두 마신다)
[혜진] 명호야, 어디 아프니?
[명호] 아니---
[영미] 척 보면 모르냐. 담탱이 한테 일류철학 강의 듣고 머리가 아픈 거지. 자 한잔 마셔! 그럴 때는 마시고, 악 쓰는면서 흔드는게 캡이야. 자 받으시오~ (명호 단숨에 들이킨다)
[혜진] 천천히 마셔!
[수민] 아이구 무지하게 챙기네--- 꼭 부부 같다 얘!
[혜진] 남말 하고 있네. 그 손이나 좀 놓고 얘기해라. 주호 어디 도망가니?
[수민] 어머! 내가 언제 손을 잡았다고 그래. 혼사 길 막히겠다 얘~
(킬킬대는 주호, 영미)
[주호] 자 노래나 하자구.
(주호가 ꡒ바꿔ꡓ를 부르는 동안 열심히 흔드는 영미, 수민, 연거퍼 술만 마시는 명호를 말리는 혜진. 서서히 조명 암전)
(조명 밝아지면 소파에 앉아서 신문 보는 엄마, 비틀거리며 들어오는 명호)
[엄마] 왜 이렇게 늦었어? 모의고사 성적은 잘 나왔어? 어머! 너 술 마셨니?
[명호] 피곤해요. 들어가서 잘께요.
[엄마] 얘! 명호야, 잠깐 앉아 봐!
[명호] 피곤하다니 까요.
[엄마] 피곤하다는 애가 술은 왜 마셔? 어서 이리 와서 앉아!
[명호] 빨리 얘기하세요.
[엄마] 너 요새 왜 그래? 엄마가 얘기하는데 잔뜩 인상이나 쓰고, 모의고사 성적 나왔어?
[명호] --- 네.
[엄마] 몇 점 나왔어? 성적표 꺼내봐
[명호] (마지못해 가방에서 꺼낸다)
[엄마] (놀라며) 너---
[명호] 들어갈께요.
[엄마] 앉아! 빨리! 너 왜 그래? 이유가 뭐야?
[명호] 이유 없어요.
[엄마] 아무 이유가 없는데 성적이 이렇게 떨어져? 너 아버지 아시면 난리난다 날리나.
[명호] 죽기밖에 더하겠어요.
[엄마] 얘가 정말!
[명호] 내일 얘기해요.
[엄마] 앉아 있어!
[명호] 피곤하다구요! 내일 얘기 하자니까요!
[엄마] 이 녀석이 오냐오냐 하니까, 아버지 깨시면 너 좋을 거 없어. 조용히 얘기해. 대학 나 위해서 가니! 공부 나 위해서 하는거야? 다 너 잘되라고 하는거야.
[명호] 알아요.
[엄마] 그런데? 안다면서 이게 뭐야? (성적표를 흔든다) 335점! 이 점수 갖고 대학 갈 수 있을 거 같아?
[명호] 가면 되잖아요.
[엄마] 어디를 가는데?
[명호] 나 가고 싶은데요.
[엄마] 그게 어딘데?
[명호] 말하고 싶지 않아요.
[엄마] 너 내 얘기 똑바로 들어! 아버지도 그렇고 나도 그래. 네가 필요하다면 재수, 삼수 뭐든지 다 뒷바라지 할 수 있어. 하지만 시시껄렁한 대학 갈꺼면 꿈도 꾸지마! 너희 아버지 서울대 법대 나오셨어. 엄마 연대 나왔다. 이 엄마도 외할아버지가 집 가까운데 가라고 하셔서 연대갔지, 서울대 충분히 갈 수 있어. 또 우리가 뭐가 부족하니? 돈이 없니? 학력이 딸리니? 인물이 빠지니? 시골에서 농사짓는 너희 큰아버지네 용우, 용민이 다 서울대, 연대 들어갔는데 니가 뭐가 부족해서 서울대에 못 가니?
[명호] 나는 나에요.
[엄마] 그래서?
[명호] 나중에 말씀드릴께요.
[엄마] 안돼! 지금 얘기해.
[명호] 엄마!
[엄마] 얘 좀봐--- 얘가 술만 마시는 게 아니라 나쁜 건 다 배웠네. 너 안되겠어. 아버지 혈압이 높으셔서 충격 받으실까봐 너 담배 피우고 술 마시는 것 쉬쉬하고 숨겼는데 도저히 안되겠다.
[명호] 그래요. 저 담배 피우고 술도 마시고 노래방도 가고 콜라텍에도 갔어요.
[엄마] ---
[명호] 나도 사람이에요. 나도 밥 먹고 똥싸고 숨쉬는 인간이라구요.
[엄마] 그래 너 인간이야, 누가 너한테 인간 아니라고 했어?
[명호] 엄마, 아버지, 선생님, 어쩜 모두 그렇게 똑같죠? 대학이 인생의 전부에요? (아버지가 잠옷차림으로 들어온다)
[아버지] 너 이놈! 무슨 말버릇이 그래.
[엄마] 여보--- 왜 일러나셨어요?
[명호] 안녕히 주무세요. (들어가려 한다)
[아버지] 이리와 앉아. (명호 마지못해 앉으려는데 술기운에 비틀거린다) (일그러지며) 너 술 마셨어?
[엄마] --- 여보---
[아버지] 술 마셨어?
[명호] 네---
[아버지] (뺨을 때리며) 이 자식이!
[엄마] 여보! (말리며)
[아버지] 놔 이거! 야 자식아 수능이 얼마나 남았다고 술을 마셔? 내가 돈이 남아서 한달에 오백만원씩 쳐들여 너 족집게 과왼지 지랄인지 시키는 줄 알아? 야 이자식아! 나는 냉수 마시면서 참고서 하나 없이 공부해서 서울대 법대에 들어갔어. 너 하루 세끼에 간식까지 먹이지, 학원에 족집게 과외까지 시켜! 기다가 너희 담임 선생님 한달에 한번 용돈주지. 내가 너 같으면 입이 열 개라도 부모한테 할말이 없어 자식아. 그리고 내가 니 덕보고 살겠나는 거 아냐! 나 이제 죽을 때까지 먹고 살만큼 벌어 놨어. 너 사람구실 하면서 살라고 그러는 거야. 그런데 뭐가 어째! 나도 숨쉬는 인간이 어떻다구? (흥분하여) 당장 나가! 나가서 니 힘으로 밥 먹고 똥싸고 숨쉬어봐 이 자식아
[엄마] 여보--- 명호야! 잘못했다고 빌어 어서!
