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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튀르키예 가지안테프 지진
2023년 튀르키예 가지안테프 대지진은 2023년 2월 6일 튀르키예 동남부 가지안테프 인근을 강타한 지진이다. 현지시각 2023년 2월 6일 오전 4시 17분 36초에 튀르키예에서 발생한 모멘트 규모 7.8의 대지진으로, 첫 지진 후 다수의 여진이 발생하였으며 개중 가장 강력한 것은 모멘트 규모 6.7을 기록했다. 이후 첫 지진에서 9시간이 지난 현지시각 오후 1시 24분경에는 모멘트 규모 7.5의 두 번째 지진이 가지안테프 옆 지방인 카흐라만마라슈에서 발생했다. 이 지진으로 튀르키예 남동부 국경지대와 시리아 북부 국경지대가 큰 타격을 입었다.
현지 시각으로 2023년 2월 6일 새벽 4시 17분 36초에 튀르키예 가지안테프도에서 모멘트 규모 7.7의 강진이 발생하였다.
이번 지진은 1939년 12월 27일에 튀르키예 에르진잔에서 발생한 지진과 동급으로, 튀르키예 공화국 성립 이후 발생한 역대 지진 중 가장 강하며 주향이동단층에서 발생한 지진이다. 1999년에 일어난 이즈미트 대지진 이래 24년만에 튀르키예에 최대의 피해를 입힌 지진이 될 것으로 보인다.
1차 강진 이후 규모 7.5의 2차 강진이 발생하여 피해가 더해졌다. 접경 국가 시리아에서도 큰 피해가 일어났으며 레바논, 키프로스, 이란, 이라크, 이스라엘, 이집트 등에서도 진동이 감지되었을 정도로 큰 규모의 지진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지진 직후 이탈리아 연안 전 지역에 지진해일 주의보를 발령하고 해안 지역에 큰 파도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 외에도 알바니아, 크로아티아, 키프로스(북/남키프로스 전 섬), 이집트, 그리스, 이스라엘, 이탈리아, 레바논, 리비아, 몰타, 몬테네그로, 팔레스타인, 시리아, 튀니지, 튀르키예 해안 지역에 지진해일 주의보가 발령되었다가 해제되었다. 심지어 그린란드까지 지진파가 감지되었다.
1차 강진에 미국 지질조사국이 PAGER LEVEL을 RED로 공지했다. 이는 사망자 1천 명 또는 재산 피해 1억 달러(약 1200억 원) 이상이 예상되는 단계이다.
미국 콜로라도 국립지진정보센터에 따르면 아라비아판ㆍ아나톨리아판ㆍ아프리카판 등 세 개의 지각판이 만나는 튀르키예와 그리스는 지질학적으로 '지진의 핫스팟'이다, 그러나 이중에서도 특히 튀르키예의 본토인 아나톨리아는 이 판들의 충돌이 직접적으로 일어나는 곳이었기에 예로부터 유독 지진 피해가 심한 지역이다. 이 지진이 일어난 가지안테프 지역은 튀르키예 영토를 구성하는 4개의 판 중 유라시아판을 제외하고 아나톨리아판, 아프리카판, 아라비아판 3개가 겹치는 곳이다. 이렇듯 가지안테프 지역은 3개의 판이 충돌하는 중점에 위치한 삼합점(Triple Junction) 지역이다.
사실 아나톨리아판 단층선으로 인해 가지안테프 시의 발전은 아주 오랜 옛날인 고대 시절부터 이루어질 수 있었다. 단층선이 있는 곳에는 수많은 천연광맥이 존재하는데, 그 곳에는 공작석 또한 다량 존재한다. 고대 아나톨리아의 청동기 문명이 발전한 이유는 이 지역에서 채굴되는 공작석을 녹여 구리를 추출할 수 있기 때문이었고, 이와 인접한 미노스 문명은 북아프리카 전역에 그 구리를 팔아서 차익을 챙기는 해상무역 국가로서 번영했다. 그러나 판과 단층이 겹치는 곳에 위치한다는 것은 다시 말해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위험에 매우 크게 노출되어 있다는 뜻이고, 2023년 가지안테프 지진 역시 이러한 이유로 발생했다.
그러나 지진 전문가들도 이런 경우는 없었다고 말할 정도로 이번에는 다른 지진과는 달리 동시다발적으로 피해가 발생했으며, 그동안 지진의 위험은 있었지만 이 정도의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지 않은 동아나톨리아 단층에서 처음 발생한 대형 지진이라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이번 지진이 발생한 지역은 지진학적으로 아나톨리아에선 비교적 지진 활동이 적은 지역이다. 1970년 이후 이 지진 진앙에서 반경 250 km 이내에 규모 M6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 때는 단 세차례이다. 이 중 가장 큰 규모 M6.7의 지진은 2020년 엘라지 지진으로 본진이 발생한 진앙의 동북쪽 너머에서 일어났다. 이 세 지진 모두 동아나톨리아 단층대 위에서 일어났거나 바로 인근에서 일어난 지진이다.
