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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중국경제 7대 이슈
2006년은 경제구조 개선작업의 원년
2006년은 중국 공산당이 내건 국정목표 ‘조화로운 사회건설’이 경제분야에서 ‘구조개선’으로 본격화한 첫 해였다. ‘11차 5개년 규획’이란 가이드라인에 맞춰 빈부 지역간 격차해소를 위한 삼농(三農)정책, 최저임금의 인상 등 재분배 정책노선이 강화됐고 성장동력을 소비에서 찾기 위한 다양한 투자억제, 소비환경 개선책이 시동을 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경제는 고정자산투자가 크게 늘어나 ‘11·5 규획’의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이에 따라 중앙정부의 부동산시장 안정책 등 긴축노선이 분명해졌고, 그 과정에서 지방정부를 순치시키려는 ‘정치적’ 해법이 외신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분기에 효과가 나타난 긴축정책은 4분기에 더욱 두드러져 올해 성장률은 10% 초반을 기록할 전망이다. 소비자물가상승률도 2% 미만을 기록하고, 전력수급 등 산업간 병목현상도 크게 개선됐다. 거대 국유은행의 상장이 마무리되면서 부실채권 논란도 수그러지는 등 거시 각 부문 불균형에 따른 리스크는 전년보다 줄어들었다.
그러나 투자와 소비간 불균형, 지역간 격차 등의 구조개선의 목표는 아직도 요원하다. 2010년을 시한으로 정한 대외부문의 불균형도 해소 기미가 안보인다. 1년 반에 걸친 점진적 위안화 절상이 수출 부문에 큰 충격을 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만큼 내년엔 절상세가 더욱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위안화 절상과 최근 자산시장의 활황, 올림픽을 앞둔 낙관적 분위기 등은 내년 중국이 한 발짝 소비경제에 다가서는 데 유리한 환경을 만들고 있다. 올해의 긴축기조는 내년에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이하는 내년 한 해 동안 중국에서 논란을 부를 경제쟁점들을 정리, 조망한 것이다. 위안화 절상, 거시긴축 등 올해의 연장선 상에서 논의될 쟁점들은 제외했음을 미리 밝혀둔다.
2007년엔 중국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000달러 고지에 올라선다. 2005년 1,700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연평균 10% 성장세와 위안화 절상을 고려한 전망이다. 개혁개방 직전 해인 1978년 100달러(당시 환율은 달러당 약 3위안) 안팎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1인당 2,000달러는 중국 전역의 평균치. 도농간 평균소득 격차가 3.3배에 이른다는 사실, 아직도 농촌인구가 전 인구의 57%(2005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도시민들의 1인당 GDP는 상당한 수준일 것이다. 비슷한 셈법으로 내년 상해와 북경의 1인당 GDP를 산출해보면 각각 7,600달러와 6,600달러에 달한다. 이 수준은 한국의 1990~1993년 1인당 GDP에 해당한다<그림 1> 참조).
한국경제는 88올림픽을 전후해 소비 붐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마이-카, 마이-홈 시대가 열렸고 외식과 여행이 보편화됐다. 청소년들이 소비주력 계층으로 떠오른 것도 이 시기였다.
중국의 소비시장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월별 소비재 판매액은 1999년 1월 바닥을 찍은 뒤 지금껏 전년 동월보다 12~15% 이상 상승세를 구가하고 있다. ‘1자녀’ 정책의 결과 발언권이 세진 청소년층은 이미 소비 의사결정의 주체로 떠올랐다.
소비재 판매는 내년에도 고성장에 따른 소득증가와 도시화 진전이란 촉매를 통해 더욱 늘어날 것이다. 중국 정부는 2006년부터 5년 동안 4,500만 명의 도시이주를 계획하고 있다.
최근 뚜렷해진 주식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호황은 부(富)의 효과를 통해 내년 소비확대에 기여할 것이다. 2008년 북경에서 열리는 올림픽은 중국 경제주체들의 낙관적 분위기에 기름을 붓고 있다.
올 4월 상해에서 열린 네덜란드 사치품 박람회엔 3일 동안 1만 명의 관람객이 몰려 입장료 수입만 700만 위안(약 8억 원)을 올렸다.
호화주택, 가구, 의류, 보석, 해외여행 등 사치재에 대한 중국 부유층의 기호는 한국 부유층을 넘어서고 있다.