[명호] 내가 뭘 잘못했어요.
[아버지] 뭐 이자식이 보자보자 하니까. (멱살을 잡으며)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어? 기껏 먹여주고 입혀주며 용돈 줘서 오백만원 짜리 과외까지 시켜줬더니 술 쳐 먹고 부모한테 행패 부리면서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어? (마구 때린다) 너 같은 놈을 자식이라고 키우느니 차라리 개를 키워 임마!
[엄마] 여보! 그만해요! 명호야! 잘못했다고 그래! 어서!
[명호] 난 잘못한게 없어, 때려요! 때려요! 죽이란 말야!! (발악하며)
[아버지] 이 자식이! (뒷덜미를 잡으며 쓰러진다)
[엄마] 여보! 여보!
(명호 울부짖으며 뛰쳐나간다)
(명호의 노래)
- 사람처럼 살고 싶다-
인생이란 무엇일까 대학이란 무엇일까
나는 살고 싶다 사람처럼 살고 싶다
대학에 못 가도 사람처럼 살고 싶다
일류로 못살아도 사람처럼 살고 싶다
입시 없는 세상에서 사람처럼 살고 싶다
[장] 2장
- 날 때리지마! -
(명호, 영미, 주호, 혜진, 수민이 인기 댄스 그룹 춤을 연습하고 있는데 짱1, 짱2, 일진들이 등장한다)
[일동] (춤을 멈추고) 안녕하세요?
[짱2] 니 들 지금 춤추는 거니?
[일동] 네!
[짱2] (머리를 쥐어박으며) 그게 춤이니! 새끼야! 체조지. 춤이 뭔지 한번 볼래 니들. (랩과 함께 흔드는데)
[짱1] 주접 그만 싸고 빨리 끝내고 가자.
[짱2] 아 그렇지! 차렷! 차렷! 이 새끼들 동작 봐라. 차렷! 열중쉬엇! 차렷! 자동! 어쭈! 그만! 이 엉아들이 오늘 저녁에 파티에 참석을 해야 되는데 참가비가 부족하다! 알아서 성의를 표시해 주기 바란다.
[짱1] 빨리 끝내라니까.
[짱2] 알았어! 알았어! 들었지? 엉아들이 바쁘니까 잔대가리 굴리지 말고 빨리 꺼내, 만약 짱박았다가 센타까서 나오면 100원에 한 대야. 알았어?
[일동] (작게) 네---
[짱2] 이 새끼들이 확!
[일동] 네!! (크게)
[짱2] (모자 벗으며) 자 너부터!
(주호가 오천원, 영미가 만원, 수민이 칠천원을 낸다. 혜진이가 삼천원을 내는데)
스톱! 뭐야 이거?
[짱1] 됐어! 이쁘잖아! 용돈 좀 많이 갖고 다녀라 이쁜아! 다음주에 좋은데 한번 데려갈게.
[짱2] 이 새끼는 왜 끙끙대고 있어. 빨리 안 꺼내고. 똥마려워?
[명호] 저---
[짱2] 뭐?
[명호] 저--- 오늘은 진짜 돈이 없는데요.
[짱2] 이 아가가 엉아의 가슴을 찢네. 5초! 오! 사! 삼!
[명호] 내일 드릴께요.
[짱2] 이! 일! 박아!
[명호] 내일 꼭 갖다 드릴께요.
[짱2] (발로 걷어차며) 박어 개새끼야! 박어! 자동! 스톱! 주머니까고, 신발 벗어! (다시차며) 빨리! 개새끼야! (주머니에서 육백원 나온다)
[명호] 저--- 내일 드리면---
[짱1] 내일은 늦어 파티가 오늘 저녁이니까. 방과후에 갖고 와 알았어?
[짱2] 이 새끼가 간뎅이가 쳐부었구만! (걷어찬다)
[명호] 알았어요.
[짱1] 약속 지켜라. 가자!
[짱2] 너 약속 안 지키면 알지? 죽음이야. (침 ?고 간다)
(암전 되었다 밝아지면 짱1, 2 담배 피우고 있다. 머뭇거리며 다가오는 명호)
[짱2] 어쭈! 이 개새끼가 늦었으면 졸라게 뛰어야지 엉금엉금 기어와! 어휴! 이걸 확!
[짱1] 야, 빨리 가자. 기다리겠다 여자애들.
[짱2] (모자 벗으며) 자!
[명호] 저기요, 친구들한테 빌릴려고 했는데 전부 돈이 없대요.
[짱2] 뭐라구? 이 개새끼가 사람 놀리네. 박어! 박어 개새끼야! 일어나! 박어! 자동! (힘들어서 동작이 느려지는 명호) 어쭈구리! 수중발레 하냐. 이 개새끼가. (발로 찬다. 넘어지는 명호) 밟아 죽이기 전에 빨리빨리 움직여. 박어!
[짱1] 그만해! 야 내일은 틀림없이 되는 거지?
[명호] 네, 내일 꼭 갖고 올게요.
[짱1] 알았어, 내일 갖고 와. 오늘은 우리가 다른데서 빌려 갖고 쓸테니까. 그 대신 내일 이자까지 삼만원이다.
[명호] (놀라며) 삼만원이요?
[짱1] 왜?
[명호] (겁먹으며) 네! 알았어요.
[짱2] 너 오늘 운 좋았다! 내일 약속 안 지키면 장애자 올림픽 나갈 생각해. 알았어 개새끼야 !
[명호] --- 네---
[짱2] 이새끼 대답하는 소리 봐!
[명호] (크게) 네! 알았습니다.
[짱1] 야 가자! 내일 보자.
(다음날 영미, 주호, 혜진, 수민이 열심히 춤동작을 연습하고 있고 명호는 앉아 있다. 이때 짱1, 2 등장한다)
[일동] 안녕하세요!
[짱2] 안녕! 어제보다 좀 나아진 것 같은데. 근데 니들은 공부 안하고 맨날 춤만 추냐? 그래 가지고 대학가겠어? 이 엉아들이야 원대한 포부가 있어서 그렇지만, 니들 그래 갖고 사회 나가면 뭐 먹고살래. 아휴 이 한심한 것들. (쥐어 박는다) 공부 좀 해라 공부! (명호 앞에 와서) 자! 준비는 다 됐겠지. (모자 벗으며) 자!
