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한국 나랏빚 증가 강력 경고..."연금개혁 못하면 50년 뒤 GDP의 2배" / 11/20(월) / 중앙일보 일본어판
한국 경제가 5년 뒤까지 2%대 초반 성장률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장기적으로 보면 50년 뒤에는 정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를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저출산 고령화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한국 경제가 정점을 찍고 내려갈 것이라는 '피크 코리아'가 현실로 나타날 것이라는 경고다.
IMF가 19일 내놓은 한국 연례협의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올해 1.4%에서 내년 2.2%로 높아지고 이후 2.1~2.3% 범위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구체적인 전망은 2025년 2.3%, 2026년과 2027년 2.2%, 2028년 2.1%다. 올해보다는 높다고 해도 2%대 초반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저성장이 사실상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국가경제의 기초체력을 뜻하는 잠재성장률 전망도 비슷하다. IMF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올해 2.1%, 내년 2.2%로 예상한다. 2025년부터 2028년까지도 2.1~2.2%에 그칠 것으로 봤다. 잠재성장률은 노동·자본 등 생산요소를 모두 동원해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이다.
IMF는 지난해 연례협의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2025년부터 2027년까지 2.3~2.4% 수준으로 예상했다가 1년 만에 끌어내렸다. 이마저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비교하면 긍정적인 수준이다. OECD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내년에 1.7%까지 떨어질 것으로 추정했다.
◇ IMF 피크코리아 경고 "성장률 5년간 2% 초반으로"
재정 전망도 어둡다. 특히 국민연금 고갈에 따른 대규모 재정 부담이 올 수 있다는 경고등이 켜졌다. IMF는 앞으로 연금개혁이 없는 한 2075년에는 정부부채 규모가 GDP의 2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가 국민연금 적자를 메우겠다고 가정했을 때의 결과다.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 국민연금은 2041년 적자로 전환하고 2055년에는 기금이 고갈된다.
IMF는 공무원연금 등 다른 직역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연금제도를 따로 운영해 형평성 문제를 초래하고 행정적으로도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을 하면서다. 또 GDP 대비 정부 부채가 빠르게 증가하는 만큼 연금 기여율을 높이고 퇴직 연령을 연장하는 방법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성장률은 이미 정체 단계에 접어들었고 재정건전성도 중장기적으로는 보장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피크코리아' 전망이 현실화되는 양상이다. 외환위기가 닥친 1990년대에는 한국의 연평균 성장률이 7.32%에 달했다. 이후 2000년대 들어 4%대, 2010년대에는 3%대로 떨어졌다. 2019년 이후에는 코로나19 사태로 마이너스 성장을 보인 전년 기저효과로 2021년 4.3%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성장률이 3%를 넘은 적이 없다. 올해뿐 아니라 향후 전망치를 봐도 3%는 기대하기 어려운 숫자가 됐다. 일본의 경제정보 사이트 머니원은 최근 '한국은 끝났다' 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기사로 피크코리아를 다뤘다.
피크코리아의 배경으로는 저출산과 고령화가 꼽힌다. 한국은 2050년이면 고령자 부양비 80명으로 일본을 넘어선다. 15~64세 생산가능인구 100명당 80명의 고령층을 부양해야 한다는 뜻이다. 경제주체인 생산가능인구는 줄고 반대로 이들이 부양해야 할 인구는 늘어나 경제는 활력을 잃는다.
전문가들은 연금·노동개혁이 없으면 '피크 코리아'라는 암울한 전망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2025년이면 한국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노동력 저하로 인한 생산력 감소뿐 아니라 소비 위축으로 인한 내수 둔화까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헤럴드 핑거 IMF 한국미션단장은 "장기적인 성장을 촉진하고 고령화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조개혁이 중요하다.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고 장기적인 재정 지속가능성을 위한 연금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화여대 경제학과 석병훈 교수는 "성장률이 계속 떨어지고 인구 문제로 잠재성장률도 둔화된다는 것은 통계에도 나타나는 사실이다. 1인당 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고등교육 투자를 늘리고 기업이 적극 채용해 생산성을 확보하려면 노동 유연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