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연봉 2015년 150억 '시간당 745만원'…애플 CEO 보다 많아
조선일보 : 2016.03.31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작년 149억5400만원의 보수를 받아 ‘2015년 최고경영자(CEO) 연봉 왕’에 올랐다. 권 부회장이 이끄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작년 사상 최대 실적(영업이익 12조7900억원)을 냈다.
권 부회장은 보수가 1년 만에 60% 가까이 늘어나, 국내 재계 오너들을 제치고 가장 많은 보수를 받았다. 권 부회장의 보수는 삼성전자 직원 평균 연봉(1억100만원)의 148배에 달한다. 권 부회장은 1년 동안 2주 휴가를 가고, 주 5일 하루 8시간 근무를 가정했을 때 시간당 745만원을 번 셈이다.
권 부회장의 연봉은 삼성전자의 경쟁사인 애플사의 팀 쿡 CEO보다 많다. 팀 CEO는 2015년 1030만달러(123억원)의 연봉을 받았다.
그룹 회장들은 지난해 보수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등기임원에서 사퇴했거나 기업 실적이 부진한 회장들은 보수가 줄었고, 불황 속에서도 양호한 실적을 낸 회장들은 주머니 사정이 좋아졌다.
일부 오너는 건강 악화나 실형을 선고 받고도 고액의 보수(퇴직금 포함)를 챙겨 도마에 올랐다.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을 은폐한 의혹을 받고 있는 고재호 전 사장은 퇴직금을 포함해 작년 21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 2015년 주요 그룹 오너 일가 및 전문경영인 보수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표=허욱 기자
◆ 정몽구·최신원·류진 회장 보수↓…구본무·신동빈·조양호 회장 보수↑
▲ 왼쪽부터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신원 SKC 회장, 류진 풍산그룹 회장/조선일보DB
재계 오너 중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사람은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었다. 정 회장은 작년 보수가 98억원(현대차 56억, 현대모비스 42억)으로 2014년(215억7000만원)보다 54%나 줄었다. 2014년에는 현대제철 퇴직금을 포함해 115억원을 받았다. 현대제철 등기임원에서 사퇴하면서 보수가 감소했다.
최신원 SKC 회장은 SKC 대표이사 사퇴에 따라 보수가 2014년(47억원)에서 작년 17억2600만원으로 크게 줄었다. 하지만 올해 SK네트웍스 등기임원에 선임돼 내년에는 보수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류진 풍산그룹 회장은 풍산 20억5100만원, 풍산홀딩스 18억8700만원을 포함해 39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2014년 보수(44억3500만원)보다 5억원 정도 줄었다.
정몽구 회장의 장남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역시 작년 보수가 2014년보다 소폭 줄었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에서 18억7000만원, 현대모비스에서 6억원을 포함해 24억7000만원을 보수로 받았다. 2014년 보수는 24억5000만원이었다.
▲ 왼쪽부터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조선일보DB
LG, 롯데, 한진그룹 회장들은 보수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작년 LG(67,100원▼ 1,400 -2.04%)로부터 급여 38억원, 상여금 15억4800만원을 포함해 53억48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2014년(44억2300만원)보다 10억원 가까이 늘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작년 4개 계열사(롯데케미칼 20억, 호텔롯데 10억, 롯데제과 13억, 롯데쇼핑 15억)에서 58억원을 받았는데, 2014년(43억5000만원)보다 30% 이상 보수를 더 받았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26억5955만원, 대한항공 27억504만원, 한진 11억4615만원을 받아 64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2014년(61억원)보다 3억원 더 받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는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GS와 GS건설에서 38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구자용 E1(64,500원▼ 500 -0.77%)회장은 41억2400만원을,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31억3000만원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 삼성전자 대표 3인방 보수 합계 ‘234억’…LG·SK 전문경영인도 20억원대 받아
전문경영인 중에는 그룹 회장 못지 않게 보수를 많이 받는 CEO도 눈에 띄었다.
▲ 왼쪽부터 삼성전자의 권오현 부회장, 신종균 사장, 윤부근 사장/조선일보DB
삼성전자 대표이사 3인방 중에서는 권오현 부회장의 지난해 보수가 윤부근 사장과 신종균 사장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윤 사장은 36억9700만원을, 신 사장은 47억9900만원을 받았는데, 두 사장의 보수를 합친 것보다 권 부회장의 보수가 70% 이상 많았다. 삼성전자 대표이사 3인방의 보수 합계는 234억원이다.
서경석 전 GS그룹 부회장은 퇴직금 35억2300만원을 포함해 37억62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서 전 부회장은 GS그룹에서 10년 넘게 CEO 생활을 했다.
김창근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은 급여 18억원, 성과급 8억원을 포함해 26억원을 받았다. 구자영 전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퇴직금 21억2600만원을 포함해 27억9900만원을 받았다. 조대식 SK㈜의 사장은 작년 보수로 14억2200만원을 받았다.
LG그룹에서는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 실적 개선 공로로 21억5100만원의 보수를 받았고,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17억94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 이웅열, 5개 코오롱 계열사서 48억 보수 챙겨…이재용·최태원·김승연 보수는 미공개
건강 악화로 정상적인 기업 경영이 어렵거나 기업 규모에 비해 과도한 보수를 받은 회장·사장들도 있다.
▲ 왼쪽부터 조석래 효성 회장,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조선일보DB
조석래 효성 회장은 지난해 급여 28억1700만원, 성과급 15억9100만원을 포함해 보수로 44억800만원을 받았다. 조 회장은 올해 1월 분식회계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과 벌금 1365억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조 회장이 전립선암으로 투병 중이어서 건강을 고려, 법정구속을 하지 않았다.
건강 악화로 그룹 계열사 등기임원에서 모두 사퇴하고 작년 보수를 받지 않은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대조적이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은 작년 5개 계열사에서 48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코오롱(62,900원▲ 1,300 2.11%)7억8800만원, 코오롱인더스트리 14억1858만원,코오롱글로벌 7억원, 코오롱생명과학 9억50만원, 코오롱글로텍에서 10억300만원을 받았다. 코오롱의 재계 순위가 30위권인 것을 감안하면 이웅열 회장의 보수는 과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현대상선 등기임원에서 물러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현대상선(2,170원▼ 40 -1.81%)(9억6000만원), 현대엘리베이터(54,300원▼ 500 -0.91%)(27억2200만원), 현대증권(6,640원▼ 230 -3.35%)(8억5000만원)을 포함해 45억3200만원을 받았다.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5,030원▼ 40 -0.79%)사장은 퇴직금 15억500만원을 포함해 작년 21억54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고 전 사장은 대우조선해양이 3년 동안 5조5000억원의 적자를 내던 시기에 회사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은 미등기임원으로 2015년 연봉 공개대상에서 제외됐다. 최 회장은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주)SK 등기임원에 선임됐다.
앞으로 미등기임원이라도 고액 연봉을 받는 재벌 총수들은 급여 내역을 공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올 3월 국회에서 상장사 임원의 공개 대상을 확대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2년 간의 유예기간을 갖고 2018년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에서는 회사의 보수 순위 상위 5위 안에 들면 급여 내역을 알리도록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