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물류 미래, 이렇게 열자”
물류 불모지에 씨를 뿌려 튼튼하게 가꾸어온 물류 원로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물류 원로로서, 한국물류의 리더로서의 제 몫을 해야겠다는 것이다. 안태호 전 인하대학교 경상대학장을 비롯한 원로 물류인들은 지난달 21일 ‘원로 물류자문위원회’ 결성을 위한 예비모임을 갖고 국가물류발전과 올바른 물류정책 추진을 위해 필요하다면 ‘쓴 소리’ ‘매운 소리’도 아끼지 말자고 뜻을 모았다.
(주)물류신문사(발행인 장대용) 창사 8주년, <물류신문> 창간 8주년 기념 좌담회를 겸한 이날 모임에서 원로 물류인들은 우리나라 기업물류, 국제물류, 물류정책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약효가 뚜렷한 처방을 내렸다. 이날 좌담회 내용을 정리했다.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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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
*안태호 전 인하대학교 경상대학장 *이호영 함부르크항만청 한국대표 *김정환 물류전략연구소장 *박은규 한국파렛트컨테이너협회 부회장 *최재수 해사문제연구소장 *전만술 한국물류연구원 원장 *김여환 전 대한통운 사장 *이효진 전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김성우 물류신문 국장 <사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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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 이제 물류는 ‘제3의 수익원’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프로세스 개선을 통한 비용절감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이 물류개선이란 점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을 것입니다.
과연 우리 기업들이 물류개선 활동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우리 기업들의 물류개선 활동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그 현황과 문제점을 먼저 점검해 보겠습니다. 어떠신지요? 제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지 않다면 그 원인, 다시 말해 물류개선 활동에 있어서의 걸림돌은 무엇이겠습니까?
안태호 : 사회자가 과연 우리 기업들이 물류개선 활동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진단해 보자고 하셨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물류에 상존하고 있는 몇 가지 문제점들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기업물류 개선을 이루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먼저 물류정책 당국이 정책을 입안하거나, 기업들이 물류 전략을 수립할 때 참고할 만한, 제대로 된 통계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류와 관련한 통계의 정립이 물류개선의 첫 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류는 시스템입니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이 물류를 고민할 때 시스템 차원에서의 고민은 전혀 하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기업들은 자사의 개별적 물류 합리화에만 신경을 씁니다. 자사뿐 아니라 서플라이 체인상의 모든 관계 주체들과의 물류적 관계를 고려한 토탈 시스템 차원에서 물류 개선작업을 해야 합니다.
물류에는 수송, 보관, 하역, 포장, 정보화 등 다양한 기능과 활동들이 엮여 있습니다. 이러한 물류요소들이 각각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긴밀하게 연계되어 기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 우리 기업들은 개별 물류기능들을 분리시켜 개선하는 우를 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우리 기업들은 수송부문 합리화에 상당히 민감합니다. 물론 우리 기업들의 물류비중 가장 비중이 큰 곳이 수송부문인 만큼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겠지만 아무리 수송물류가 좋아진다 하더라도 함께 연계되어 기능하는 다른 물류부문에서 병목현상이 나타난다면 개선효과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토탈 시스템화가 요구된다는 것입니다.
물류 전문가 부족도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 물류가 소개된 역사가 짧아서이기도 하겠지만 아직도 물류에 대한 인식은 낮습니다. 여전히 소외되어 있다고 볼 수 있지요. 물류도 고객을 창출합니다. 신속, 정확, 서비스 정신이라는 3S 원칙을 적용, 성과를 제고시킬 수 있는 인재를 키워야 물류가 혁신되리라 봅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매출대비 물류비 비중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높은 실정입니다. 사회자께서 물류를 제3의 수익원이라 하셨는데, 아직 우리는 이윤이 아니라 코스트 다운에 신경을 써야 할 때입니다. 서비스는 Up 시키고 코스트는 Down시킴으로써 철저하게 비용을 줄여나가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김정환 : 안태호 박사께서 우리 기업들이 수송부문에만 너무 민감하다고 하셨습니다만 사실 수송부문에서의 난맥상은 우리나라 물류는 물론 경제 전반에 있어 발등의 불입니다. 화물연대 문제 등은 가능한 빨리 수습해야 할 과제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물류와 관련된 학회의 활동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라앉아 있는 관련 학회의 활동이 물류혁신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라는 얘기입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종합물류기업 인증제도만 하더라도 그렇습니다. 업계의 이해가 상충하고, 각 업계별 요구가 쏟아져 나오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 종합물류기업 인증제도와 관련해 의견을 제시한 물류관련 학회는 한 곳도 없습니다. 연구분석을 통해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학회의 역할일진데 이해관계를 따지거나 누구의 눈치를 볼 것 없이 냉철한 분석을 가해 입장을 밝히거나 방향을 제시해야 합니다.
