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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셋 엄마하나] 11
S#1. 세 남자의 집 거실 (밤)
경 태 : 하선아, 잘 들어? (자기, 수현, 광희 순으로 가리키며) 아빠, 대디, 파파! 아빠, 대디, 파파! 이제 안 헷갈리지?
해봐. 아빠, 대디, 파파...!
이때 언제 들어 왔는지, 삼겹살을 사들고 들어온 나영이 이런 세 남자를 보고 있다.
나 영 :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아빠, 대디, 파파라니요...?!
놀라서 돌아보는 세 남자.
광 희 : (놀라서) 나, 나영씨... 언제 왔어요?
나 영 : (신발 벗고 들어서며) 방금이요... 그런데 지금 우리 하선이한테 그게 무슨 뜻으로 하신 말씀이세요?
순간 얼어붙은 듯 아무 말도 못하고 서로 눈치만 보는 세 남자.
갑자기 나영을 향하며 일제히 입을 연다.
경 태 : (동시에, 올 것이 왔구나!) 사실은 요...
수 현 : (동시에) 조기교육...
광 희 : (동시에) 아빠놀이...
각자 다른 말이 나오자, 난감해서 멈추며 서로 눈치만 보는 세 남자.
나영, 의아해서 세 남자를 번갈아 본다.
나 영 :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경 태 : (동시에, 정말 올 것이 왔구나!!) 실은 요...
수 현 : (동시에) 영어공부...
광 희 : (동시에) 아빠놀이...
광희와 수현, 놀라 경태를 쳐다보는데, 경태의 표정은 결연하다.
나 영 : (단호하게) 두 분 말고. 경태씨가 말씀해주세요.
광희와 수현, 놀란 얼굴로 나영과 경태를 번갈아 보는데, 경태는 곧 비밀을 말할 태세다.
경 태 : (진지하게) 사실은... 우리 셋이서요...
광희와 수현은 조마조마한데, 경태의 대답을 기다리며 쳐다보는 나영.
경 태 : 우리 셋이서... 하선이한테... 아빠 노릇을 조금씩 나눠서 하자는 뜻에서... 그런 겁니다.
나 영 : 네...? 아빠 노릇이요...?
경 태 : (진지하게) 실은 제가 아빠 없이 자랐잖아요... 광희도 그렇고...
나 영 : (경태와 광희를 힐끗 보면) ...
경 태 : 어렸을 땐, 아빠 있는 애들이 젤로 부럽더라구요. 아빠하고 축구하고, 아빠하고 목욕탕 가고, 아빠하고...
광 희 : (눈치 살피며, 슬쩍) 난 친구랑 싸웠는데, 그 놈이 자기 아빠 끌고 올 때가 제일 서럽던데...
나 영 : (안쓰럽게 보며) 그래요...?
경 태 : 그래서, 하선이한테 만큼은 아빠가 없다는 걸 느끼지 못하게 하고 싶었어요...
괜히 우리 때문에 마음이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나 영 : (내심 감동한) 어머, 아니에요... 저는 그런 것도 모르고...
나영이 코끝이 찡한 듯 고개 숙이고 코끝을 만지자, 눈치 보며 스리슬쩍 자리 피해 일어나는 세 남자.
나 영 : 저기요!
세 남자, 화들짝 놀라 돌아보면.
나 영 : 안 드실 거예요? (들어 보이며) 삼겹살?
경 태 : 아 먹어야죠... 삼겹살.
광 희 : (봉지 받아들며) 아 맛있겠네!
수 현 : (잽싸게 주방으로) 팬이 어딨드라?
주방으로 들어가더니, 괜히 우왕좌왕하는 세 남자.
경태는 칼자루를, 광희는 절구공이를, 수현은 냄비를 들고 허둥댄다.
S#2. 서민 주택가 골목, 봉고차 안 (낮)
한 허름한 가정집 대문을 보며 잠복중인 형사들.
경태는 혼자 눈에 새초롬하게 힘주고 못마땅한 듯 생각에 잠겨있다. 입매에까지 힘이 들어가는 경태.
- 인서트 -
세 남자가 하선을 가운데 두고 서로 자기에게 오라고 부르던 장면.
광희에게 가서 안기는 하선. 행복해하던 하선과 광희의 모습.
경 태 : (E) 하선이가 두 번 다 광희 그놈한테 갔다 이거지...?
(갑자기 박형사를 보더니) 저, 박 형사님. 핏줄이라는 게 진짜 서로 땡기고 그런 겁니까?
박형사 : 그럼. 그러니까 우리가 여기서 잠복하는 거 아니야! (한 집을 주시하며) 아무리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놈이라도
아버지 제사 때는 반드시 나타나게 돼 있어...!
경 태 : 아니, 그게 아니구요... 서로 부모 자식인 줄 모르는 사이에도 왠지 끌리냐 이거죠...
박형사 : 당연하지. 피라는 게 자석 같은 건데!
경 태 : 자석이요...?
박형사 : 그래. 아무리 멀리 떨어뜨려놔도 자식은 꼭 부모를 찾아오게 돼 있어.
경 태 : (찜찜한 듯) 그래요...? (E. 혼잣말) 앞으로 일찍일찍 퇴근해서 집에 가자. 광희 그놈한테 애를 많이 맡겨두면 안돼!
이때 야구 모자를 쓴 수상한 남자가 주변을 살피며 집으로 들어간다.
박형사 : (나직이) 저 봐... 나타났다...! 잡어!
일제히 문을 열고 튀어 나가는 경태와 형사들.
S#3. 수피아 건설 리서치 T/F팀 사무실 (낮)
급여명세서를 펼쳐보는 나영.
기본급, 연장수당, 월차수당 등 항목들이 쭉 보이고, 그 옆 특별성과급 란에 1,586,570원이라고 찍혀있다.
눈이 휘둥그레져서 보는 나영.
나 영 : (E) 뭐지? 뭐가 이렇게 많이 나왔지...? 내가 잘못 봤나?
다시 눈 비비며 들여다보는 나영. 분명히 특별성과급 포함 350만원이 넘는 돈이 수령액이다.
나 영 : (E) 분명히 뭔가 착오가 있는 거 같은데...? 이걸 얘기해, 말어...?
힐끔 찬영을 돌아보는 나영.
찬 영 : (나영의 시선을 느끼고) 왜요? 나한테 뭐 할 말 있어요?
나 영 : 아, 아뇨...
계속 고심하다가, 안 되겠는지 급여명세서 들고 찬영에게 가는 나영.
나 영 : 저기 팀장님... 여기 제 봉급에 착오가 좀 있는 거 같은데요...?
찬 영 : 그래요? 어디 봐요.
나영이 내민 급여명세서를 들고 보는 찬영.
찬 영 : (읽는) 기본급... 연장수당... 특별성과급... 뭐가 착오가 있단 거죠?
나 영 : (손가락으로 짚으며) 여기 특별성과급이...
찬 영 : 그게 뭐요?
나 영 : 좀 많은 거 같아서...
찬 영 : 아, 이거 예전에 울산 모델하우스에서 나영씨가 제안했던 아이디어 있잖아요?
나 영 : 아, 팀장님이 훔쳐갔던...?
찬 영 : (또 그 소리냐는 듯 벙 찐 표정 짓더니) 그 아이디어, 회사에 보고했더니 나영씨 앞으로 특별성과급이 나온 거예요.
나 영 : (좋아하며) 그래요...?
찬 영 : (명세서 내밀며) 어쨌거나, 난 아이디어 훔쳐간 사람 아닙니다.
나 영 : (오바하며) 그럼요...! 아니? 누가 팀장님한테 아이디어를 훔쳐갔다고 그래요? 누가?
다시 자기 자리로 가더니, 열심히 보고서를 만드는 나영.
찬 영 : (서류 챙기며) 오늘 저녁엔 전체 회식을 좀 할까요?
나 영 : 전체 회식이요?
찬 영 : 네. 태스크 포스 팀 전체 회식.
나 영 : (주변 둘러보고는 어이없어) 저랑 팀장님이랑 둘인데... 요?
찬 영 : (안다는 듯) 네. (서류 챙겨 일어서며) 그럼 송나영씨가 회식자리 좀 미리 예약해 놔요. (나간다.)
나 영 : 예약이요...? (나가는 찬영을 보며, 어이없다는 듯) 둘이 가는데 무슨 예약이야? 자리 많은데 아무 데나 가면 되지?
S#4. 백화점 유아용품 코너 (저녁)
유아용품을 구경하고 있는 나영.
나 영 : (구경하며) 보너스도 받았겠다... 우리 하선이한테 선물 좀 사줘야겠다...! 뭘 사주지...?
이때 그런 나영을 눈여겨보고 있던 점원이 다가 온다.
점 원 : 아기가 몇 개월이세요?
나 영 : 돌 조금 지났어요.
점 원 : 그럼, 카시트는 구입하셨어요?
나 영 : 네, 있어요...
점 원 : 아이 데리고 외출하시려면 휴대용 유모차도 필요하실 텐데...?
나 영 : 그것도 있는데...?
점 원 : 그럼, 아기 그릇세트는 어떠세요?
나 영 : 그것도... (주변 둘러보며, 혼잣말) 삼촌들이 다 사줘서, 뭐 사줄게 없네...?
그러다 갑자기 새삼 가슴이 찡해지는지, 고마운 표정이 되더니,
나 영 : (혼잣말) 그래... 삼촌들 걸 사자...! 근데 남자들은 뭘 사줘야 되나...?
멀리 다른 매장을 둘러보는 나영.
S#5. 삼겹살 집 안 (밤)
소주잔을 들어 건배를 청하는 찬영.
찬 영 : 자! 수피아 건설 리서치 태스크 포스 팀을 위하여.
나 영 : (잔 마주치며) 위하여...
건배를 하고는 반쯤 마시는 나영. 술맛이 쓴지, 살짝 얼굴 찌푸린다.
나 영 : 아! 써!
찬 영 : (나영을 보고) 술 못해요?
나 영 : (잔 내려놓으며 무심결에) 원래 잘하는데, 애 낳고 기르다 보...
말하려다 말고 깜짝 놀라는 나영.
찬 영 : (의아한 표정으로 나영 보며) 뭘.. 낳고... 뭘, 해요...?
나 영 : (당황하여) 어, 그게... 어... (얼른 말 돌려) 애 낳고 기르는 엄마들하고만 어울려다녔더니,
통 술 마실 기회가 없었다구요... 제 친구들이 다 시집가서 애를 키우고 있거든요...
찬 영 : (뭔가 미심쩍지만) 그래요...?
나 영 : 대한민국 애기 엄마들 진짜 불쌍하다니까요. 애 보랴, 가정 꾸리랴...?
애 있다 그러면 취직도 잘 안 되고, 멀쩡히 잘 다니던 회사 짤리기나 하고...
찬 영 : 그래서 그런가...?
나 영 : 뭐가요?
찬 영 : 송나영씨가 지나갈 때마다, 어디서 아기 냄새 같은 게 나거든요?
나 영 : (놀라) 아기 냄새요...?
찬 영 : 난 그래서, 요즘 아기냄새 나는 향수가 있다고 하더니, 그걸 쓰나보다 했는데...
