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 본문내용
|
다음검색
[2008-03-10 14:35:01]
|
지난 해 KBS를 통해 영화 ‘타이타닉’을 봤다. 선상에서 만난 젊은 남녀들의 사랑에 관한 멋진 영화였다. 그들은 배 위에서도 아름다운 사랑을 나눴고, 결혼까지 성공해서 행복한 삶을살았을 것이다. KBS에서 ‘엽기적인 그녀’도 시청했는데, 이는 꽤 슬픈 이야기였다. 매우 터프한 소녀가 한 남자를 만났고 사랑에 빠졌다. 그러나 그들은 너무 늦게야 자신들이 사랑했다는 것을 깨달았고, 다시는 만날 수 없었다. 멋진 커플이 됐을 것 같지만 그러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아내에게 저 영화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자 그녀는 “그들은 다시 만나게 된다구요”라고 대답했다. 내가 다시 “무슨 얘기야, 내가 영화를 TV에서 봤는데!”라고 하자 아내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내게 영화의 DVD를 보여준다. 맙소사, 아내의 이야기가 맞았다. 깜짝 놀란 나는 대여점에 가서 타이타닉 DVD를 빌려온 뒤, 타이타닉 호가 가라앉지 않았다는 사실에 경악하고 만다! 물론 위의 이야기들은 가상의 사건이다. 나는 ‘타이타닉’을 다시 DVD로 빌려 보며 스스로를 고문하지 않으며, 방송국이 러닝 타임 90분의 영화를 85분까지만 상영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만약 그러한 일이 일어난다면 이는 정말 말이 안 되는 해프닝이 될 것이다. 그러나 지난 토요일, 포항과 전남의 K리그 개막전을 시청하던 축구 팬들은 이러한 일을 실제로 겪어야만 했다. 팬들은 인터넷을 통해 경기 결과를 확인하지 전까지는 경기가 1-1로 끝났다고 믿었을 것이다. 방송국이 (그것도 공영방송법인이) 경기 종료 5분 전에 축구 중계를 자른다? 이는 실로 엄청난 일이었다. 나 역시 스포츠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 사건은 KBS의 스포츠 리포터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이는 방송 스케줄을 만든 KBS 관리자들의 책임이었다. 일생을 통들어 축구 중계가 이렇게 끝나는 것을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경기를 끝까지 보여줄 수 없다면, KBS는 애초에 중계를 말았어야 했다. 제대로 하거나 아예 하지 말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송국의 태도는 한국 축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K리그는 팬들을 더 끌어 모으고 리그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TV 방송국의 지원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지난 토요일에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라이브 스포츠 중계는 말 그대로 살아있는시간이다. 그 누구도 모든 경기가 정해진 스케줄대로 진행되리라는 장담을 할 수는 없다. 아스날 스트라이커 에두아르도의 다리가 부러졌던 경기에서 9분의 추가 시간이 주어졌던 것을 여러분도 기억할 것이다. 그 때 방송국이 만약 경기가 길어졌다고 중계를 잘랐다면, 잉글랜드에서는 아마 커다란 소동이 일어났을 것이다. 2008 시즌의 첫 경기였고, K리그 챔피언과 FA컵 우승팀이 맞붙는 의미 있는 한 판이었다. 이날 경기를 통해 K리그를 처음 접했던 어린이들도 있었을 텐데, KBS는 과연 그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했을까? 나는 잉글랜드 출신이지만 프리미어리그의 경기는 매 주말마다 4~5 경기씩 중계되고 있는데, 3개월 만에 열리는 K리그의 빅매치가 이러한 취급을 받았다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 각종 스포츠 매체들은 축구 시즌의 개막을 알리기 위해 여러 가지 분석과 전망을 내놓으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공영 방송국은 개막전 하나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슬프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다. 이렇게 축구를 소홀히 대하는 KBS가 2010년 월드컵 때도 비슷한 태도를 보여줄까? 물론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월드컵이 다가오면 KBS는 한국 축구의 모든 것을 다 보여주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할 것이다. 포항은 경기 종료 직전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렸다. 이 골은 당시에 TV 중계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을 강조해 주는 역할도 했다. 개인적으로, K리그 연맹에서 KBS에게 강력한 항의를 했으면 좋겠다. 공영 방송이 국내 리그를 이렇게 존중하지 못한다면, K리그의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일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 http://cafe.empas.com/duerden 번역: 조건호 (스포츠 전문 번역가) |
첫댓글 잘 봤습니다. 듀어든 씨의 말에 완전 동감합니다!!!
국민의 방송 캐백수
한국에서 중계방송자르기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닌듯!! 정말 실망했습니다 KBS;;
K본부뿐만아니라 M본부 S본부 관행처럼 항상 중계방송관계로 여기서 마친다고 볼때마다 정말 짜증만난다..엑스포츠가 중계권독점하니깐 시청자들선동해서 난리블루스 출때는 언제고.. 하여튼...
듀어든씨의 순전히 당연한 말을 기사로 읽고 있다는 현실이 참으로... 쩝.. 한마디 덧붙이자면.. 여기는 한국입니다... 여태 시청자가 그 부분에 대해 10년 넘게 따지고 있지만 콧방귀조차 안뀌는 방송사들... 이걸 우째 해결해야 할지요.. 앞으로 자주보시겠네요.
프로축구연맹이 안되면 우리가 직접 항의해야겠네.. 소비자를 물로 보고... 근데 뭐 이거 한두번 있는 일인가..?? 진짜 짜증나는거 뭐만 하면 정규방송이래........ 그럴꺼면 보여주지마
듀어든은 처음이구나. 한국인들은 꽤 자주겪어본 일인데.
너무 자주 일어나서 잘못된건지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ㅜㅜ
그냥 화만나고 짜증만난다.. ㅠ.ㅠ
삭제된 댓글 입니다.
미수다에서도 누가 그러더군요...한국에서겪은 이해할수없는 것 인가? 스포츠 중계 중간에 끝나는거 라고...
브로닌이요..^^
우리나라 방송국 횡포에... 이제는 적응이... ㅋㅋ;
아무리 경기시작이 지연되긴 했다지만...진짜 짤라먹기는....에휴..
삭제된 댓글 입니다.
왜 연맹이 사과하는지 이해가 불가능합니다. 제가보기엔 연맹이 잘못한게 없는데 ㅡ;
개비에스 개념상실
이제는 적응이 되었는데... 나처럼 영상 편집하는 사람은 OTL.. 간신히 영상구한 1人
불과 얼마전까지만해도 psb(?)는 전반은 생방하고 후반은 뉴스후 녹방을 틀더군요;;;;;;;;;;;; 이런 나라가 세상에 어디있담 완전 개그 아님니까????????????????????
왜 이렇게 조용하지 라고 생각했는데 저 얘기가 결국 외국인의 입에서 나오는군...
이게 뭐 한두번 벌어진 일인가, 정말 한심하고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