다만 상해나 북경 같은 대도시 고소득층의 소비열풍은 점차 제조업 분야에서 서비스 부문으로 옮겨가는 추세를 보인다. 범용품 시장의 성장률은 상대적으로 더딜 수 있다는 얘기다.
올림픽은 스포츠 이벤트이면서도 개최국에게 막대한 경제적 기회를 제공한다. 북경올림픽은 2008년 열리지만, 내년엔 막바지 건설 및 시험운영 단계에 본격적으로 들어가면서 중국 거시경제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역대 올림픽의 공통된 경험에 비춰볼 때 올림픽 개최가 촉발하는 경기부양 효과는 개최 2, 3년 전에 최고조에 달한다(<그림 2> 참조).
경기시설 및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해당 분야에 대한 생산을 유발시키고 이어 기타 분야로 파급돼 고용창출과 소득증가에 기여한다. 특히 건축, 부동산, 교통, 서비스 산업 등이 수혜업종으로 부상하곤 했다. 국가이미지 개선 및 브랜드가치 제고 등 무형적인 간접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새로운 베이징, 새로운 올림픽(新北京, 新奧運)’ 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중국은 내년 말까지 올림픽 관련 시설 및 환경개선을 위해 약 300억 달러를 쏟아 붓는다. 베이징 시내엔 신축 호텔 110개를 포함해 모든 공사 및 건설공정이 내년 말 완공을 목표로 박차를 가하고 있어 내년 건설경기는 최고조에 이를 것이다. 이는 고스란히 소득증가, 이어 내수시장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에서 88올림픽 전후로 내구재 소비가 크게 늘어난 것과 같이 대도시 경제수준이 당시 한국과 유사한 중국에서도 내년 소비심리가 크게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정부의 소비확대 정책까지 가세하면 유례없는 ‘소비 호황국면’이 열릴 수 있다. 특히 ‘디지털 올림픽 (數字奧運)’이라는 슬로건이 디지털 제품의 인기를 예고하고 있다. 고용창출 효과도 예상할 수 있지만 대도시 실업현상이 워낙 심각해 그 효과를 체감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기회가 있으면 리스크도 커지는 법. 올림픽 관련 개발투자가 고조되면서 중복, 맹목적 투자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올림픽이 끝난 뒤 경기급랭의 가능성도 있어 합리적인 투자자원 배분이 절실하다. 소비경기가 과열되는 가운데 유가 등이 상승하면 물가상승 압력이 현재화할 수 있다. 또 특정지역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임금상승, 부동산 가격상승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중앙정부가 금리인상 등 긴축기조를 더욱 강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글로벌 로컬기업들은 저마다 올림픽 특수를 겨냥하고 있다. 중국 시장은 내년부터 글로벌기업들의 마케팅 전쟁터가 될 것이다.
근대적 은행이 이미 청(淸)조에 나타났던 중국이지만 ‘장롱예금’ 관행은 뿌리깊다.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가 낮은 데다 예금 외에는 마땅히 돈 굴릴 곳이 없기도 했다. 그나마 예금이자율은 2.5%대(1년 정기 가계예금 기준).
그러나 자산시장의 발달과 활황으로 2007년은 장롱예금이 다양한 투자상품을 찾아 걸어나올 가능성이 유례없이 높아지고 있다. 가장 쉽게 접하는 재테크 수단은 주식. 기업실적 호전과 올림픽 등 호재를 맞이한 주식시장은 내년에도 호황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대세를 이룬다. 중국인들은 이제 ‘저축이냐, 창업이냐’ 는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주식, 채권 등 다양한 투자분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올 10월 예금잔액은 15조 8,033억 위안으로 전달보다 75억5,000만 위안이 줄었다. 예금잔고 감소는 2001년 5월 이후 처음 겪는 일이다. 전년 동월 대비 저축증가율도 10월 15.5%로서 2005년 1월 이후 최저치였다.
반면 주식시장엔 속속 자금이 몰리고 있다. 지난 5개월 새 새로 증시에 뛰어든 중국인은 무려 200만 명. 증시 전문가들은 공식적으로 증권계좌를 연 투자자가 7,000만 명에 달해 향후 시장 확대 여지가 여전히 큰 것으로 보인다.