애기 낳은 친구들하고 자주 지내서 그런가 보네...?
나 영 : 네, 맞아요. 그런가 봐요... 헤헤...
찬 영 : 참 좋던데...
나 영 : 네? 뭐가요?
찬 영 : 아기냄새 말이에요.
나 영 : 아... 좋긴요...! 그래야, 아줌마 냄새죠, 뭐. 아줌마 냄새...!
당황한 걸 숨기려 괜히 한 잔 쭉 마시는 나영.
나 영 : 캬...! 모처럼 한 잔 했더니 짜르르 한 게, 핑 도네...? 자, 팀장님도 한잔 하세요.
찬영에게 술병을 내미는 나영.
S#6. 수현의 회사 화장실 (밤)
혼자 거울을 보며 목에 붕대를 감는 수현. 목이 졸리는지 캑캑댄다.
수 현 : 목은 이만하면 됐고... 팔도 좀 다쳐야 하지 않을까...?
거울 보며 자기 팔에 압박붕대를 감기 시작하는 수현.
S#7. 동 증권회사 엘리베이터 (밤)
엘리베이터 안에 비치는 자기 모습을 보고 있는 수현. 목과 팔에 붕대를 감고 있는 수현의 몰골이 우스꽝스럽다.
수 현 : (혼잣말) 너무 많이 감았나...?
이때 엘리베이터가 멈추더니 이사가 탄다. 수현을 보고 깜짝 놀라는 이사.
이 사 : (놀라) 아니...? 한대리...? 교통사고 당했어?
수 현 : (좋아하며) 제가 정말 교통사고 당한 것처럼 보이나요...?
이 사 : 그럼 이 사람아! 어디서 이렇게 많이 다쳤어?
수 현 : 아니에요. 이사님. 저 아무렇지도 않아요...!
씩 웃어주는 수현. 하지만 목에 감은 붕대 때문인지 표정이 일그러져 보인다.
마침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문 열리자, 꾸벅 인사하고는 신나게 뛰어나가는 수현. 신이 나서 로비를 뛰어 나간다.
이사가 고개를 빼고 이런 수현을 의아한 듯 쳐다본다.
이 사 : 저 친구 왜 저래? 점점 이상해지네...?
S#8. 고급 일식집 룸 (밤)
서연과 서연부와 함께 앉아 있는 수현.
서연부 : (놀라며) 그럼 그날 교통사고가 나서 못 온 건가?
수 현 : (목 뻣뻣하게 한 채) 네... 걱정하실까봐 말씀 못 드렸습니다. 골프는 잘 하셨죠?
서연부 : (걱정스레 보며) 그럼, 잘했지...
서 연 : (걱정스러운 듯, 수현에게) 정말 괜찮아요? 지금이라도 입원하는 게 좋을 거 같은데...?
난 또 조금 다쳤다고 하길래, 그런가보다 했는데...! 이 정도면 중상이잖아요!
수 현 : 괜찮습니다. 두 분께서 걱정하실까봐... 이런 모습까지 보여드리고 싶진 않았는데...
지난번에 약속을 어긴 게 너무 죄송해서... (고개 숙이려다, 괜히 아픈 척) 아...!
서연부 : 그럼, 그런 상태에서도 회사 일을 보다 왔다는 건가...?
수 현 : (비장하게) 네... 저를 믿고 투자해 주신 회장님이 계신데, 어떻게 제 몸만 생각하겠습니까...? 아야...!
서연부 : 내, 자네를 다시 봤어.
수 현 : 네...?
서연부 : 자네처럼 투철한 의식을 가지고 있는 친구라면 정말 믿어볼만 하겠어...!
수 현 : 별 말씀을...
서연부 : 우리 서연이하고 교제하는 거, 내 허락하네...!
수 현 : (놀라) 네...?!
서연부 : 뭘 그렇게 놀라나? 설마 그새 다른 여자가 생긴 건 아니겠지?
수 현 : 네? 아니죠. 절대. 아닙니다.
서연부 : 자네 주식 운용하는 걸 보면 능력은 이미 충분한 거 같고,
이렇게까지 열심히 일하는 걸 보면 우리 서연일 믿고 맡길 만 하네...!
수 현 : (자기도 몰래 뻣뻣하던 고개를 팍 숙이며)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서 연 : (걱정스러운 듯) 어머, 수현씨 조심해요...! 목 아프잖아...?!
수 현 : 아, 참... 그렇지...! (그제야, 아픈 듯) 아...! 아야...!
비명 지르면서도 쑥스러운 듯 배시시 웃는 수현.
서연은 이런 수현이 귀엽다는 듯 쳐다본다.
S#9. 거리 (밤)
차 문을 여는 찬영. 차에는 대리운전 기사가 타있고, 나영은 쇼핑백을 세 개나 들고 있다.
찬 영 : (뒤의 나영에게) 타요. 집까지 태워줄게요. 대리기사님 좀 돌아가도 돼죠?
기 사 : 그럼요.
나 영 : 아니에요. 괜찮아요. 전 요 앞에서 버스 타면 되요.
찬 영 : (쇼핑백을 든 나영의 손 잡아끌며) 그러지 말고 빨리 타요. 짐도 많은데...
어쩔 수 없이, 차에 끌려 타고 마는 나영. 찬영도 차에 오르고는 차 문 닫는다.
S#10. 달리는 찬영의 차 안 (밤)
찬영과 함께 나란히 뒷좌석에 어색하게 앉아있는 나영. 나영은 쇼핑백을 꼭 쥐고 있다.
찬 영 : (쇼핑백 보며) 그건 뭐예요? 설마, 나한테 줄 선물?
나 영 : (괜히 미안한 듯) 아닌데...?
찬 영 : (피식 웃더니) 그럼 뭐예요?
나 영 : 가족들한테 줄 선물이요...
찬 영 : 그래요?
나 영 : 봉급날이라 그냥 들어가기가 좀 미안해서...
찬 영 : 가족들이 사이가 좋은가 봐요?
나 영 : 네...?
찬 영 : 월급 탔다고 그렇게 선물까지 바리바리 사가지고 가는 거 보면?
나 영 : 아, 네... 뭐... (선물 보며) 바리바리까진...
찬 영 : 보기 좋아요... 부럽네요. (창 밖으로 시선 던진다.)
잠시 말없이 나란히 앉아서 가는 나영과 찬영.
나 영 : 근데, 팀장님은 가족이나 친구들하곤 시간 안 보내세요? 개인적인 일은 거의 안 보시는 거 같던데...
찬 영 : (대답을 원하는 건 아닌) 그렇게 보여요...?
다시 창밖으로 시선 돌리는 찬영. 머금었던 미소가 사라지며, 어딘지 쓸쓸해 보인다.
무안해서 그런 찬영을 힐끗 쳐다보는 나영.
S#11. 세 남자의 집 앞 거리 (밤)
와서 멈추는 찬영의 자동차. 뒷자리에서 내린 찬영이 문을 열고 기다리면, 나영이 나온다.
찬 영 : (돌아보며) 어? 여긴 전에 왔던 동네 오빠들 집 아닌가...?
나 영 : 아, 네... 뭘 좀 전해 줄게 있어서요...
찬 영 : (의아하지만) 그래요...?
나 영 : 오늘 고마웠어요...
찬 영 : 그럼 내일 봐요.
찬영이 뒷자리에 타자, 차가 떠난다. 쇼핑백 흔들며 즐겁게 계단 올라가는 나영.
S#12. 동 찬영의 차 안 (밤)
뒷자리에 타 있던 찬영이 앞의 기사에게 말한다.
찬 영 : 기사님... 잠깐만 세워주세요.
차가 멈추자, 차에서 내리는 찬영. 고개를 돌려 돌아본다.
마침 현관문이 열리며, 경태가 하선을 안고 문을 열어주며 나온다.
경태에게서 아기를 받아 안으며 뽀뽀하는 나영.
바라보던 찬영이 깜짝 놀란다.
나영은 아기를 안고, 경태는 쇼핑백을 들고, 정답게 웃으며 함께 집으로 들어간다.
의아해서 보다가 시선을 돌리는 찬영.
S#13. 세 남자의 집 거실 (밤)
거실에 죽 둘러 앉아있는 나영과 세 남자.
나 영 : 제가 오늘 보너스를 받아서 선물을 좀 샀어요...
경 태 : (좋아하며) 네? 선물이요?
나 영 : (쇼핑백 하나 경태에게 내밀며) 이건 경태씨 꺼...
경 태 : 제 꺼요...?
기분 좋아 재빨리 쇼핑백을 열어보는 경태. 화사한 노랑색 셔츠가 나온다.
나 영 : 너무 어두운 색만 입으시는 거 같길래 하나 샀는데... 너무 튀죠...?
경 태 : 아니에요! 무슨 말씀을! 제가 노랑색을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지금 입어 봐도 되죠?
셔츠 들고 재빨리 자기 방으로 가는 경태.
나 영 : (다른 쇼핑백 광희에게 내밀며) 이건 광희씨 꺼...
광 희 : 제 꺼도 있어요?
좋아하며 쇼핑백 열어보는 광희. 예쁘게 포장된 고급 오토바이 미니어처가 나온다.
미니어처 앞에 붙어 있는 메모. ‘앞만 보고 달려요, 광희씨!'
광 희 : 이거 내가 갖고 싶었던 미니어천데...! 고마워요...!
나 영 : (또 하나를 수현에게 내밀며) 이건 수현씨 꺼...
수 현 : (관심 없는 척, 괜히 핀잔) 보너스 좀 받았다고 이렇게 막 쓰면 언제 돈을 모아요?
광 희 : (옆에서) 너 싫으면 내가 받을까?
수 현 : (잽싸게 쇼핑백 품에 안으며) 야, 누가 싫대?
이때 노란 셔츠로 갈아입고 신이 나서 나오던 경태가 끼어든다.
경 태 : (섭섭한 듯) 근데 수현이 께 제일 크네? 뭐예요?
나 영 : 수현씨는 차를 너무나 사랑하시니까...
수현이 쇼핑백을 열어보면, 차량용 진공 진공청소기가 나온다.
수 현 : (신통치 않은 표정) 뭐 그럭저럭 쓸 만 하겠네...!
이때 또 하나의 작은 선물을 꺼내자, 우르르 시선이 향하는 세 남자.
경 태 : (기대하며) 그건 누구 꺼에요?
나 영 : 하선이 꺼요. 자, 우리 하선이 선물은 뭘까...?
상자를 열어 은 목걸이를 꺼내는 나영.
나 영 : 미아방지용 은 목걸인데요, 뒷면에 연락처 적는 칸에 세 분 전화번호랑 이름도 같이 썼는데... 괜찮은지 모르겠어요.
제 꺼 하나만 쓰자니까 안심이 안돼서...
하트모양의 은 목걸이를 뒤집어 보이는 나영.
목걸이 뒷면에 깨알처럼 작은 글씨로, 송나영, 한수현, 최광희, 나황경태의 이름과 휴대폰 전화번호가 써 있다.
나 영 : 저 쫌 주책이죠...?
경 태 : 아뇨. 잘 했어요. 요새 미아발생 사고가 얼마나 많은데요?