[명호] (망설이며) --- 네---(만사천원을 넣는다)
[짱2] 어--- 어. 세종대왕 세 분이라고 했는데. 세종대왕 한 분에 퇴계 이황 선생이 네 분이네---
[명호] 저기요, 일주일치 용돈 만사천이거든요.
[짱2] 아 이 개새끼가! 진짜 열 받게 하네. 내가 물어 봤냐구? 일주일 용돈이 얼만지는 알 필요없고, 어저께 약속한 거 삼만원! 삼만원 내놔!
[명호] 한번만 봐주세요. 다음에 또 드릴께요.
[짱2] 이 개새끼가 말이 많아. (발로 차고 주먹으로 마구 때린다)
[짱1] 야 센타부터 해봐.
[짱2] 일어나! 일어나 새끼야! (명호 힘들게 일어난다) 주머니 까고 신발, 양말 벗어. (머뭇거리는 명호) 빨리 안까! (명호 주머니를 뒤집는데 오천원짜리 한 장이 나온다) 너 이새끼 죽었어. 100원에 한 대씩 오십대야! 차렷! 열중쉬어! 뒤로 이보! 배에 힘줘! 하나! 둘! 셋! (쓰러지는 영호) 밟아 죽이기 전에 일어나! (힘들어하며 일어난다) 넷! 다섯! (다시 쓰러지는 명호) 이 새끼가 진짜!
[혜진] 그만해요! 이러다 죽겠어요! 돈 다 뺏었으면 됐잖아요! (따귀를 때린는 짱1)
[짱1] 얼굴이 좀 예뻐서 귀여워했더니 이년이!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며) 예쁜 얼굴에 낙서 좀 해줄까?
(이때 선생님이 등장한다)
[선생님] 야 너희들 뭐하는거야?
[짱1] (칼을 감추고) 아무것도 아닙니다.
[짱2] 후배들이 춤연습하는데 좀 가르쳐추고 있었어요. 그치 (인상쓰며) 안그래?
[선생님] 이 자식들 고3이라는 놈들이 공부는 안하고 맨날 춤타령에 싸움질이나 하고, 니들 그래 갖고 사회나가서 뭐 먹고살래. 공부 좀 해라 공부! (머리를 쥐어박는다)
[짱2] 아파요.
[짱1] (손을 잡으며) 말로 하세요. (인상이 험상궂게 변한다)
[선생님] (찔금하며) 빨리 가! 이놈들아.
[짱2] 야! 너 방과후에 좀 보자!
[선생님] 빨리 안가!
[짱1] (혜진에게) 니들 다 같이와!
[선생님] 이 자식들이 빨리 가! 너희들도 빨리 들어가서 수업 준비해!
[일동] 네
(조명 암전 되었다가 밝아지면서 방과후. 불안해하는 일동)
[주호] 무조건 잘못했다고 그래.
[혜진] 내가 뭘 잘못했어. 돈 뺏고 때리는 놈들이 잘못한 거지.
[주호] 하여간 걔네들 무서운 애들이야. 정말로 면도칼로 사람도 긋는다니까.
[영미] 그냥 가자. 그리고 선생님한테 말씀드리자.
[수민] 그래봐야 소용없어. 학교에서는 조용히 있다가 길에서 잡아가지고 놀이터나 산에 끌고 가서 괴롭힌단 말야. 하루 이틀도 아니고 엄마 손잡고 학교 다닐래?
[주호] 아휴! 큰일났네. 아까보니까 무지하게 열 받았던데.
[혜진] 죽이기야 하겠어.
(험상궂은 표정으로 등장하는 짱1, 2)
[일동] 안녕하세요?
[짱2] 안녕? 이새끼들이 약올리네, 니들 오늘 다 죽었어! 박어! 빨리 박어! 동작 봐라! 일어나! 박어! (일동 모두 엎드린다) 야 이년들아 대가리로 박어!
[짱1] 야! 너 일어나! (혜진을 가리키며) 너! (혜진이 일어난다) 다시 한번 얘기해 봐.
[혜진] ---
[짱2] 야! 이년아 귀먹었어? 다시 한번 얘기해보라니까!
[혜진] 죄송해요. 아까는 너무 무서워서---
[짱1] 다시 해보라니까. (다가간다)
[혜진] 잘못했어요
(느닷없이 뺨을 때리는 짱1, 혜진 비명과 함께 쓰러진다)
[명호] 그만해요!
[짱2] 어쭈~ 이새끼가 뒈질려고 환장을 했구만. (걷어차며) 그만해요? 그만 못하겠다 이 개새끼야! (일으켜 세워서 때린다. 다시 쓰러지는 명호)
[일동] 잘못했어요!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
[짱2] 조용히 해! 새끼들아. 니들도 맞고 싶어?
[혜진] 그래 죽여라 죽여! (악에 받쳐서 덤빈다)
[짱2] 이 썅년이! (발로 걷어차자 쓰러져 기절하는 혜진)
[일동] 혜진아!
[짱2] 시끄러! 아가리 닫아! 박어!
(일동을 마구때리는 짱2, 이때 쓰러져 있던 명호. 근처에 있던 돌을 들어 짱의 머리를 내리친다)
[명호] 죽~ 어!
[짱2] 으- 악! (비명과 함께 나뒹구는 짱2)
[명호] (짱1에게) 덤벼, 덤비란 말야! (휘두른다)
(짱1 슬금슬금 물러서다 도망친다)
[일동] 혜진아! 정신차려!
(수민과 영미가 혜진을 살피는 동안 주호가 짱2에게 다가간다)
[주호] 야! 이리와봐. 죽었나 봐! 빨리 119에 신고해!
(영미가 전화를 걸고 있을 때 괴성과 함께 뛰쳐나가는 명호)
-암전-
명호의 노래
- 날 때리지마 -
날 때리지 마 맞는 건 너무 싫어
날 때리지 마 더 이상 맞기 싫어
날 때리지 마 더 이상 못 참겠어
한번만 더 때리면 가만있지 않을 거야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데
더 이상 때리지마 죽여 버리고 말거야
[장] 3장
- 엄마! 아빠! 도와주세요! -
(놀이터에서 본드를 마시고 몽롱한 상태에서 소주를 들이키는 짱)
[짱] 카~아~죽인다! (소주병을 나발부는 짱) 야~ 기분 째지는데 분위기 있는데 가서 흔들면 죽이겠다. 씨바 돈이 웬수지. 족까지 우리집은 왜 이렇게 찢어지게 가난한거야. 그나저나 오늘 따라 아가들이 한 마리도 안 보이는 거야.
