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17일 (금) 헝가리의 성녀 엘리사벳 수도자 기념일 복음 묵상 (루카 17,26-37) (이근상 신부)
롯 때와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사고팔고 심고 짓고 하였는데, 롯이 소돔을 떠난 그날에 하늘에서 불과 유황이 쏟아져 그들을 모두 멸망시켰다. 사람의 아들이 나타나는 날에도 그와 똑같을 것이다. 그날 옥상에 있는 이는 세간이 집 안에 있더라도 그것을 꺼내러 내려가지 말고, 마찬가지로 들에 있는 이도 뒤로 돌아서지 마라. 너희는 롯의 아내를 기억하여라. 제 목숨을 보존하려고 애쓰는 사람은 목숨을 잃고,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살릴 것이다.(루카 17,28-33)
아무래도 마지막을 멋지게 준비할 수는 없으리라는 말씀이다. 그 날은 들이닥치는 것. 그날만 들이닥치는게 아니다. 생을 진지하게 돌아볼 수 있는 이들이 결국 받아들일 수 밖에 없듯, 마지막 날만이 아니라 모든 '지금'은 다 들이닥친다. 누가 오늘을 준비할 수 있으랴. 몇 가지를 준비해 볼 수는 있겠지만, 결국 우린 준비되지 못한 채로 낯선 오늘을 맞이할 수 밖에 없다. 생 앞에 무엇을 자신하는 이는 아직 어린 사람이다. 우리에게 부는 바람의 세기와, 방향과 온도와 움직임을 무슨 수로 준비하랴.
복음은 인간의 어쩔 수 없음에 대한 위로다. 주님은 우리에게 무소의 뿔처럼 갈 길을 가라 격려한다. 우리는 우리 행동의 보상을 시시때때로 확인할 수는 없겠지만, 결국 그 날이 들이닥쳐 우리의 모든 시간이 밝히 드러나리라는 것. 안달할 것도 서두를 것도 없다. 뒤돌아 볼 것 없이 앞으로 묵묵하게 가야할 길을 갈 것.
출처: https://www.facebook.com/simonksyi/posts/pfbid06Hv9o6GRevW8GfVo4qceUqKEVF3db7G3kp3YBudQfCmNHBDs2n35MvyMgFKonXNX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