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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근미와 떠나는 문학여행 53 니콜라이 고골 외투 | 생글생글 (hankyung.com)
(53) 니콜라이 고골 '외투'
살 에는 추위에 외투를 빼앗긴 남자
도시에 나타난 '외투 빼앗는 유령'
그는 누구인가?
짧은 희망이 지나가다
입춘이 지났지만 온난화로 녹아내린 북극의 얼음이 찬바람을 뿜어대 아직 외투를 못 벗고 있다. 한겨울에 외투가 없었다면 과연 어땠을까. 고골의 소설 《외투》는 우리나라보다 몇 배나 더 추운 러시아에서 옷을 빼앗긴 남자를 그리고 있다.
남들이 볼 때 만년 구등관인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적은 월급으로 따분한 일을 하며 인생을 재미없게 사는 사람이다. 정작 당사자는 400루블의 급료에 만족하며 맡은 일을 성실히 수행한다. 얼어붙는 듯한 추위가 몰아닥치자 그는 해진 외투를 수선하러 간다.
수선공은 이리저리 살펴보다 너무 낡아 더 이상 기울 수 없다며 새 외투를 권한다. 몇 차례의 간청에도 계속 안 된다는 얘기에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외투를 사기로 결정한다. 지난 1년간 조금씩 모은 돈과 생각보다 많이 나온 상여금 덕에 새 외투를 장만한다. 앞으로 차도 마시지 않고 촛불도 켜지 않고 속옷 세탁도 덜하고 신발이 상하지 않게 조심해서 걸을 정도의 내핍생활을 결심하면서.
‘외투의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축하 파티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강도를 만나 새 외투를 빼앗기고 만 것이다. 경찰관을 찾아가 고발하고 고관에게 간청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허세에 가득 찬 고관의 고압적인 태도에 눌린 데다 외투를 다시 구입할 수 없다는 사실 앞에서 낙담한다.
(당신이 지금 누구에게 말하고 있는지 아오? 당신 앞에 서 있는 사람이 누군지나 아오? 당신은 알고 있소? 알고 있느냐고? 내가 당신에게 묻고 있잖소."
이 순간 고관은 발을 구르며 아카키 아카키예비치가 아닌 다른 누구라도 무서워할 만큼 버럭 언성을 높였다.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완전히 넋이 나가 비틀거렸고, 온몸이 떨려 더 서 있을 수조차 없었다.)
절망에 빠진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편도선염으로 열이 올라 세상을 떠나고 만다.
소설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페테르부르크에 외투를 빼앗는 유령이 나타나고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를 죽음에 이르게 한 고압적인 고관도 부들부들 떨면서 외투를 벗어준다. 그 고관은 어떻게 되었고 유령은 사라졌을까?
(그 후 페테르부르크의 칼린킨 다리 근처에 관리의 모습을 한 유령이 나타나 다른 관리들의 외투를 빼앗는다는 소문이 나돌고, 마침내 아카키키를 질책한 고관이 아카키의 모습을 한 유령에게 외투를 빼앗긴 뒤로 유령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다.)
길지 않은 얘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면면과 행동들이 매우 인상적인 《외투》를 읽으면 각각의 태도와 마음이 읽힌다. 주인공의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짧지만 긴 인생을 산 듯한 기분이 들 것이다. 낡은 외투를 더 이상 수선할 수 없을 때의 심정, 외투를 사기로 결심하고 희망에 젖는 모습, 외투를 빼앗긴 뒤 찾아온 깊은 절망, 유령이 되어서까지 외투에 집착하는 애달픈 상황을 하나하나 짚으면 울림이 있을 것이다.
아직 다가오지 않았지만 닿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때 사람은 행복하다. 하지만 소원을 이룬 뒤 그것이 사라지면 절망에 눌려버린다. 힘들게 구입한 외투지만, 잃어버린 뒤에 깨끗이 포기했더라면 어땠을까. 무관심하고 고압적인 세상에서 꿈을 포기할 것인가, 다시 일어설 것인가. 《외투》를 읽으면서 다시 꿈꾸기를 포기한 주인공에게 전할 말을 생각해보라.