(이때 혜진과 수민이 등장한다)
[혜진] 잘가! 5시에 전화할게.
[수민] 나 꼭 깨워줘야 돼! 너처럼 수학만 잘하면 소원이 없겠다.
[혜진] 그러니까 전화 걸면 일어나서 핵심문제 풀어! 전화 끊고 또 자지 말고.
[수민] 알았어, 나도 안 그럴려고 하는데 눈꺼풀이 저절로 감긴단 말야. (까르르 웃는 혜진, 수민)
[혜진] 가!
[수민] 잘가!
(수민이 가고 혜진이 돌아서는데)
[짱] 안녕!
[혜진] 누구세요? (물러선다)
[짱] 뭘 그렇게 놀래나? 누구라고 소개해야 좋을까! 에~ 나로 말할 것 같으면 44계단 콧물이라고 부르지. 겨울에는 코딱지라고 하고.
[혜진] 그런데요---
[짱] 그런데요? 용건부터 말하고 빨리 꺼지라 이거야.
[혜진] 그게--- 아니라요, 집에서 부모님이 기다리시거든요.
[짱] 씨바 좋겠다. 누구는 집에서 부모님이 기다리고 난 아무도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 그래서 느긋하게 얘기해 보자 이거야. (갑자기 손목을 나꿔챈다)
[혜진] 왜이래요! 이거 놔요!
[짱] (안주머니에서 칼을 꺼낸다) 조용히 해! 이 쌍년아! 면상에다 확 그어 버리기 전에!
[혜진] (겁에 질려) 살려 주세요! 필요한 건 다 드릴께요.
[짱] 필요한 것? 좋아! (의미심장한 눈길을 보낸다) 줘봐!
[혜진] (망설이다가 지갑에서 돈을 꺼내준다) 이거요---
[짱] (돈을 받아서 세어보고 주머니에 넣는다) 또!
[혜진] (시계를 풀고 반지도 빼서 준다) 이거밖에 없어요.
[짱] (시큰둥하게) 이거 비싼거야? (주머니에 넣고) 또?
[혜진] 이제 없어요--- 보내주세요--- 부모님이 걱정하실거예요.
[짱] 아~ 씨바 부모 없는 놈 서러워서 살겠나. 말끝마다 부모는 씨바! 이건 고맙게 받을게, 그리고 나랑 한 삼십분만 얘기 좀하다 가. 나도 알고 보면 좋은 놈들이야.
[혜진] 저도 그러고 싶지만---
[짱] (칼을 들이밀며) 좋게 얘기할 때 따라와! (어깨동무하며) 자 가자구!
[혜진] (뿌리치며) 이러지 마세요.
[짱] (노려본다) 따라와! (거칠게 잡아당긴다)
[혜진] (다급하게) 알았어요, 이거 좀 놓고 가요.
[짱] 한마디만 더하면 알지?
(창고로 끌고가는 짱. 창고에서 반항하는 혜진의 소리, 그러나 곧 잠잠해진다. 헝클어진 옷차림으로 비틀거리며 나오다 주저앉아 흐느끼는 혜진의 얼굴에서 암전되고, 조명 밝아지면 아파트 거실. 초조하게 왔다갔다 하다가 전화기를 드는 혜진의 엄마)
[혜진엄마] 여보세요? 수민이네 집이죠? 안녕하세요? 밤늦게 죄송합니다. 저 혜진이 엄만데요. 수민이 들어 왔어요? 그래요, 네! 우리 혜진이가 아직 안 들어와서요. 수민이 좀 바꿔 주실래요? (이때 힘없이 들어오는 혜진) 여보세요? 지금 막 들어오네요, 네! 안녕히 계세요. (수화기를 내려놓고) 얘 왜 이렇게 늦었어? 빨리 씻고 나오서 밥 먹어라.
[혜진] (넋이 나간 듯 아무 대꾸도 없이 욕실로 들어간다) ---
[혜진엄마] 얘! 혜진아! 혜진아! 저 애가--- (욕실앞에서) 식탁에 샌드위치하고 쥬스 있으니까 배고프면 먹고해. 나 피곤해서 먼저 잔다. (아무대답이 없자 기지개를 펴고) 고3 두 명만 있다간 내가 먼저 쓰러지겠네. 아휴! 어깨야. (어깨를 두드리며 하품하다가 들어간다)
(다음날 아침)
[혜진엄마] 혜진아! 빨리 나와! 학교 늦겠다! 혜진아! (방으로 가며) 얘가 완전히 곯아 떨어졌네. (방문을 열고) 얘! 혜진아! 얘가 어디 간 거야? (안에서) 어디를 가면 간다고 얘기나 하고 갈 것이지. (잠시후) 여보! 여보! 빨리 나와 봐요! 큰일 났어요! 여보! 혜진 아버지!
(잠옷차림으로 잠이 덜 깨서 나오는 혜진 아버지)
[혜진아버지] 왜 새벽부터 소란이야?
[혜진엄마] (떨리는 손으로 A4용지를 건낸다) 이것 좀 읽어봐요.
[혜진아버지] (읽어 내려가다 표정이 굳어지며) 대체 이게 무슨 소리야? 아니 밤중에 홍두깨라고. (편지를 보며) 저를 찾지 마세요! 때가 되면 제가 연락할게요? 이게 무슨 소리야?
[혜진엄마] 제가 어떻게 알아요? 어제 저녁에 늦게 들어와서 욕실에 들어가는 것 보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지금 방에 가보니까 혜진이는 안보이고 책상에 그 편지만---.
[혜진아버지] 당신 똑바로 얘기해! 혜진이한테 무슨 일 있는 거지?
[혜진엄마] 이이가 정말! 나도 몰라요! 우리 혜진이가 다른 애들처럼 언제 말썽 한번 부린 적 있어요. 여보! 이럴 게 아니라 우리 나가서 찾아봐요. 경비아저씨는 혹시 봤을지도 모르잖아요!