광 희 : 한 사람만 써 놨다가 핸드폰 밧데리 나가서 연락 안 되면 큰일이죠...!
나 영 : 그렇죠...?
수 현 : (은 목걸이 직접 가져다 보며, 감탄) 그럼요, 우리가 아빠 대신인데! 이거 아주 잘 샀네!
마트 같은 데 장보러 갔다가 애 잃어버리면... (혼자 뜨끔해서 말꼬리 흐리는) 이게 아주 요긴하겠네...
광 희 : 야, 마트에서 애를 왜 잃어버려? 여기 그렇게 멍청한 사람이 누가 있냐?
수 현 : (찔끔하며) 그렇단 말이지... (다시 나영에게 주면)
나 영 : (받으며) 좀 비싼데, 그냥 샀어요...
수 현 : 비싸도 살 건 사야죠! 얼른 하선이한테 걸어줘요.
나영이 하선의 목에 은 목걸이를 걸어준다. 하선의 목에 걸려 달랑거리는 은 목걸이.
나영과 세 남자가 흐뭇하게 바라본다.
S#14. 몽타주
나영의 선물로 인해 행복해하는 세 남자의 모습이 죽 펼쳐진다.
- 경찰서 강력반 앞 복도 (아침)
잘 걸어오다가 말고, 갑자기 자켓을 벗는 경태. 안에 나영이 선물한 노란 셔츠를 입고 있다.
손으로 툭툭 먼지 털고는 신나서 강력반 안으로 들어가는 경태.
- 경찰서 강력반 (아침)
신나서 문을 열고 들어서는 경태.
경 태 : 좋은 아침입니다!!
하지만 자기 일에 바빠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다.
경 태 : (봐달라는 듯 옷 바람 만들며, 큰 소리) 아우...! 덥다, 더워! 이젠 완전히 여름이네?
(아무도 안 보는지 다급하게 들이대듯) 여름!!
그제야 힐끔 경태를 돌아보는 형사들.
경 태 : 저, 뭐 달라진 거 없습니까...?
이내 모델처럼 포즈 취하며 씩 썩은 미소를 보내는 경태.
김형사 : (박형사에게) 쟤, 왜 저래...?
박형사 : 글쎄...?
관심 없다는 듯, 다시 고개 돌리고 일하는 형사들.
경 태 : (대 실망) 이렇게 관찰력이 없어서야...! 정말 형사들 맞아요?
씩씩거리며 자기 자리로 가 앉는 경태.
이때 반장이 경태를 부른다.
반 장 : 나황...! (눈 커지며) 너 그 옷...?
경 태 : 역시 반장님이셔...! 반장님 이 옷이 말이죠... (하는데)
반 장 : (대뜸) 잠복 들어갈 놈이 복장이 그게 뭐야? 누가 그렇게 눈에 띄는 옷을 입고 오래? 엉?
경 태 : (인상 구겨지며) 네...?
- 회사 주차장, 수현의 차 안 (낮)
주차되어 있는 차 안에서 진공청소기 들어보는 수현.
수 현 : (청소기 살펴보며) 이 쬐끄만 게, 어디 청소나 제대루 되겠어...?
시험 삼아 청소기 돌려 여기저기 빨아들여 보는 수현. 의외로 잘 빨린다.
수 현 : 오우...! 쓸만한데...? 나영씨.. 은근히 센스 있네?
- 수현의 사무실 (낮)
컴퓨터의 자판을 청소기로 빨아들이는 수현. 흐뭇해한다.
일어나 의자도 슥슥 빨아들여보고, 책상 위 먼지도 슥슥 빨아들여보며, 신이 났다.
이때 뭔가 후두두둑! 청소기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요란한 소리.
수 현 : (얼른 끄고 빨아들이는 입구를 들여다보며) 어? 내 돈! 500원 짜린데?
- 광희의 작업실 (낮)
혼자 육아만화를 그리며 머리 쥐어뜯는 광희. 그리던 종이를 구겨버리고, 답답한지 핸드폰 집어든다.
광 희 : 희야한테 전화나 해볼까?
번호 누르려다, 책상위에 있던 나영이 선물한 미니어처를 발견하는 광희. 오토바이에 끼워져 있는 나영의 메모를 본다.
나 영 : (E) 앞만 보고 달려요, 광희씨!
광 희 : 그래... 잘 안 풀린다고, 놀 생각만 하면 안 되지... 앞만 보고 달리자...!
다시 작업 시작하는 광희. 열심히 육아만화를 그린다.
- 강력반 (아침)
또 노란 셔츠를 입고 출근하는 경태.
경 태 : 좋은 아침!
지겹다는 표정으로 경태를 돌아보는 형사들.
박형사 : (지친 듯) 오늘도 또 그 옷이냐?
김형사 : (옆에서) 냅둬. 나황경태 전용 유니폼이잖아...
반 장 : 너, 그 옷 빨아 입긴 하는 거냐?
- 세 남자의 집 욕실 (밤)
욕실에 쭈그리고 앉아 콧노래 부르며 조물조물 셔츠를 손빨래하는 경태.
경 태 : (콧노래) 노오란... 샤쓰 입은... 말없는 그 사람이... 어쩐지... 나는 좋아... 어쩐지... 맘에 들어...
- 세 남자의 집 거실 (밤)
셔츠 탈탈 털며 나오는 경태. 마침 하선과 놀고 있던 광희가 이런 경태를 보고 한마디 한다.
광 희 : 멀쩡한 세탁기 놔두고 왜 손빨래를 해?
경 태 : 세탁기 돌리면 금방 헤진단 말이야...
콧노래 계속하며 빨랫줄에 셔츠를 거는 경태.
경 태 : (빨래 걸며 계속 콧노래) 아아 야릇한 마음... 처음 느껴 본 심정... 아아 그 이도 나를... 좋아하고 계실까...?
노오란~ 샤쓰 입은...
춤까지 추며 흐뭇해하며 바라보는 경태. 빨랫줄에 걸려 흔들리는 노란 셔츠. 몽타주가 끝난다.
S#15. 동네 골목길 (낮)
나영 퇴근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걸어오는데, 마침 유모차를 밀고 강아지 끌고 놀이터로 가던 광희를 발견하고 달려간다.
나 영 : 어머, 하선아! 광희씨!
광 희 : 어? 일찍 왔네요?
나 영 : (유모차부터 들여다보며) 네. 하선이랑 놀고 싶어서 좀 일찍 왔어요. (광희 보며) 근데 어디 가요?
광 희 : 놀이터에 갈려구요. 하선이 요 녀석, 집에만 있으면 답답해하거든요.
나 영 : 잘됐다. 같이 가요.
즐겁게 유모차를 밀고 놀이터로 향하는 광희와 나영.
S#16. 동네 놀이터 (해질녘)
유모차를 밀고 와 벤치에 나란히 앉는 나영과 광희.
나 영 : (유모차 안 보며) 하선아, 좋아? 하선이도 좋은가봐요.
광 희 : 그럼요. 애들도 밖에 나오면 더 좋아해요. (다른 애들 보고 손 흔들며) 안녕! 또 만났네...?
하 선 : (광희에게) 파파. 파파...!
광 희 : 어, 그래, 그래... 이 녀석, 파파라고 가르쳤더니 되게 잘하네...?
나 영 : (같이 웃고는) 여기 자주 오나봐요...?
광 희 : 요즘 하선이가 얼마나 웃기는 데요? 제가 신발만 신었다 하면, 나가는 줄 알고 벌써 신발을 들고 막 따라와요.
나 영 : (웃으며) 그래요? 우리 하선인 광희씨가 다 키우다시피 한 것 같아요.
광 희 : 어? 이제 알아주네?
나 영 : 원래 알고 있었어요.
이때 하선이가 까까, 까까 하며 낑낑대자,
광 희 : (하선에게) 까까 먹고 싶어? 잠깐만... (보조가방에서 과자 꺼내 주며) 자, 쪼끔씩 먹어, 쪼끔씩...
입에 한꺼번에 다 넣으면 안돼... 웩~해. 그렇지... 쪼끔씩...
하선의 입을 티슈로 닦아주는 광희.
하선에게 자상하게 해주는 광희의 모습을 보는 나영.
나 영 : (광희를 보며) 이런 날 데이트도 하러 가고 그래야 되는데...
광 희 : 하러 가요. 하선인 걱정 말구.
나 영 : 나 말구요... 광희씨요...
광 희 : 아... 솔직히 여자애들하고 노는 것도 이제 쫌 지루해요. 희아를 만나봐도 재미없고, 경아를 만나도 재미가 없고...
오히려 하선이랑 있는 게 더 즐거워요.
나 영 : 정말이요?
광 희 : 뭐... (끄덕끄덕)
나 영 : (믿을 수 없다는 듯 웃고는, 섭섭한 기분) 어떤 땐 하선이가 나보다 광희씨하고 더 친한 것 같애요...
광 희 : 에이, 그럴리가...? 아무리 잘해줘도 엄마만 오면 쏙 가버리던데요, 뭐... 그럴 땐 얼마나 섭섭한데...!
나 영 : (미안한 듯 웃으며) 그런가...?
광 희 : 우리 이쁜 하선이... 이렇게 키워서 어떻게 딴 놈한테 시집을 보내지? 아까워서?
나 영 : (웃으며) 어머? 꼭 아빠 같이 그래요?
광 희 : 나영씬 안 아까워요? 난 시집 못 보낼 거 같은데...?
나 영 : 하긴 나도 그래요...
하선을 보며 다정하게 웃는 나영과 광희. 마치 부부처럼 느껴진다.
S#17. 세 남자의 집 앞 (밤)
나영은 하선을 안고, 광희는 접은 유모차를 들고 계단을 올라오는데, 무슨 재미난 얘길 했는지, 즐겁게 웃는 광희와 나영.
마침 현관에서 출근차림으로 나오던 경태가 그 모습을 본다.
경 태 : (의아해서) 어디 갔다 와? 나영씨하고 셋이서만?
광 희 : 어... 놀이터.
경 태 : 씨, 나도 부르지?
광 희 : 우리도 가는 길에 우연히 만난 거야. (유모차 들고 올라가고)
나 영 : (경태에게) 어디 가세요?
경 태 : (삐진) 당직 스러요. 내일이나 들어올 거예요.
나 영 : 네, 다녀오세요. (광희 따라 현관으로 향하고)
그런 두 사람을 돌아보는 경태.
광 희 : (안으로 들어가며) 아! 오늘 날씨 정말 좋더라...
나 영 : (따라 들어가며) 저도 광희씨 덕분에 오랜만에 정말 기분 좋았어요. 하선아, 우리 내일 또 갈까?
그 모습을 돌아보며, 괜히 열 받아 울그락 불그락 하는 경태.
경 태 : 자기들끼리만 가고...! 그럼 나도 내일 일찍 들어와야겠네?
입이 나와서 가는 경태.
S#18. 세 남자의 집 전경 (낮)
(F.I) 햇살을 받고 있는 세 남자의 집 전경.
S#19. 세 남자의 집 광희 방 (낮)
요람에 잠든 하선을 한 손으로 흔들어 주며,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는 광희.
인터넷 블로그 ‘세 남자와 황금똥’에 엄청나게 많은 리플이 달려있다.
