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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유산] 17
S#1. 가라오케 일각 혹은 가라오케 건물 복도 정도 (밤)
16회와 연결해서...
준세 : (남자로서 화나는) 자식아, 비겁하게 동생 핑계로 트집 잡지 말고 니 마음 을 말해!
환 : (맞는 말에 더 찔리는, 주먹 쥐며) 말 다했어?
준세 : 니가 너 말고, 누구 다른 사람 입장 생각하고 걱정하는 놈이야? 너 은성이 때문에 나한테 이러는 거잖아!
환 : (못 참고 터지는 준세 한 대 후려치며) 그래! 고은성 때문이야!
준세 : (갑자기 맞고 비틀하는)
승미 : (은성이 때문이란 말에 충격 받고 손으로 입 막는)
준세 : (곧 바로 자세 바로하고 환 확 쳐다보는)
환 : (맞받아 보는)
준세 : (가서 환 멱살 탁 잡으며, 낮지만 강한) 뭐하는 짓이야! (형한테)
환 : (때린 건 아차 싶다) 왜 건드려!
준세 : (심증은 확실하지만 질투로 재확인하고 싶은) 너... 은성이 좋아하냐?
환 : (멈칫 보는, 눈빛 흔들리고)
준세 : (힘주고 눈빛 받아치며) 말해!
승미 : (환 눈빛에 직감 오는, 떨린다, 가슴 손으로 짚는데)
혜리 : (나오다가 멱살 잡은 둘 보는, 놀라 눈 커지는, 얼른 돌아서 룸 향해 뛰는)
환 : (보다가 도전하듯) 무슨 자격으로 그런 걸 물어?
준세 : (멈칫하는)
환 : 형이 뭔데 그런 걸 묻냐구! 고은성하고 아무 사이 아니라며! (하다 말도 안 된다는) 고은성을? 내가 왜!
우리 집 쑥대밭 만든 앨 내가 왜 좋아해!
준세 : (아닌 거 안다는 듯) 그럼 나한테 왜 이래!
환 : (확 뿌리치며) 형 꼴사나워 그래!
준세 : (멈칫하면)
환 : 그래, 난 원래 다른 사람 안중에도 없는 놈이야! 그럼 형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람인 척 모든 사람 배려하는 척하면서,
하루 종일 내 앞에서 설쳐대는 형 꼴사나워 이런다구!
준세 : (이성 되찾는, 더 이상하면 안 된다. 보다가) 그래, 니가 그런 거라면, 그런 걸로 해야겠다.
환 : (마지막 안간힘처럼) 그런 걸로가 아니라 그런 거라니까!
승미 : (환 마음 느끼고 눈물 어리는, 그대로 몸 돌려 벽에 등 기대고 눈감는)
S#2. 노래방 (밤)
노래하고 있는 점장과 수재. 은성, 자리에 앉아서 박수치고 있는데.
혜리 : (뛰어 들어오는, 크게) 은성아, 클났어! 밖에 쌈 났어!
은성 : (놀라) 뭐?
S#3. 가라오케 일각 (밤)
달려오는 은성, 혜리, 점장, 수재. 이미 상황 종료된 후다.
입가 약간 터진 준세가 앞서고 환 한걸음 뒤에서 룸으로 향하다 마주치는 일행.
혜리 : 어? 끝났네?
점장 : 무슨 일입니까?
은성 : 오빠, 무슨 일이에요? (하다 입술 보고 놀라) 입술이 왜 그래요? 맞은 거에요? (환이? 환 돌아보는)
환 : (준세 걱정하는 은성 확 보는)
은성 : (환 눈빛에 멈칫하는데)
준세 : 별 거 아냐.
혜리 : 저 사람이 준세씨 때린 거에요?
준세 : (얼른 분위기 돌리려 웃으며) 들어가요, 마저 놉시다.
점장 : (좋게) 해산합시다. 한번 김빠진 콜라 다시 마시면 맛없어요.
수재 : 근데 우리 본사 팀 유승미씬 어디 갔어요?
승미 : (모른 척 모퉁이 돌아오며 아무 것도 못 본 듯이) 어? 왜들 나와 있어요?
S#4. 가라오케 건물 앞 (밤)
간다고 손 흔들고 사라지는 점장, 수재, 혜리.
은성, 손 흔들고 있고 준세, 대리기사에게 차 키 건네고 있다. 환과 승미, 입구에 서있다.
은성 : (손 내리고 돌아서며 어두워지는)
준세 : (환보며) 타, 승미씨 내려주고 너희 집 갈게.
환 : (티 안내고 버티는) 됐어! 버스 타고 갈 거야.
은성 : (난처하게 환과 준세 번갈아 보는데)
승미 : (얼른) 가세요, 저흰 택시 타고 갈께요.
준세 : (더 권할 상황 아니다) 그럼 우리 먼저 갈께요. (환 탁 보며) 간다.
환 : (꼿꼿한) 가.
준세 : 가자, 은성아. (뒷좌석 문 열어주면)
은성 : (어정쩡하게) 먼저 갈께요. (타는)
준세 : (뒤이어 은성 옆 좌석에 타서 문 닫는, 차 출발하고)
환 : (차 없는 자기 처지 비감스러운데)
승미 : 택시 왔다, 오빠.
환 : (승미 보면)
승미 : 타, 오빠 내려주고 갈게. (택시 쪽으로)
S#5. 거리 + 준세 차 안 (밤)
뒷좌석에 앉아있는 은성과 준세.
은성 : 왜 싸운 거에요?
준세 : 별 일 아냐.
은성 : 나 때문이죠? 그 사람이 정이 때문에 화나서 오빠 때린 거죠?
준세 : (상황이 상황인지라 예민해지는) 그 사람?
은성 : (멈칫했다가) 정이 오빠요.
준세 : 술 탓이야.
은성 : (? 보면)
준세 : (별일 아닌 듯) 남자들 술 마시면 흔히 있는 일이야. 치고 박고 해, 한번씩.
은성 : (놀라도) 오빠두요?
준세 : (장난처럼) 나도 남자거든요? (웃으며) 별일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
은성 : (그래도 심란하게 보는)
준세 : (씩 웃어 보이고 고개 돌리는, 표정 착잡해지고)
은성 : (고개 돌리며) 나보다 오빠한테 더 화가 나긴 했나부네, 나한텐 그래도 뭐라고 심하게 안 했는데...
준세 : (멈칫, 은성 보는)
S#6. 거리 + 택시 안 (밤)
택시 뒷자리에 앉아있는 환과 승미.
환, 준세에게 속을 들켰다는 당황과 어떻게 알았지? 뒤늦게 앞일 곱씹어 보고 있다.
준세(E) : 너... 은성이 좋아하냐?
환(E) : 박준세, 어떻게 안 거야...
승미 : 오빠 박준세씨하고 왜 그랬던 거야?
환 : 박준세 재수 없어서.
승미 : 정이 때문에 그렇게 화가 났어? (그렇다고 하기를 바라며 보면)
환 : (멈칫해서 보면)
승미 : (은성에 대해 묻는) 오빠 박준세씨 싫다 그랬지만... 말로만 그랬던 거지 정말 싫어했던 건 아니잖아...
환 : (말 돌리는) 회사 자료 좀 구해줘.
승미 : 회사 자료?
환 : 자산 규모부터 매출 현황, 직원 분포, 니가 구할 수 있는 우리 회사 관련 자료면 뭐든 좋아.
승미 : (우리 회사란 말이 뜻밖인) 우리, 회사?
환 : (못 알아듣고) 좀 더 자세한 건 박이사 아저씨한테 부탁할 테니까.
승미 : 어 알았어...
환 : (팔짱 끼고 차창 밖 내다보는)
승미 : (그런 환 보는, 부여잡은 손 떨리고)
S#7. 환 집 거실 (밤)
티 테이블에 마주 앉아서 얘기하고 있는 할머니와 은성.
할머니 : 아주 성공적이었다면서?
은성 : (뿌듯함 누르고) 네, 매출 네배 반이요. 기부 행사라서 많이들 와주셨지만,
어쨌든 우리 2호 점 다시 알리는 데는 성공했어요.
할머니 : 애썼다, 고생 많이 했어.
은성 : (잠시 망설이다가) 손자 분도 애 많이 썼어요, 발바닥 물집 생겼을지도 몰라요.
할머니 : (그렇게 일한 환도 뜻밖이고 환 칭찬 해주는 은성도 뜻밖인 듯 보는) 근데 환이는 왜 같이 안 들어왔어?
회식까지 같이 했다면서.
은성 : 그랬는데요, 그... (승미 거론하기 난처한데)
할머니 : 승미?
은성 : 네. (하는데)
환 : (들어오다 은성 보고 멈칫, 속 들킨 듯 머쓱하다. 무뚝뚝) 다녀왔어.
할머니 : (일부러 감정 드러내지 않는) 그래, 오늘 고생 많았다.
환 : (할머니 인사에 멈칫했다가) 올라 가. (2층 쪽으로)
S#8. 환 방 (밤)
들어오는 환, 뒤늦은 후회로 후- 한다.
