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의 뜰 안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한 예레미야를 대제사장들과 선지자들이 죽이려고 할 때에 유다의 고관(高官)들과 일부 장로들은 예레미야를 죽여서는 안 된다고 말하면서 예레미야를 보호했습니다. 아마 이들도 처음에는 예레미야를 죽여야겠다는 생각을 가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레미야가 항변하는 말을 듣고 마음이 바뀐 것으로 보입니다. 예레미야를 죽이지 말아야 한다고 고관들을 비롯한 여러 사람이 이야기한 이유는 예레미야가 하나님의 이름으로 말씀을 전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16절). 제사장들과 선지자들은 예레미야가 하나님의 이름으로 메시지를 전한 것을 트집 잡아 예레미야를 죽이려고 했지만(9절), 고관들과 일부 장로들은 예레미야가 하나님께 말씀을 받아 전한 것이라고 하였으니 죽이면 안 된다고 말한 것입니다. 같은 상황이지만 고관들과 일부 장로들은 예레미야가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 전했다고 말하는 것을 진실로 받아들였고, 제사장들과 선지자들은 예레미야는 하나님의 이름을 빙자(憑藉)한 것이라고 본 것입니다.
유다의 장로 중 몇 사람은 구체적인 전례(前例)를 들어 예레미야를 죽이지 말아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17절~23절). 그 전례 중 하나는 미가(מִיכָה, Micah) 선지자의 예(例)였습니다(18절, 19절). 미가 선지자는 예레미야보다 100여 년 전인 히스기야 왕 때 활동했던 예언자로 이사야 선지자와 같은 시대에 활동한 선지자입니다. 18절의 말씀은 미가 선지자가 예언한 미가 3:12의 말씀과 같은 내용입니다. 미가 선지자의 예언을 들은 히스기야 왕은 그 말을 듣고 하나님을 두려워하여 간구하였기에 하나님의 재앙을 피할 수 있었다는 것을 상기(想起)시킵니다.
또 하나의 예는 기럇여아림(Kiriath-Jearim) 출신인 스마야(Shemaiah)의 아들인 우리야(איּרִיָּה, Urijah)였습니다(20절~23절). 여기에 등장하는 우리야는 나중에 다윗 왕의 아내가 된 밧세바의 남편이었던 우리야와는 다른 인물입니다. 미가 선지자의 예에서는 미가 선지자의 예언을 듣고 히스기야가 돌이켰었지만, 우리야 선지자는 여호야김 시대의 선지자였으니 예레미야와 같은 시대의 선지자입니다. 우리야 선지자는 예레미야와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가 여호야김과 고관들이 우리야를 죽이려고 하였고, 우리야는 이것을 알고 애굽(이집트)으로 도망갔는데 여호야김이 자신의 장인인 엘리단을 비롯한 몇 사람들을 보내어 우리야를 잡아 오게 하였고, 결국은 우리야를 칼로 죽여 그 시체를 평민의 묘지에 던졌는데, 그 사건을 상기시킨 것입니다. 평민의 묘지는 무연고자나 극악한 죄를 지은 자들을 아무렇게나 던져놓는 묘지를 의미합니다. 우리야 선지자는 그 시체를 그 조상의 묘지에 묻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욕적으로 처리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야 선지자의 예를 통해서는 또다시 그러한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자는 것을 이야기한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기관이었던 사반(Shaphan)의 아들 아히감(Ahikam)이 예레미야를 도와 예레미야를 죽이지 못하도록 보호하여 예레미야는 죽음을 면했습니다(24절). 아히감은 요시아 왕이 성전을 수리하면서 발견한 율법책에 대해 문의하기 위해 여선지자 훌다(Huldah)에게 파견한 사람 중 한 명이었는데, 예레미야가 전한 메시지의 진정성을 잘 분별했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예레미야를 죽이려는 자들이 많았지만, 예레미야의 예언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였던 자들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레미야는 가까스로 목숨을 건지게 되었습니다. 죄악으로 어두운 시대였지만, 그나마 하나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며 영적으로 깨어있는 자들이 남아있어 아주 작은 불씨 정도라도 희망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시대에도 우리가 그런 자들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혼탁(混濁)한 세상 속에서 하나님께서 주시는 진리의 말씀을 잘 분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단사상(異端思想)이 난무(亂舞)하는 시대이기에 무엇이 하나님의 말씀인가를 잘 분별해야 합니다. 예레미야가 하나님께 말씀을 듣고 그 말씀을 전했을 때, 이들은 진지하게 그 진위(眞僞)를 파악하려고 하였는데, 하나님께 민감함으로 반응하는 자들은 예레미야가 전한 말씀을 하나님께서 주신 말씀을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말씀인지를 잘 분별하려면 성경에서 벗어나지 말아야 하고, 성경의 말씀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정말 하나님께서 주신 말씀인지, 거짓된 메시지인지를 분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읽고, 공부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고, 그 말씀을 묵상하며 성령의 조명(照明)하심을 받아야 합니다. 하나님의 말씀 앞에 진지한 태도로 서 있는지 자신을 잘 살피고, 성경을 잘 읽고 공부하고 묵상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길 소망합니다. (안창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