증시에 자금이 몰리는 것은 최근 장세가 폭등장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증시의 대표지수인 상해증권종합지수(上證綜指)는 12월 4일 2,164포인트를 기록, 역사상 최고점인 2,245포인트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같은 날 기준 시가총액도 5조 7,106억 위안으로서 전년 말 2조 3,096억 위안의 두 배를 넘어섰다.
최근 활황세는 위안화 강세를 예상한 외자유입도 한 몫 했지만 중국정부가 국유기업 주식의 수급조절에 나선 결과이기도 하다. 내년 베이징은행 등 대형 블루칩의 상장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어 증시 활황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중국 정부는 올 4월 개인의 해외 금융상품 투자를 허용한 데 이어 12월 금융시장을 전면개방했다. 글로벌 은행이 판매하는 투자상품도 재테크 대상으로 떠오를 것이다. 아울러 금(金) 투자 최저한도도 연내 개인당 1,000그램에서 100그램으로 크게 낮춰 2만 위안만 있으면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취급 은행도 다양화할 방침이다. 이미 올해 10개월 동안 금 거래금액은 1,536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보다 85%나 늘어났다.
중국이 ‘외국인직접투자(FDI)의 블랙홀(black hole)’로 부상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모로 세제혜택의 힘이 컸다. 이른바 2면3반감(누적기준으로 이익이 실현된 해부터 2년간 세금 면제, 이후 3년 50% 면제)의 마법이다. 반면 중국 로컬기업들은 25% 정도의 실효세(공식적으로는 30% 소득세)를 내야 했다.
2007년엔 이 ‘역차별’이 해소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내외자 소득세 단일화에 일관되게 반대입장을 표명했던 상무부가 드디어 찬성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내년 3월 전인대에서 기업소득세법이 개정돼 빠르면 연내 시행될 수도 있다. 25% 안팎의 단일세율에, 5년의 유예기간 적용이 유력하다.
소득세 단일화는 중국 정부 내에서 외자의 효용성에 대해 회의론이 득세한 결과다. 광대한 시장과 글로벌기업의 자본과 기술을 맞바꾸려 했으나, 중국기업들의 기술수준은 여전히 글로벌 수준을 따라가지 못했고 안방만 내줄 처지에 몰렸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올해 11월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내놓은 ‘외자이용 11차5개년 규획’은 더 이상 ‘묻지마 외자도입’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선언서였다. 기술수준 제고, 환경오염 방지 등 한마디로 중국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는 양질의 외자만 받겠다는 것. 같은 달 상무부가 발표한 804개 품목의 ‘가공무역 금지목록’은 이 원칙이 구체화된 한 사례일 뿐이다.
6월 중국 국무원이 통과시킨 ‘반농단법’ 초안도 내년 전인대 통과를 기다린다. 이 법안은 시장경쟁을 보호하고 독점행위를 규제한다는 취지이지만, 시장 지배력이 강한 글로벌 기업엔 독소조항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법안의 감독주체를 놓고 막판 상무부 발전개혁위원회 등이 씨름을 벌이고 있지만 통과는 기정사실이다.
중국 정부의 외자정책은 사실 혼탁한 시장질서를 확립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반독점, 내외자 동등대우 등은 글로벌 스탠더드의 하나이다. 그러나 외자 진출의 역사와 기여도가 남다른 중국에서 이처럼 시장규율을 갑작스레 강화하는 조치들은 ‘경제 민족주의’ 우려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올 9월 미 투자펀드인 칼라일 그룹이 중국 최대 건설중장비 업체인 쉬공(徐工)그룹을 인수하려다 실패한 것이 대표적 사례. 상무부가 부랴부랴 통과시킨 ‘외국투자자 중국기업 인수합병에 관한 잠정규정’이 정부 승인을 받도록 강제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시장개혁 조치들을 지금 ‘경제 민족주의’로 싸잡아 매도할 수 없다. 그 판단은 향후 ‘내외자 동등대우’ 원칙이 얼마나 일관성 있게 구석구석 관철되느냐에 달려있다. 적자기업에 대한 국유은행들의 도를 넘는 금융지원 여부가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수 있다.
올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중국 서비스 시장의 문이 열리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당시의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가장 눈독을 들였던 부분이 서비스시장. 속속 중국 정부에 ‘사업 허가증’을 요구하고 있다.