광 희 : (리플 읽는) 만화 속 아기가 너무 귀여워요! (답글 치며) 감사감사...
이번엔 다른 리플을 클릭해 보는 광희. ‘혹시 단행본으로도 나와염? 그럼 꼭 구입하고 싶어요...’ 라는 리플이 보인다.
광 희 : (역시 답글 치며) 그건 불가능하다고 봐염. 우리나라에서 단행본 만화 출판은 자살행위죠. 다 다운받아서 보니까.
다시 마우스로 다른 글 클릭하는 광희. ‘그럼 만화가는 뭐 먹고 살아요?’ 하는 질문이 보인다.
잠시 고민하다가 답글을 치기 시작하는 광희. ‘꿈을 먹고 살지요. ^^*’ 하고 답글을 쓴다.
광 희 : (계속 리플 읽으며) 와... 생각보다 리플이 많이 달렸네? 방문자 수가 만 2천 3백... 우와...!
이때 휴대폰으로 전화가 온다. 컴퓨터 화면에 계속 시선 고정한 채, 전화를 받는 광희.
광 희 : 여보세요? (사이) 어디시라구요? (사이) 경성신문사요? 우리 그 신문 안 보는데...?
(사이. 놀라며) 네? 저를 인터뷰 하시겠다구요? (사이) 네, 좋죠...! 그럼 좀 있다 뵙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주먹 불끈 쥐며 만세를 부르는 광희.
광 희 : 하선아...! 신문사에서 날 취재하겠대...! (요람의 하선을 안아 올리며) 역시, 하선이 너는 나의 보물이야, 보물!
하늘이 주신 선물...! (볼에 뽀뽀를 해대며, 무의식중에) 으이구, 우리 이쁜이...! 어디서 이런 복덩이가 태어났어?
으이구, 내 딸...!
자기도 모르게 나온 ‘내 딸!’이란 말에 자기 입 틀어막는 광희. 혹시 밖에 나영이 있나 얼른 내다본다.
S#20. 세 남자의 집 거실 (낮)
거울을 보며 머리를 만지고 있는 광희. 나영이 하선을 안고 뒤에서 보고 있다.
나 영 : 정말 잘 됐네요. 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한다니? 정말 대단해요...!
광 희 : (돌아서며) 이게 다 나영씨 덕분이죠.
나 영 : 제가 뭘요?
광 희 : 나영씨가 용기를 주지 않았으면, 난 정말 포기했을 거예요.
하 선 : (E) 파파, 소재는 내가 제공해줬잖아...!
광 희 : 하선이한테도 고맙고... (하선의 이마에 쪽 뽀뽀하며) 고마워, 하선아...! 고마워요, 나영씨. 갔다 올게요...
(나가려다, 근처에 있던 수현의 핸드폰 집어주며) 참, 이거 수현이 핸드폰인데, 두고 나갔나 봐요. 자꾸 울리던데...
나중에 수현이 오면 좀 전해주세요.
나 영 : (받아두며) 네, 그럴게요.
나가는 광희를 배웅하러 따라 나가는 나영과 하선.
S#21. 세 남자의 집 현관 밖 (낮)
아기를 안고 있는 나영이 광희의 안으로 접힌 옷깃을 보고 불러 세운다.
나 영 : 광희씨, 잠깐만요... (광희의 옷깃을 꺼내주며) 너무 폼 잡지 말고, 평상시 광희씨처럼 말해요. 알았죠?
광 희 : 평상시 나요?
나 영 : 네. 다정하고 부드럽게...
광 희 : 알았어요.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되뇌며) 다정하고 부드럽게...
나 영 : 잘하고 와요. (하선 손 잡아 흔들며) 빠이빠이...!
같이 손 흔들어 주며 걸어 나오는 광희.
나영, 기분 좋게 들어가면, 마침 마당을 쓸다가 보고 있던 반장 아줌마가 광희에게 한마디 내쏜다.
아줌마 : 뭐? 애기아빠가 아냐?
먼지를 일으키며 더 팍팍 마당을 쓰는데, 광희 쪽으로 불어오는 먼지바람.
광 희 : (손을 내저으며 캑캑대더니) 저 아줌마가...?
차라리 말을 말자는 표정으로 옷을 털며 걸어가는 광희. 이내 문득 멈춰 서더니, 혼자 히죽 웃는다.
광 희 : (혼잣말) 애기아빠라고 오해 좀 하면 어때? 사실 애기아빠지 뭐...
괜히 빙긋 웃더니, 다시 걸어가는 광희.
S#22. 스크린 골프 연습장 (낮)
시원하게 골프공을 때리는 수현.
강 사 : (옆에서) 대단한 데요? 프로 뺨 치겠어요.
수 현 : (흐르는 땀을 닦으며 좋아하는) 그래요...? 이만하면 필드에 나가도 될까요?
강 사 : 그럼요.
다시 한번 힘차게 공을 때리는 수현.
S#23. 세 남자의 집 거실 (낮)
한쪽에 하선은 잠들어있고, 건축법 등 서적들 펼쳐놓고, 수현의 컴퓨터로 보고서를 만들고 있는 나영.
이때 수현의 핸드폰이 울리자, 얼른 핸드폰을 본다. ‘요양원’이라고 전화번호가 뜬다.
받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걱정이 되는지 전화를 받는 나영.
나 영 : 여보세요? 한수현씨 핸드폰입니다.
간호사 : (E, 다급히) 한수현씨, 여기 요양원인데요, 빨리 좀 와주세요!
나 영 : 저기, 오늘 한수현씨가 핸드폰을 놓고 가셔서요...
간호사 : (E) 그래요? 그럼 한수현씨한테 요양원으로 빨리 좀 와달라고 전해주시겠어요? 아버님이 오늘 많이 안 좋으시네요?
나 영 : (놀라)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간호사 : (E) 자꾸 아드님만 찾으시는데, 아무튼 빨리 좀 와달라고 전해주세요!
S#24. 요양원 복도 (낮)
하선을 앞으로 업은 채, 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뛰어오는 나영. 바쁘게 안내 데스크로 간다.
나 영 : 저기... 전화 받고 왔는데요, 한수현씨 아버님 되시는 분이 어디계신지 알 수 있을까요?
간호사 : 아, 한봉수님이요...
S#25. 동 요양원 입원실 (낮)
간호사와 나영이 입원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수현부가 침대에 누워 잠이 들어 있다.
간호사 : (미안한 표정으로) 좀 전에 안정제 맞고 방금 잠드셨어요...
나 영 : 그래요...? 그런데 어디가 안 좋으신 거예요...?
간호사 : (차트 보며, 의심스러운 듯) 한수현씨하곤 관계가 어떻게 되시죠?
나 영 : (문득 설명하려니 관계가 복잡한) 네? 저기, 그게... 그러니까 한수현씨가 제 남편의... (난처해서 무심코 하선을 보는데)
간호사 : (아기를 보며, 그제야) 아...! 며느님 되세요?
나 영 : 네?
간호사 : 근데 처음 오셨네? 모르셨어요? 노인성 치매세요.
나 영 : (수현부를 보며) 네...
간호사 : 바깥 분께서 자주 오시는데도, 아드님이 안 왔다 그러면서 가끔씩 이렇게 아드님을 찾으시네요...?
나 영 : 그래요...?
간호사 : 깨어나시면 일단 식사부터 좀 드시게 하세요. 어제부터 아무 것도 안 드셔서요...
나 영 : 네, 감사합니다...
간호사가 나가자, 수현부를 쳐다보는 나영. 침대 옆 의자에 앉아 수현부의 나온 발을 보고는 이불로 덮어준다.
S#26. 세 남자의 집 현관 밖 (낮)
수현의 차가 도착하고, 수현이 내린다.
계단을 올라가는 수현. 열쇠로 문을 열려다가 나영이 써 놓은 메모지를 본다.
‘수현씨, 아버님께서 안 좋으시대요. 빨리 요양원으로 오세요.’
그대로 계단을 뛰어 내려와 차에 올라타는 수현.
S#27. 요양원 입원실 (낮)
간호사가 링거액을 교체하고 있다. 여전히 걱정스런 눈길로 수현부를 내려다보고 있는 나영.
이때 수현부가 눈을 뜬다.
나 영 : (좋아하며) 어머, 깨어나셨네요... 좀 괜찮으세요?
수현부 : (누운 채) 뉘슈...?
나 영 : (뭐라고 해야 되나? 또 난감한) 아, 네... 저는 수현씨하고는... 그러니까...
간호사 : (링거를 갈며) 며느님도 못 알아보시겠어요?
수현부 : 매느리...? (일어나 앉아, 하선과 나영을 번갈아 보며) 오호라! 우리 수현이가 그새 장가를 갔구먼...!
나 영 : (애매하게 웃으며) 저기... 그게...
간호사 : (안됐다는 듯) 예전엔 농담도 잘하셨는데, 요 며칠 많이 시무룩해 하시네요. 좀 즐겁게 해드리세요.
나 영 : 네...
간호사는 나가고, 나영에게 아기를 넘겨 달라는 듯 손을 내미는 수현부.
수현부 : 어디, 우리 손주 한번 안아보자...
나 영 : (하선 내밀며) 하선아, 인사해야지... 할아버지셔...
하 선 : 하비...! 하비...!
수현부 : (하선 안으며) 어이쿠. 내 새끼...! 할애비 처음 봤는데 낯도 안 가리고... 아주 지 애비를 쏙 빼닮았구만...!
나영은 난감한 표정인데,
수현부 : (나영 보며) 우리 수현이가 어렸을 때, 이렇게 이뻤다! 알지?
나 영 : (안쓰럽게 쳐다보며, 웃음) 그럼요, 알죠...
수현부 : (느닷없이) 고약한 놈. 수현이 그놈이, 내 얘기 안하던?
나 영 : 네?
수현부 : (정신 오락가락 혼합된) 내가 월급 받으면, 요 녀석 장난감 좀 사놓을 테니, 자주 데리고 오너라.
나 영 : 네...
수현부 : (하선에게) 어루루루 까꿍...! 하이고, 요 녀석...!
하선도 수현부의 얼굴을 만지며 까르륵 웃어준다.
나 영 : (일어나 식판 가져오며) 참, 식사 하셔야죠...
S#28. 동 요양원 복도 (낮)
헐레벌떡 뛰어 들어오는 수현. 입원실을 향해 뛰어 간다.
S#29. 동 요양원 입원실 (낮)
입원실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수현. 마침 나영이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수현부의 발을 씻겨주고 있다.
수현부는 두 발을 내려뜨리고 침대에 앉아있고, 하선은 그 옆에서 놀고 있다.
나 영 : (허물없이 수다 떠는) 제가 임신했을 때 감기에 걸린 적이 있었거든요.
근데 수현씨가 배즙 한 번 만들어주면서 어찌나 생색을 냈는지...
수현부 : 아니, 그 녀석이 배즙을 다 만들어줬어?
문가에 선 채 그런 두 사람의 광경을 놀라서 바라보고 있는 수현.
나 영 : (수현부와 계속) 아니, 뭐, 그것두 수현씨가 자진해서 했다기보다요, 억지로 해준 건데요...
이때 인기척을 느끼며 돌아보는 나영. 수현을 발견하고 말을 멈춘다.
