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옥스퍼드 대학 종교학 과목 시험에서 출제된 주관식 문제는 ‘물을 포도주로 바꾼 예수님의 기적에 대해 논하라’ 였습니다. 종이 울리자 일제히 답안지에 펜촉 소리가 들렸습니다만 유독 한 학생만 멍하니 창 밖을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감독관이 다가가 주의를 주었지만 학생은 시험에 하나도 관심이 없어 보였습니다. 시험 종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학생의 멍 때리기는 계속 되었습니다. 그러자 화가 난 감독 교수가 다가가 백지 제출은 당연히 영점 처리되고 학사 경고 대상이 될 수 있으니 뭐든 써 넣어야 한다고 최후 통첩을 했습니다. 이 말에 딴 청을 피우던 학생의 시선이 돌연히 시험지를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정말 단 한 줄만 써 놓고 고사장을 유유히 빠져 나갔습니다. 하지만 달랑 한 줄 답안지는 이 대학 신학과 창립 이후 전설이 된 만점 답안지 였습니다. 학생의 이름은 영국 3대 낭만파 시인 중 한사람인 ‘조지 고든 바이런’ 이었습니다. 대학의 모든 신학 교수들을 감동시켜 올 하트를 받은 바이런의 촌철살인 답안 내용은 이랬습니다. ‘물이 그 주인을 만나니, 얼굴을 붉히더라’ 예수님께서 처음으로 기적을 일으키신 그 포도주를 이렇게 멋지게 표현한 바이런이 우리 가슴을 울립니다. 다시 곰곰 묵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