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 연휴에 외가에 갔을 때 어머니의 초등학교 상장을 보았어요. '위 학생은 품행이 방정하고 학업 성적이 우수하여 이 상장을 수여함.' 동생이 키득거리면서 "어? 그런데 방정한 게 좋은 거야?"라고 물었어요.
'심심한 사과'에서 '심심(深甚)한'이 우리말 '심심하다'와 뜻이 다르듯, 상장에 나온 '방정하다'는 대화 중에 많이 쓰는 '방정맞다'는 말과 뜻이 전혀 달라요.
상장에 주로 나오는 '방정(方正)하다'는 '말이나 행동이 바르고 점잖다'는 뜻을 가진 한자어예요. 또 '모양이 네모지고 반듯하다'는 뜻도 있어요. 유의어로는 '단정하다' '바르다' '반듯하다' '점잖다' 등이 있어요.
'방정맞다'는 '말이나 행동이 찬찬하지 못하고 몹시 까불어서 가볍고 점잖지 못하다' '몹시 요망스럽게 보여서 불길하게 느끼거나 상서롭지 못하다'는 뜻이 있는 순우리말이에요. 예를 들면 '방정맞게 떠들지 말고 조용히 해라' '혹시 사고가 나지 않았나 하는 방정맞은 생각이 든다'와 같이 써요. '몹시 방정맞은 행동'을 뜻하는 '오두방정', '버릇없이 수다스럽게 지껄이면서 방정을 떠는 일'을 뜻하는 '입방정'이라는 말도 있답니다.
[예문]
―박물관에서 본 추사 김정희의 방정한 해서체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말이 씨가 된다고, 그런 방정맞은 소리는 하지도 마라."
류덕엽 교육학 박사·전 서울 양진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