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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영향력 아래 국가 캄보디아, 라오스
캄보디아, 라오스는 경제적으로 태국과 밀접하고 연관을 맺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베트남의 정치적 영향 아래 있는 국가들이기도 하다. 1978년 12월 베트남은 수백만명의 캄보디아 국민을 학살한 킬링필드의 주범 폴 포트 정권을 무너뜨리고, 캄보디아에 친베트남 정권을 수립했다. 39년째 장기 집권 중인 훈센 총리는 베트남에 의해 정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베트남을 견제하려는 중국의 집요한 캄보디아 공략으로 최근에는 중국 자본에 의해 경제가 좌지우지되긴 하지만 캄보디아에 대한 베트남의 영향력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라오스는 베트남이 미국과 전쟁을 하는 데 적극적으로 도와준 혈맹이다. 베트남은 라오스 공산당이 정권을 잡을 수 있도록 핵심적인 도움을 줬다. 1987년 라오스와 태국의 국경 분쟁 당시 라오스가 태국에 밀리자 베트남군이 태국 국경을 공격하는 등 양국은 지금까지 절대적인 우방 관계를 맺고 있다. 라오스 초대 공산당 서기장이자 국가수반이었던 카이손 폼비한은 베트남계 라오스인으로 오랫동안 정치·경제적으로 베트남에 의지하며 라오스를 이끌었다.
라오스와 베트남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2021년 3월에 베트남 건설부가 1억1100만달러(약 1450억원)를 들여 라오스에 국회의사당을 기증했다. 특이한 것은 라오스 국회의사당을 민간 건설업체가 아닌 베트남 11공병사단이 건설했다는 점이다. ‘양국은 피를 나눈 전우’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다.
이처럼 캄보디아와 라오스의 많은 것이 여전히 베트남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다. 가장 상징적인 것은 주요 국가 인프라 사업의 베트남 지분이다. 캄보디아와 라오스의 국적기인 ‘앙코르 에어’와 ‘라오 에어라인’의 지분 49%를 베트남 국영 항공사 베트남항공이 보유하고 있다(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영이 악화된 베트남항공은 2022년 5월 앙코르 에어 지분 35%를 매각해 현재 14%만 보유). 또한 지난 칼럼을 통해 소개한 베트남의 군통신사 비엣텔(Viettel)은 라오스와 캄보디아의 1위 통신 기업이다.
대륙아세안 지역에서는 오랜 맹주였던 태국과 1980년대 후반 뒤늦게 개혁·개방을 하며 태국의 위상을 맹추격 중인 베트남의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해양아세안 국가 그룹에서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가 서로 원조 맹주를 자처하며 싸움 중이다. 필리핀은 전혀 아시아적이지 않은 독특한 역사로, 아세안에서 겉돌고 있다.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