<16회 62씬에서>
환 : (기막힌 듯) 정이는 형 때문에 싸고 누웠는데, 생판 모르는 사람들 위해 자원봉사를 와? 형 너무하는 거 아냐?
준세 : (기습 공격하듯) 은성이 때문에 이러는 거냐?
준세 : (남자로서 화나는) 비겁하게 동생 핑계로 트집 잡지 말고 니 마음을 말해!
환 : (못 참고 터지는 준세 한 대 후려치며) 그래! 고은성 때문이야!
환 : (현재, 후회로 혼잣말) 아- 참았어야 되는데... 준세 형 고은성한테 다 말한 거 아냐... (덜컥해지는)
S#9. 2층 거실 (밤)
샤워하려고 옷가지 챙겨들고 나오는 환. 은성, 올라오다가 마주친다.
환 : (은성 무시하고 욕실 쪽으로 가는데)
은성 : 족욕 하고 자요.
환 : (돌아보면)
은성 : 안 그럼 발 욱신거려서 내일 일 못할 걸요? 지금까지 오늘처럼 종일 안 쉬고 뛰어다닌 적 없잖아요.
환 : (내 걱정하는 거야? 뜻밖이지만) 별 걱정 다한다! (욕실 문 열면)
은성 : (머쓱해서 3층 올라가는)
환 : (문 열다 멈칫, 은성 쳐다보는)
S#10. 승미 집 거실 (밤)
충격으로 들어오는 승미. 백성희, 맞이하러 서있다.
백성희 : (궁금함과 걱정 섞여 마음 급한) 일만 끝내고 오지 회식까진 뭐 하러 따라 가? 은성이하고는 별일 없었어?
승미 : (말할 기분 아니다) 어...
백성희 : 얼굴이 왜 이렇게 창백해? 종일 너무 힘들었구나?
승미 : 쉴게요. (방 쪽으로 가버리는)
백성희 : (따라가며) 오늘 어땠는지 얘기 좀 해봐.
승미 : 쉬고 싶어. (방으로 들어가고)
백성희 : (멈칫했다가) 승미야. (하며 문 열려는데 잠겨있다. 놀라는)
S#11. 승미방 (밤)
침대에 쓰러지듯 눕는 승미, 버텼던 표정 무너진다.
<16회 1씬에서>
준세 : (심증은 확실하지만 질투로 재확인하고 싶은) 너... 은성이 좋아하냐?
환 : (멈칫 보는, 눈빛 흔들리고)
승미 : (충격에 눈물 어리는)
<12회 55씬에서>
승미 : 박준세씨가 은성씨랑 사귄다던데.
환 : 무슨 여자 친구야! 정이가 그러는데 준세 형에 후배에 후밴지 후배에 친군 지 그렇다든데.
승미 : (그랬었구나... 눈 감으며 눈물 흘리는)
S#12. 승미집 거실 (밤)
영문 몰라 서서 승미 방 쳐다보고 있는 백성희.
백성희 : 쟤가 왜 저래? (하다 뚝 멈추는) 은성이가 무슨 말 한 거 아냐? (굳어지는)
S#13. 할머니 방 (밤)
표집사와 얘기하고 있는 할머니.
할머니 : 지금쯤은 내가 죽어도 전 재산이 은성이한테 다 가는 게 아니라는 걸 알텐데,
종일 설렁탕 나르고 뛰어 다닐 줄 상상도 못했어.
표집사 : 환이, 어르신 손잡니다. 한다고 작정했는데 밀어붙일 오기 없겠습니까?
할머니 : (탁 보며) 내가 오기 창창한 늙은이란 말이지?
표집사 : (미소로) 보통 사람한테 없는 결단력 있으시단 말씀입니다.
할머니 : 하루 종일 얼마나 힘들었냐고 손이라도 덥썩 잡아주고 싶었는데... (맘 아픈) 모른 척 했어...
내가 먼저 약해지면 환이는 무너질까봐...
표집사 : 네...
할머니 : 내가 지 미워서 이런 결정한 줄 알겠지? (부모로서의 서글픈 헛웃음) 지가 알겠어? 아무리 개망나니 개차반 짓을 해도...
미워지지 않는다는 걸...
표집사 : 원망은 하겠지만 그렇게 생각은 안 할 겁니다.
할머니 : 이 일로, 환이가 이 할밀 원수처럼 생각하고 날 미워해도 난... 그 녀석 사랑해.
(눈물 어려) 죽을 때까지, 아니 죽어서도 사랑할거야...
S#14. 환 방 (밤)
난생 처음 해본 중노동에 업어 가도 모르게 곯아떨어진 환.
수건 든 할머니, 침대 옆에 서서 그런 환 짠한 눈으로 보고 있다. 환 발쪽 침대 밑에 뜨거운 물 담긴 대야 놓여 있고...
할머니 : (손으로 환 엉덩이 한번 툭 치는)
환 : (미동도 없다)
할머니 : (뜨거운 물에 수건 담궈 짜서 침대에 앉는다. 수건으로 환 발 감싸는)
환 : (꿈틀도 안하고 곯아떨어져 있다)
할머니 : (수건으로 감싼 발 조심 조심 주물러주며) 피곤한 날 잠들면 곯아떨어지는 건 여전하네...
(애정으로 꾹 꾹 눌러주는, 여러 번 했던 일이다)
환 : (깨나지는 못하지만 발 풀리는 듯 희미한 미소 짓는)
할머니 : (눈물 어려 그런 환 보는)
S#15. 환 집 외경 (다음날 아침)
S#16. 환 방
잠에서 깨는 환, 개운하게 잘 잔 듯 쭉 기지개 켠다. 발 꼼지락 거리던 환, 일어나 앉는다.
환 : (개운한 발 만져보는, 문 쪽 보며) 족욕은 무슨? 하루 잤더니 다 풀려 버렸구만...
S#17. 승미 집 거실
식탁에서 믹서기에 간 키위 주스 컵에 따르고 있는 백성희.
승미, 출근 차림으로 가방 들고 나온다.
백성희 : (잔 들고 다가오며) 이거부터 마시고 밥 먹어. 피곤할 땐 비타민 씨 보충이 최고야.
(차림새 보고) 아침도 안 먹고 회사 나갈려구?
승미 : 생각 없어요.
백성희 : (딸 기색 심상치 않다. 팔 잡아 식탁에 앉히는) 이거라도 마시고 가. (주는)
승미 : (어쩔 수 없이 한 모금 마시는)
백성희 : 왜 그래? 어제 종일 환이 앞에서 은성이랑 붙어있느라고 진 다 빠진 거야?
승미 : (잔 내려놓으려다 대답하기 싫어서 다시 마시는)
백성희 : (딸한테 미안함 있는지라, 달래는) 조금만 참아. 은성이 환이 집에서 나올 거고,
환이가 지금처럼만 하면 할머니 마음 바뀌는 거 시간문제야.
승미 : (불안한) 은성이 오빠 집에서 나오는 거 확실하대요?
백성희 : 그러기로 했다니까? (확신으로) 친손녀 사윗감 뺏은 애를, 천하에 대단한 할머니라도 곁에 계속 못 둬.
승미 : 오빠... 엄마가 먼저 오빠네 집에 말해주기 기다리고 있어.
백성희 : (시선 돌리며) 우선 은성일 할머니 옆에서 치워야지. 은성이 코앞에서 말 해 봤자 눈 가리고 아웅도 안 되는 거 몰라?
승미 : 어제 은성이 봐서는 오빠네서 나올 눈치 아니었어. 얼마나 신나있었는데.
백성희 : 할머니가 은성일 당장 내쫓겠니? 집이라도 구해놓고 은성이한테 얘기하겠지.
승미 : (터질듯 복잡한 시선으로 엄마 보면)
백성희 : (안 쳐다봐도 딸 시선 느낀다) 그거는 다 마시고 나가. (일어서며) 엄마 출근 전에 영란이랑 통화하고 결과 알려줄게.
S#18. 환 집 2층 거실
3층에서 내려오던 은성, 막 방에서 나오던 정과 마주진다.
은성 : (첫 만남이다. 멈칫하는)
정 : (은성 탁 쏘아보는)
은성 : (어색하지만) 몸은 좀 괜찮니?
정 : 병 주고 약주니?
은성 : (진심으로) 미안해.
정 : (어? 눈 커져) 너 준세 오빠랑 진짜 사귀는구나!
은성 : 그건 아냐.
정 : (이해 안 되는) 근데 니가 왜 미안해? 준세 오빠가 너 좋아하는 거라며!
은성 : 사람 마음 아픈 게 얼마나 힘든지 아니까 미안하다구. (내려가는)
정 : (자기 사고방식으로 이해 안 되는, 벙해서 보다가) 쟤 진짜 희한한 애네? (하다 멈칫)
준세(E) : 은성이는... 생각이 좋아.
정 : (뭔가 생각난 듯 얼른 1층으로 내려가는)
S#19. 주방
표집사, 싱크대 앞에서 국 간 보고 있고 영란, 반찬들 담고 있다.
할머니 : (더덕무침 젓가락 맛보며) 더덕은 에미가 무친 거냐?
영란 : (펄쩍 뛰는) 어머닌? 제가 어떻게 벌써 요리를 해요?