사실주의 문학의 모태
고골이 32세이던 1841년에 발표한 《외투》의 내용은 마치 주변에서 일어난 일처럼 생생하다. 현실에도 목을 뻣뻣이 세우고 자신의 이익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이들이 있다. 마음이 상해 죽어나갈 처지의 사람을 외면하다가, 사고가 터지면 반성하기보다 빠져나갈 구멍을 찾느라 바쁜 사람들. 176년 전에 발표한 《외투》에서 교만하고 비뚤어진 현대인의 모습을 찾아보라.
도스토예프스키가 “우리 모두는 고골의 《외투》에서 나왔다”고 말했을 정도로 뛰어난 이 작품은 러시아 단편소설의 모태라는 평가를 받는다. 사실주의 문학인 《외투》는 이상을 추구하거나 관념적인 고전주의나 낭만주의 작품과 대별된다.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개성을 중시하는 사실주의는 작가의 직접적인 경험과 관찰이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된다.
우크라이나 소지주의 아들로 태어난 고골은 아버지의 예술적 재능을 물려받은 데다 전설과 민화, 춤과 유머가 있는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소년 시절을 보냈다. 18세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대도시 페테르부르크로 와서 말단 관리로 일한 적이 있다. 비굴한 관리 근성이 두려워 말단 관리 일을 그만둔 고골의 당시 꿈은 직업배우였다.
22세에 발표한 《디칸카 근교의 야화》에 우크라이나의 평범한 사람들을 담았고 이 소설로 고골은 일약 유명세를 얻었다. 《외투》의 주인공과 달리 환경에 굴하지 않고 재능을 살린 고골. 통렬한 사회 비판으로 피신을 하는 등 힘겨운 삶을 살면서 주옥같은 작품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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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점 정리
지은이 : 고골리(Nikolai Vasilievich Gogoli 1809-1852)
갈래 : 단편 소설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성격 : 현실 풍자적. 비판적, 조소적(嘲笑的), 사회 고발적
배경 : 시간(어느 겨울). 공간(러시아의 페테르부르크)
경향 : 사실주의
제재 : 외투, 관료 사회의 부패
주제 : 개인의 성실한 삶과 그에게 냉담하며 조소를 보내는 세태 풍자, 사회에서 냉대 받는 인간의 슬픈 운명을 통해 부패한 관료 사회를 풍자, 비판함
줄거리 : 페테르베르크의 한 말단 관리인 아카키에비치는 요령 없고 처세술이 부족한 인물이다. 그는 관청에서 서류를 정서하는 일로 삶의 즐거움을 삼는다. 그는 외투가 너무 낡아 새로 장만해야만 하자 극도의 내핍 생활을 하여 새 외투를 장만한다. 그런데 관청 부과장의 저녁 식사 대접을 받고 돌아오는 길에 불량배들에게 외투를 강탈당한다. 그는 절망하여 외투를 찾아 달라고 경찰서장이나 유력한 인사를 찾아 보지만 오히려 호통만 당한다. 결국 그는 그 충격으로 죽고 만다.
의의 : 19세기 러시아 비판적 사실주의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특징 : 극적 반전을 통해 신랄한 현실 비판과 따뜻한 휴머니즘을 병립시키고, 사실주의적 기법과 풍자적 기법이 돋보임.
2006.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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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투 줄거리>
러시아의 어느 관청에, 만년 9등관 공무원, 아카키 아카키에비치가 일하고 있었다. 아카키 아카키에비치는 한마디로 고지식한 사람이었기에 자신에게 일을 맡긴 사람이 자신에게 그런 일을 시킬 권리가 있는지 따위엔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서류만 들고 묵묵히 즉시 그 서류를 처리했다. 그가 그렇게 열심히 하는 일은 공문서를 정서하는 일이었다.
언젠가 그의 성실함을 눈여겨보던 한 상사가 다른 일거리를 맡긴 적이 있었다. 하지만 아카키에비치는 연신 끙끙대다가 결국 그 일을 남에게 넘기고 말았다. 세상에서 그가 잘하는 일은 정서업무가 전부였던 것이다.