시티그룹(Citi group)은 11월 500여 개의 체인망을 가진 광동발전은행(廣東發展銀行)의 지분 85.6%을 31억 달러에 사들였다. 시티그룹은 ‘공무원 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 중국 토종은행과의 서비스 경쟁에서 승리를 낙관한다. 시티의 진출로 중국 은행들도 체질개선의 압력을 강하게 받고 있다.
점포 확장에 어려움을 겪던 월마트(Wal-Mart)는 10억 달러의 실탄을 가지고 로컬업체 인수에 나섰다. 현재 보다 두 배나 많은 매장확보가 당면 목표이다. 중국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던 홈 디포(Home Home Depot) 역시 화북 지역에 14개 매장을 보유한 슈퍼마켓 체인업체인 쟈스졔(家世界) 인수를 저울질 중이다. 직접판매법이 발효되면서 암웨이 에이본 등 미국계 직접 판매업체들도 본격 영업에 나서고 있다. 내년엔 외국기업의 빅딜(Big Deal)이 언론지상을 심심치 않게 오르내릴 것이다.
서비스시장 개방 초기에는 아무래도 외자기업의 경쟁력이 돋보일 것이다. 하지만 중국 로컬기업들도 팔짱만 끼고 바라보진 않을 것이다. 중국의 가전 유통업을 예로 들어보자. 선두 업체인 궈메이(國美)는 베스트바이(BestBuy)가 로컬 체인점인 우싱(五星)을 인수하자, 즉각 용러(永樂)를 인수하며 맞불을 놨다. 업계의 주도권을 절대로 내주지 않겠다는 심산이었다. 이뿐 아니라 궈메이는 자회사인 부동산 개발업체를 동원해 베스트바이가 점포 부지를 확보하지 못하도록 적극적인 방해 공작을 펼치기도 했다.
중국 정부의 입장에선 그만그만한 외국 제조업체의 진입은 더 이상 달갑지 않다. 외자 유치의 핵심은 서비스 산업으로 옮겨가고 있다. 고용창출 효과가 높고 시장선진화에 기여하며,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는 도움을 준다는 판단이다.
서비스는 그 나라 사람들의 사고방식(Mentality)과 문화(Culture)와 깊은 연관이 있다. 단기간에 경쟁력을 높이기 어렵다는 얘기다. 글로벌 기업이 제공하는 선진 서비스가 중국 소비자들의 기대수준을 얼마나 바꿔 놓을지 내년이 기대된다.
말 많았던 중국 3G 사업자 선정의 윤곽이 내년 드러난다. 중국 표준인 TD-SCDMA의 기술 미성숙, 사업자 선정의 형평성 등을 고려하다 보니 차일피일 미뤄온 지가 벌써 3년. 하지만 중국 정부도 막다른 길에 몰렸다. ‘2008년 올림픽 때는 중국에서 상용화된 3G 서비스를 보게 될 것’이라는 약속을 지키려면, 내년 상반기엔 사업자 선정을 마무리해야 한다.
중국 정부는 최근 ‘TD-SCDMA의 상용화 테스트가 완료되었으며, 조만간 사업자를 선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1998년부터 개발해온 독자 표준인 TD-SCDMA는 이미 베이징 등 대도시 지역에서 시험 가동을 거쳐 상업성이 검증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G 사업자 선정을 미뤄온 것은 3G 서비스가 중국 이동통신 산업구조 재편과 맞물려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이통시장은 차이나 모바일(中國移動)과 차이나 유니콤 (中國聯通)의 독점체제다. 그러나 3G 사업자 선정에는 유선전화 사업자인 차이나 텔레콤(中國電信)과 인터넷 전용선 업체인 차이나 넷콤(中國網通)이 끼어들었다. 중국 정부가 ‘3개 업체 선정’을 공언했기 때문에 3장의 사업권을 노리고 4개 업체가 각축하는 상황. 중국 정부의 고민은 여기에 있다.