나 영 : (수현에게) 어머, 왔어요...?
수 현 : (그제야 어리둥절해서 들어오며) 아버지...?
수현부 : (대뜸 반기며) 아니, 이 사람 쫌팽이! 어디 갔다 인제 와? 아, 인사혀. 얘가 우리 수현이 색시여...!
수 현 : 아버지... 그만 하세요...
나 영 : (수현에게, 작게) 그냥 두세요...
수현, 어쩔 수 없이 그냥 두는데,
수현부 : 우리 매느리가 이렇게 손녀까정 데꼬 왔어...!
수 현 : 아버지...!
나 영 : (수현에게) 괜찮아요... 가만 계세요... (수건으로 발의 물기 닦아주며) 다 됐다...! 개운하시죠?
수현부 : 그래. 개운하다! (수현에게) 이 놈아, 부럽지? (하선 들어 보이며) 얘가 우리 손녀딸이여!
우리 수현이 닮아서 아주 미인이지? 얼굴에 흐르는 이 귀티하며... 크면 대단하겠어...!
하선을 보며 즐거워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는 수현. 옆에서 같이 지켜보며 흐뭇하게 웃는 나영.
나 영 : (수현에게 나직이) 하선이를 아주 좋아하시네요...
하선을 사이에 두고 수현부의 옆, 침대에 나란히 걸터앉는 나영.
나 영 : 하선이가 그렇게 예쁘세요?
수현부 : 그래... 이쁘다... (나영 보며) 새 애기 너도 이쁘고...! 우리 수현이가 색시를 아주 잘 만났어...!
마주보고 웃는 나영과 수현부. 그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는 수현.
S#30. 달리는 수현의 차 안 (밤)
운전을 하고 있는 수현. 나영은 하선을 안은 채, 뒷자리에 앉아 있다.
수 현 : (거울로 뒷자리 흘끔 보며, 어색한 미소) 고마워요, 나영씨...
나 영 : 고맙긴요... 수현씨가 저한테 해주시는 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수 현 : 아까 우리 아버지가 손녀딸이니 뭐니 하셨던 거... 어차피, 금방 다 잊어버리실 거예요... 너무 신경 쓰지 말아요.
나 영 : 아니에요. 전 괜찮아요...
수 현 : (말이 없고) ...
나 영 : 수현씨를 참 사랑하시는 거 같던데...
수 현 : ....
나 영 : 잘해드리세요... 자주 찾아뵙구요...
수 현 : ...
나 영 : 보니까, 얼굴만 보여드려도 그 기억만으로도 오랫동안 행복해하시고, 그러실 거 같던데...
수 현 : ....
나 영 : 우리 하선이 데리고 자주 가요.
수 현 : 네?
나 영 : 아버님이 참 좋아하시잖아요. 그런 분들은 옆에서 누가 얘기도 들어드리고 그러면 참 좋대요...
수 현 : (그제야 미소 지으며) 그래요...
수현, 미소를 짓고 운전하고, 나영도 미소를 머금고 창밖으로 시선 향한다.
S#31. 세 남자의 집 앞 (밤)
와서 멈추는 수현의 자동차. 수현이 먼저 내려, 뒷문 열고 하선부터 안아주면, 나영이 내려서 하선을 받는다.
마침 퇴근하던 경태가 이런 두 사람을 발견하고 놀라서 달려온다.
경 태 : (놀라) 어? 둘이 어디 갔다 와?
수 현 : 어, 저기...
나 영 : (대뜸) 데이트요.
경 태 : (놀라) 데이트요...?
나 영 : 네. 수현씨랑 좋은 데 다녀왔어요. 참, 경태씨 저녁 드셨어요?
경 태 : 아, 아뇨...
나 영 : 그럼 빨리 저녁 준비부터 해야겠네?
하선을 안고 계단을 뛰어 올라가는 나영.
경 태 : (신경질 난 듯) 뭐야? 진짜 너, 나영씨하고 데이트하고 온 거야?
수 현 : 아니야...
경 태 : (따지듯) 그럼? 어디 갔다 온 건데? 둘이?
수 현 : 있어... 아, 배고프다... 들어가자.
후다닥 뛰어 들어가는 수현. 그런 수현을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는 경태.
경 태 : (혼잣말) 수현이 저 놈도 절대 안심할 수 없어...! 뭐야? 자꾸 나만 밀리잖아...! 내일부턴 진짜 일찍 들어와야지..!!
툴툴대며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경태.
S#32. 수피아 건설 빌딩 외경 (인서트. 낮)
푸른 나뭇가지 사이로 수피아 건설 빌딩이 보인다.
S#33. 수피아 건설 리서치 T/F 팀 사무실 (낮)
심각한 표정으로 나영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찬영.
나영은 찬영의 시선을 못 느끼며 열심히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다.
- 인서트 -
아기를 안고 뽀뽀하는 나영. 그 옆에서 웃고 있는 경태. 정답게 집 안으로 들어가던 나영과 경태의 모습.
찬영, 생각을 지우려는 듯 고개를 젓고는 일하는데,
나 영 : (찬영 돌아보며) 팀장님. 우리 언제 현장에 다시 한번 가볼 수 없어요?
찬 영 : 갑자기 현장엔 왜요?
나 영 : (팜플렛 내밀며) 분양 홍보물에 보면 옥상에 하늘정원이 조성 돼있다고 나와 있던데, 그걸 한번 확인 해보고 싶어서요.
찬 영 : 하늘정원이요...?
나 영 : 옥상에 정원이 있다는 건 분명히 좋은 홍보거린데, 왜 회사에선 그걸 강조하지 않았을까요...?
찬 영 : 뭐, 옥상 정원은 다른 아파트에서도 많이 만들고 있는 추세니까, 크게 어필하긴 힘들어서 그랬을 거예요.
나 영 : 아무튼 한번 가서,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어요.
찬 영 : 그럼 내일이라도 바로 가 보죠.
나 영 : 네, 그래요.
다시 신나서 즐겁게 일하는 나영.
찬 영 : 참, 보고서는 어떻게 돼가요?
나 영 : 옥상정원 내용 좀 보강해서, 며칠만 더 하면 마칠 수 있을 거 같은데요.
찬 영 : 좀 서둘러줘요. 이번 주 중엔 회장님께 보고 드려야하니까.
나 영 : 회장님께요? 아니, 우리 보고서를 회장님께 직접 보여드린단 말이에요?
찬 영 : 네.
나 영 : (안 들리게) 어휴, 그럼 잘 만들어야겠네...?
긴장하며 다시 열심히 일하는 나영.
찬영, 그런 나영을 보며 피식 웃고는 시선을 돌리고 일한다.
S#34. 동네 골목길 (밤)
경태가 집 앞 골목 어귀에서 하선의 유모차를 제자리에서 슬슬 밀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경 태 : (고개 빼고 골목 밖을 보며) 왜 안 오지? 올 때가 됐는데...?
이때 퇴근을 해서 골목길을 걸어 올라오는 나영.
경태, 그제야 유모차를 밀고 출발하며 나영을 부른다.
경 태 : (우연히 본 척) 어? 나영씨?!
나 영 : 어머, 어디 가요?
경 태 : 하선이랑 편의점에 가서 요쿠르트 좀 사올려구요. 산책도 할 겸.
나 영 : 그래요? 그럼 같이 가요.
경 태 : (반가운 기색 감추지 못하고) 그러실래요?
나영이 먼저 유모차를 밀며 가자, 경태도 좋아서 히죽 웃으며 따라 간다.
나 영 : (유모차에 대고) 하선이 오늘도 잘 놀았어?
경 태 : (나영에게) 가방은 저 주세요. 무거울 텐데...
나영의 가방을 받아들고 싱글벙글 따라가는 경태.
마침 장보따리를 들고 가던 반장 아줌마가 이런 두 사람을 보고는 고개 갸웃한다.
아줌마 : 저건 또 뭐야...? 그럼 그 만화가 총각이 아니라 형사 총각이 아빤가...? 진짜 헷갈리네...?
S#35. 편의점 안 (밤)
운동화를 신은 하선의 손을 잡고 냉장고로 향하는 경태. 냉장고에서 요구르트를 꺼낸다.
경 태 : 우리 하선이는 사과 맛 요구르트만 먹으니까... 사과 맛으로 두 팩 살까...?
마침 아이스 바를 꺼내던 나영이, 그런 경태와 하선의 모습을 본다.
나 영 : (아이스 바를 들어 보이며) 아이스크림 드실래요?
S#36. 편의점 앞 파라솔 (밤)
파라솔 의자에 앉아 아이스 바를 먹고 있는 나영과 경태. 하선은 유모차에 잠들어 있다.
행여 바람이라도 들어갈까, 재빨리 자기 옷 벗어 유모차에 덮어주는 경태.
나영이 이런 자상한 경태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경 태 : (쑥스러운 듯) 왜요? 제 얼굴에 뭐 묻었어요?
나 영 : 아니요...
경태와 나영, 멋쩍게 웃으며 아이스 바를 먹는데, 이때 경태가 먹던 하드의 반이 뚝 떨어지며 경태의 발등 위에 떨어진다.
경 태 : 이쿠...!
재빨리 발을 털더니, 손으로 발가락 사이에 낀 하드 부스러기를 치우는 경태.
경 태 : 에이...!
나영이 얼른 핸드백에서 손수건을 꺼내 내민다.
나 영 : 이걸로 닦으세요...
경 태 : 어후, 아니에요. 나영씨 손수건으로 어떻게 제 발을 닦아요...?
나 영 : 괜찮아요. 닦으세요. 끈적거려요...
경 태 : 그럼...
쑥스러운 듯 황송하게 손수건을 받아서 발을 닦는 경태.
나영, 바라보다 갑자기 생각난 듯 말한다.
나 영 : 참, 옛날에 제가 임신했을 때, 경태씨한테 발 냄새난다고 막 뭐라 그런 적 있잖아요...
갑자기 긴장하여 멈추더니, 슬리퍼 속의 발가락을 싹 오므리는 경태.
경 태 : 지금도 나요? (부끄러운 듯) 아, 좀 씻고 나올 걸 그랬나?
나 영 : (손 내저으며) 아니요...! 저기 그땐, 제가 잘 몰라서 그랬던 거니까 이해해주셨으면 해서요...
경 태 : 네...?
나 영 : (괜히 쑥스럽게) 열심히 일한 사람은... 원래 발 냄새가 나는 거더라구요...
경 태 : (의아해서 보기만 할 뿐) ....?
나 영 : 제가 일해 보니까... 제 발에서도 발 냄새가 나더라구요...
그래서 경태씨한테 면박 줬던 게 너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경 태 : 아니에요... 저는 발을 잘 안 씻어서 그런 거고... 나영씨는...
더 이상 말 안하고 그냥 히죽 웃고 마는 경태. 나영도 웃으며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나 영 : 누군지 몰라도 경태씨랑 결혼할 여잔 참 좋을 거예요...
경 태 : 네...?
나 영 : 경태씬 책임감도 강하고, 와이프한테 절대 험한 일 안 시킬 거 같아요. 평생 바람도 안 필 거 같고...