표집사 : 이제 밥물 제대로 맞추시고 국 간 볼 줄 아십니다.
할머니 : (피식 웃으며) 이제 굶어죽진 않겠구나.
은성 : (들어서며) 안녕히 주무셨어요?
정 : (은성 뒤따라 와서 거실에서 주방 쪽 기웃 들여다보는)
영란 : (보는, 미운 듯) 안녕히 잤겠니? (하다 얼른 할머니 눈치 보는)
은성 : (멈칫했다가 표집사에게) 아저씨 안녕히 주무셨어요?
표집사 : 예, 잘 잤어요?
은성 : 네. 수저는 제가 놓을께요.
할머니 : 환이 정이는 왜 안 내려와?
정 : (쓱 들어오며) 할머니 잘 잤어? 엄마 잘 잤어? 아저씨 잘 잤어?
할, 영, 표, 은성 : (동시에 정 쳐다보는)
정 : (놀라 눈 커져 멈춰서며) 왜들 그래?
표집사 : 정아, 괜찮냐?
영란 : (얼른 다가오며 호들갑) 정아, 자다 가위 눌렸니?
정 : (머쓱해서) 내가 뭐?
할머니 : (웃음 난다) 요새 해님이 동쪽 서쪽 오락가락 뜨시는구나.
S#20. 환 집 동네 길
걸어가는 환. 은성, 뒤에서 자전거 타고 온다.
환 보는 은성, 그냥 지나칠까 인사를 할까, 브레이크 잡고 속도 줄이다가 에이 그냥 가자... 환 지나쳐가는데.
환 : (은성 보는) 서봐!
은성 : (끽 서는, 돌아보면)
환 : (준세한테 무슨 말 들었나 묻고 싶지만 쉽게 말 안 나와 머뭇거리는)
은성 : 왜요?
환 : (상상 컷) 너 준세 형한테 무슨 말 들었어?
환 : (현재, 괜히 다른 말 먼저 꺼내는) 너 자전거 타고 2호점까지 갈 거냐?
은성 : 전철역까지 가서 전철 타고 갈 거에요.
환 : (놀라) 여기서 전철역까지 그걸 타고 간다구?
은성 : 버스 안 갈아타도 되니까 마을 버스비 왕복 1,200원 절약돼요.
환 : 돈 독이 올랐구나.
은성 : 운동되고 다이어트 되고, 돈 절약되고, 1석 3조에요. 만원 버스에서 치한 만날 일도 없고, (하다 멈칫하는)
<15회 37씬에서>
남자 품에 붙어있던 은성 확 잡아당기던 환. 환에게서 묘한 느낌 받고 가슴 콩콩 뛰던 자신.
은성 : (그때 일 떠올리고 혼자 당황해서 환보는)
환 : (동시에 그 날 생각나는, 은성 보는, 얼른) 한마디 하면 열 마디 하지.
은성 : (분위기 돌리려 허둥대며) 이번 달 월급타면 자전거 한 대 사요! 차도 없잖아요.
환 : (기막혀, 내가) 자전거?
은성 : (얼른 출발하며) 먼저 가요!- (가면서 갸웃하는)
환 : (보다가 혼잣말) 박준세 끝까지 멋있겠다 이거지?...
S#21. 승미 집 거실
영란과 통화하고 있는 백성희.
백성희 : 어떻게 되가나 궁금해서? 그 아이 언제 나가기로 했니?
영란(휠) : (속상한) 걔 안 나가.
백성희 : (놀라) 안 나가다니?
S#22. 환 집 주방 / 승미 집 거실
설거지하다 전화 받은 듯 고무장갑 끼고 싱크대 앞에서 전화 받고 있는 영란.
영란 : 우리 어머닌 득도하셨나봐, 성희야. 사람 인연은 인력으로 되는 게 아니래, 하늘의 뜻이랜다.
백성희 : (기막힌) 아니 그럼 은성이가 박이사 아들하고 사겨도 상관없다는 거야?
영란 : 그런 말이 아니라, 준세가 은성이 좋아하는 건 은성이 잘못이 아니잖니. 죄 없는 애를 내 쫓는 건 어머니 양심상 안 되신대.
백성희 : (확 오르는) 왜 죄가 없어? 친손녀 사윗감을 뺏었는데!
영란 : (자기도 모르게 할머니 생각 얘기하는) 정이랑 준세가 결혼 약속한 사이는 아니었잖아.
백성희 : (답답한) 아니 그래서 넌 그냥 네, 했어?
영란 : 네, 안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어. 울 어머니 눈물까지 보이면서 올바른 사람으로 살게 해달라시는데,
백성희 : (자기도 모르게 화나는) 그렇게까지 은성일 데리고 사시겠다는 이유가 뭐래?
그리구 넌 속도 없니? 노인네 말도 안 되는 말에 휘둘려 그 애랑 살고 싶어?
영란 : (벙해서) 얘, 왜 니가 나보다 더 팔짝이야?
백성희 : (멈칫하는, 짜증 누르며) 아니 듣다보니까...
영란 : 암튼 우린 죽어도 어머니 못 이겨. 성희야, 나 빨리 설거지 하고 세탁기 돌려야 되니까 나중에 통화하자.
S#23. 승미집 거실
열 오른 얼굴로 핸드폰하고 있는 백성희.
백성희 : (기막혀) 세탁기? 그래, 세탁기 돌려. (탁 끊는, 도저히 이해 안 되는) 무슨 이런 경우가 다 있어?
(미치겠다) 이 노인네 제 정신이야? (도저히 감정 감당 안 된다. 탁자 위 물건들 확 쓰러버리는)
S#24. 승미 아파트 일각 혹은 주차장
출근 차림인 백성희, 잔뜩 굳어서 차 쪽으로 가는데 고평중, 굳은 얼굴로 차 옆에 서있다.
백성희 : (흠칫 놀라 멈추는데)
고평중 : (굳은 얼굴로 다가오는, 초조한) 물어볼게 있어 왔어.
백성희 : (뭔가 떠오르는)
<14회 56씬에서>
승미 : 아버지한테... 가게 같은 거 하나 차려줘요, 서울 말고 지방에.
백성희 : (승미가 뭔가 했구나... 알아채고 차분한) 타요. (차문 여는)
고평중 : (뜻밖인 듯 보는)
S#25. 공원 혹은 까페
사람 없는 조용한 곳에서 얘기하고 있는 백성희와 고평중.
고평중 : 은성이 혹시 당신한테 무슨 연락 없었어?
백성희 : 걔 나한테 연락 안한다니까. 근데 왜요?
고평중 : (불안으로) 은성이한테 무슨 일 생긴 거 같애서, 은성이 메일이 갑자기 없어졌어, 탈퇴했드라구.
백성희 : (놀라) 탈퇴? (했다가 멈칫하는)
승미(E) : 내가... 연락 오도록 해볼게요.
백성희 : (이거였구나... 고평중 보면)
고평중 : (절박하다) 메일 아니면 내가 저하고 연락할 방법이 없다는 건데,
그걸 알면서 이 자식이, 무슨 일 생긴 거 아니면 이럴 리 없잖아.
백성희 : (보다가 안타깝다는 듯) 당신은 왜 그렇게 자기 편하게 생각을 해?
고평중 : (? 보면)
백성희 : (좋게) 은성이가 메일까지 탈퇴한 건... 당신하고 연락 끊고 싶다는 거야.
고평중 : 뭐?
백성희 : 당신 부담스런 거라구.
고평중 : 말도 안 돼! 그렇다고 연락을 끊어? 우리 은성이가 그럴 리 없어!
백성희 : (몰아가는) 그 전에 메일 주고받을 때 무슨 기미 없었어? 은성이가 무슨 눈치 보인 거 없었냐구?
고평중 : (멈칫하는)
은성(E) : 전 아빠한테 메일을 받는 것조차 불안해요.
백성희 : (안됐다는) 공항에서 은성이 전화 왔을 때 당신 살아있다고 했더니 은성이 첫마디가 뭐였는 줄 알아?
그럼 저 어떡해요? 였어.
고평중 : (충격에 쿵... 하는)
백성희 : 살아있다는 반가움 보다 알려지면 어떡하나? 죽어서 아빠가 남긴 보험금이 숨통 트여 줬는데,
다시 살아난 아빠가 은성이 숨통 조이는 거야.
고평중 : 아냐, 아무리 그래도 이럴 애는 아냐. 더구나 지금 한국에 있는 것도 아니고 미국에 있는데!
백성희 : (틈 안주고 해대는) 미국에서 누가 지 알아볼까봐 겁나겠어? 서울 바닥 돌아 다니고 있는 당신이 겁나는 거야!
여기서 당신 정체 밝혀지면 지한테 불똥 튈까봐! 왜 그 심정 이해를 못해?
고평중 : (도저히 안 믿기는) 어떻게 믿어져! 내가 알던 은성이가 아닌데!
백성희 : (매정하게) 은성이 고생 모르고 살았던 애야! 돈 없는 거에 익숙한 애 아니라구. 사람 사는데 제일 필요한 거...
(강조하는) 돈인 줄 아는 애야!