즉 이번 지진이 일어난 곳은 이번처럼 큰 지진 활동은 거의 없었던 곳이었지만, 그 외 터키 남부와 시리아 북부 지역은 역사적으로 강한 규모의 지진이 덮쳤던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즉 지진 자체가 이 인근에서 특이한 부분만은 아니다. 지진의 매커니즘과 진앙은 동아나톨리아 단층 혹은 사해 변환단층 대에서 발생하는 지진들과 유사하다. 동아나톨리아 단층에선 튀르키예 지역을 에게해판 방향으로 서쪽을 향해 밀고 있으며, 사해 변환단층은 아라비아판을 유라시아판과 아프리카판의 북쪽으로 밀고 있다.
본진이 일어난 동아나톨리아 단층은 아라비아판과 아나톨리아판이 서로 부딪히는 곳으로 총 길이 약 700km의 주향이동단층이다. 이 단층은 동쪽에서는 1년에 약 10mm씩, 서쪽에서는 1년에 약 1-4mm씩 미끄러지며 이동한다. 튀르키예 남부에 있는 좌향 주향이동단층의 북부는 14차례 대지진이 일어났던 단층이다. 가장 강력했던 두 지진은 1822년과 1872년 두 차례인데, 1872년 아미크 지진의 경우에는 최소 1,800명이 지진으로 사망했다. 그 외에 일어났던 대지진으로는 115년 안티오키아 지진, 526년 안티오키아 지진, 587년/1170년 시리아 지진, 1822년 지진으로 각 지진으로 수만에서 수십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USGS에 따르면 파열된 단층의 길이는 약 190 km, 폭은 약 25 km로 파악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국왕 과학기술대학교의 한 교수는 이번 지진으로 파열된 단층 길이가 최대 300 km라고 추정했다. 본진의 규모는 1939년 에르진잔 지진과 같은 튀르키예 역사상 가장 강한 규모의 지진이며, 전 세계적으로도 2021년 사우스조지아 사우스샌드위치 제도 지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지진이다.
튀르키예
2월 6일 저녁,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튀르키예에서만 912명이 숨지고 5,383명이 부상당하고 2,818채의 건물이 무너진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최소 2,317명이 사망하고 13,293명이 부상당했으며 3,471채의 건물이 파괴되었다.
이번 지진은 터키 국민소득의 약 10분의 1이 발생하는 지역을 강타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가지안테프와 하타이(이스켄데룬, 안타키아), 말라티아, 카흐라만마라쉬, 아드야만, 샨르우르파, 킬리스, 아다나, 디야르바크르, 오스마니예, 카이세리, 엘라즈으, 시바스 등에서 심각한 피해가 보고되었다. 카흐라만마라쉬, 말라티아, 아드야만, 아다나 등지의 공항이 파손됐으며 고속도로도 일부 부서졌다.
2월 7일 집계로는 터키 전역 총 10개 주에서 6,217채의 건물이 붕괴되었다.
아드야만과 디야르바크르에서는 대부분의 건물이 붕괴되었다.
오스마니예주 주지사는 주 안에서만 총 34채의 건물이 붕괴되었다고 보고했다.
말라티아에서도 최소 300채의 건물이 붕괴되었다. 말라티아 에르하치 공항도 공항 터미널 천장이 일부 붕괴되는 피해를 입었다. 말라티아의 13세기부터 이어진 모스크 건물도 붕괴되었다.
하타이주에서는 최소 1,200채의 건물이 붕괴되었고, 특히 병원과 항구 등이 일부 붕괴하는 등 기간시설의 피해가 컸다. 하타이 공항의 활주로도 갈라지는 피해를 입었다.
안타키아에서도 큰 피해가 발생해 건물 수백 채와 병원이 붕괴되었다. 안타키아의 귀젤부르치 지구에서만 수십 채의 건물이 붕괴되었다.
이라크와 아제르바이잔산 원유가 해외로 나가는 관문인 튀르키예 남부 제이한항의 BTC 수출 터미널 가동이 중단되었다.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도 이라크 북부 키르쿠크 유전과 제이한을 잇는 송유관 가동을 중단했다.
이번 지진으로 진앙지에서 가장 가까운 가지안테프는 도시 대부분이 파괴되었으며 계속되는 여진에 시달려 도시 전체가 혼란 상황에 빠져 있다. 2월 7일 기준으로 해당 지역은 영하 6도까지 내려간 것으로 관측됐다. 구조대원들은 24시간 넘게 구조 작업에 투입된 가운데 일부는 탈진 상태를 보이고 있다. 거리 곳곳은 지진 피해 현장을 벗어나려는 사람들로 일대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알자지라 방송은 "지진 이후 자동차 수천대가 목적지도 없이 거리로 나왔다. 사람들은 빵 한 조각을 구하기 위해 수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튀르키예 당국은 지진 피해 지역을 벗어나려는 사람들로 교통 체증이 발생하고 있다며 도로로 나오지 말 것을 당부했다.