이 좌담회 자리를 마련한 물류신문사가 앞으로 SCM(서플라이 체인 메니지먼트)에 초점을 맞춘 매체가 된다는 방향을 설정한 것으로 압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들이 도입, 적용하고 있는 SCM 방법론과 솔루션은 외국의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남의 나라 실정에 맞는 시스템을 우리 기업에 적용한다는 것에는 무리가 따릅니다. 기업경영 환경이나 물류환경, 유통구조 등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물론 문제 발생시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선회를 도와야 하는 것이 학회라고 생각합니다. 이 대목에서 정부나 업계 차원에서의 학회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사회 : 기업물류와 관련해서는 물류 아웃소싱에 대해서도 논의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기업물류 합리화를 위해서는 물류기능의 아웃소싱이 관건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만 국내기업들의 물류 아웃소싱 비중은 몹시 낮은 수준입니다. 원인이 무엇인지 진단해 주시지요.
김여환 : 우리나라 물류의 가장 큰 문제는 자가물류 의존도가 높다는 점일 것입니다. 자가물류에서 아웃소싱으로의 전환을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끌어주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물류는 비용’이라는 인식이 문제로 지적되어 왔습니다. 최근 들어 국내 화주기업들은 물류를 비용으로만 인식하던 단계를 넘어 고객만족의 수단으로 인식, 저비용 고품질의 물류서비스 시스템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화주기업이 물류관리 효율화를 위한 인프라 투자나 물류전문가 확보 등을 독자적으로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이의 해결책이 물류 아웃소싱인데, 현재 우리 화주기업들은 물류관리기업들의 서비스 질에 불만이 많은 상태입니다. 자가물류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요.
물류 아웃소싱 활성화는 정부의 몫이 큽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물류정책은 ‘사공이 많아 산으로 올라가는’ 형상입니다. 쉽고 편한 일이 있으면 생색내고 나서지만 기업물류 지원 등은 어려운 과제이다 보니 뒤로 빠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러다 보니 동북아 물류중심 전략도 용두사미 꼴이며 기업 역시 자가물류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이효진 : 김여환 사장께서 우리나라 물류정책에 대해 쓴 소리를 한마디 하셨습니다만 물류업계의 의견을 열린 마음으로 청취하여 정책에 반영하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물류공동화 시범사업 성공사례 하나 만들지 못했다고 봅니다.
여기서 기업물류 합리화를 위해 추진할 국가차원의 사업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의약산업, 전자산업, 산업단지 등 산업별, 지역별 물류공동화 시범모델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우리 기업들이 즉효를 볼 수 있는 IT기반의 성공모델이 있음에도 방치하고 있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앞서 안태호 박사님께서도 지적하신 바와 같이 개별기업 차원의 물류개선이나 단위 물류기능별 개선작업 만으로는 효과를 거둘 수 없습니다. 토탈 효율성을 위한 시스템화가 가능한 산업별, 지역별 물류공동화 사업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 업계, 학계가 합심하면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물류공동화를 위해서는 화주들의 인식제고를 위한 교육 등의 작업도 동시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김정환 : 이효진 이사장께서 IT기반의 물류공동화 시범사업을 제안하셔서 말을 보탭니다. 물류공동화는 표준화가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IT를 접목하기 위해서는 IT 기술의 표준화가 요구됩니다.
사회 : 기업물류 혁신을 위한 물류공동화 시범모델 사업이 제안되었고, 물류공동화를 위해서는 표준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보탬 말씀이 있었습니다. 국내 물류표준화는 짧은 기간 동안 빠른 진전을 보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만, 만족스러운 수준은 못 된다고 합니다. 국내 물류표준화 수준을 점검해 보겠습니다.