고평중 : (충격에 손으로 이마 짚는)
백성희 : (본론 시작하는) 그러지 말고 은성아빠, 서울 떠나.
고평중 : (멈칫해서 보면)
백성희 : (간절한) 당신 우리 때문에 그런 짓까지 했다며? 그럼 우리 위해서 숨어 살아 줄 수 있잖아.
고평중 : (기막힌) 지금도 숨어 살고 있어!
백성희 : (버럭) 당신 서울에서 30년 살면서 사업하던 사람이야!
고평중 : (멈칫하면)
백성희 : (얼른 누르고) 은성이 은우도 없는데 당신 서울에 있을 이유 없잖아.
고평중 : (기막혀) 어디로 가 줄까?
백성희 : 전남 나주 쪽에 과수원 몇 군데 알아놨어. 요새 인력 딸려서 세놓는 과수원들 꽤 있드라구.
직접 가서 둘러보고 맘에 드는 거 있으면, 내가 내려가서 내 이름으로 계약해 줄게.
고평중 : 전남 나주?...
백성희 : 당신 살아있다고 갑자기 나타났을 때... 지금 은성이처럼 너무 두렵고 화나서 당신한테 모질게 했지만,
그래도 한때 내 남편이었던 사람... 이렇게 떠 도는 거 항상 맘에 걸렸어.
(짠한 듯) 자기 이름으론 뭐하나 할 수 없는 사람인데... 그래서 알아봤어.
고평중 : (고맙다고도 화를 낼 수도 없는 묘한 상황이다) ...
백성희 : (설득하는) 거기 가서... 과일 키우면서 맘 편히 살아, 은성아빠. 이렇게 나 불안하고 은성이 불안하게 만들지 말구.
고평중 : (갈등되는 상황이다. 쉽게 대답 못하고 백성희 보는)
백성희 : 혹시라도 은성이 나한테 연락 오면, 당신한테 알려줄 테니까, 어?
S#26. 점장실
회의하는 은성, 환, 점장, 수재. 옆에 배달 안내 전단지 묶음들 쌓여있다.
점장 : 그동안 주거지역 가까운 곳에 입점한 경쟁 업체들 탓에 발길 멀어졌던 고객들 관심, 다시 돌리는데 성공했으니까...
이제 본격적인 영업 시작합시다.
수재 : (힘든 듯 하품하며) 오늘은 또 배달 전단지 돌리는 거에요?
점장 : 오늘 하루만 배달 전단지 돌리고 내일부터는 배달 직원이 배달하면서 병행할 거에요.
환 : (전단지 묶음들 보며) 근데 오늘 저거 다 돌립니까?
은성 : 반은 오늘 돌리고 반은 배달 직원들이 돌릴 거에요.
점장 : 쉬지도 못하고 또 굴려서 안됐지만, 바퀴가 큰 수레일수록 밀던 힘을 이어서 밀어야 덜 힘들어요.
S#27. 2호 점 앞
사복차림으로 전단지 든 봉지 양손에 들고 나오는 환, 은성 찾아 두리번거리는데
은성, 주차장 쪽에서 자전거 끌고 온다.
환 : (멈칫해서 보는)
은성 : (바구니와 짐칸 가리키며) 전단지 여기 실어요.
환 : 치사하게, 너 혼자 자전거 타고 가겠다구?
은성 : (한손에 있는 것 받아서 바구니에 넣으며) 전단지 싣고 가주는 게 어디에요?
환 : 그럼 난 뛰어가냐?
은성 : 주방 이 주임님 자전거 타고 다니시든데 빌려서 타고 가든가요.
환 : (말도 안 된다는) 자전거를? 됐어!
은성 : 그럼 (천 원 한 장 주며) 버스 타고 ** 아파트 정문으로 와요, 거기서부터 도는 게 동선 제일 빨라요.
(다른 손에 있는 것 받아 짐칸에 묶는)
환 : 이게 뭐야?
은성 : 점장님이 지원하는 영업 활동비에요.
환 : 천원?
은성 : 점심 값도 있어요. (타고 가며) 빨리 와요!
환 : 버스가 빠르지. (가는)
S#28. ** 아파트 앞
걸어오던 환, 멈칫한다. 자전거 세워놓고 아파트 옆 턱 정도에 앉아서 지도 보고 있는 은성.
환 : (벌써 왔네? 다가가면)
은성 : (환 기척 느끼고 돌아보는, 일어서며, 아파트 촬영 현장에 맞게 대사 바꿔 주세요) 이 아파트 동이 여섯 개니까
세 개 씩 맡아요. 이백 일 동부터 삼동 돌려요. 사동부터 육 동까지 내가 돌릴 께요. 끝나고 여기서 만나요.
환 : 뭘 돌려? (전단지 받으며) 우편함에 넣어두면 되는 거 아냐?
은성 : 우편함에 넣어두면 사람들 90프로는 안 보고 버려요.
환 : 집집마다 돌리라구?
은성 : 그럴 거 아니면 뭐 하러 둘이 다녀요?
S#29. 아파트 몽타주
-복도식 아파트.
아파트 문에 반으로 접은 전단지 끼워 넣는 환, 옆집으로 가다 보면
맞은 편 동 복도에서 미리 손등에 스카치 테입 붙여놨다가 문에다 한 장씩 전단지 탁 붙이고 옆집으로 뛰어가서 또 붙이면서
빠르게 움직이는 은성 보인다.
환, 어? 하고 보는데... 무심히 환 쪽 보는 은성, 멈칫 선다.
경쟁심 생기는 환, 후다닥 전단지 접으면서 옆집으로 가면 은성, 동시에 빠르게 뛰듯 움직인다.
경쟁하듯 빠르게 움직이는 둘이지만 환이 느릴 수밖에 없다.
-전단지 꼽다가 내다보는 환, 은성은 어느새 몇 층 밑에서 붙이고 있다.
S#30. 아파트 앞
환, 나오다가 보면 은성, 벌써 다 마친 듯 자전거 옆에 서서 지도 보고 있다.
환 : (은성에게 준비성부터 뒤졌다는 생각에 인상 쓰고 다가오는)
은성 : (지도 들고 다가오며) 다음은 주공 아파튼데, 가는 길에 상가들 있잖아요?
환 : (말 자르며) 문방구부터 가!
은성 : (영문 몰라) 문방구는 왜요?
S#31. 문방구 앞
사무용 스카치테이프 들고 나오는 환. 서있던 은성, 피식 웃음 난다.
은성 : 그거 사러 간 거였어요?
환 : (은성 지도 탁 채서 펜으로 건물 세 개 체크하며) 여긴 니가 돌려. (옆에 세 개 체크하며) 여기 사무실은 내가 돌릴 테니까.
(지도 주는)
은성 : (뜻밖인 듯 보고) 그럼 끝내고 중간에서 만나요. (자전거 타고 쌩 가는)
환 : (보다가 뛰어가는)
은성 : (환이 쫓아오는 줄 모르고 가고)
S#32. 준세 레스토랑
한쪽 구석 테이블에서 팔짱 끼고 복잡한 얼굴로 생각에 잠겨있는 준세.
<16회 57씬에서 ‘의자 붙여주던 환’ ‘잠든 은성 들여다보던 환’>
환(E) : 우리 집 쑥대밭 만든 앨 내가 왜 좋아해!
준세 : (왜 하필...) 자식... (한숨 내쉬는)
혜리 : (입구 쪽에 서서 그런 준세 왜 저러지? 보는데)
정 : (머쓱함 감추고 들어오는)
혜리 : 어서 오세요- (하다) 웬일이니?
정 : (인상 팍 쓰며) 웬일은, (하다 표정 싹 풀고) 출근하러 왔어.
혜리 : 여기 계속 출근 한다구?
정 : (억지로 웃으며) 너 내가 여기 그만둘 줄 알았었구나?
혜리 : (황당한) 야, 차라리 성질을 내? 억지로 웃으니까 더 무섭다 야.
준세 : (다가오는) 정아.
정 : (멋쩍은) 오빠가 며칠 쉬라길래 시키는 대로 쉬고 나왔는데...
준세 : (미소로) 고맙다.
정 : 뭐가?
준세 : 오빠 말 잘 알아들어 주고 이해해줘서 고맙다구.
정 : (진짜 통하네? 으쓱하고)
S#33. 레스토랑 화장실
거울 앞에서 앞치마 묶고 있는 정.
정 : (문 쪽 돌아보며) 성격 바꾸는 거? 일도 아니네. (몸 이리저리 돌려보며) 내가 얼굴이 딸려 몸매가 딸려?
학벌이 딸리는 것도 아니구. (들여다보며) 이리 보고 저리 봐도 고은성 보다 백배는 낫구만.
(희망 생긴다) 좋아, 해보는 거야! (화이팅 하듯 주먹 한번 쥐고 나가는)
S#34. 거리
상가 건물들 나란히 서있는 대로변.
건물 앞쪽에 은성 자전거 세워져 있다. 자전거 바구니에 아직도 전단지 가득 들어있다.
환 : (한 건물에서 남은 전단지 몇장 들고 지친 듯 나온다) 휴... (하는데)
은성 : (옆 건물에서 지친 걸음으로 나오는, 발바닥에 물집 생겨서 약간 전다)
환 : (얼른 몸 바로 하는)
은성 : (환 보고 다가오는, 더운 듯 손 부채질 하며) 안 힘들어요?
