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한 수출… 유일한 버팀목 고환율
원/달러 변동 폭 여전히 커… 외환시장 리스크 유의해야
우리 수출여건이 급속도로 악화된 가운데 업계가 기댈 만한 곳은 예전만 못한 ‘고환율 효과’ 정도다. 그러나 최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과격한 움직임을 계속하는 등 리스크가 커 우리 기업들의 대비가 필요할 듯하다. 10월 수출은 달러 기준으로 524억8000만 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월 대비 -5.7%의 증감률로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그러나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원화 표시 수출금액은 약 75조 원에 달하며 전년 동월 대비 13.7% 성장했다.
지난해 10월 원화 표시 수출금액이 66조 달러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원화 기준으로는 작년 같은 달보다 9조 원이나 더 많은 실적을 올린 셈이다. 이는 지난해 10월 달러당 1182.8원이었던 평균 환율이 올 10월 1426.7원까지 상승했기 때문이다. 원화 기준 기업 수출 실적에도 고환율 효과가 짐작되는 대목이다
김준형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 연구위원은 최근 연구 발표에서 “통상적으로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즉 환율이 상승하게 되면 국내 생산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이며 수출 증가, 수입 감소, 즉 무역수지 흑자 폭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최근에는 수출이 오히려 둔화되고 무역수지는 적자로 전환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이유에 대해 “단기에서는 미국을 제외한 국가로의 수출은 교역국 대비 달러화 환율이 더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글로벌 달러화 강세는 수출 둔화와 무역수지 적자 폭 확대에 기여한다”고 지적했다.
또 “명목가격이 상대적으로 경직적인 단기에서는 한국을 포함한 모든 교역국의 자국 통화 기준 수입품 가격이 상승해 수입수요가 크게 감소했다”며 “특히, 달러 가치가 모든 통화 대비해 1% 상승하는 경우 미국을 제외한 국가로의 수출물량은 0.9% 감소하고, 한국의 수입물량은 0.67% 감소했다”고 밝혔다.
달러 가치가 모든 통화 대비 상승하게 되면 단기적으로 수출입물량이 크게 감소하면서 달러 기준 수출입금액이 모두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중기로 갈수록 그 영향은 점차 약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국제무역이 주로 달러화로 결제됨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원화 가치의 하락이 수출물량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반면, 중기적으로는 가격이 점진적으로 조정되면서 원화 가치의 하락이 수출물량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확대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 상승은 올해 2분기와 3분기 무역적자 폭을 20억 달러 완화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며 “이는 원자재가격 상승, 수출여건 악화 등에도 불구하고 원화 가치가 하락하지 않았을 경우 현 수준보다 더 큰 폭의 무역수지 적자가 발생했을 것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중기적으로는 원/달러 환율 상승에 가격조정 영향이 점진적으로 나타나면서 최근의 글로벌 달러화 강세는 향후 2년간 무역수지 적자 폭을 총 68억 달러 축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올해 들어 급등세를 보여온 환율이 빠른 속도로 내려가기도 하는 등 변동 폭이 큰 부분은 유의할 점이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의 전일 대비 하루평균 변동률을 뜻하는 환율 변동성은 3분기 0.49%로 2분기(0.46%)보다 0.03%p 높아졌는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3%대에 불과했다.
지난 10월 25일 1444.2원까지 올라갔던 환율은 일주일 뒤인 11월 1일 미 연준 FOMC를 하루 앞두고 1410원대까지 내려가며 급락한 바 있다. 2일 FOMC에서 파월 연준 의장이 매파적인 발언을 하면서 환율은 다시 전일 대비 10원가량 올라 1420원대로 올라서는 등 연이어 급등락 움직임을 보였다.
[한국무역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