박은규 : 그렇습니다. 국내 물류표준화 수준은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진전되고 있습니다. 지난 90년대 10%에 불과했던 T-11형 표준파렛트의 이용비중은 현재 35%로,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신장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물류합리화를 위해서는 유니트 로드 시스템 보급이 절실합니다. 이는 기업들의 물류효율화를 통한 코스트 다운의 주요수단으로, 낱개단위 화물을 일정 규모의 단위화된 화물로 만들어 수송, 보관, 하역 등 모든 물류기능을 일관 연계시킴으로써 물류의 효율화를 극대화하도록 하는 시스템입니다. 일정 규모의 단위화를 위해서는 표준 파렛트나 컨테이너의 보급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한국파렛트컨테이너협회는 물류표준화에 대한 인식제고와 유니트 로드 시스템 보급확산을 위해 한국파렛트컨테이너 산업대상을 제정, 시행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전만술 : 우리나라 물류정책의 허실에 대한 많은 얘기가 나왔습니다. 저도 연구소에서 연구활동을 하면서 물류정책과 관련해 느낀 아쉬운 점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기업물류 정책 기초정보로 활용하기 위한 기업물류 연구가 주로 정부출연연구소에 의해 수행되다 보니 기업물류의 생태적 연구가 안된다는 것입니다. 정부, 정부출연연구소는 물론 민간연구소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T/F팀을 구성, 기업물류에 대한 생태적 연구가 이루어져야 그 결과를 바탕으로 수립된 정책이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실행될 것입니다.
기업물류는 기업이 제일 잘 압니다. 기업들이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나오려면 민간연구소들이 적극 나설 수 있는 지원이 요구됩니다.
사회 : 기업물류에 대한 논의는 이 정도에서 마무리 하겠습니다. 물류활동은 조달물류, 생산물류, 판매물류, 회수물류가 일관되게 연계되는 작업이긴 합니다만, 굳이 따져보아 기업들이 보다 중시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어느 분야이겠습니까?
안태호 : 기업물류에 대한 기업물류에서도 조달물류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류는 굵게 조달물류, 생산물류, 판매물류, 폐기.회수 물류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그 시작에라 할 수 있는 조달물류의 비중이 크다고 하겠습니다. ‘잘 사는 것이 절반 파는 것’이란 말도 있지 않습니까? 저렴한 가격에, 적절한 시기에 필요한 원부자재를 조달하는 것이 곧 경쟁력입니다.
판매물류도 중요하겠지요. 물류도 마케팅 차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요측정, 비용의 분석 등 판매효율 극대화를 위해 물류적 시각에서 풀어나가야 할 프로세스들이 많습니다.
사회 : 기업경영의 환경이 현지화, 글로벌화 되어 가면서 국제물류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물류시장에 자신 있게 내놓을만한 우리나라 대표 물류기업이 아쉽다고들 합니다. 우리 물류서비스 기업들의 국제 물류수행 능력은 어느 정도로 보시는지요? 미흡하다면 그 원인은 무엇이겠습니까? 먼저 국제물류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배경에 대해 알아보고 국제물류의 중요성과 물류서비스 제공기업과 서비스 수요기업인 화주의 대응전략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최재수 : 글로벌 물류는 해운, 항공, 보관, 복합운송 등이 복합적으로 엮이는 물류입니다. 글로벌 물류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것은 베를린 장벽 붕괴, 다시 말해 냉정체제 붕괴 이후부터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환경변화에 따라 세계적 물류기업들은 대형화 통합화를 통해 경쟁력을 갖추고 우리나라에도 진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에는 글로벌 스탠더드의 리더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해운기업으로 한진해운이나 현대상선이 해운서비스 분야에서 글로벌 랭킹에 분류되는 정도입니다만 글로벌 SCM 측면에서 보자면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김여환 : 국제상거래 증가, 글로벌 아웃소싱의 일반화, 생산비용 절감을 위한 생산업체들의 외국진출 증가 등은 국제간 물류흐름을 지속적으로 증가시킬 것입니다. 기업 경영의 글로벌화는 물류 이동 거리를 장거리화하고, 시간도 장시간화하기 때문에 글로벌 물류효율화의 필요성은 더욱 강조된다고 봅니다.
이에 따라 모든 화주기업들이 국제물류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으나 우리 국내 물류업체들의 글로벌 물류서비스 수준은 국제 메이저들과 비교해 매우 낮다는 평가입니다.
이는 근본적으로 월드와이드 네트웍 형성이 이루어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설령 국내업체들이 세계 주요도시에 협력 시스템을 구축한다 하더라도 오프라인상에서는 협력관계가 유지될 수 있으나 정보시스템적으로 일체화가 되지 않기 때문에 모든 업무는 단절되어 처리될 수밖에 없고, 화물추적 등이 어려울 뿐 아니라 비용도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국내의 자본력 면에서 열세인 물류업체들이 경쟁력을 갖고 월드와이드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각국의 유력 물류업체들과의 제휴를 통해 공동의 물류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공동의 브랜드로 영업과 물류취급을 하는 전략적 제휴나 자본적 제휴를 하는 것도 적극 검토해 보아야 합니다.
