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리 대신 비닐 먹는 바다거북,
바다거북이 우리에게 건네는 환경 메시지
아주 오랫동안 이곳은 별로 달라진 게 없었다.
생명은 쉼 없이 이어졌고,
늘 그랬듯이 나날이 번성했다.
그런데 그들이 왔다.
바다는 아름답고 평화로웠습니다. 그들이 오기 전까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플랑크톤부터 거대한 고래까지, 바다에는 모습도 다르고 크기도 다른 수많은 생명이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바다 생물들은 자연의 신비를 고스란히 간직한 채 저마다의 방법으로 살아왔습니다. 어떤 친구들은 적당한 수온과 풍부한 먹이를 찾아 돌아다녔고, 어떤 친구들은 언제나 듬직하게 한자리에 머물렀습니다. 바다거북처럼 알을 낳을 때가 되면 자기가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는 친구도 있고요. 바다는 아름답고 평화로웠으며, 생명은 쉼 없이 이어지고 나날이 번성했습니다. 울적한 음악에 맞춰 신비롭게 흐느적거리는 그들이 오기 전까지는요.
그들은 누구일까요? 친구일까요? 적일까요? 왜 자꾸 가까이 다가오는 걸까요?
바다거북이 우리에게 건네는 환경 메시지
몇 년 전 한 대형 수족관에서 전시용으로 키워지던 멸종위기종 붉은바다거북이 바다에 방류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붉은바다거북이 자유를 누린 시간은 불과 11일뿐이었습니다. 인공위성 추적 장치와 개체 인식표를 등껍질에 붙이고 제주 앞바다에서 출발한 바다거북은 부산 바닷가에서 움직임이 멈췄고, 결국 플라스틱 쓰레기를 잔뜩 먹고 죽은 채 발견되었죠. 해파리를 주로 먹는 붉은바다거북이 비닐 쓰레기를 해파리로 착각하고 먹은 것입니다.
빅토리아 퍼즈의 《플라스틱이 온다》는 사람들이 손쉽게 쓰고 버린 비닐봉지와 페트병이 바다거북의 눈에 어떻게 비치는지, 그리고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아름다운 바다를 어떻게 망가뜨리는지를 보여 주는 그림책입니다. 환상적이고도 신비로운 그림과 시적인 텍스트에 아름다운 이야기책인 줄 알고 방심하고 책장을 넘기다가는 흠칫 놀랄지도 모릅니다. 이 책의 바다거북처럼 바다 생물들은 플라스틱의 정체가 무엇인지, 왜 끊임없이 바다로 밀려오는지 끝내 모른 채 고통 받을 것입니다. 그리고 바다 생물들이 먹이로 착각해 먹은 플라스틱들은 돌고 돌아 인간에게 다시 돌아올 거고요. 이 책을 통해 어린이들이 바다 쓰레기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진지하게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깨끗한 바다, 함께 만들어요!
이 책의 마지막에는 어린이 독자들이 책을 읽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행동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에서 알려 준 실천 방법이 실려 있습니다. 바다를 깨끗하게 만드는 일은 어른들만 하는 일이 아닙니다. 거창하고 대단한 일만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요. 마실 물은 물병에 담아 가지고 다니고, 비닐봉지 대신 에코백이나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지퍼백을 쓰고, 플라스틱 빨대를 쓰지 않는 작지만 확실한 행동이 바다 쓰레기를 줄이고 바다를 깨끗하게 만드는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가 버린 쓰레기가 바다를 떠다니고 있습니다. 짧은 시간에 바다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가 함께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하다 보면, 우리 바다가 지금보다 훨씬 더 깨끗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플라스틱이 온다》의 인세 일부는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Our Sea of East Asia Network, OSEAN)을 통해 바다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쓰입니다.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은 바다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조사와 연구, 교육 홍보, 정책 개발, 국제 협력 등을 위해 설립된 시민 단체이자 민간 연구소로, 특히 바다 쓰레기를 줄이는 데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바다 환경에 대한 작은 관심이 바다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실천으로 이어지는 값진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