가지안테프는 오래된 역사를 지닌 유서 깊은 도시이기 때문에, 문화재 피해도 심각했다. 대표적으로는 동로마 제국 시기 건설된 유적인 가지안테프 성이 파괴되었다. 또한 가지안테프 성과 인접한 17세기 건물 시르바니 모스크의 돔과 동쪽 벽 일부도 무너졌다.
첼시 FC, 뉴캐슬 유나이티드 FC 등에서 활약했던 가나의 축구선수 크리스찬 아추(現 하타이스포르 소속)가 머물던 건물이 무너지며 잔해 속에 파묻혀 실종되었다. 현재 구출되었다는 보도가 있었으나, 하타이스포르 감독의 말과 팀 동료인 케림 알르즈에 의하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7일 오후 3시 이후의 보도에서는 구출되어 병원으로 이송되었다고 한다.
규모 4 이상의 여진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곳곳에서 건물이 붕괴되고 있다. 또한 대규모 정전, 영상 3도의 추운 날씨, 눈, 비, 강풍 등의 악천후에 통신망이 끊기고 교통망도 손상된 곳이 많아 구조 및 수습 작업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악조건에 매몰자 뿐만 아니라 집을 잃은 사람들의 건강도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튀르키예 전역의 학교에 일주일 간 휴교령이 내려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주일간의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했다. 그리고 "12일 일요일 해가 질 때까지 전국과 해외 공관에서 조기가 게양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전국에 휴교령을 내렸다.
튀르키예 아타튀르크 댐에 큰 균열이 다수 발생하여 언제든 댐이 무너질 가능성이 있게 되었다. 아타튀르크 댐은 전세계 3위의 저수량을 가진 면적으로, 해당 댐이 붕괴될 경우 최소 댐 인근 30제곱킬로미터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 더욱이 큰 부차적 피해가 우려된다.
미 지질조사국은 6일(현지시간) 관련 보고서에서 이번 지진에 따른 튀르키예의 경제적 손실이 최대 GDP의 2%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USGS는 손실이 10억~100억 달러에 이를 확률을 34%로 가장 높게 봤으며, 100억~1천억 달러일 확률을 30%로 예상했다. 뉴욕 타임스도 이 지진으로 튀르키예와 시리아가 더 큰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이날 튀르키예 리라화는 장중 한때 신저점을 기록했고 주식시장은 폭락했다. 일부 종목은 거래도 중단됐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의 엠레 페케르 유럽 국장은 보고서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진의 경제적 타격을 제한하기 위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 같다"면서 "새로운 신용완화 조치뿐 아니라 대규모의 직접적인 재정 지원 등 구호 조치가 뒤따를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피해가 큰 남동부 지역은 경제적으로 가장 낙후된 곳 중 하나로 1천 500만 지역 주민은 지진으로 목숨은 아니더라도 평생 모은 돈을 날렸다며 "삶과 경제는 멈출 것이고 사업이 다시 시작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해 현황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진으로 많은 건물이 파괴된 가운데 구조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앞으로 사상자 수가 8배나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캐서린 스몰우드 WHO 유럽 담당 선임 비상대책관은 AFP 통신에 "불행하게도 지진이 발생할 때마다 매번 같은 일이 일어난다"며 "초기 보고된 사상자 규모가 그 다음 주에 크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잔해에서 더 많은 희생자를 발견하게 될 경우 사망자가 최대 8배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발언 당시 사망자의 규모가 3000명 가량이었던 것을 감안할 때 일주일 뒤 2만명도 넘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시리아
AFP 통신에 따르면 시리아에서도 최소 560명이 사망했다고 현지 당국이 발표했다.
알레포와 라타키아, 하마, 아자즈(반군 점령 지역)에서 다수의 건물 붕괴가 발생했다. 이들리브도 지진의 영향권 내에 있었다.
기원전 16세기에 최초로 건설되어 13세기까지도 전략적 요충지로 기능했던 순수 아랍 성채의 백미로 꼽히는 알레포 성채가 크게 훼손되었다.
사상자가 발생한 북서부는 10년 넘는 내전으로 고향을 잃은 피난민들이 밀집한 지역인데다 강추위, 눈, 폭풍우 등 악천후까지 겹쳐 구조 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오랜 내전으로 건물들이 손상돼 있었다는 점도 피해를 키웠다.
최소 1,293명이 사망하고 3,411명이 부상당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