[혜진아버지] 알았어. 옷 갈아입고 나올테니까 경비실에 가 있어. (방으로 들어가는 혜진 아버지. 경비실로 가는 혜진 엄마. 조명 암전)
(무대 밝아지면 며칠후 혜진이 커다란 가방 하나를 들고 터덜터덜 걷다가 피곤한 듯 길 옆에 앉는다)
[소리] 잘 생각해 봐! 먹여주고 재워주고 300이면 이 IMF에 횡재한거야! 학생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잘 빠져서 내가 특별히 생각해서 대우해 주는거야. 뭐 그렇다고 손님하고 외박 나가는 것도 아니고 그저 술자리에서 분위기나 좀 맞춰주고 적당히 테이블 밑으로 술이나 좀 쏟고 안주빨만 세우면 되는데 거저 먹기 아냐. 잘 생각해 봐!
(혜진 주머니에서 천원짜리 두장과 동전 몇 개 꺼내보고는 무언가 결심하고 일어나 걷는다. 조명 바뀌면 단란주점. 중년의 사내 둘과 혜진, 그리고 혜진 또래의 여자 종업원이 술을 마시고 있다)
[손님1] 자! 폭탄주 한잔씩 마시고 본격적으로 놀아 보자구.
[여자종업원] 오빠! 벌써 7잔째에요. 그만하고 노래나 부르자구요.
[손님2] 야! 넌 1,3,5,7,9도 모르냐. 빨리 마셔! 내 파트너도 줘야 되니까.
[여자종업원] 이 오빠들 되게 응큼하다. 우리 술 취하게 한 다음에 응~할려고 그러지.
[손님1] 응~이 뭔데?
[여자종업원] 몰라! (단숨에 들이킨다)
(손님1, 손님2 박수치고 좋아한다)
[손님2] (혜진에게) 자! 미스 강 차례야.
[혜진] 아저씨! 분위기 깨지 말고 빨리 마셔!
[손님2] 그래! 이것만 마시고 노래하자!
[혜진] (망설이다가 단숨에 들이키지만 바로 손님2에게 토한다)
[손님2] 아이 이게 뭐야!
[여자종업원] 죄송해요! 제가 닦아 드릴께요.
[손님2] 야! 필요없어! 뭐 이런게 다 있어. 에이 재수가 없을라니까.
[손님1] 야! 야! 사장 들어오라 그래. 야! 사장!
(고통스러워하는 혜진, 황급히 들어오는 여사장)
[여사장] 부르셨어요? 뭐 좀 더 드릴까요?
[손님2] 뭐야 이거? 스트레스 좀 풀려고 왔는데 술 몇잔 마시고 오바이트나 하고 여기 얼마야?
[여사장] 죄송해요. 다른 애로 바꿔서 분위기 화끈하게 띄울께요.
[손님1] 필요 없으니까 계산이나 해!
[여사장] (일그러지며) 예! 아가씨들 팁 빼고 34만원이예요. 죄송해요 다음에 오시면 끝내 드릴께요.
[손님2] (지갑에서 돈을 꺼내주며) 삼십이야. 4만원은 세탁비야. 이집 인제 못쓰겠어. 에이 재수가 없을려니까. 그동안 어린애들 보는 재미에 왔는데 뭐 이런 게 다 있어. (혜진에게) 술도 못 마시는 게 술집엔 왜 나와 에이 재수없어! 가자구. (손님1, 2 나간다. 혜진을 노려보는 여사장)
[여자종업원] 사장님 그 아저씨들이 앉자마자 계속 폭탄주를 돌렸는데 저는 요령껏 마셨지만 쟤는 주는데로 받아 마셔서 그래요.
[여사장] 시끄러! 넌 나가 있어! (여자 종업원 나가고 아직도 속이 거북한지 헛구역질을 하는 혜진)
[여사장] 야 이년아! 너 누구 망하는 꼴 볼려구 그래? 술 못마시면 요령이라도 있어야지! 적당히 버리면서 마시던지 토할꺼면 화장실에서 토하던지 이년이 고상한 척은 혼자 다하면서--- 외박도 싫다 스트립도 못하겠다 꼴갑 떨면서 술이라도 먹어야지 개같은 년아! 나 땅파서 장사하는 줄 알 아? 너 안되겠어 당장 보따리 싸 갖고 사라져! (지갑에서 십만원짜리 수표 한 장을 꺼내며) 열흘치야! 딴사람 같으면 땡전한푼 없는건데 너 인생이 불쌍해서 주는 거야. 빨리 갖고 사라져. (나간다)
(흐느끼는 혜진의 얼굴에서 조명 암전)
(무대 밝아지면 한강 고수부지에 앉아있는 혜진. 하염없이 강물을 바라보다가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건다)
[혜진엄마] (머리에 수건을 동여매고 누워 있다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혜진] ---
[혜진엄마] 여보세요! 혜진아! 너 혜진이지! 엄마야! 엄마다! 너 지금 어디야 혜진아! 혜진아! (눈물을 터뜨린다)
[혜진] 엄마! (울먹이며)
[혜진엄마] 그래! 혜진아! 엄마야! 너 어디야? 지금 엄마가 데리러 갈게! 혜진아 제발! 이 엄마 죽는 거 보고 싶지 않으면 전화 끊지 말고 어디 있는지 얘기해!
[혜진] 엄마!--- 죄송해요--- 아빠한테도---
[혜진엄마] 그래 안다 알아! 괜찮으니까 아무 걱정 말고 집으로 들어와. 엄마나 아빠는 너만 돌아오면 돼! 아무것도 묻지 않고 야단도 안 칠테니까 빨리와! 혜진아! 엄마는 너 없이는 모산다, 못살아 혜진아! (통곡한다)
[혜진] 엄마--- 엄마--- 다시 연락드릴께요--- (흐느끼며 전화 끊는다)
[혜진엄마] 얘! 혜진아! 혜진아! 혜진아!
(흐느끼고 통곡하는 혜진과 혜진 엄마의 모습에서 조명 암전)
혜진의 노래
- 엄마! 아빠! 보고 싶어요! -
엄마, 아빠 나 좀 도와주세요
잠잘데도 먹을 것도 없어요
예전에는 이런 것 몰랐어요
신문이나 방송에서 보고 들은일
무섭고 끔찍한 불행
나에게 찾아올 줄 꿈에도 몰랐어요
아무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아요
차라리 죽고 싶어요
모두가 나를 보고 수근데는 것만 같아요
엄마! 아빠! 보고 싶어요
[장] 4장
-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
(아침 조회종이 울리면 어수선하던 교실이 조용해지고 담임 선생님이 출석부와 몽둥이를 들고 들어온다)
[명호] 차렷! 경례!