중국 언론들은 차이나 텔레콤- CDMA2000, 차이나 모바일-TD-SCDMA, 유니콤과 넷콤-WCDMA의 3개 조합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1위인 차이나 모바일 입장에선 기존 GSM 기술과 호환하기 용이한 WCDMA가 더 매력적이다. 때문에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란 측면에서 자사가 WCDMA를 운영하는 것이 국가적 이익’이라는 효익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입장은 정반대다. 업계 1위가 풍부한 자금력과 서비스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 표준을 서비스해줘야 TD-SCDMA가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감안할 때 TD-SCDMA가 타 표준 보다 먼저 상용화될 것이며, 차이나 모바일이 결국 총대를 멜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TD-SCDMA는 여전히 기술적으로 다른 경쟁표준에 뒤떨어진 만큼 특히 단말기 분야의 확장이 더딜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중장기적으로 시장에서 밀려날 수도 있다는 우려다.
2007년엔 3G 시대의 개막을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 표준이 시장에서 살아남느냐 여부는 별개의 문제다. 중국 표준의 존망은 핸드폰 업체 등 관련 업계에도 큰 파장을 미칠 것이다. 사회주의 중국은 ‘토지 공유(公有)’라는 기초 위에 서있다.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부동산 사업을 벌이려면 토지를 국가로부터 빌려야 한다.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 즉 토지사용권을 사는 것이다.
물론 토지사용권엔 시한이 정해져 있다. 주택용지의 경우 70년. 그렇다면 70년이 지나면 사용권은 완전히 무효가 돼 다시 ‘권리’를 사들여야 하는 걸까. 아니면 현 사용권자에게 계속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주는 걸까. 인정해준다면 사실상 ‘소유권’을 인정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 걸까.
국가의 재산인 토지는 그렇다 쳐도 마을이 공동으로 소유하는 집체(集體) 재산은 또 어떻게 보호해야 하나. 중국 사회가 보호해야 하는 개인 재산의 범위는 도대체 어디까지 인가.
질문은 끝이 없다. 중국은 이에 대한 답변을 터부시해왔다. 물권법이 2002년 12월 전국인민대표자회의 상무위원회에 상정된 이후 여태껏 확정되지 못한 것이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곧 개인이 소유 혹은 사용하고 있는 유무형의 물건에 대한 권리 한계를 분명히 하는 셈이 된다. 개인의 물권을 명확히 하면 반대로 국가 및 사회가 개인에 대해 행사하는 권리가 제한 받게 된다. 예를 들어 토지사용권의 사용연한에 대한 명시적인 법 규정이 마련됐다면 결과적으로 국가 및 사회는 ‘공익의 이름으로’ 자의적으로 토지사용을 강제할 수가 없다.
보다 중요한 걸림돌은 물권 한계를 정하는 작업이 바로 체제 이념과 결부돼 있기 때문이다. 국가가 공익의 목적으로 개인이 살고 있는 토지를 수용할 경우를 생각해보자. 사회주의 이념에 충실하다면 대체 주택만 제공하면 된다. ‘공익을 위한 일인데, 현재 사용하고 있는 토지를 포기하라’며 금전을 기준으로 보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현실은 이미 토지보상금을 둘러싸고 곳곳에서 분쟁이 벌어진다. 특히 농촌지역에서 토지보상금이 적다며 실력행동에 나선 주민들과 무장경찰간 충돌이 빈발하고 있다.
중국 개혁개방의 역사도 벌써 30주년을 향해 달려간다. 그 동안 토지 주택 등에 관련된 법규는 개별적으로 제정, 시행돼 왔다. 민법통칙과 계약법도 시행 중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제반 법률의 토대가 될 물권법은 아직 미정이다. 토대가 든든하지 못한 결과 개별 법규간 충돌이 빈번하다. ‘70년 토지사용권 소멸 이후’에 대한 명확한 법규가 없어 토지 관련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물권법 초안은 2006년 10월 6차 심의까지 거쳤다. 재산권의 기본성격을 다루다 보니 중국 내 고소득층과 지식인 계급의 관심은 의외로 크다. 6차 심의 과정은 대중매체의 지대한 관심을 끌었다. 내년 전인대는 7차 심의를 예고해 놓았다. 공산당이 아직 확고한 방침을 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내년보다는 2008년 통과 가능성이 더 높다. 물권법 논란은 해가 갈수록 더 거세질 것이다. 중국경제에서 사유(私有)부문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고, 중국 경제가 국제 경제흐름에 더욱 깊게 발을 들여놓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