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도에 이런 노래가 대힛트를 했습니다. <우린 너무 쉽게 헤어졌어요>라는 대중 가요입니다. 최진희씨가 부른 노래입니다. " 그대의 옷자락에 매달려 눈물을 흘려야만 했나요. 길목을 가로 막고 가지 말라고 애원해야 했나요. (중략) 우린 너무 쉽게 헤어졌어요. 우린 너무 쉽게 헤어졌어요. 한번쯤 다시 만나 생각해 봐요. 너무 쉽게 헤어졌어요" 이런 가사의 노래입니다. 왠 뜸금없이 대중가요 타령이냐고 반문하실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 이상 생각나는 것이 없습니다.
요즘 오는 총선을 앞두고 탈당 러시를 이루고 있습니다. 당연히 공천과 관련해 일어나는 일이겠지요. 총선을 앞두고 각당에서는 이른바 공천위가 구성됩니다. 공천심사위원회 말입니다. 당내 여러 인사가 모여 각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놓고 공천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이른바 대입에서 합격이나 불합격이냐는 결정하는 것입니다. 일반 국민들은 각 당에서 잘 알아서 하겠지 생각하겠지만 속사정은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당대표와 주류 그리고 비주류가 갈려 사생결단의 대결전을 벌입니다. 각 당에서는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소속 정치인들에게 이번 총선에 공천될 것이다 그렇지 않다는 분위기와 기류가 흘렀을 것입니다. 그래서 총선을 앞두고 각 당에서는 이미 이런 저런 잡음이 속출했습니다. 주류 비주류로 갈려서 서로 삿대질을 하고 서로 폭로전을 벌인 것 아닙니까. 그러다가 요즘 진행되는 각당의 공천위에서 결정적으로 공천여부를 정하게 되자 통과되지 못한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탈당 러시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이른바 텃밭이라는 곳에서 더욱 치열한 공방이 벌어집니다. 텃밭지역에서는 공천이 즉 당선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주류에서 밀린 비주류들은 자신의 지역구가 아닌 이런바 험지라는 상대당 텃밭에 출마할 것을 권유받습니다. 비주류입장에서는 그동안 오랜시간 자신의 지역구 관리를 해 왔는데 갑자기 다른 곳으로가서 출마하라하니 사실상 그만 두라는 말과도 같은 느낌일 것입니다. 여야 가리지 않고 이런 상황은 속출하고 있습니다. 주류에 밀려 사실상 당내에서 힘을 상실한 세력들이 당을 나와서 독자적인 당을 만드는 일이 여기저기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부정하고 부도덕한 정치를 쇄신하고 제대로 된 정치를 하는 정당을 만들겠다는 구호를 외칩니다. 그래서 특히 총선을 앞두고 급조된 정당이 한두개가 아닙니다.
그런 신당가운데 요즘 급작스런 통합을 이뤄 관심을 모은 곳이 있습니다. 바로 개혁신당입니다. 더불어 민주당의 원로격인 이낙연씨와 국민의 힘에서 뛰쳐나온 이준석씨가 통합을 이뤘습니다. 이낙연씨와 이준석씨가 공동대표를 맡았습니다. 겉으로 보면 진보성향같아 보이는 더불어 민주당에서 나온 이 공동대표와 보수성향의 국민의 힘에서 나온 이 공동대표는 달라도 아주 달라보입니다. 겉으로 보면 그렇다는 말입니다. 더불어 민주당이 집권했을때 총리까지 역임한 이대표와 현정권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또다른 이대표였기에 세인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도 진보와 보수가 연합해 뭔가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나 보다 그렇게 판단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뭔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구체적인 언급은 자제하겠습니다.
그러다 결국 오늘(2024년 2월 20일) 이낙연 개혁신당 공동대표는 공식적으로 결별을 선언했습니다. 11일만에 결별입니다. 이낙연 공동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신당 통합의 좌절로 국민과 당원 여러분에게 큰 실망을 드렸다면서 부실한 통합 결정이 부끄러운 결말을 낳았다고 밝혔습니다. 이준석 공동대표도 새로운 미래가 더 이상 함께 하지 못한데 대해 참담한 마음으로 국민들에게 사과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정치도 사람이 하는 것인데 서로의 견해가 틀리면 헤어질 수도 있지요. 하지만 이건 아닌 것같습니다. 양쪽 대표들은 그동안 이런 저런 정치풍파를 겪으며 살아온 정치인들입니다. 한쪽은 이제 원로급 인사이고 다른 한쪽은 신진 정치인을 대표하는 사람입니다. 정치 신인들이 아니라는 말이지요. 그러면 서로 상대에 대해 너무도 잘 알거나 상대에 대해 연구를 많이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신중하게 생각에 생각을 한 뒤 결정해 통합을 이뤄냈을 것입니다. 그런데 11일만에 결별한다 이건 좀 심하지 않았나 판단이 됩니다. 뭔가 쫒기듯 결정을 한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게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이런 결과를 낳지는 않았을테지요. 정치가 동네 장기판에서 판 뒤집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물론 양측의 입장이 달라도 많이 다를 수 있었겠지요. 성향이 다른 집단이 만나면 비슷한 점보다 다른 점을 많이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온 국민앞에 당당하게 통합을 선언하고 서로 굳게 포옹했으면 적어도 이번 총선까지는 한 번 가봐야했던 것 아닙니까. 조금 수가 틀린다고 결별을 각오하면 기존의 정치상황과 다른 것이 전혀 없습니다. 아니 신중하게 못했다거나 이럴려고 탈당했냐는 비아냥을 피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무엇이 개혁신당을 갈라놓은지는 정확하게 잘 모르지만 성급하게 추진하는 것은 반드시 성급하게 무너지고 만다는 그 진리를 다시 한번 증명한 것같아 씁씁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같습니다.
2024년 2월 20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