경 태 : (수줍어하며) 뭐, 그렇긴 그렇죠... 헤헤... 그래도 그러면 뭐해요? 여자들은 저한테 아무 관심도 없는데...?
나 영 : 아직 인연을 못 만나서 그렇죠. 경태씨가 어때서요?
경 태 : (수줍게 히죽 웃을 뿐) ...
나 영 : 그러지 말고 좋아하는 여자한텐 좀 더 적극적으로 해보세요.
경 태 : 적극적으로요...?
나 영 : 네. 여자들은 의외로 경태씨처럼 순수한 남자한테 끌리거든요.
경 태 : 그래요...?
쑥스러운지, 눈길 피하며 아이스크림을 먹는 경태. 갑자기 슬쩍 나영을 보더니,
경 태 : (E, 마음 속 소리) 나영씨가 나한테 왜 이런 얘길 하지? 혹시... 나영씨도... 날 좋아하나...?!
그럼 지금 그 말은 자기한테 적극적으로 대시하라는 뜻...?!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갑자기 나영을 보는 경태.
문득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경태의 시선을 느끼고 쳐다보는 나영.
나 영 : (웃으며) 왜요?
경 태 : (나쁜 생각이라도 하다 들킨 듯) 아... 아닙니다... 들어가죠? 밤바람이 찬데...
괜히 벌떡 일어나 잽싸게 유모차를 밀고 걸어가는 경태.
나 영 : 어머? 경태씨...! 같이 가요...
하지만 경태는 뒤도 안 돌아보고 유모차만 밀고 간다. 경태를 따라 힘들게 뛰어가는 나영.
S#37. 세 남자의 집, 경태 방 (밤)
밤잠을 못 이루고 뒤척이는 경태. 나영이 준 손수건을 들어서 보며, 가슴이 뛰는지 가슴에 얹고 만져본다.
경 태 : 내가 왜 이러지...? 이러면 안 되는데...?
눈을 껌뻑껌뻑 뜨고 천장만 쳐다보는 경태. (디졸브)
S#38. 공원 (경태의 꿈)
(디졸브) 나뭇잎 사이로 흔들리며 내리 쬐는 햇살.
경태가 푸른 잔디위에 돗자리를 깔고 누군가의 무릎을 베고 누워있다. 누운 채 입만 ‘아!’ 벌리는 경태.
경 태 : 아....!
그러자, 무릎을 베어준 누군가가 경태의 입에 김밥을 하나 넣어준다. 맛있게 먹는 경태.
경 태 : (무릎 베어 준 여자를 올려다보며) 고마워요, 여보...! (웃으며, 닭살스럽게) 아이, 맛있다...!
여 자 : (E) 이번엔 무슨 김밥을 줄까요? 참치 김밥? 소고기 김밥...?
그제야 여자의 얼굴이 보이면, 나영이다. 하선을 안은 채, 부드럽게 웃으며 경태를 내려다보고 있는 나영.
경 태 : 김밥 말고...
주변 살피더니, 입맞춤 하려는 듯 나영에게 얼굴을 들이대는 경태.
경 태 : 하선아, 넌 눈 감아...
나 영 : 어머? 당신도 참...?
나영도 부끄러워 하지만, 경태에게 입술 다가간다. 가까워지는 두 사람의 입술.
S#39. 동 경태의 방 (아침. 현실)
잠 든 경태의 입술을 쪽쪽 핥고 있는 밀크. 잠결의 경태도 신이 나서 입술을 쭉 내밀어 대주고 있다.
경태의 얼굴에 화사한 미소가 번지는데...
광 희 : (E) 야! 안 일어나!
그제야 화들짝 놀라서 깨는 경태. 보면 광희가 밀크를 잡아, 경태 얼굴 앞에 대주고 있었던 거다.
기겁하며 비명 지르는 경태.
경 태 : 악...! 뭐... 뭐야...? (입 닦으며) 아, 드러...! 너 밀크 입을 누구 입술에 대는 거야? 퉤...! 퉤..!!
광 희 : 드럽긴 뭐가 드러워? 가만있는 밀크를 아주 물고 빨고 난리가 난 게 누군데...?
경 태 : (신경질 내며) 이게 진짜...!
광 희 : 빨리 일어나. 8시 10분이야. 출근 안 할 거야?
경 태 : 어? 해야지... 해야지...!
팬티 차림으로 헐레벌떡 나가려 하는 경태.
광 희 : 야! 바지나 입고 나가. 나영씨 있잖아...!
경 태 : (더 헐레벌떡) 어? 참, 그렇지...?
다시 급하게 츄리닝 바지에 발 끼다가 꽈당 넘어지고 마는 경태.
광희, 어이없다는 듯 이런 경태를 본다.
S#40. 달리는 경태의 차 안 (아침)
긴장 된 표정으로 운전을 하고 있는 경태. 나영은 옆자리에서 서류만 넘겨보고 있다.
경 태 : (괜히 혼자 우물쭈물 허둥대다가) 나영씨... 잘 주무셨어요...?
나 영 : (어이없어) 네... 아까 잘 잤냐고 인사 했잖아요. 집에서.
경 태 : 아, 그랬죠... (우물쭈물 힐끗 보다가, 슬쩍) 퇴근 몇 시에 해요...?
나 영 : (서류만 보다가 문득 경태 보며) 네? 뭐라고 하셨어요?
경 태 : 아, 아니에요... 아무 것도... (얼른 앞만 보며 운전하고)
나영은 다시 서류를 보는데,
경 태 : (또 할말 없어 우물쭈물 하다가) 오늘... 날씨가 진짜 좋네요...!
나 영 : (창밖을 보며) 그래요? 좀 흐린데? 비가 올 거 같지 않아요...?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우당탕!’ 천둥이 치더니 차창에 빗물이 떨어진다. 죽을 맛인 표정이 되는 경태.
나 영 : (걱정 어린 표정) 어쩌지...? 우산 가져 올 걸...
경 태 : 걱정 마세요. 트렁크에 우산 있으니까...!
나 영 : 그래요...?
S#41. 수피아 건설 앞 거리 (아침)
빗속에 ‘끽!’ 와서 멈추는 경태의 고물차.
경 태 : (급히 안전벨트 풀며, 나영에게) 나영씨, 조금만 있어요. 내가 트렁크에서 우산 꺼내 드릴게요...!
후다닥 뛰어내리는 경태.
나 영 : 아니에요. 금방 뛰어가면 되는데...
하지만 이미 경태는 트렁크 쪽으로 달려간 후다. 미안한 마음에 경태 쪽을 돌아보는 나영.
경태 싱글벙글 트렁크를 연다.
경 태 : (트렁크 뒤지며) 어? 우산이 어디 있을 텐데...?
하지만 트렁크 안은 지저분하기만 하고 우산은 보이지 않는다. 더 열심히 이것저것 뒤지느라 비에 홀딱 젖고 마는 경태.
경 태 : 어...? 우산이 어디 갔지...? 분명히 여기다 뒀는데...?
S#42. 수현의 증권회사 화장실 (아침)
장우산으로 바닥에 놓여있는 비누를 퍼팅하듯 툭 치는 수현. 비누가 또그르르 굴러가 하수구 구멍에 쏙 빠진다.
수 현 : (좋아하며) 나이스...! (우산 들어보며) 경태 그 놈 우산이 진짜 쓸모가 많단 말이야...?
S#43. 수피아 건설 앞 (아침)
차 트렁크를 닫더니, 그대로 뛰어가는 경태. 허겁지겁 자켓을 벗더니, 차문을 연다.
경 태 : (자켓으로 비 가려주며) 나오세요, 나영씨... 글쎄 우산이 없네요...?
나 영 : 아니에요, 경태씨 비 쫄딱 맞잖아요...?
경 태 : 전 괜찮으니까 어서 나와요...
어쩔 수 없이 경태가 가려 준 자켓 안으로 쏙 들어가는 나영. 나영과 경태가 함께 뛰어간다.
(빗속을 마치 연인처럼 가는 느낌 여러 컷으로 보여줘도 좋을 듯. 경태의 행복감이 묻어나고, 시청자들은 짜릿함을 느끼게.)
비를 피하며 건물 쪽으로 뛰어가는 나영과 경태.
뛰어가면서도 나영, 미안해서 경태를 쳐다보면... 경태는 즐겁기만 하다.
S#44. 동 수피아 건설 현관 (아침)
이윽고 현관 안으로 뛰어 들어오는 나영과 경태.
나 영 : (경태 보며) 어머... 어떻게 해요? 괜히 저 때문에 경태씨만 홀딱 젖었잖아요...? 그냥 나 혼자 뛰어와도 되는 걸...
경 태 : (얼굴로 흘러내리는 물기 손으로 닦아내며) 전 괜찮다니까요. 출근길인데 나영씨가 젖으면 안 되죠...!
티셔츠 앞자락으로 얼굴 닦는 경태. 빗물에 흠뻑 젖었지만, 기분 좋게 웃는다.
나 영 : (건물 안쪽을 가리키며) 전 들어가 볼게요. 경태씨 잘 가요...
경 태 : 네... 이따 집에서 봐요...
경태에게 손 흔들어 주고는 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가는 나영. 경태도 히죽 웃으며 손을 흔들어 준다.
S#45. 동 수피아 건설 앞 거리 (아침)
비를 맞으며 재빨리 뛰어와 차 문을 여는 경태.
경 태 : (차에 타려다 말고) 가만... 저녁에 올 때도 우산이 없으면 비 맞을 텐데...? 이럴게 아니라 우산하나 사다 줘야겠다...!
근처를 둘러보더니, 눈에 보이는 편의점을 향해 비를 맞으며 뛰어가는 경태.
S#46. 동 수피아 건설 로비 (아침)
새로 산 우산을 들고 들어오는 경태.
물에 빠진 생쥐 마냥 흠뻑 젖은 몸에서는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데, 안내 데스크를 향해 걸어간다.
경 태 : (경비에게) 수고 하십니다... 여기 리서치... (가물가물한 듯) 뭐더라...?
(그제야 생각난 듯) 아! 리서치 델타포스 팀이 어디죠?
경 비 : 네?
경 태 : (당당하게) 리서치 델타포스 팀이요.
경 비 : 리서치 델타포스...? 우리 회사에 그런 팀은 없는데...?
경 태 : (잠시 생각하더니) 아, 그럼 리서치 데스크 파워 팀이요!
경 비 : 데스크 파워...? 그런 데도 없는데?
경 태 : (갸웃하며) 그럼 패스포드...? 아닌데? 테스트 포크...? 아, 헷갈려...!
경 비 : 혹시, 태스크 포스 팀 말하는 거요?
경 태 : 아! 맞다! 태스크... (갑자기 막혀 묻는) 뭐라구요?
경 비 : (또박또박) 태스크 포스!
경 태 : 네. 거기가 몇 층이에요?
경 비 : 12층이요.
경 태 : 감사합니다.
꾸벅 인사하고는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경태.
S#47. 동 리서치 T/F 팀 사무실 (아침)
책상에 앉아 각자 일하고 있는 나영과 찬영. 그때 나영의 책상위에 달린 형광등이 다 됐는지, 껌뻑인다.