환 : (버티는) 안 힘들어.
은성 : (자전거 끌며) 날도 더운데 좀 쉬었다 갈래요?
환 : (안 힘든 척) 됐어! (앞서 가는데)
은성 : (지친) 난 좀 쉬었다 갔으면 좋겠는데...
환 : (멈칫, 돌아보는)
S#35. 거리 일각
맞은편에 대형 웨딩홀 건물 보이는 곳.
환, 혼자 나무 그늘 아래 놓인 벤치 정도에 앉아있다.
은성, 유산에 정 문제까지 이래저래 환 쪽에 내심 미안한 마음 있다.
환 : 어딜 갔다 온다는 거야?... (둘러보는데)
은성 : (하드 두 개 들고 터덜터덜 온다)
환 : (은성 보고 기막힌) 이거 사러 간 거야?
은성 : (하나 쓱 내미는) 자요.
환 : (황당한) 길거리에서 이걸 먹으라구?
은성 : 먹는데 무슨 사람들 눈치를 봐요? (뜯으며) 그 쪽 건 음료수 사올까 했는데, 왜 같은 거 안 사왔냐고 딴지 걸 까봐.
(벤치 끝 쪽에 떨어져 앉는)
환 : 얻어먹으면서 딴지 거냐?
은성 : (먹으며) 그럼 먹어요, 덥고 피곤할 땐 이런 게 최고에요.
환 : (먹고는 싶은데 주위 의식된다. 망설이는데)
은성 : 녹아서 다 버리겠네, 오늘 마을 버스비 아껴 산건데...
환 : (봉지 뜯어서 먹는, 한 입 먹고 보면 맛있다. 하드 한번 보고 다시 먹는)
은성 : (힐긋 먹는 환 보는)
환 : (보이는 거 머쓱하다. 몸 반대편으로 돌리고 먹는)
은성 : (그런 모습 웃긴다. 피식 웃고 먹는)
둘 : (잠시... 말없이 아이스 바 먹는)
환 : (불쑥, 안 쳐다보고) 동생 몇 살이라구?
은성 : (멈칫하는, 이후 둘 계속 먹으면서 얘기 나누는 걸로)
환 : 은..우라고 했던가? 몇 살이냐구?
은성 : (놀라 쳐다보며) 우리 은우 이름을 어떻게 알아요?
환 : 우리 은우, 우리 은우... 입에 붙어 있잖아.
은성 : (그랬지... 다시 앞 보며) 열일곱이에요.
환 : 금방 찾을 거야.
은성 : (뜻밖인 듯 다시 환 보면)
환 : 우리 할머니, 한다면 하는 분이니까... 찾아 주실 거야.
은성 : (뭉클해지는)
환 : 그리고 그 날... 너 뺑뺑이 돌리긴 했지만, 나중에 가방 바꿔줄려고 했었어.
은성 : (놀라) 언제요?
환 : 니 가방 꼬봉한테 5시까지 호텔 앞으로 오라고 하고 40분 기다렸는데, 너 안 오드라... (아버지 돌아가신) 그 날이라.
은성 : (어?... 했다가 그날 상황 파악되는) 그랬어요?
환 : 그러니까 니가 일부러 내 가방 빼돌린 줄 알았지!
은성 : 연락 못 받았는데... (하다 이해 안 되는) 근데 왜 여태 그 말을 안했어요?
환 : (타박하듯) 너 사람 변명하면 치사하게 만드는 재주 있잖아!
은성 : (황당한) 그렇다구 여태 그 얘길 안 하냐...
환 : 어쨌든, 나 때문에 아버지 얼굴 못 보게 해서 그것도 미안하게 됐다.
은성 : (점점 왜 이래? 놀라 보며) 미안하단 말 잘 하네요?
환 : 놀리냐?
은성 : (자기도 모르게 생긴 환에 대한 호기심이다) 노인정에서 할머니들 대할 때 보니까 웃기도 잘 하더만. 왜 평소엔 안 웃어요?
웃으면 복이 온다는데, 왜 맨날 성질만 부리고, 세상이 다 불만스런 사람처럼 왜 그랬어요?
환 : (멈칫하는)
승미(E) : 오빤 은성이에 대해 잘 모를 거야.
환 : (퍼뜩 정신 드는, 타박) 또 시작이다. 넌, 너무 말을 많이 해서 살이 안찌는 거야! (몸 탁 돌리고 남은 하드 먹는)
은성 : (머쓱한, 몸 반대편으로 돌리고 입에 하드 무는, 발바닥 아픈 듯 신발 벗는, 슬쩍 양말도 벗는데 발바닥 물집에 붙여놨던
밴드 밀려있다, 떼는)
환 : 오늘 돌릴 전단지 몇 장이나 남았냐?
은성 : (바람 들어가게 신발 위에 맨발 얹으며) 한 오백장 남았을 거에요. (나머지 먹고)
환 : (다 먹은 작대기로 허공에 계산하며) 천오백 장에서 하루 배달 10프로면 150그릇?
은성 : 무슨 배달이 첨부터 10프로나 들어와요? 5프로만 들어와도 좋겠네.
환 : 그래서 언제 매출 20프로를 올려?
은성 : 그러니까 다른 방법을 더 찾아봐야죠...
환 : 어디 단체 급식이나, (무심히 앞 보다가 웨딩홀 보는)
은성 : (동시에) 단체 배달이나 (하다 시선 웨딩홀에서 멈추는, 어? 하는)
둘 : (동시에 서로 쳐다보는)
환 : (뭔가 떠올랐지만 말 안하는, 막대기 내밀며) 이건 엇다 버리냐?
은성 : (환과 같은 생각 떠올렸지만 역시 말 안하는) 자전거 바구니에 넣어둬요.
환 : 가자! (일어서면)
은성 : 잠깐만요, 밴드 좀 새 걸로 붙이구요. (가방에서 새 밴드 찾아 뒤적이는)
환 : (은성 발보는) 물집 잡혔냐?
은성 : 어제 생긴 거에요, 아침에 터트리고 나왔어요. (밴드 붙이고 양말 신는)
환 : 그 발로 전단지 또 돌린 거야?
은성 : (신발 신고 일어서며) 밴드 붙여서 괜찮아요. 가요! (자전거로 가는데)
환 : (은성 팔 탁 잡는다)
S#36. 거리
자전거 운전하는 환. 짐칸에 앉은 은성, 환 몸 잡지 못하고 자전거 안장 정도 아슬아슬하게 잡고 있다.
바구니에 돌리고 남은 전단지 약간과 은성 가방 들어있고...
지나가던 여학생들, 여자 자전거 몰고 가는 환 쳐다보면.
환 : (지레 쑥스럽다. 빨리 가려고 속도 내는)
은성 : (놀라) 어어- (하다 환 허리 덥썩 잡는)
환 : (허리에 온 은성 손 때문에 자기도 화들짝 놀라는)
은성 : (역시 당황하지만 바로 손 뗄 수 없다. 민망해서 눈 질끈 감는)
S#37. 매장 앞
환 주려고 서류 봉투 들고 걸어오던 승미, 놀라서 뚝 멈춘다.
저만치에서 은성 뒤에 태우고 오는 환.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자기도 모르게 매장 건물 옆으로 몸 숨기는 승미, 내다보면.
환 : (매장 입구 오기 전에서 자전거 세우는)
은성 : (영문 몰라 보면)
환 : (매장 직원들 의식하는) 여기서부턴 니가 끌고 가.
은성 : (내려서 안장 잡으며) 누가 태워 달랬나?... (끌고 가는)
S#38. 매장
지친 걸음으로 들어오는 환과 은성. 막 들어온 듯 카운터에서 남은 전단치 추리고 있다가 돌아보는 수재.
점장 : 두 사람 어떻게 같이 들어와요?
환, 은성 : (멈칫, 이게 무슨 소린가? 서로 쳐다보고)
은성 : (영문 몰라) 저희 같이 전단지 돌리고 오는 건데요?
점장 : (황당한) 배달 전단지를 왜 둘이서 돌려요?
환 : (왜 저래?) 홍보 전단지 때 같이 돌리라고 했잖아요.
점장 : (웃긴다는) 홍보 때야 직접 미래 고객 상대하는 거니까 자네 못 믿어서 고주임한테 딸려 보낸 거지.
배달 안내지는 구역 나눠서 따로 다니는 게 더 효율적인 거 아닌가?
수재 : (쪼르르 달려오는)
은성 : (당황하는)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저도 습관처럼 같이 다녀야 되는 건줄 알고...
수재 : (수상하다는 듯 둘 번갈아보며) 본점서부터 서로 못 잡아먹어서 으르렁거리길래 서로 되게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아닌가 봐요?
승미 : (입구에 굳은 얼굴로 얘기소리 듣고 서있고)
점장 : 그러게, 재밌네 두 사람. 암튼 수고했어요, 퇴근해요.
은성 : (뻘쭘해서 어쩔 줄 모르는)
환 : (역시 당황해 어쩔 줄 모르는, 돌아서는데)
승미 : (천연덕스럽게 웃으며 들어오는) 오빠.
