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삼성 .590
장원삼이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습니다. 채태인-박한이-박석민이 차례로 돌아가며 부상을 당했고, 조동찬은 여전히 전력에서 이탈해 있습니다. 외국인투수 클로이드는 아내의 출산을 지켜보러 미국에 다녀온 후 페이스를 완전히 잃어 ERA 13.06을 기록 중이죠. 박석민은 2008년 이후 7년만에 가장 나쁜 타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불펜의 핵 심창민은 부상으로 빠져 3주 넘게 결장 중입니다. 안지만은 5월 중순 허리통증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된 적이 있고 최근에는 김상수마저 다쳤네요.
그런데도 개막 이후 줄곧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NC나 두산에게 하루이틀 자리를 내주고 2위로 내려앉은 적은 있으나 월간 성적이 모두 1위입니다. 피가로-윤성환-차우찬이 로테이션을 철저하게 지켰고 6월 이전의 클로이드가 많은 이닝을 버텨 준 덕분입니다. 4년연속 우승을 차지하는 동안 위기가 아닌 적이 한번도 없었지만, 올해 역시 위기를 스스로 극복해가는 분명한 힘이 보입니다. 모르긴 해도, KBO역사상 가장 전력이 두꺼운 팀이 요즘의 삼성인 것 같습니다.
[2] 두산 .580
에이스 니퍼트가 부상으로 40일 넘게 공을 던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외국인 투수 마야는 ERA 8.17을 찍은 채 퇴출됐고 외국인 타자 루츠는 AVG .111을 기록한 뒤 팀을 떠났습니다. 올 시즌 외국인 복이 가장 없는 팀 중 하나죠. 이용찬은 군대에 갔는데 노경은이 개막 후 한달이 지나서야 팀에 합류했고 이현승도 두달을 결장했죠. 마무리를 맡아줄 것으로 기대했던 김강률은 시즌아웃됐으며 장원준도 5월 중 팔꿈치 통증으로 2군에 다녀왔습니다. 올해 투수진 전력누수가 가장 많은 팀이 바로 두산입니다.
그런데도 두산은 삼성을 꾸준히 위협하며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많이 이겼지만 필승조의 등판이 타이트했던 것도 아닙니다. 마무리 시즌아웃, 외국인 에이스 이탈이라는 초대형 악재 속에서 필승조 윤명준과 오현택은 각각 40이닝 언저리만 던지고 있죠. 215이닝을 막아낸 유희관-장원준 콤비의 힘입니다.
[3] NC .575
외국인 투수가 한 명 줄었고 찰리와 이재학의 페이스가 기대보다 나빴으며 불펜의 핵 원종현과 김진성이 대장암/부상으로 전력에서 빠졌습니다. 하위타순의 핵 권희동은 군대에 갔고, 주전3루수 모창민은 부진했으며 나성범 역시 개막 초반에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4.47을 찍으며 올 시즌 불펜에서의 활약이 기대됐던 노성호는 ERA 14.29라는 최악의 부진속에 전력에서 완전히 빠졌습니다.
그런데도 NC는 시즌 초반 하위권 추락의 아픔을 딛고 3강으로 뛰어 올랐습니다. 테임즈가 팀을 끌어 올렸다고 볼 수 있는데, 그것보다도 선발투수진의 안정, 특히 해커의 역할이 더 큽니다. 밴헤켄-윤성환보다 많은 이닝을 던지고 ERA 전체 2위에 오른 그 해커 말입니다. 해커는 올 시즌 KBO에서 던지는 외국인 투수 중에서 ERA가 가장 훌륭합니다. 그리고 68이닝을 3.80으로 막은 손민한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9이닝당 평균 실점이 3.80이라는 것은, 밴헤켄과 옥스프링, 레일리보다 더 실점 확률이 적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3강]을 형성한 최상위권 팀들이 모두 부상과 주력 선수의 부진으로 고민이 많습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이들은 많이 이깁니다. '원래 더 이겨야 되는데 A선수가 없어서 지금은 잠깐 지는 것'이 아니라, 'A선수가 없지만 B선수가 잘해서 똑같이 이기는 것'이죠. 그 중심에는 모두 [두꺼운 선수층, 그리고 그 선수층을 이끄는 힘 세고 오래가는 선발]이 있습니다.