나 영 : (올려다보며) 어머? 형광등이 나갔나 보네...? (내선 전화기 들고) 가만있자... 시설관리팀이 몇 번이더라...?
찬 영 : (일어서며) 우리가 갈죠, 뭐... 옆 창고에 새 형광등 많이 있던데...
일어나 창고를 향해 걸어 나가는 찬영.
S#48. 동 12 층 복도 (아침)
여기저기 사무실을 둘러보며 리서치 T/F 팀을 찾고 있는 경태.
경 태 : (기웃거리며) 여긴 아니고... 저기도 아니고...
S#49. 동 리서치 T/F 팀 사무실 (아침)
넥타이도 풀어놓고 소매까지 걷고, 형광등을 갈려고 의자 위로 올라서는 찬영. 나영이 의자를 잡고 있다.
나 영 : 참, 형광등 갈려면 불 꺼놓고 해야 되요. 감전되면 큰일 나니까...
후다닥 뛰어가 사무실 불을 끄는 나영. 다시 뛰어와 찬영이 올라선 의자를 붙잡는다.
찬 영 : (형광등 갈며) 이따 밤에 나랑 야근 좀 해야 되는데 괜찮겠어요?
나 영 : 야근이요?
찬 영 : 현장에 들러서 옥상에 한번 올라가 보죠. (헌 형광등 내밀면)
나 영 : (받고 새 거 주며) 비 오는데... 괜찮을까요?
찬 영 : (끼우며) 오후에 비 그친대요.
나 영 : 그래요? 그럼 빨리 가서 보고 오는 게 좋죠. 보고서를 제대로 쓸려면.
이때, 의자가 삐끗하며 찬영이 우당탕 넘어진다.
찬 영 : (넘어지며) 어?
나 영 : (비명) 어머...!
S#50. 동 12층 복도 (아침)
복도를 기웃대는 경태. 마침 ‘리서치 T/F 팀’ 이라고 쓴 푯말이 보인다.
경 태 : 어? 저긴가...?
문 앞으로 걸어오는 경태.
S#51. 동 리서치 T/F 팀 사무실 (아침)
나영의 손을 잡고 일어나는 찬영.
형광등 가느라 와이셔츠 자락 바지 밖으로 나와 있고, 넘어지는 바람에 옷차림도 흐트러져 있는 찬영.
찬 영 : (떨어지며 짚었던 손이 아픈 듯) 아...!
나 영 : 어디 봐요...! 많이 다쳤어요?
찬 영 : 괜찮아요...
나 영 : 어디 보자니까요...!
찬영의 손을 잡아당겨 보는 나영.
이때 문이 열리며 경태가 들어선다.
경 태 : (들어서며) 계세요? 송나영씨를 좀 찾아 왔는데요...?
흠칫하며 경태를 돌아보는 나영과 찬영.
경 태 : (놀라서) 나, 나영씨...?
나 영 : (놀라서 얼른 찬영의 손을 놓으며) 어머, 경태씨...?!
놀라서 찬영과 나영을 번갈아 보는 경태.
경태가 보기에, 두 사람은 마치 불 꺼놓고 포옹이라도 하다 들켜 놀란 사람들처럼 보인다.
경 태 :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불까지 꺼놓고...?
황급히 뛰어와, 경태 등을 떠밀며 밖으로 나가는 나영.
S#52. 동 12층 복도 (아침)
어리둥절한 상태로 나영에게 떠밀려 복도로 나오는 경태.
경 태 : (버벅 대며) 아니 저 사람은, 그때 그 나영씨한테 프로포즌가 뭔가 한다는 놈 아니에요?
나 영 : (당황해서) 아후, 말조심하세요. 다 들리겠어요.
경 태 : 근데 저 사람이랑 지금 뭐 하고 있던 거예요?
나 영 : 아... 우리 팀장님이시거든요.
경 태 : (놀라며) 팀장이요? 그럼 저 사람이랑 같이 일하는 거예요?
나 영 : 네.
경 태 : 근데, 다른 직원들은 다 어디 가고 둘이서만 있어요?
나 영 : (팀이라고 내세울 것까진 없어, 낯간지러운) 실은... 팀원이 둘뿐이에요. 팀장님이랑 나랑...
경 태 : (더 놀라며) 네? 다른 사람은 없고, 둘이요...? 단 둘이...?
나 영 : 네... 근데, 경태씨가 여긴 웬일이세요...?
경 태 : (그제야, 내가 왜 왔지? 갸우뚱하다 손에 든 우산 보고) 아! 우산을 좀 전해주고 갈라고...
나 영 : (난처한 듯) 그럼 전화를 좀 하시지...!
경 태 : 이것 땜에 다시 나오라고 하기가 뭐해서요...
나 영 : (경태의 손에 들린 우산 잡으며) 우산 고마워요.
경 태 : (아직도 의아해서) 근데 둘이서 왜 불은 꺼놓고...
나 영 : (사무실 안 살피더니, 바삐) 저기, 자세한 건 나중에 집에 가서 얘기하고요. 들어가 볼게요. 잘 가요.
경 태 : (아직도 좀 벙벙해서) 네... 그러세요.
나 영 : (가다말고 돌아서서) 아참...! 오늘 제가 야근을 해야 해서 좀 늦을지도 모르는데...
이때, 문이 열리며 찬영이 나온다.
나 영 : (찬영의 눈치 보며) 그럼 잘 가, 오빠...! 우산 고마워... 하하...!
어색한 웃음 흘리며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는 나영.
찬영도 뭔가 살피는 기색으로 경태를 보며 고개 까딱 인사하고... 경태도 어리둥절 마주 인사하고는 얼른 돌아선다.
경 태 : (E) 뭐야? 왜 나영씨가 저 놈이랑 단 둘이 일하는 거야?
기분 나쁜 듯 씩씩대며 걸어가는 경태. 찬영도 의아한 듯 경태를 바라본다.
S#53. 경찰서 (낮)
잔뜩 인상을 구긴 채, 모니터만 바라보고 앉아있는 경태.
일을 하려고 하지만, 자꾸 아침에 보았던 나영과 찬영의 모습이 자꾸 떠올라 일이 되지 않는다.
- 인서트 - 어두운 사무실에서 마치 포옹이라도 하다가 들킨 듯 돌아보던 나영과 찬영.
경 태 : (혼잣말) 내가 자꾸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나영씨가 그럴 리가 없지...!
이때 언제 왔는지, 옆으로 얼굴 들이미는 종희.
종 희 : 나영씨가 뭐요...?
경 태 : (외면하며 일하는) 넌 몰라두 돼!
새초롬하게 그런 경태를 보는 종희.
종 희 : (E) 왜 자꾸 그 애 엄마라는 여자한테 신경을 쓰는 거지?
S#54. 나영의 사무실 (저녁)
일하고 있는 나영을 보는 찬영.
찬 영 : (말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저기... 아까 오셨던 남자분 말이에요...
나 영 : 네.
찬 영 : 그 사람 동네오빠 아니죠.
나 영 : 네?
나영은 찬영을 쳐다보고, 찬영은 뭔가 조심스럽게 말하려는데,
이때 문이 벌컥 열리며 찬호가 들어온다.
찬 호 : (들어서며) 정팀장!
나 영 : 어머...? 상무님...!
나영이 일어나 꾸뻑 인사하면,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찬영에게 다가오는 찬호.
찬영도 일어서 고개 숙인다.
찬 영 : 네, 상무님...!
찬 호 : (찬영의 어깨 툭 치며) 인사는 무슨...! 일은 잘 되냐?
찬 영 : 응...
찬 호 : 회장님 비서실에 면담일정 잡아달라고 했다면서?
찬 영 : 회장님께 보고서를 좀 보여드릴려구...
찬 호 : 보고서...? 나한테 먼저 좀 줘봐.
찬 영 : 왜...?
찬 호 : 회장님께선 내일부터 해외출장이시거든.
찬 영 : (당황하며) 그런 말씀 없으셨는데...?
찬 호 : 어쨌든 보고서는 내가 먼저 보고, 회장님께 보여드릴만한지 아닌지, 검토해봐야 되지 않겠니? 내가 명색이 상문데?
찬 영 : 저기 그게...
나 영 : (눈치보다 슬쩍 끼어들며) 아직 완성이 안됐는데요...
찬호가 고개를 돌려 나영을 쳐다본다.
찬 영 : 우리 팀원이야. 송나영씨라고...
찬 호 : (그제야 생각난 듯) 아...? 그 분양팀에 침실 냉장고하고 원스톱 세탁실 제안했다는 친구?
찬 영 : 응...
찬 호 : 생각보다 어린 친구네?
나 영 : 저... 어리지 않은데요...
찬 호 : (피식 웃으며 나영에게) 뭐라구요?
나 영 : 저, 어리지 않다구요...
찬 호 : (피식 웃으며 무시하는) 당돌한 데가 있는 친구네? (찬영에게) 보고서 완성되는 대로 내 방으로 가지고 와라. 간다.
찬영의 어깨 툭 치고는, 그대로 나가는 찬호. 찬영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나영, 그런 찬호와 찬영을 번갈아 본다.
S#55. 동 로비 엘리베이터 앞 (저녁)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오는 찬영과 나영.
나 영 : (괜히 혼자 흥분해서) 상무님 참 이상하시네요? 왜 우리가 고생해서 만든 보고서를 내놔라 마라 하시는 거예요?
찬 영 : 왜 그렇게 열을 내요?
나 영 : 팀장님은 화도 안 나세요? 완전히 중간에서 커트하겠다는 거잖아요?
찬 영 : (어이없어 웃으며 멈춰서는) 그런데 왜 나영씨가 흥분하냐구요...?
나 영 : 제가 흥분 안하게 됐어요?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상무님이 우리 팀을 없애려고 한다던데,
우리 팀이 없어지면, 나도 짤리는 거잖아요!
찬 영 : (나영을 보며) 그런 일은 없을 테니까, 걱정 말아요.
앞서서 나가는 찬영. 그런 찬영을 보다가 따라 가는 나영.
S#56. 달리는 찬영의 차 안 (밤)
운전석의 찬영과 옆자리의 나영이 나란히 앉아 가고 있다.
나 영 : (자료 파일 넘기다가 밖을 보며) 어? 현장으로 안가요?
찬 영 : 현장에 가보기 전에 먼저 들러볼 데가 있어요.
나 영 : 어딘데요?
찬 영 : 가보면 알아요...
S#57. 갤럭시 호텔 로비 (밤)
서연과 함께 호텔 로비에 걸려 있는 그림들을 바라보고 있는 수현.
서연 갤러리의 직원들이 줄자로 벽과 그림의 치수를 재더니, 파일에 적고 있다.
서 연 : 이 호텔, 내부의 그림을 전면 교체하기로 했어요. 우리 갤러리엔 큰 프로젝트죠.
수 현 : 그래요...?
서 연 : 수현씨가 관여하고 있는 아트펀드의 수익률 올리는 데도 당연히 큰 도움이 되겠죠? 전 분명히 보고 드렸어요?
수 현 : 곧 공시 올리겠습니다. 고마워요.
서 연 : 근데, 목은 괜찮아요? 벌써 깁스 풀어도?
수 현 : (당황하여) 아, 뭐... 괜찮아요. 제가 워낙에 통뼈라서... (괜히) 아후...! 목이야... 좀 뻐근하네?