환 : (놀라 멈칫하는)
은성 : (승미 돌아보는)
승미 : (가볍게 눈인사만 하고 환에게 다가가는) 퇴근 시간 잘 맞췄지?
환 : 웬일이야?
승미 : (웃으며) 오빠가 자료 구해 달랬잖아.
환 : 그거 땜에 일부러 온 거야?
승미 : (일부러 은성 의식해서) 지난번에 못 본 영화도 볼 겸해서.
환 : 영화? 오늘 어디 갈 데 있는데?
승미 : (은성 앞에서 데이트 신청 거절이다. 멈칫했다가) 어딘데? 오빠가 나랑 같이 못 갈 데가 어딨어?
환 : (자신도 모르게 은성 의식되는, 잠깐 고개 돌리는데)
승미 : 옷 갈아입을 것도 없네, 나가자, 오빠. (환 팔짱 끼는)
환 : 어, 그래. 퇴근합니다. (승미와 나가는)
은성 : (괜히 탈의실 쪽으로 가다 돌아보는, 기분 묘한데) ...
수재 : 주임님 탈의실에 왜 가요? 집에 가야지.
은성 : 네? (했다가) 아 손 좀 씻을려구요.
수재 : 화장실은 밖에 있는데요?
은성 : 어? 아 참 그렇지... (하다) 락카에 뭘 두고 와서... (얼른 탈의실 쪽으로)
S#39. 서점
경제 코너 정도에 서서 책 고르는 환, ‘영업 노하우’ ‘영업 성공기’ ‘고객 심리 공략법’ 류의 책들 골라들고 있다.
옆에 서서 그런 환 의외인 듯 보는 승미.
승미 : 오빠 영업할 사람도 아닌데 왜 이런 책을 사?
환 : (책들 살피며) 지금 필요한 건 이런 거야.
승미 : (전과 달라진 환 여러모로 불안한 듯 보는)
환 : (한 쪽에 골라놓은 책들 대 여섯 권 중에서 한권 집어서 가격표 보는, 멈칫 한다)
S#40. 서점 계산대 앞
책 세권 계산하고 있는 종업원. 환과 승미, 기다리고 서있다.
종업원 : (바코드 다 찍은 후에) 3만 **입니다.
환 : (지갑 꺼내서 4만원 꺼내면, 지갑 속에 5천원 남아있다)
S#41. 패밀리 레스토랑 앞
책 든 쇼핑백 들고 걸어오는 환과 승미.
승미 : 여기서 저녁 먹자, 내가 살게.
환 : (힐긋 보고) 내가 사줄 수 있는 거 먹어.
승미 : 내가 사면 어때서? 지금은 내가 오빠보다 고소득자다?
환 : 됐어. (가려면)
승미 : (환 팔 잡는) 요새 누가 만날 때마다 남자한테 얻어먹어?
환 : (평소와 달라진 승미 이상한 듯 보는)
승미 : 가. (환 팔 끌고 가는)
S#42. 패밀리 레스토랑
스테이크 먹고 있는 환과 승미.
승미, 은성과 환에 대해 있는 대로 곤두서 있지만 티 안내고 뭔가 알아내고 싶은 심정.
승미 : 오빠 은성이하고 같이 외근도 다녀?
환 : 어.
승미 : (칼질하면서 무심한 척) 불편하지 않아?
환 : (멈칫했다가) 일할 땐 그런 생각 안 하기로 했어.
승미 : (멈추고 보는) 그런 생각이라니?
환 : 할머니 유산 받는 거, 너하고 그 아이관계, 우리한테 거짓말 한 이상한 애 라는 거... 뭐 그런 거. 그런 생각하면 걔랑 일 못해.
승미 : 매출 달성했다가 은성이만 좋은 일 시키는 거면 어쩔려구?
환 : 난 할머니한테 아무 약속도 안 받고 2호 점 들어왔어. 그러니까 무조건 2호 점 매출 달성하는데 뭔가 해야 돼.
그때까진 그런 생각 안 할 거야.
승미 : 그래서... 은성이 보는 게 아무렇지 않은 거야?
환 : (보는, 칼질로 시선 피하며) 아무렇지 않아야지,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승미 : (점점 더 불안해진다. 굳어서 환 보고)
S#43. 주방 (저녁)
안쪽에 있는 방에서 노트북 들고 나오는 표집사. 은성, 기다리고 서있다.
표집사 : 난 낮에 쓰면 되니까 얼마든지 써요.
은성 : (받으며 꾸벅) 감사합니다, 아침에 출근할 때 내려놓고 갈께요.
S#44. 은성 방 (저녁)
침대 옆에 좌 탁 펴고 노트북으로 인터넷 보면서 다이어리에 메모하고 있는 은성.
보험왕이나 자동차 최고 딜러들의 인터뷰 화면에 떠있다.
읽던 은성, 문득 멈춘다.
<17회 38씬에서 ‘환 팔짱 끼고 나가던 승미’>
은성, 자기도 모르게 심란해지는 얼굴로 멍하니 있다가 퍼뜩 정신 차린다. 다시 인터뷰 보는데 집중 안 된다.
손으로 머리 흩트리는 은성, 옆에 놓인 다이어리 뒤에 꼽아놓은 덕담 종이 10장 꺼내들고 침대로 가서 눕는다.
한 장 씩 보면... ‘목표를 꼭 이룹시다’ 써있는 종이에는 은성 글씨체로 점장님,
‘누나 삼고 싶어요’ 써있는 종이에는 수재씨, 써있다.
그 외...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같이 일해서 정말 좋아요’ 등등 몇 장 지나서 누군지 알아내지 못한 덕담 종이 3장 남는다.
자세 바꿔 엎드려서 세장 나란히 펼쳐놓는 은성.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요’ ‘믿고 싶어지는 사람(환 필체)’ ‘뭘 위해서 그렇게 열심히 합니까?’ 세 장이다.
은성 : (무의식에서 생긴 환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한. 갸웃하며) 뭐지... (들여다보는데 핸드폰 울린다.
집어서 보면 ‘승미’ 떠있다. 멈칫하는, 굳어서 받는) 어, 승미야.
승미(휠) : 은성아, 너 내가 준 은우 사진 갖고 있지? 은우 콩쿨 때 찍은 사진.
은성 : 어, 갖고 있어. 근데 그건 왜 물어?... (잠시) 만나자구? (백성희 의식되는) 무슨 일인데 은우 사진을 갖고 만나재?
S#45. 승미 방 (밤)
환과 돌아오자마자 전화하는 승미, 외출복 차림이다.
승미 : (간곡한) 이유는 만나서 말할 테니까, 내일 시간 좀 내줘.
S#46. 환 집 뜰 (밤)
회사 자료와 책 세 권 든 서점 쇼핑백 들고 들어오던 환, 멈칫 선다.
혼자 테이블에 앉아서 물끄러미 생각에 잠겨있는 할머니, 쓸쓸하고 외로워 보인다.
환 : (그런 할머니 모습 보고 섰는데)
할머니 : (무심히 고개 돌리다 환 보는)
환 : (얼른 다가가며) 왜 혼자 나와 있어?
할머니 : 늦었구나... (서점 쇼핑백 보는)
환 : 할머니야 말로 늦었는데 왜 혼자 나와 있어? 주무시지.
할머니 : 머지않아 영원히 잠잘 사람들이라 늙으면 잠이 없어지는 거야.
환 : (생각난 듯) 병원에서 이상은 없다 그런 거지? 머리 다쳤을 때 말야.
할머니 : (그런 환 뜻밖인 듯 보는)
환 : (슬쩍 앉으며) 병원에서 제대로 정밀검사 받은 거냐구.
표집사 : (찻잔 두잔 든 쟁반 들고 나오다 할머니와 환 보는,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다. 멈칫했다가 다가가는)
할머니 : (거짓말이라 시선 표집사에게 향하며) 이상 없어.
환 : (표집사 보고 일어서는)
표집사 : (일부러) 앉아 있어.
환 : 이상 없으면 됐어. (안으로 들어가는)
표집사 : (찻잔 놓아주며 기분 좋은 미소로) 환이 버티다 휘어졌습니다, 어르신.
할머니 : (옅게 미소 짓고 끄덕이는) ...
S#47. 공원 (밤)
소주 마시면서 피나게 고민하고 있는 고평중.
은성(E) : 살아 계시다는 게 알려지면... 저하고 은우한테 닥칠 일이 너무 두려워요.
백(E) : 은성이가 메일까지 탈퇴한 건... 당신하고 연락 끊고 싶다는 거야.
백(E) : 과일 키우면서 맘 편히 살아, 은성아빠. 이렇게 나 불안하고 은성이 불안하게 만들지 말구.
고평중 : (눈물 어려) 그런 거냐, 은성아... 애비가 숨어줘야 하는 거냐... (메이는) 그게 니가 원하는 거냐...
S#48. 준세 집 외경 (다음날, 아침)
S#49. 준세 집
간단한 토스트와 오렌지 주스 놓고 아침 먹고 있는 준세와 형진.