[담임선생님] (몹시 화가 나서) 야! 너희들 돌대가리 아냐? 3월부터 지금까지 꼴찌야! 이번 달도 꼴찌야! 병신들! 하여간 내가 선생 노릇 18년에 너희 갇은 것들은 처음 본다, 처음 봐! 저질이란 저질은 다 모여갖고--- 수업시간에 장난이나 치고 쉬는 시간이면 화장실에 가서 담배들이나 피우고 도대체 니들 대가리 속엔 뭐가 들어있냐? (안색이 바뀌며) 정주호! 나와! 너는 지금도 떠들어? 빨리 나와! 너는 지금도 떠들어? 빨리 나와! (주호가 겁에 질려 나온다. 다짜고짜 몽둥이로 어깨와 머리를 내리치며) 야! 병신아! 너는 꼴지 반에서 꼴지 하는 놈이 뭐가 좋아서 매일 희희덕 거리는 거야! 너 같은 놈은 학교 다닐 필요가 없어! 너 같은 놈을 보고 인간 쓰레기라는 거야! (수업시간 종이 울린다. 분을 참지 못하고) 종례시간에 다시 보자--- 이놈의 자식--- (선생님 나가고 주호 몹시 아픈 듯 비틀거리며 자리로 돌아간다)
[혜진] 괜찮아? 주호야! 하여간 저 인간이 선생이라는 게 믿어지지가 않아.
[수미] 걸핏하면 저질! 저질! 누가 저질인지 모르겠다.
[영미] 조용히 해! 미친개 온다!
(채점한 시험지를 들고 들어오는 수학 선생님)
[명호] 차렷! 경례!
[수학선생님] 오늘은 수업 안하니까 다들 교과서와 노트 집어넣어. 내말 안 들려 빨리 집어 넣어! 전부 책상위로 올라가서 무릎꿇고 앉아! 빨리! 손들어! 높이 들어! 이름 부르는 사람은 한명씩 앞으로 나와. 중간에 손내리는 놈은 죽는 줄 알아! 높이 들어! 이혜진! (책상에서 내려와 앞으로 나온다) 스물 다섯 문제에서 열다섯개도 못 맞춰! 네 대야. 손 내밀어! (손바닥을 내미는 혜진, 인정 사정없이 내리치는 수학선생) 하나! 둘! 셋! 똑바로 들어! 넷! 들어가! (혜진이 손바닥을 비비며 들어간다) 김영미! (사색이 되어 나오는 영미) 빨리 나와! 세대! (체념하고 손내미는 영미) 하나! 둘! 셋! 들어가! 조수민! (인사을 찌푸리며 나온다) 너 왜 인상써? 뭘 잘했다고 인상을 써? (몽둥이로 배를 찌른다)
[수민] 인상쓴 거 아녜요.
[수학선생님] 어쭈! 이자식이--- 손 내밀어! (몹시 세게 때린다) 하나! 둘! (피하는 수민) 피해? (머리와 어깨를 때린다) 자 피해봐. 또 피해 보라구! (저항하지 않고 노려보는 수민, 찔금하는 수학선생님) 들어가! (노려보다가 들어가는 수민) 정주호! (당연한 듯 나오는 주호) 넌 왜 학교 다니니? 야 임마! 눈감고 찍어도 너보다는 많이 맞추겠다. 5개가 뭐야 5개가! 한 번호만 떡같이 찍어도 6개는 맞어! 너 같이 틀리기도 힘들어. 내가 너라면 지금부터 시장에 나가서 장사하는 거라도 배우겠다. 너 학교 다녀봐야 여러 사람 괴롭히는거야. 반평균 떨어뜨려, 담임 선생님 망신시키지, 학교 수준 떨어져서 선생들 욕먹게 하지, 너 매맞고 욕먹는 동안 다른 애들 공부 못해서 학생들 손해보지! 넌 선생이나 학생들한테 암적인 존재야. 손 내밀어! (이를 갈며 손내미는 주호)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덟! (끄떡없이 버티는 주호) 아여간 무식한 놈 힘만 세다구, 아프지도 않지? (주호의 소리 없이 흐르는 눈물) 아홉! 열! (열대를 맞고 말없이 돌아서 자리로 가는 주호) 누가 들어 가랬어! 정주호! 10회 복창! 나는 돌대가리입니다! 내가 왜 이럴까! 복창해!
[주호] (주호 감정없이) 나는 돌대가리입니다. 내가 왜 이럴까! 나는 돌대가리입니다! 내가 왜 이럴까!
(서서히 조명 어두워진다) (조명 밝아지면 쉬는 시간)
[명호] 이거 너무 하는 것 아냐? 담탱이 미친개나 학생들한테 그렇게 심한말을 해도 되는거야?
[혜진] 정말 화가 나서 못 참겠어! 학교에서 뭘 배우라는 건지 모르겠다구. 자기들이 화난다구 그렇게 함부로 말해도 되는 거야. 학교에 다니고 싶지가 않아.
[영미] 그래도 어떻게 해? 전학 가든지 아니면 자퇴하고 검정고시 보기 전에는 별수 없잖아.
[수민] 차라리 자퇴하고 검정고시 보는게 나을 것 같애.
[명호] 가만있으면 안되겠어. 지난번에 수업시간에 졸았다구 미친개가 주호 머리 책상에 박을 때 그때 우리가 항의해야 했다구. 가만있으니까 점점 더하는 거야.
[수민] 담탱이한테 그 얘기했다가 본전도 못 찾았어. 더 맞아야 된다구 그러더니까, 기가 막혀서.
[혜진] 그 인간은 더한 인간이잖아. 주호가 준비물 안가지고 왔다구 발길질하면서, 목을 졸라서 거품을 낸다느니, 너 같은 놈은 부모 앞에서 모가지를 비틀어 죽인다고 컵 집어던지고 화분 던지고 가관이 아니었어. 정말 끔찍하다 끔찍해! (묵묵히 듣고만 있는 주호)
[명호] 주호야! 담탱이나 미친개가 한번 더 심한 말을 하든지, 부당하게 때리면 우리가 나설게.