이호영 : 우리나라 수출입업체와 제조업체는 글로벌 수준에 와 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글로벌 선두에 진입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물류업체들의 질적 수준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글로벌 물류기업은 LG 계열의 Pan Korea Express, 삼성전자의 성성로지텍, 현대자동차의 Glovis 등으로, 이들 모두 2자물류를 주로 하는 회사입니다. 글로벌 물류에서도 메이커나 상사가 칼자루를 쥐고 있는 현상입니다.
이는 모기업에 대해 혼자 뛰는 경주이고 보니 객관적인 경쟁성이 부족합니다. 이 점이 우리 물류기업들이 글로벌 물류기업으로서는 취약하다고 평가되는 이유입니다. 이는 모회사 제품의 물류를 선사나 포워더들에게 나누어주는 일종의 물류 하청업체적 성격이지 진정한 물류의 성격이 아닙니다. 그룹 경영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기업운영이지 물류차원에서 수행되는 경영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반면 유럽에서의 물류는 선사나 수입업자 또는 수입업자의 포워더가 담당합니다.
우리나라의 육상물류는 경부간 450km 구간에서 이루어집니다만 유럽의 육상물류는 중앙아시아까지 천 몇 백 km에 달합니다. 수출입 물류를 보면 우리나라 물류기업들은 450km 구간의 물류만을 수행하게 되며 국제부문은 국적 해운선사가 50%, 우리나라를 기항하는 외국선사가 50% 정도를 담당합니다. 국적 해운선사의 글로벌 물류 역시 해상구간에서 멈춥니다. 유럽 내륙에서는 유럽 물류업체에 의해 서비스가 제공되지요. 우리나라 수출상품의 유럽내 육상물류 부문까지 담당할 수 있어야 진정한 글로벌 물류업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회 : 최근 들어 국내 물류기업들도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것으로 압니다. 어떤 전략들이 구사되고 있는지요?
이호영 : 우리나라 2자 물류업체들도 모기업 물량이 아닌 다른 화주들의 물동량에 대해서도 SCM을 주축으로 하는 경쟁력 있는 3자물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이들 물류기업들이 유럽지역 3자물류를 위해 현지 자회사를 세우고 현지 3자물류기업으로 성장해야 하는데, 최근 이런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것 같 다행스럽습니다.
예를 들어 Glovis가 유럽 스로바키아에 자회사를 세우고 유럽에서의 육상물류를 직접 담당하겠다는 계획을 진행시키고 있습니다. 주요 국내 수출화주들도 폴란드에 물류회사를 두고 TSR(시베리아 횡단철도) 등 철도를 이용한 물류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나라 화주들은 유라시아 물류개념에 접근중인 데 반해 대부분 우리 물류기업들은 단순 배분 서비스만을 제공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동안 우리 생산기업들의 글로벌 물류는 현지에 설립한 공장에 보내지는 부품, 원재료, KD 등에 대한 단방향 물류였으나 이제 유럽 현지법인들의 생산품이 유럽의 각국에 수출되는 단계에 와 있습니다. 이러한 양방향 물류 환경이 조성되었다 점이 우리나라 물류기업들의 글로벌화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는 것입니다. 3자 물류기업으로서의 양방향 기본물량을 확보하고 있다는 강점이 경쟁력을 높여주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물류는 글로벌 시대를 맞아 이러한 방향에서 발전해야 합니다.
사회 : 국내 제조/유통 기업들의 글로벌 물류에 대한 인식 수준과 글로벌 물류 수준을 평가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점수를 줄 수 있겠습니까? 점수가 낮다면 그 이유는 어디에 있는지 진단해 주십시오.
이호영 : 앞서 언급했듯,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물류는 물류차원이 아니라 경영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예가 많습니다. 물류자회사 운영은 기업물류에 SCM뿐 아니라 자금분야가 끼어든 것을 의미합니다. 물류가 경영의 핵심으로 끼어들기 위해서는 표준과 정보의 가시성이 요구됩니다. 그러나 ‘비밀과 정보 누출’의 우려 때문에 그렇게 못하는 것입니다.
SCM은 경영차원에서도 접근이 되어야 하고 경영도 SCM 차원에서 접근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 기업들의 물류를 보면 SCM은 물적유통에서만 논의되고 있으며 경영에서는 배제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이런 문제가 개선되어야만 기업물류가 살아납니다.