준세 : 그래서 그 아저씨 덕에 미리 하자 막은 거야?
형진 : 어. 그 아저씨 분명히, 건설 일 했던 사람이야, 것도 베테랑.
준세 : (기분 좋은) 거봐, 임마. 좋게 마음먹으니까 좋은 일이 오잖아.
형진 : 형 이럴줄 알고 말할까 말까 했다. 근데 형, 은성이하곤 어쩔 거야?
준세 : 뭘 어째?
형진 : 아버님이 그렇게 화를 내고 가셨는데 계속 만날 거야?
준세 : 관심 꺼. (핸드폰 울린다. 보면 공중전화 번호다. 갸웃하고 받는) 여보세요?
고(휠) : 여보세요? 혹시 박준세 사장 되십니까?
준세 : 네, 그런데요... (하다 퍼뜩 목소리 기억나는, 웃으며) 아저씨세요?
S#50. 점장실
회의하는 넷.
점장 : 오늘부터 배달 시작이니까, 반응 지켜보기로 하고, (환과 은성 번갈아 보며) 두 사람은 어떻게 하기로 했어요?
은성 : (얼른) 저희 오늘부터는 각자 영업 뛰기로 했어요.
점장 : (놀리듯) 고주임도 누구 닮아갑니까?
은성 : 네?
점장 : 당연한 얘길 왜 거창하게 합니까?
수재 : (놀리듯) 그러게나 말입니다. 그럼 영업을 각자 뛰지 손잡고 뜁니까?
환 : 한수재씨, 죽으실래요?
수재 : (웃으며) 근데 이 형님, 이제 존대는 기본으로 하시네요?
점장 : 점심 타임 때 홀 보고 오후에 알아서들 영업 다니세요.
S#51. 골프 연습장
골프 연습하고 있는 백성희와 박변. 둘, 공치면서 적당히 대화하는 걸로.
박변 : 몇 달 만에 치신다드니 잘 치시는데요?
백성희 : 아니에요, 그나마 잘 치지도 못했는데, 몸 굳어서 힘드네요.
(힘든 듯 채 놓 고 뒤에 놓인 의자로 와서 앉는, 음료수 집어 들고)
박변 : (다가와서 앉으며) 그 정도면 폼 좋으신데요.
백성희 : (슬쩍) 아드님 때문에 많이 언짢아 계실 줄 알았는데 기분 풀리셨나 봐요?
박변 : 그게 쉽게 풀릴 일입니까?
백성희 : 근데요, 만약 아드님하고 그 아이하고 잘되면 박 이사님한테 좋은 거 아니에요? 며느리가 진성식품 사장 되는 거잖아요.
박변 : (탁 보며) 성희씨 절 이상한 사람으로 보셨군요.
백성희 : 네?
박변 : 저, 돈 때문에 이러는 거 아닙니다. 제가 진성에 20년 넘게 쏟아 부은 노력이 있고, 진성을 대기업으로 키우고 싶은
열망이 있기 때문이죠. (절대 아닌) 며느리가 진성식품 사장 되는 거요? 하나도 반갑지 않아요.
(약간 흥분하는) 아니 절대 그 아이가 내 며느리 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백성희 : (이건 또 뜻밖이네... 보는데 핸드폰 울린다. 너무 심각하게 말하는 박변 때문에 안보고 무심히 받는) 여보세요?
고(휠) : 나요.
백성희 : (흠칫 놀라는)
박변 : (백성희 보면)
백성희 : (얼른 핸드폰 막으며) 잠시만요, 대리점에 일이 생겼나봐요. (얼른 나가는)
S#52. 연습장 밖
안 쪽 쳐다보며 핸드폰 받는 백성희.
백성희 : (밝아지는) 결심한 거야, 당신? 서울 떠나기로 결정했어?
S#53. 거리 일각 + 공중전화 안
전화하고 있는 고평중.
고평중 : (끄덕이며 듣는) 그래, 알았어... (끊는, 부스 나오는데)
준세 : (두리번거리며 오는)
고평중 : (보고 손드는) 여기요!
준세 : (웃으며 다가오는) 아저씨 오랜만이에요. (꾸벅 인사하는)
고평중 : 바쁜 양반 불러내서 미안해요.
준세 : 아니에요, 근데 서울을 떠나신다는 게 무슨 말씀이에요?
고평중 : (조심스런) 그래서, 시간 괜찮으면 내가 국밥 한 그릇 사고 싶은데...
S#54. 식당
국밥 한 그릇 씩 놓고 마주 앉아있는 고평중과 준세.
고평중 : (오천원 내밀며) 지난 번 약값이오.
준세 : (영문 몰라) 약값이요? (하다 멈칫하는)
<6회 49씬에서>
준세 : 몸살 약 사왔어요, 아저씨.
고평중 : (보는) 초면에 이렇게 약까지 얻어먹고... 내 언젠가 꼭 갚으리다.
준세 : (놀라는) 그 때 그 몸살약이요?
고평중 : 진작에 줬어야 하는데, 그동안 내가 정신 쏟을 일이 좀 많았어요.
준세 : (뜻밖인) 이건 안 돌려주셔도 되는 거에요.
고평중 : 그 때야 5천원도 없어 신세졌지만, 박사장 덕에 일자리도 얻어 돈 생겼으니 당연히 갚아야죠.
준세 : (찡해서 보다가) 감사히 잘 받을께요.
고평중 : (허허 웃으며) 받아줘 고맙소.
준세 : 근데 어디로 가시는 거에요? 서울은 왜 떠나세요?
고평중 : 내 평생 공짜로 신세 져 본적 없이 살았는데... 딱 한번 아주 이기적이고 어리석은 판단을 했어요... 것도 아주 크게...
그 대가 치르러 갑니다.
준세 :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고평중 : (씁쓸한 미소) 너무 부끄러워서 차마 입에 못 올려요. (국밥 먹는)
준세 : (마음에 걸리는 듯 고평중 보는)
S#55. 식당 앞
나오는 고평중과 준세.
고평중 : 그동안 정말 고마웠소, 잘 지내요.
준세 : 어디 계시든 몸 건강하세요, 혹시 다시 서울 올라오시면 전화 주시구요.
고평중 : (뭉클하다. 끄덕이며) 박사장도 좋은 여자 만나요. (돌아서 가는)
준세 : (가는 고평중 뒷모습 보는데 짠하다) 아저씨... 맘 안 좋네...
S#56. 매장 앞
나오는 환. 은성, 자전거 끌고 다가온다.
환 : (계획 있는지라) 어느 쪽으로 갈 거냐?
은성 : (역시 속마음 감추고) 이쪽이요. 그쪽은요?
환 : 난 버스 타면 돼.
은성 : 그래요? 그럼 먼저 갈께요. (자전거 타고 쌩 가는)
환 : (뒤이어 빠른 발걸음으로 버스 정류장 향해 가는)
S#57. 웨딩홀 앞
헐레벌떡 오는 환, 옷매무새 가다듬고 안으로 들어간다.
S#58. 사무실
들어서며 ‘안녕 하십니까!’ 하고 들어오던 환, 놀라 멈춰 선다.
담당자 책상 앞에서 벌써 브로셔 보여주며 얘기하고 서있는 은성.
여직원 : 어떻게 오셨어요?
환 : 네? (했다가) 아 진성설렁탕에서 왔습니다!
은성 : (진성 설렁탕이란 말에 놀라 돌아보는)
환 : (눈으로 너 뭐야? 은성 보는데)
남직원 : 또 진성 설렁탕이야?
은성 : (얼른 둘러대는) 아 제 파트넌데요, 저희 시간 약속이 좀 안 맞았어요.
남직원 : 파트너고 뭐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우린 거래업체 바꿀 생각 없으니까 가 봐요.
환 : (얼른 다가가며) 원래 제가 담당잔데, (하는데)
남직원 : (벌떡 일어서며) 아 됐다니까!
은성 : (찔끔하는)
S#59. 건물 앞
나오는 은성과 환.
환 : (나오자마자 돌아서는, 황당한) 너 뭐야!
은성 : 그쪽이야 말로 웬일이에요?
환 : 여기 어제 내가 먼저 말 꺼낸 데야, 단체 급식!
은성 : 그 생각은 나도 했거든요? 단체 배달!
환 : 웨딩홀이 단체 배달하는 데냐?
은성 : 그럼 결혼식 끝낸 하객들이 단체로 급식 받아요?
환 : 어쨌거나 니가 먼저 와서 거절당했잖아!
은성 : 그 쪽이 와도 마찬가지였어요. 거래업체가 이 웨딩홀 주인 사돈에 친척이 래요.
(갸웃하며) 친구 사돈이랬나? 사돈 친구랬나?
환 : 그것도 기억 못하면서.
은성 : 내일 다시 와서 물어볼 거에요.
환 : 내일 또 온다구?
은성 : 그럼 하루 와서 거절당했다고 포기해요?
환 : 내일은 내가 올 거야.
은성 : 웨딩홀이 여기 밖에 없어요? 다른데 찾아봐요!
환 : 이 근처에서 여기가 제일 큰 데거든? 예식홀 20개에 주말 하객수만 해도 최소 4천명이야.
