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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덥다 더워". 최근 국민연금 등 국민들을 ´열´받게 하는 핫이슈가 뒤엉킨데다 때아닌 ´찜통더위´까지 기습하자 시민들이 여의도 한강둔치 원효대교아래 그늘로 피신해 있다. |
대한민국이 들끓고 있다. 정치부터 경제, 일반 실생활에 이르기까지 무엇 하나 시원한 모습을 찾기 어렵다. 국민은 당연히 ´열´ 받아 있다. 가뜩이나 기온까지 30도를 웃도는 때아닌 ´찜통더위´가 기습해 국민의 열은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기온이야 자연현상인데다 다시 예년기온으로 내려간다고 하니 그나마 위안이지만 일종의 ´인재(人災)´가 덮친 정치 등 거의 모든 분야들은 국민들의 열을 식게 해 줄 조짐조차 보이지 않는다.
´2004년 6월 들끓는 대한민국, 열받는 대한국민´들의 실상은 인터넷의 게시판이나 토론방 등에서 쉽게 발견된다. 국민의 목소리를 전체는 아니라도 대략적이나마 확인 가능한 이들 인터넷 여론마당은 요즘 네티즌들의 ´뜨거운 숨´으로 ´헉헉´대고 있다.
국민들을 ´직접´ 더위 먹게 하는 실상중 분야별로 ´5대 주범´만 간추려 본다.
◇정치
후임 총리 임명 혼선 = 지난달 14일 탄핵기각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한 것을 기점으로 정치분야에서 ´더위´가 몰려왔다. ‘김혁규 총리카드’를 둘러싸고 여야 공방이 치열하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김혁규 전경남지사의 총리 지명을 고집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문제는 여야 충돌을 넘어서 여권내 영남세력 대 호남세력, 청와대 대 열린우리당 등의 새로운 전선을 형성, 연일 ‘뜨거운 감자’로 달아오르고 있다.
◇경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오락가락 = 지난 3일 강동석 건설교통부장관이 분양원가 공개보다 원가연동제가 집값 안정에 더 유효하다는 논리를 공표한 이후 국민의 어지럼증을 가중시키는 불덩이다. 사실상 분양원가 공개 백지화를 의미하는 정부 발표에 대해 비난여론이 쏟아지자 이를 지난 총선공약으로 내세웠던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확정 방침´이 아니라며 황급히 발을 뺐다.
하지만 지난 1일 당정협의에서 이미 결론난 것이라는 정부측의 반박이 이어지고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도 목소리가 갈라지는 등 갈짓자 걸음은 계속될 전망이다.
◇사회
국민연금 땜질 처방 = 지난달 초 한 네티즌이 ´국민연금의 8대비밀´이란 제목으로 국민연금의 문제를 세상에 공개한 것을 기해 전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 고 있는 핫이슈다. 더욱이 무소득자와 신용불량자, 생계곤란자 등에게 납부를 강요하지 않는 것을 내용으로 보건복지부가 3일 발표한 국민연금 개선 방침은 불난데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됐다.
특히 "우리는 봉 맞다"는 직장인 가입자들의 자조섞인 한탄을 위시해 ´땜질처방´ ´미봉책´ 등 비난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에따라 5일 오후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국민연금 폐지´를 촉구하는 ´촛불 시위´가 벌어질 예정이어서 시위 참가자들은 ´촛불´때문에 한층 열받게 됐다.
◇스포츠
허우적대는 ´국민 스포츠´ 축구 =축구대표팀은 지난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터키와의 1차 평가전에서 0-1로 패배, ´국민스포츠´에서 그나마 한줄기 소나기 같이 시원함을 맛보려던 국민의 ´화´를 더했다. 축구를 통해 시원해 지고 싶었던 국민의 욕구는 높은 시청률에서 읽어낼 수 있다. 시청률 조사회사인 TNS미디어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50분 KBS 2TV를 통해 중계된 한국대 터키전의 시청률은 최근 4주간 같은 시간대 평균 시청률(8.3%)보다 두배 이상 높은 19.7%를 기록했다.
그러나 ´축구 너 마저´라는 외침이 나올 정도로 한국은 지난 3월31일 월드컵 예선 몰디브전 이후 A매치에서 2무1패를 기록한데다 3경기 연속 무득점의 부진에 빠졌다. 더욱이 한달 반동안 공석중인 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도 우선협상자인 브뤼노 메추 감독 카드가 백지화되면서 ´결론´을 내기까지 진땀 좀 나게 생겼다.
◇기온
한여름 ´찜통 더위´ 기습 = 자연도 안 도와 준다. 아니 도움은 커녕 국민들의 피부속까지 뜨겁게 할 정도다. 서울의 수은주는 6월초 최고기온 평년치를 5-7도 가량 훌쩍 넘어 지난 2일 30.6도까지 올라가 올들어 처음으로 30도를 넘어선데 이어 3일 오후 3시 32.4도를 기록하는 등 연일 최고기온을 경신하고 있다.
이에따라 4일에는 전국 곳곳에 오존주의보가 발령됐다. 오존농도가 높아지면 눈과 목이 따가움을 느끼게 되고 기도가 수축돼 숨쉬기도 힘들어진다. 국민들로선 그야말로 엎친데 덮친 격이다. 그나마 자연은 인재와 달리 ´정´이 있어 다행이다. 기상청은 오는 7일 10㎜ 가량의 비가 전국적으로 내리면서 더위가 꺾일 것으로 예보, 위안을 안겨줬다.
이들 5가지 이외에도 국민들을 ´열받게´ 하는 현상이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이라크 파병및 주한미군 감축 논란´이란 굵직한 사안부터 실생활과 직결된 ´정지선 위반 일제 단속´등의 사안에 이르기까지 얼추 제목만 눈에 들어와도 더운 문제가 하나 둘이 아니다.
"땜질 처방, 그것도 대책이라고 발표하나, 국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고 있어" 정부의 국민연금 개선 대책과 관련, 4일 인터넷 포탈사이트 야후의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한 네티즌의 글은 2004년 6월 대한민국 국민들의 ´열받고´ 있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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