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습(慣習)과 관행(慣行)
예부터 우리 민족은 동방예의지국으로 지칭되어 왔다. 이웃 간에 작은 것이라도 서로 나누며 정을 내고 살았다. 관혼상제에서 좋은 일이나 궂은일의 대소사에 축하하고 상부상조하며 예의를 갖추었다. 그런 관습이 아름다운 풍습이고 오래 전해온 문화이다.
내가 어릴 때만 하더라도 집안이나 이웃에 결혼이나 상(喪)을 당했을 때 손수 지어 거둔 곡식으로 술이나 음식을 마련하여 부조하며 축하를 하거나 마음을 달랬다. 얼마나 인정스럽고 다정다감한 미풍양속인가. 그러나 오늘날 그것이 지나친 관행으로 변해버렸다. 상부상조의 순수한 의미는 사라지고 마치 거래하듯 부도덕하게 변해버렸다. 우리 사회는 아름다운 관습이 패습으로 부정 청탁의 금품을 수수하는 지경에 이르러 사회 기강의 법과 질서가 무너져버렸다.
이십여 년 전만 하더라도 공직사회의 진급에 있어 금품이 오가고 전근이나 퇴직 시에 전별금이 오가는 관행이 있었다. 그런 악습은 사라졌지만, 청탁의 금품이 오갔다. 그래서 ‘김영란법’이 시행되었다. 그 법은 부정 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에 관한 것으로, 선물도 3만 원 이상이면 청탁으로 여겼다. 그 뒤로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 맑고 깨끗해졌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어두운 곳이 더러 있다. 선거에서 돈 봉투가 오가며 금품이 수수되고 있다. 공직사회에서 인재를 뽑는데 부정부패가 드러나 국민을 우롱하고 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깨끗하고 공정해야 할 선거관리위원회가 부정의 온상이 되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지 않은가. 그러나 우리 사회는 옛날에 비해 관습이나 관행이 타파되어 가고 있다.
우리 사회의 곳곳에 어두운 곳이 있다면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종교계는 깨끗하게 정화되어 아름다운 신앙의 공동체인가 자문해본다. 깨끗하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미흡하다. 신앙공동체가 친교와 화합으로 공동선을 향하고 있다. 그러나 공동체의 구성원이 서로 직분이 다를 뿐 사명은 같다. 그런데 옛 관습과 관행이 아직도 남아 있어 씁쓸한 마음이다. 그것이 과연 하느님 보시기에 합당할까 싶다.
아름다운 사회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능력에 맞게 대우를 받아 불평불만이 없어야 한다. 사회가 금력과 권력이 난무하면 어두워져 부정부패의 싹이 돋아난다. 무심코 던진 돌이 그 누구에게는 큰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해서 구석구석을 비추어 빛이 닿도록 사회 구성원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