사회 : 글로벌 물류와 관련해서는 우리나라의 동북아 물류중심국가 전략이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우리나라의 21세기 비전은 ‘동북아 물류중심’이 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한 정부차원의 다양한 정책들이 제시되고 있으나 중국 등 주변국들과의 허브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목표와 전략이 많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나가야 할 방향 정립과 바람직한 동북아 물류중심 전략에 대한 논의가 시급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최재수 : 종합물류기업 인증제도에 대한 논의는 다음 기회에 하기로 하였습니다만 글로벌 물류에 대한 논의를 위해 하나 언급해야 할 것 같습니다.
종합물류기업 육성 정책이 국내 물류 먼저, 글로벌 물류 다음 식으로 단계적으로 추진될 것이란 얘기들도 있지만 외국의 항만운영기업, 글로벌 물류전문기업들이 국내에 들어와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현 상황을 감안할 때 종합물류기업 인증제도에는 정책적 오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경제는 세계 속에 자리잡고 있는데 우리 물류는 퇴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떨칠 수가 없습니다. 좀 심하게 말하면 우리 정부가 물류의 주도세력으로 앞서갈 의지가 있는지 의문스럽습니다.
동북아 물류중심화 비전의 뿌리가 어디인지 사실 불투명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대통령까지 언급할 만큼 국가적 과제가 되었고 정책추진 기구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주변 상황변화로 볼 때 현재 정부가 그리고 있는 동북아 물류중심은 ‘구상’ 그 자체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듭니다.
그렇다고 해서 경부가 동북아 물류중심 비전과 관련한 납득할 만한 案을 제시하고 있는 것도 아닌 상황입니다. 한 때 인프라가 부족한 중국의 물동량이 세계로 나가기 위해서는 한국의 항만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많았습니다. 우리 정부도 이를 초기 동북아 물류중심 비전의 논거로 삼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물동량은 경제논리에 의해 움직이게 되는 것이지 정부가 나선다고 될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사회 : 물류합리화를 위해서는 물류표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데 대해서는 앞서 논의가 있었습니다. 글로벌 물류에 있어서도 표준화가 화두가 아닐까 싶습니다.
박은규 : 글로벌 물류에 있어서는 각국, 각 대륙별로 차이를 보이고 있는 물류수송용기의 표준화가 과제입니다.
기존의 국제규격으로 우세에 있던 구주의 표준파렛트는 대륙 내 육상운송 수단을 기준으로 제정된 것이어서 국제물류의 해상운송 수단인 컨테이너와는 전혀 궁합이 맞지 않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것은 규격차이로 인해 공간활용도가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반면 우리나라의 국가 표준파렛트인 T-11형은 해상운송 컨테이너 정합성이 뛰어나 운송효율이 높습니다. T-11형이 2년 전 국제표준이 됨으로써 앞으로 국제물류 표준화에 있어서도 우리나라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글로벌 표준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들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산업자원부가 동북아 산업표준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한.중.일 3개국 파렛트 표준화와 아시아.태평양지역 파렛트 표준화 작업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사회 : 오늘 좌담회를 종합정리하는 차원에서 ‘사공이 많아 산 위로 간다’는 물류정책의 문제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박은규 : 우리나라 정부 정책조직의 실무자들은 1, 2년 내에 자리바꿈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정책 일관성 부재와 전문성 부재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전문성이 없다 보니 민간 전문기관이나 전문가들을 활용할 줄도 모릅니다.
수년간 경험을 쌓아 정책 피드백도 하고,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하는 데 현재로서는 사령탑도 없고, 전문 시스템도 없는 상태입니다. 정부의 정책 담당자들이 민간 전문기관이나 전문가들을 찾지 않기 때문에 물류 민간기관이나 전문인력 양성도 되지 않는 것입니다. 물류정책 국가조직에서부터 수요가 발생하지 않는 데 어떻게 활발한 공급이 이루어지겠습니까?
전만술 : 정부조직은 비대해 지는 데 특화된 물류조직은 찾아보기 힘든 상황입니다. 자리바꿈을 하더라도 전혀 동떨어진 업무조직을 전전할 것이 아니라 직군, 산업군을 만들어 그 범위 내에서 자리바꿈을 함으로써 전문성을 축적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안태호 : 정부내 물류전담 조직의 일원화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더라도 물류관련 조직간의 의견조율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류 행정조직도 비판과 점검이 가능한 행정조직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사회 : 오늘 한국 물류를 이끌어 오신 원로 물류인 여러분을 모시고 한국 물류의 현주소를 조명해보고 한국 물류가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기업물류와 국제물류 외에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종합물류기업 인증제도, 남북물류 등 굵직한 주제들이 남아 있습니다만 지속적으로 이 같은 자리를 마련하여 한국물류의 전도를 밝히는 場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