[주전들이 모두 다 건강하게 나오면] 누구나 강팀이 됩니다. 현재 1위팀도, 중위권팀도, 그리고 하위권팀도 마찬가지죠. 그런데 이 세상에 그런 팀은 없습니다. 선수들은 원래 많이 아픕니다. 아픈 선수가 돌아와도 귀신같이 또 다른 선수가 아프거나 다칩니다. 팀이 이상해서 그런 게 아니라 야구가 원래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주전이 못 나와서 승패가 갈린 게 아니라, 다들 주전이 똑같이 못나왔는데 그 자리를 어떻게 메우느냐에 따라 순위가 달라진 것입니다.
정리하면, 부상과 부진에 발목을 잡히지 않아야 강팀입니다. 부상 선수가 없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부상선수를 적게 만드는 방법은 없습니다. 누구나 다치고 아플 수 있으니까요. 문제는 부상 당한 사람이 있을때 그 자리에 누가 설 것이냐입니다. 장원삼이 매이닝 홈런을 맞고 채태인과 심창민이 2군에 있는데도 이기는 팀이 있는가 하면, 선수 몇 명이 빠지면 그 자리가 바로 공백이 되는 팀도 있습니다. 이 차이를 줄이는 것이 모든 팀의 숙제겠지요.
내가 응원하는 팀도 멀지 않은 미래에 그렇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아파서 쉬거나 재활하는 선수를 오매불망 그리워하며 '어서 돌아오라'고 목빠지게 기다릴 것이 아니라, 비슷하게 강력한 경기력을 가진 사람이 바로 그 자리를 메울 수 있는 그런 팀 말입니다.
첫댓글 그렇네여...우리만 부상선수가 있는게 아니라...다른팀들도 다 부상자들이 있는거네여...그런와중에도 그 부상자들의 공백을 잘 메꾸어 전력누수가 없는 팀이 강팀이 되는거네여...알고는 있었지만...이렇게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시니 참 좋네여...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타팀경기-사정은 아예 큰 관심이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팬심을 빼고 냉정히 보면.. 우리이글스의 사정도.. 결코 좋았다고는 할 수 없겠지요..
여기까지 온 것만해도 정말 대단하다 아니할 수 없습니다.
저 역시도 오매불망.. 우리팀도 김태균의 두께처럼.... 두텁고 위압감 느껴지는 팀이 되길 기다립니다
그리고 혹시 이 시점에서.. "1번선발"님께서.. 팬심을 뺀 객관적인 우리 팀의 전력을 분석해주실 계획은 없으신지요?
한화 야구에 대한 글은 충분히 많이 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1번선발 네 ㅠㅠ;;
요 며칠 송주호 선수를 보니까 백업진들에게도 많은 기회를 주는 게 좋겠습니다. 목전의 승리가 결국 가장 중요한 문제겠지만(프로는 승리해야 등등 하는 분도 있겠지만) 신인급 선수를 자꾸 쓰는것이 주전의 혹사논란에서도 벗어나고, 신인들에게는 기회를 제공하는 이중의 효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신인들을 안 쓰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은 계획적으로 치밀하게 쓰지 못하고 결정적인 순간 무거운 책임을 맞기는거겠죠. 묘하게도 결정적인 순간이 꼭 신인들 타순에서 도래하거나, 신인투수들은 등판하는 순간이 올라갈 투수가 없어서 밀려서 올라가는 경우가 생기더군요. 그래서 야구가 쉽지 않나 봅니다.
두꺼운 선수층을 한화는 언제쯤 갖추게 될까요? 새삼 궁금해지는군요 ㅎㅎ
야수는 야신님코드대로 신인들마니쓰는데
투수진은 혹시시키는걸까요?
냉정하지만 한화는 아직 우승권 전력이 아닙니다 오히려 약팀이라고 보는게 맞겠죠 불펜이 혹사당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과부하 혹은 피로누적은 맞는것 같습니다 한정된 자원으로 경기해야하니 다른 방법은 없는것 같아요 모쪼록 부상이 없길 바랍니다
언급하지 않은 팀중에도 당연히 부상선수들은 존재하고 일부는 우리만 맨날 외국인타자 없다,부상선수 많다는 핑계를 대기엔 맞지 않은거죠.그런 뎁스를 강하게 해달라고 현재 감독을 부른거니 일단 내년에 그런 선수를 기대해봐야겠네요.다만 투수쪽에서는 기대가 되는 선수는 있는데 자주 볼 기회가 없으니 아쉬운 부분이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