[혜진] 그래. 너도 당하지만 말고 교장 선생님이나 교감 선생님한테 다 말해버려.
[수민] 야, 다 소용없어! 사실은 내가 너무 화가 나서 집에 가서 엄마한테 얘기했더니 엄마가 놀래갖고, 아빠하텐 말씀드려서 아빠가 누구라고 밝히지는 않고 교장실로 전화했는데 교장이 그러드래. 일부 말썽피우는 문제아들은 그런식으로라도 하지 않으면 다른 학생들한테 피해가 가서 따끔하게 혼내줘야 한다구.
[영미] 끝장이다 끝장! 할 말이 없네 할말이 없어!
[명호] 그러니까 우리가 나서야 한다는거야.
[혜진] 어떻게?
[명호] 녹음기에다 녹음하고 비디오 카메라로 찍어서 문교부에 보내든지 경찰서에 보내야지.
[영미] 그러다 들키면 어떻해? 뒤지게 맞고 최소 무기정학이야.
[명호] 그정도 용기도 없으면 매일 욕먹고 맞고 살아야지!
[영미] 그래도---
[혜진] 그래 그게 좋겠다.
[수민] 하지만 그렇게 해서 힘들게 보냈는데 교장이나 교감이 문교부 간부나 경찰서 사람들하고 슬쩍 무마하고 제보자 찾아내면 내신 같은데서 우리만 불이익 당할 수도 있잖아?
[영미] 그럼 그럴수도 있지.
[혜진] 그래서 이대로 당하고만 있자는 거야.
[수민] 그런 아니지만--- 신중하게 생각해 보자는 거지.
[명호] 알았어! 다른반 아이들하고도 연락해서 아이디어를 짜보자. (주호에게) 주호야! 힘내! 넌 공부에는 소질이 없지만 춤하고 노래는 너 따라 갈 사람이 없어. 서태지가 서울대학교 나와서 유명해진 거 아니잖아! 난 솔직히 공부 좀 못하더라도 너처럼 소질만 있으면 학교 당장 때려치우고 노래하고 춤에 빠져 보고 싶어! (빙그레 웃는 주호)
[혜진] 그래 주호야! 명호 말이 맞어. 너는 틀림없이 유명한 가수가 될거야.
[영미] 야 우리 기분도 꿀꿀한데 오늘 야자 땡땡이치구 DDR이나 하러가자. 내가 쏠게!
[수민] 진짜! 영미는 역시 큰손이야!
(조금 밝아지는 주호, 이때 수업종이 울린다)
(암전 되었다가 조명 들어오면 중국집. 담임 선생님이 군만두와 짜장면을 시켜 놓고 소주로 반주를 하고 있다. 이때 수학 선생님이 들어온다)
[수학선생님] 아니! 선생님 웬 소주 세요?
[담임선생님] 울화통이 터져서 한잔하고 있습니다. 앉으세요.
[수학선생님] 무슨 일 있으세요?
[담임선생님] 교감 선생님한테 또 깨졌어요. 이번 달 모의고사에서 또 꼴찌를 해서요. 정말 교사생활에 회의가 옵니다. 어떻게 된 녀석들이 매일 야단치고 때려도 그때뿐이에요 하루만 지나면 아니 어떨 때는 1시간도 못 가서 흐리멍텅! 헬렐레! 정말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술잔을 들이킨다)
[수학선생님] (한잔 따르면서) 그게 선생님 잘못인가요? 요즘 애들이 워낙 저질이다 보니 그렇지요. 우리 학교 다닐 때만해도 전기불도 안 들어오는데서 호롱불 하나 켜놓고 공부하면서 숙제는 물론이고 예습, 복습 다하지 않았습니까?
[담임선생님] (한잔 마시고 권하며) 예습, 복습이요? 그런 건 바라지도 않아요. 수업시간에라도 집중하고 들었으면 좋겠어요.
[수학선생님] 하긴 그래요. 수업만 열심히 들어도 기본은 하니까요. 저도 요새는 죽지 못해 선생노릇 합니다. 제가 처음 교사생활 시작할 때만 해도 할만 했어요. 아이들이나 학부모들이나 선생을 어려워하고 공경했으니까요. 그런데 요즘 어떻습니까? 마음 약한 선생님들은 수업 못해요. 조용히 하라고 목이 터져라 얘기해도 천방지축이지. 어쩌다 손바닥이라도 몇 대 때리면 학부모들이 교장실로 전화해서 항의하지. 뿐입니까 어떤 학교에서는 수업시간에 꾸중하는 선생을 학생이 두들겨 팼다지 않아요? 나 참 어이가 없어서---
[담임선생님] (거칠게 마신다) 그런 놈들은 감옥에 가는 한이 있어도 사생결단을 내야 되요. 선생이 뭡니까? 지들 사람되라고 가르치는 사람 아닙니까? 그런데 사람되라고 야단치는 선생을 구타하는 놈은 사람이 아니잖아요? 그런 놈들은 개, 돼지 취급을 해줘야죠! 쥐꼬리만한 월급 받으면서 교단을 지키는 이유가 뭡니까? 아이들 가르쳐서 점점 사람 되가는 걸 보면서 보람을 느끼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그것마져 없다면 그만 둬야죠.
[수학선생님] 저는 하루에 몇 번씩 그런 생각을 합니다. 특히 동창회 나가보면 학교 다닐 때 지지리도 공부도 못하던 녀석들이 장사해서 돈 좀 벌었다고 거들먹대면서 제 몇 달치 월급을 술값으로 펑펑 쓰는 것 보면 회의가 느껴져요. 누구는 아파트 할부에 자동차 할부금 내는 것도 어려워서 쩔쩔매는데--- 그러면 학교에서라도 보람이 있든지 긍지가 있어야 되는데 요즘 애들이나 학부모들이 선생 알기를 뭐같이 알잖아요?
[담임선생님] 고쳐줘야죠! 말로해서 안되면 행동으로라도 가르쳐야죠. (남은 술을 따라 미시고 나서) 자! 먼저 일어나야겠습니다. 야자 끝날 시간이 돼서요.