이때 수현의 뒤편으로 나영과 찬영이 들어선다.
서연이 치수를 재던 직원들에게 가서 무언가를 지시하자, 고개 돌려 주변을 둘러보는 수현.
마침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나영의 모습을 발견한다.
수 현 : (놀라) 어...? 저기 나영씨 아닌가...?
이때 찬영이 나영의 무거운 가방을 들어준다. 마치 다정한 연인처럼 보인다.
놀라서 바라보는 수현.
수 현 : (찬영 보며, 고개 갸웃) 어? 저 놈은... 그때 그...?
찬영과 나영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닫힌다.
수 현 : (어리 둥절) 둘이 어딜 가는 거지?
이때 수현에게 다가오는 서연.
서 연 : 왜 그래요? 수현씨?
수 현 : (당황해서) 네...? 아, 아니에요...
다시 한번 나영이 올라간 엘리베이터를 돌아보는 수현.
S#58. 세 남자의 집 부엌 (밤)
부엌에 앉아 후라이드 치킨에 맥주를 마시며 신문을 보고 있는 광희.
이때 현관문 열리며 경태가 들어온다. 힘없이 걸어와 식탁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 경태.
광 희 : (의아한 듯, 경태에게) 너 왜 이래? 오늘 뭐 안 좋은 일 있었냐...?
경 태 : (멍하니) 아니...
광 희 : 근데 왜 이렇게 맛이 갔어...? 무슨 일 있는 거 같은데?
경 태 : (빽) 아무 일도 없다니까...!
그대로 광희가 먹던 맥주를 들어 벌컥벌컥 마시는 경태.
광 희 : (2층을 보며) 야, 조용히 해...! 하선이 깨.
이때, 현관에서 들어서는 수현. 식탁으로 와 가방을 내려놓는다.
광 희 : 왔냐? 저녁은?
수 현 : (앉지도 않고 서서, 무뚝뚝하게) 배 안고파.
광 희 : (수현을 보며) 넌 또 왜 그래?
수 현 : 아무 것도 아니야.
선채로 경태 앞에 놓여있던 맥주를 가져다 벌컥벌컥 마시는 수현.
경태는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을 뿐 수현에게 관심 없고,
광 희 : (경태의 눈앞에 손 휘저어 보더니, 수현에게) 니들 왜 이래...?
수 현 : 내가 뭐? (그제야 경태를 보더니) 얜 왜 이래?
광 희 : 몰라. 들어오면서부터 저러고 있다. 왜 저러나 몰라...?
관심 없다는 듯 신문만 넘기며 보는 광희.
광 희 : 그나저나 오늘 야근한다더니 나영씨가 많이 늦네...?
수 현 : (놀라) 뭐 야근? 나영씨가 너한테 야근한다 그랬어...?
광 희 : 응. 왜?
수 현 : 아니... 아까 호텔에서 나영씰 본 거 같아서...
광 희 : 호텔...? 니가 잘못 본 거겠지... 호텔에서 무슨 야근을 하겠어...?
수 현 : 아니야. 왜 예전에 우리가 한번 봤던 놈 있지? 정 뭐시긴가...? 재수 없게 생긴 놈.
그 놈하고 같이 다정하게 호텔로 올라가던데?
경 태 : (놀라, 갑자기 흥분) 뭐? 나영씨가 그 놈하고 같이 호텔을 갔어?
광 희 : 넌 또 왜 이래?
경 태 : 바로 그 놈이 나영씨랑 같이 일하는 놈이라구! 데스크 포크 팀인가, 거기서!
수 현 : 뭐? 그건 또 뭔 소리냐?
경 태 : 내가 아침에 우산 갖다주러 나영씨 사무실엘 갔는데, 거기 그 놈이 나영씨랑 같이 있더라니까?
광 희 : (놀라며) 그래...?
경 태 : 근데 그 데스크 포크 팀인가, 그 팀이 다른 직원은 아예 없고, 그 놈하고 나영씨하고 단둘이 일하는 부서래!
수 현 : 뭐? 단둘이? 그럼 여태 그 놈하고 둘이 한 사무실에서 딱 붙어있었던 거야?
경 태 : 그렇다니까? 그래놓고 이름은 그럴싸하게 뭐? 데스크 포크 팀?
광 희 : (정정해주며 힘주어) 태스크 포스 팀!
경 태 : 아무튼! (울상이 되며) 게다가 내가 갔더니 둘이서 뭘 하고 있었는 줄 알아?
광 희 : 뭘 하고 있었는데?
경 태 : 사무실 불까지 꺼놓고... 둘이서...!
수 현 : 불을 꺼놓고 둘이서 뭐?
경 태 : 몰라...! 더 이상은 말 못해...!
광 희 : (의아해서) 그럼 뭐야...? 나한텐 분명히 야근해서 좀 늦는다고 전화 왔었는데? 호텔에서 둘이 무슨 일을 하나?
이때 갑자기 벌떡 일어나는 경태.
경 태 : (수현에게) 야, 그 호텔 어디야?
광 희 : 야, 야, 너 왜 이래?
경 태 : 그 호텔이 어디냐니까!
광 희 : 야, 좀 진정해.
경 태 : 지금 진정하게 됐냐?
광 희 : 설사 나영씨가 그 사람하고 호텔에 갔다 쳐. 호텔 간다고 다 호텔방을 가는 건 아니거든?
밥 먹으러도 가고, 차 마시러도 가고... (생각났다는 듯 경태에게) 그래, 너도 선보러 자주 가잖아!
나영씨도 뭐 그런 거겠지. 안 그러냐? (경태 팔 끌어 앉히며) 앉아, 앉아.
하지만 광희의 말을 전혀 듣고 있지 않는 수현과 경태.
수 현 : 내, 그 후지게 생긴 놈! 처음 볼 때부터 맘에 안 들었어...!
경 태 : 나도!
광 희 : 니들 정말 왜 이래? 수현이 너, 언제는 나영씨, 빨리 남자 하나 물색해서 시집 보내버리는 게 상책이라며?
수 현 : 아니, 뭐... 그렇기야 하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하잖아...!
경 태 : (수현에게) 나영씰 누구한테 시집보내? 난 나영씨 시집 못 보내!
광 희 : (점점 더 어이가 없어) 허허, 니들... 혹시 나영씨 좋아하냐?
경 태 : (펄쩍 뛰며) 뭐?
수 현 : (말도 안 된다는) 얘가? 말이 되는 소릴 해라?
광 희 : 그런 게 아니면, 왜들 이래? 나영씨가 누구랑 좋게 지내든, 그건 어디까지나 나영씨 개인적인 문제야.
갑자기 신경질이 나는지, 입고 있던 노란색 셔츠를 벗어 던지는 경태.
경 태 : 에이...! 그래도 이건 진짜 너무 하잖아...! 애까지 숨기고 처녀행세를 하면서 그 놈하고 돌아댕기는 건!
수 현 : 내 말도 그 말이야! 우리한테 그 놈하고 일한다는 얘기도 싹 숨기고, 호텔을 가면 간다, 누구를 만나면 만난다,
말을 하면 되지, 왜 야근을 한다고 뻥을 치냐 이거야. (경태에게) 안 그러냐?!
광 희 : (듣기 싫은) 야, 그만해! 그래도 우리가 간섭할 권리는 없어. 신경들 꺼.
시선을 돌리는 광희. 광희도 기분이 썩 좋은 건 아니다.
S#59. 호텔 방 안 (밤. 경태의 상상)
목욕용 가운을 걸치고, 욕실에서 나오는 찬영. 나영이 걸터 앉아있는 침대로 간다.
나영의 옆에 나란히 걸터앉는 찬영. 찬영은 마치 경태처럼 순진하게, 반듯하게 앉아 쑥스러운 듯 몸을 빼고 있다.
찬영에게로 가까이 조금 옮겨 앉는 나영.
나 영 : 찬영씨는 향기가 참 좋아요... 특히 그 발 냄새...! 너무 황홀해...!
쭈뼛쭈뼛 입술이 다가가는 찬영과 나영. 두 사람의 입술 점점 다가오는데...
S#60. 경태의 방 안 (밤. 현재)
어둠 속, 침대에 누워 눈을 번쩍 뜨는 경태. 손목을 들어, 손목시계를 본다.
경 태 : (시계의 라이트 켜고 보며) 12시 5분...? 아직도 안 왔단 말이지...?
S#61. 광희의 방 안 (밤)
어둠 속에서, 손을 뻗어 알람시계 들어 보는 광희. 12시 10분이다.
광 희 : 정말 안 들어 올려나...? 에이, 설마 아니겠지...
하지만 왠지 자꾸 신경이 쓰이는 광희. 역시 혼자 상상에 잠긴다.
S#62. 호텔방 안 (밤. 광희의 상상)
(여인의 향기처럼) 탱고 음악이 시작되고, 마치 플레이보이처럼 차려입은 찬영이 장미꽃 한 송이를 들고 들어온다.
침대에 앉아있는 나영에게 춤을 청하듯 손을 내미는 찬영. 나영이 손을 잡아주자, 함께 신나게 탱고를 추는 찬영과 나영.
이내 탱고동작에 맞춰, 나영의 허리를 꺾어 안더니, 나영에게 키스하려는 듯 얼굴 가까이 들이대는 찬영.
두 사람의 입술이 가까이 다가간다.
S#63. 세 남자의 집 거실 (밤)
어둠 속에서, 핸드폰을 손에 든 채 고심하고 있는 수현. 핸드폰 폴더를 열면 12시 15분이란 시간이 뜬다.
수 현 : 전화를 해봐...? 말어...?
이내 고심하다가 나영에게 전화를 거는 수현. 신호가 막 가려는데, 그냥 끊는다.
수 현 : (혼잣말) 내가 왜 신경 써...? 누굴 만나서 호텔을 가던 말던...! (소파에 누우며) 에이...! 잠이나 자자...!
잠을 자려고 애쓰는 수현. 하지만 잠이 오지 않는지, 눈을 ‘딱!’ 뜬다.
S#64. 호텔 방 안 (밤. 수현의 상상)
잘 차려 놓은 정찬 식탁에 마주 앉아 있는 찬영과 나영.
호텔 종업원이 포도주 따라주면 받는 찬영. 나영도 포도주 잔 든 채 찬영을 보고 있다.
찬 영 : (지갑에서 수표 몇 장 꺼내 종업원에게 주며) 이건 팁...! 가봐요...
호텔 종업원 인사하고 사라지면,
찬 영 : (느끼하게) 나영씨의 아름다운 두 눈에 건배...!
포도주 잔 ‘쨍!’ 부딪치고는 한 모금 마시는 나영과 찬영. 잔 내려놓기가 무섭게 벌떡 일어나더니,
서로를 안으며 침대로 털썩 쓰러진다.
S#65. 광희방 & 경태방 & 거실 (밤. 현실)
화면 세 개로 분할되며, 도저히 안 되겠는지, 몸서리치며 벌떡 몸을 일으키는 세 남자.
세남자 : (동시에, 큰일 났다는 듯, 낮은 신음처럼) 안돼...!
세 남자 한 화면에 잡히면서... - 11부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