아카키 아카키에비치는 연봉이 4백루블밖에 되지 않았기에 너무나도 가난하고 초라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아카키에비치에게도 한 가지 걱정이 있었따. 바로 추위였다. 그의 외투가 다 헤져서 심지어 재봉사도 차라리 외투를 사라고 권할 지경이었다. 외투를 새로 맞추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 게 분명했다. 아카키 아카키에비치도 마음 같아서는 외투를 새로 장만하고 싶었지만, 연봉이 4백루블밖에 되지 않는 그에게 외투 한 벌은 너무나도 과한 일이었다.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던 아카키 아카키에비치는 큰 마음을 먹었다. 앞으로 일 년동안 생활비를 줄여야겠다고.
그는 저녁마다 마시던 홍차도 끊고, 밤에는 촛불도 켜지 않았다. 속옷 따위를 세탁소에 보내는 횟수도 가급적 줄이고, 집에 돌아오면 잽싸게 옷을 벗어 버리기로 했다. 옷이 빨리 헤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런 생활이 시작되었다. 처음엔 무척 힘들고 고통스럽기도 했지만 얼마쯤 지나자 그럭저럭 습관이 되어갔다.
외투를 새로 만드는 일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었다. 국장이 아카키에비치에게 40루블도 아닌, 60루블을 상여금으로 지급했던 것이다. 두세 달 정도 더 배를 곯고 난 후, 아카키에비치는 결국 80루블을 손에 쥘 수 있었다.
바로 그날, 그는 페트로비치라고 하는 한 재봉사와 옷감을 사러나갔고, 2주 후에 외투가 완성되었다. 그 날 아침, 관청으로 출근하는 아카키 아카키에비치는 발바닥이 공중에 둥둥 떠오르는 기분이었다. 그는 매 순간 어깨에서 새 외투의 견고한 감촉을 느꼈다. 그리고는 몇 번이나 혼자서 미소를 지었다.
아카키 아카키에비치에게 새 외투가 생겼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관청에 퍼져 나갔다. 축하와 칭찬의 말이 쏟아졌다. 그 때, 부과장이 마침 오늘이 자신의 세례명축일이라며, 다들 저녁에 모여서 그의 세례명축일과 아카키에비치가 새 외투를 장만한 것을 함께 축하하자고 했다. 모두 좋다고 하여 그 행사는 부과장의 집에서 열리게 되었다.
그 날 저녁, 아카키 아카키에비치는 부과장의 집을 찾아갔다. 호화로운 저택이었다. 계단에는 등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었고, 침실은 2층이었다. 벽에는 외투와 레인코트 따위가 쭉 걸려있었다. 아카키에비치는 자기 손으로 외투를 걸어 놓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 날 밤, 아카키에비치는 보기 드물게 좋은 시간을 보냈다. 사람들과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보낸 아카키에비치는 밤 열두 시가 훌쩍 넘어서야 자리에서 일어나 집으로 향했다.
아카키 아카키에비치는 빠르게 걸었다. 이윽고 인적이 드문 거리에 이르렀다.
이 곳은 낮에도 별로 기분좋은 거리가 아니었다. 저녁이 되면 한층 더 음산해지는 거리였다. 그는 걸으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사람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광장을 거의 다 지나는 순간, 그는 눈앞이 아찔해졌다. 불량배들이 앞을 막아섰다. 그들은 아카키에비치의 외투를 빼앗아 멀리 도망쳐버렸다.
아카키 아카키에비치는 경찰서장을 찾아가 하소연 해보았지만 경찰서장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불쌍한 아카키에비치는 이번에는 고위관리를 찾아가 보았지만, 고관은 오히려 소리치며 악을 썼다. 아카키 아카키에비치는 넋을 잃고 간신히 걸어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아카키 아카키에비치는 독감에 걸리고 말았다. 며칠 동안 앓던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을 거두었다. 하지만 며칠 후부터 페테르부크에 이상한 소문이 나돌았다. 칼리킨 다리 근처에 하급공무원 옷차림을 한 유령이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그 유령은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는 입고 있는 외투를 빼앗아 간다고 했다.
어느 날, 아카키에비치가 외투를 잃어버렸다고 했을 때 들은 체도 하지 않던 고관이 칼리킨 다리 근ㄴ처를 지날 때, 그 유령이 나타나서 고관의 외투를 빼앗아갔다.
그 날 이후, 하급공무원 복장을 한 무시무시한 유령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마도 그 고관의 외투가 하급공무원 유령의 몸에 딱 맞았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