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만세살에 서울에 올라 왔다. 어디서 살았는지 기억도 없지만 사진을 보면 군용천막집 아니 집도 아니다. 그런 곳에 살았음을 알수 있다. 그것도 산 중턱에. 천막은 어디서 구했는지 치기도 참으로 잘도 처놨다. 그 앞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마치 부잣집 사람들이 찍은 사진같다. 천막집앞에 양복입고 나는 그럴듯한 잠바입고 또 한복 단정히 입은 어머니와 서 있는 모습은 지금봐도 웃음이 나오지만 매우 귀한 사진이다.
우리의 부모세대는 없이는 살아도 어디 외출하거나 아니면 사진 찍을 때에는 온갓 멋을 다 부린다. 그게 큰 행사이기 때문이다. 집앞 개울에 가면 가재를 잡을 정도로 물이 맑고 빨래하러 청계천에 엄마 따라간 적도 있다. 그러다가 냉면 먹으러 가는 날이면 온 식구가 잔칫날이다. 아버지는 양복에 중절모 쓰고 엄마는 그 뒤를 졸졸 따른다.
지금의 중부시장 쪽 냉면집은 옛날에는 마당이 있는 가정집이었다. 이상하게도 그 모습이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부모님들은 냉면을 드시고 나는 너무 어려서 소고기 국밥인니 뭔지 먹었던 기억이 난다.
전철이 다니던 종로 쪽만 가도 애들이 벌써 귀족처럼 보이고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평화시장은 수도 없이 걸어 다녔고 종로통은 나이들어서도 순대국에 막걸리마시는 천국이었다. 그 중에 이미 세상을 떠난 친구들도 있는 걸 보면 지금까지 살아서 춤추러다니는 것만 해도 복중의 복이다.
첫댓글 나이들어 춤을 춘다는것은 복 받을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