[수학선생님] 예 먼저 들어가세요. (장면 바뀌면 교실, 주호는 자고 있고 아이들 장난하고 있는데 취기가 오른 담임 선생님이 들어온다)
[담임선생님] 뭐야 이자식들아! 매일 꼴찌나 하는 주제에 한자라도 더 들여다봐야지. 뭐가 좋아서 히히덕 거리는 거야! 저질 중에도 상 저질 같은 것들--- 정말 니들 대가리 속에는 뭐가 들어있냐?
(이때 주호의 코고는 소리. 아이 들 킥킥거린다. 안색이 변하는 담임 선생) 누구야? 어떤 새끼야? (주호를 발견한다) 정주호! 정주호!
(놀라서 일어나는 주호)
[주호] 네!
[담임선생님] 앞으로 나와! (겁에 질려 나오는 주호는 다짜고짜 발로 걷어차며) 야 이새끼야! 너 사람이야! 개, 돼지처럼 대해줘야 돼! 전교에서 꼴찌하는 놈의 새끼가 걸핏하면 잠이나 자! (무자비하게 때린다)
[명호] (참지 못하고) 선생님! (담임 선생님이 듣지 못하고 계속 주호을 때라자 앞으로 나가 담임을 붙들며) 그만 하세요! 너무 하십니다!
[담임 선생님] 뭐야? 반장 너까지--- (노려보며) 뭐가 너무 하다는 거야?
[명호] 너무 지나치십니다!
[담임선생님] (따귀를 때리며) 건방진 자식! 이 자식이 공부 좀 한다고 이뻐했더니.
[명호] 저희도 사람입니다. 인격적으로 대해 주십시오.
[담임선생님] 뭐야? 인격적? 인격적으로 행동해야 인격적으로 대해주는거야. 이 건방진 자식아! (때린다)
[명호] (노려보며) 한 대만 더 때리면 저도 더 이상 못참습니다.
[담임선생님] (놀라며) 못 참아? 못 참으면 어떻게 할래? 해봐 이자식아! (또 때린다)
[명호] (손을 잡으며) 진정 하세요.
[담임선생님] 너 이거 안놔! 놔! 이거! (명호 손을 놓는다) 너 이놈의 자식--- 좋아 오늘 너랑 나랑 죽기 살기로 한번 하자. (저고리를 벗는다)
[명호] 선생님! 제발 진정 하세요.
[담임선생님] (주먹 휘두르며) 진정 못해 이자식아!
(피하는 명호, 씩씩거리며 계속 주먹을 휘두르는 담임 선생)
(갑자기 아이들 책상을 두드리며 명호의 이름을 연호한다)
[일동] 조명호! 조명호! 조명호!
(담임 선생은 요리조리 피하는 명호를 쫓아 다니가 지쳐서 멈추고 헉헉대며 아이들을 노려보다가)
[담임선생님] 너희들 전부 퇴학이야! 알았어? 너희들 꼼짝 말고 있어! 이놈의 자식들 너희들이 그만 안두면 내가 그만 두겠어! (부르르 떨며 나간다)
(다시 조명호를 연호하는 아이들, 명호 천천히 주호에게 다가가 일으킨다. 잠시 아이들을 바라보자 일동 조용해진다)
[명호] 미안하다 나 때문에 너희들까지 피해를 입게 돼서. (다시 조명호를 연호하는 아이들. 손짓으로 제지하는 명호) 그동안 반장으로 너희들에게 해준 것도 없는데 이렇게 학교를 그만두게 되서 정말 미안하다.
[혜진] 명호야!
[명호] 우리 자주 연락하고 열심히 공부해서 수능 끝나고 다시 만나자. (자기 자리로 들어가 가방을 챙겨 나가는 명호)
[주호] 명호야! (가방을 들고 쫓아간다)
(일동 모두 가방을 챙겨들고 명호를 쫓는다. 조명 암전)
명호와 주호의 노래
-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우리는 돌대가리가 아니에요
우리는 저질도 아닙니다
인간 쓰레기도 아니라구요
선생님 그렇게 심한말 하지 마세요
우리도 생각하고 느낄 줄 아는 사람들이에요
선생님 사랑의 매를 주세요
따귀는 정말 싫어요
발길질도 싫어요
한번만 한번만 더 때리시면
우리도 참을 수 없어요
참을 수 없어요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잖아요
대학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잖아요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에필로그
(부분조명이 하나씩 들어오면 명호, 혜진, 주호가 차례로 노래를 부르고 학생들과 교사들 학부모의 합창으로 이어진다)
[명호] 난 무서워 난 두려워 너무 부담스러워
일류 대학 일류 인생 자신이 없어요
그냥 적성에 맞고 성적에 맞는 대학 나와서
평범하게 살고 싶어
[혜진] 아무에게도 말 할 수 없었어요
너무도 끔찍한 그날의 일을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어요
눈을 뜨고 있어도 눈을 감아도
생생하게 떠오르는 악몽 때문에
차라리 꿈이었으면 꿈이었으면
[명호] 처음에는 몰랐어
너무 무서워서 아픈 것도 몰랐어
하지만 차비가 없어서 걷다보니
점심 값이 없어서 굶다보니
억울하고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었어
사내 대장부가 언제까지 맞고만 살수는 없잖아
[주호] 어떤 가수의 노래라도 한번만 들으면
어느 댄서의 춤이라도 한번만 보면
그대로 따라 하지요
그런데 영어, 수학, 물리, 화학, 지리, 국어, 국사, 윤리. 세계사, 정치경제 왜 이렇게 어렵나요. 왜 이렇게 재미없나요
난 정말 공부에 소질이 없나 봐
(부분 조명 꺼지고 전체 무대 밝아지면 다같이 노래한다)
- 고딩만의 세상으로 -
이세상에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
고민없고 걱정없는 사람 누가 있나요
아이들은 아이들만의
어른들은 어른들만의
고민과 걱정이 그칠 날 없죠
어른도 아니지만 아이도 아닌 것이
고딩이라고 들어보셨나요
고민이 많아서 고딩
고통이 많아서 고딩
고생이 많아서 고딩이지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먹고 싶은 것도 많지만
참아야 산다는 선생님 말씀
참아야 산다는 부모님 말씀
참아야 산다는 선배님 말씀
그것이 고딩의 아픔이라네
선생님은 몰라요 우리들의 아픔을
부모님은 몰라요 우리들의 고민을
사람들은 모르죠 고딩만의 세상을
우리들은 외계인도 원시인도 아니지만
세상에서 고립된 사람들이죠
고딩만의 세상으로 고딩만의 세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