은성 : (놀라) 그건 어떻게 알았어요?
환 : 그 정도도 안 알아보고 영업 뛰러 왔을까봐.
은성 : (자기가 그랬던) 혹시 잡지사 기자라고 웨딩홀 취재 한다 그랬어요?
환 : 너 진짜 머리 안 좋구나? 기자 사칭까지 하면서 알아봤어? 인터넷 홈피만 들어가 봐도 다 나와.
예식 홀 좌석 수 곱하기 홀 개수!
은성 : (뻥하는) 그러네?
환 : 여긴 내가 맡을 테니까, 넌 다른데 알아봐.
은성 : 그러는 게 어딨어요? 여기가 이 근처서 제일 큰 웨딩홀인데.
환 : 이 웨딩홀 아니면 몇 천 명 납품할 데가 없겠냐? (하다 뚝 멈추는)
은성 : (동시에 생각나는) 맞다! 교회!
환 : (동시에) 교회!
은성 : (팍팍 생각나는) 학교!
환 : 병원! 직원 식당, 기숙사, 공장, 관공서! 야유회, 창립일, 체육대회!
은성 : (벙해서 환 보는)
S#60. 2 호점 앞
자전거 끌고 오면서 얘기하는 은성과 환.
은성 : 그럼 낼 아침까지 각자 조사해서 회의하는 걸로 해요.
환 : 출근 한 시간 전에 해. (하다가 뚝 멈추는)
준세 : (매장 앞에 차 세워놓고 차에 기대 둘 보고 있는, 굳어있고)
은성 : (환 보고 시선 따라가다 준세 보는, 멈칫하고)
준세 : (웃으며 손들어 보이고 다가오는) 환이 넌 형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전화 한통 없냐?
환 : (그 여유 얄미운, 준세 어깨 탁 치며) 하기 전에 왔네, 괜찮지? (안쪽으로)
준세 : (멈칫했다가 피식 웃는, 무작정 미워할 수는 없는 환이다)
은성 : (다가오며) 연락도 없이 어쩐 일이에요?
준세 : 일 있어 나왔다가, 너한테 해 줄 얘기가 있어서.
은성 : 어? 나 오늘 누구 만나는데?
준세 : 누구? 친구?
은성 : 친구는 아니구...
준세 : 남자는 당연히 아닐 테고. 몇 시 약속인데?
은성 : 외근이 언제 끝날지 몰라서 끝나고 전화하기로 했어요.
준세 : 그럼 됐네!
S#61. 공원
음료수 들고 나란히 앉아서 얘기하는 준세와 은성.
준세 : 환이하고는 둘이 외근까지 다녀야 되는 거야?
은성 : 아... 어쩌다 그렇게 됐어요.
준세 : (정말 싫은 상황이다. 티는 못 내고) 꼭 그래야 되는 건가?
은성 : (준세 불안 모르고) 괜찮아요, 정이 오빠, 나한테는 그런 티 별로 안내요.
준세 : 그런 티라니?
은성 : 나 미워하는 티요. 할머니 유산에, 정이 문제에, 내가 미워 죽겠어야 되잖아요? 근데 오빠 말대로 할머니 손자
맞는 거 같아요. (갸웃하며) 자기가 할머니 마음 바꿀 자신 있어서 그런 거 같기도 하고... 성질 안내요, 요즘엔.
준세 : (그래서가 아닌데... 보다가) 할머니가 마음 안 바꾸셔도, 할머니 전 재산이 너한테 다 가는 건 아니니까
너무 죄책감 가질 필요 없어.
은성 : (영문 몰라) 그게 무슨 말이에요?
준세 : 아무리 할머니가 전 재산을 너한테 준다고 유언을 하셔도, 할머니 돌아가신 후에 가족들이 법적으로 되찾을 재산이 있어.
은성 : 그래요?
준세 : 그 몫을 주고도 니가 회사 경영권을 갖을 수 있게 하시려고 일단 전 재산을 너한테 주신다고 한 거야.
할머닌 너한테 회사를 맡기고 싶으신 거야.
은성 : (이해 안 되는) 근데 할머닌 왜 그런 얘길 안하셨대요? 진작 말씀해 주셨으면 가족들이 그 정도로 서운하진 않았을 텐데.
준세 : 할머니 뜻을 먼저 이해시키고 싶으셨겠지. 아니 그보다, 돌아가시기 전에 가족들한테 삶을 가르칠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셨을 수도 있고.
은성 : 그럼 가족들도 알아요?
준세 : 환이네 식구들도 알아, 그래서 너한테도 말해 주는 거고.
은성 : (한편 안도하는) 다행이다... (하다 궁금한) 그럼 정이 오빠는 왜 2호 점에 온 거죠?
나한테 분명히 할머니 마음 돌리겠다고 했어요.
준세 : 너한테 회사 뺏기고 싶지 않은 거겠지.
은성 : (멈칫하는)
S#62. 영석 바 앞 (저녁)
‘피아노 라이브 연주, 7시부터 9시’ 써있는 흑판 보고 있는 환, 안으로 들어간다.
S#63. 영석 바 (저녁)
안경에 모자까지 쓰고 피아노 치고 있는 은우.
환, 들어온다. 혼자서 손님 테이블에 서빙하고 있다가 돌아보는 영석, 손님들에게 인사하고 온다.
영석 : 자주 본다?
환 : 야 임마, 넌 이제 사촌동생까지 이용해 돈 버냐? 피아노 라이브 연주?
영석 : 그런 거 아냐! 저 녀석이, 피아노 못 치면 발악을 해서, 할- 수 없이 명목상 써놓은 거야.
그래야 손님들이 양해를 해주지.
환 : (별 관심 없다) 뭐 먹을 거 좀 없냐?
영석 : 우리 바에 너 먹을 게 어딨어? (하다 뭔가 생각난, 은우 돌아보며) 너 라면은 끓일 줄 아냐?
환 : 들어와 니가 끓여.
영석 : 니가 좀 해주라, 아직 알바 못 구해서 쟤 밥도 못 먹였어. 냄비에 물 네 컵 넣고 물 끓으면 라면 넣어. 라면 냉동실에 있다.
환 : (황당한 듯 돌아보는)
S#64. 영석 방 (저녁)
냄비에서 끓고 있는 물. 환, 냉동실에서 라면 봉지 꺼내서 뜯어서 넣는데 영석, 은우 데리고 들어온다.
영석 : 환아, 정식으로 인사해라. 내 사촌누나 아들, 한영재.
환 : (힐긋 보는) 한영재? 하이, 한영재!
은우 : (냄새 맡는) 라면... 라면 맛있어.
환 : 인사성이 없냐? (라면 휘젓고)
영석 : 영재야, 형 친구다? 형! 해봐, 형!
은우 : 형...
영석 : 됐지, 환아? 그럼 부탁한다.
환 : (펄쩍 뛰는) 야! 내가 애를 어떻게 봐?
영석 : (후다닥 나가며) 가게 비었어! 부탁한다!
<시간 경과>
라면 냄비 앞에 놓여있고 환, 대접에 라면 건지고 있다. 젓가락 들고 배고픈 듯 환 쳐다보고 있는 은우.
환 : (라면 그릇 앞에 놓아주며) 먹어.
은우 : (꾸벅하는) 잘 먹겠습니다.
환 : (멈칫하는) 밥상 인사성은 있네.
은우 : (배고팠다. 맛있게 먹는)
환 : (자기 그릇에 뜨며) 내가, 너랑 비슷한 애 동생으로 가진 어떤 여자 아니면, 절대 이런 거 안 해준다.
S#65. 거리 + 버스 정류장 (저녁)
짐 가방 들고 버스 정류장 향해 걸어오는 고평중.
백(E) : 고속버스 표 끊어 놓을 테니까 8시까지 고속터미널로 와요.
고평중 : (참담한 표정으로 걷는)
백(E) : 당분간 쓸 생활비 줄 테니까 오늘 당장 내려가.
고평중 : (정류장 앞에 멈춰서는, 쓸쓸한 표정으로 고속터미널 가는 노선 확인하는)
백(E) : 내가 알아놓은데 둘러보고 있어. 이번 일요일에 내려가서 계약해 줄게.
이번 정류장에 서지 않고 달리던 버스, 막 신호 걸리면서 멈춰 선다.
그 버스 안에 앉아있는 은성 보인다.
S#66. 버스 안 (저녁)
엠피쓰리 이어폰 꼽고 창밖 보며 생각에 잠겨있는 은성, 복잡한 생각에 빠져있다.
S#67. 버스 정류장 (저녁)
가방 안고 대기 의자에 앉아서 앞 쳐다보던 고평중, 신호등에 걸린 버스 안에 앉아있는 은성 본다.
어?... 했다가 은성 확인하고 ‘은성아!’ 하며 벌떡 일어서는데 신호 바뀌며 은성 버스 출발한다.
S#68. 버스 안 (저녁)
생각에 잠겨 있는 은성, 차창 밖으로 소리치며 달려오는 고평중 보인다. 전혀 모르고 앉아있는 은성.
S#69. 거리 (저녁)
은성아! 목 터지게 버스 쫓아서 달려가는 고평중에서 엔딩.
<17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