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낚시는 거의 개인 출조가 주종을 이뤄왔다
가끔 동반자도 있었지만
기동성을 확보하고 부터는 귀동냥을 얻으면 토요일은
어김 없이 그 저수지에 기필코 낚시대를 담갔다
그렇게 외로운 사냥꾼이 결국 선수를 만나게 되면서 부터
서서히 철저한 맹열꾼의 길로 접어 들게된다
98년도인가, 낚시를 밥보다도 좋아한다는 k목욕탕을 운영하는 조사장을 만나면서
우린 늘 함께하는 낚시회에서도 부러워하는 콤비가 되었다
아이니컬 하게도 그는 오리지날 목포 출신이고 난 조상대대로 영남에 뿌리를둔
보리문뎅이라는것이다
다행히도 그분은 박정희 전대통령을 존경하는 사람이며 정치에는 문외한이고
전혀 관심없는 그져 낚시 좋아하고 술 좋아하는 순박한 사람이다
부친이 박통시절 호남 00경찰서 서장을 지내셨고 박통으로부터 청렴 공무원으로
훈장까지 받았던 모범적인 분이셨다고 했다
몇해전 요즘 처럼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8월의 어느날 이였다
한나절이 될때까지 침묵하던 핸폰에서
왕십리 연가가 울려 퍼진다
아~ 아! 깊어가는 가을 밤만이 왕십리를 달래주네 ~~
한소절을 흥겹게 따라부르고 전화를 받으니
다급한 조사장의 텁텁한 목소리가 졸음을 날려보낸다
"어이, 지금 뭣혀! 난리 났당께... "
언제들어도 웃음을 머금게하는 절라도 사투리가 따발총 같이 쏟아져 나온다
"거시기, 시방 거시기에서 대물이 엄청 터져부렸디어
언능 준비 하더라고잉~ 싸게 싸게 준비혀!"
아닌밤중에 홍두께라고 했든가 이거야 말로 번갯불에 통닭튀기는 꼴이다
"조사장 좀 천천히 말좀 하거레이, 숨 뒤지버 지겠다, 무신 말이고"
급하면 튀어나오는 문뎅이의 사투리는 아직도 투박하기가 변하지 않는다
"아, 그랑께 예산에 거시기 저수지에서 거시기 ..."
옆에 누군가에게 묻는 소리가 전화기를 통해서 들려온다
정 총무다 충남 보령이 고향인 낚시회 총무의 웃음소리와 함께 쌍??...
예긴 즉선 충남 예산에 있는 쌍둥이 저수지에서 4짜가 몇수 나왔다고
빨리 출조를 하자는 소리였다
대물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나이고 보니 반갑기 그지 없는 소식이다
알았다고 대답을 하곤 정신없이 준비를 하던중 언뜻 스치는 저수지 이름!
쌍용지라고... 아니 그긴 일명 살목지라는곳 아니여...
살목지라면 연륜있는 조사들은 다 알법한 그 저수지 아니여..
한때 살목지의 처녀귀신이라고 낚시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그 유명한 저수지!
그 호수에서 처녀귀신과 조우했던 꾼들이 한두명이 아니다
오죽했으면 낚시 방송에서도 취재를 나갔던 곳이 아닌가
물론, 증명이된 사실은 없었고 헛소문이라는 취재 결과가 나왔고
후론 한참이나 잠잠했으며 그 소문도 그렇게 낭설로 흘러가버렸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려 예당저수지를 지나 동산교를 건너
쌍용지로 올라가는 마을로 들어섰다
가까운 시장에서 2박3일의 먹거리를 알차게 준비하고 인근 낚시가게를 들렸다
케미와 떡밥 생새우와 지렁이 등등 필요한것을 준비하고
낚시가게 사장에게 쌍용지의 요즘 조항을 물어봤다
얼마전 프로급 낚시꾼 몇명이 하룻밤세 4짜를 5수나 올렸다고했다
원래 계곡지란게 터가 세서 대물 출현이 거의 불가능 한곳인데
아마도 그들은 신의 가호가 있었든게 아닌가싶다
들뜬 기분에 바쁜 걸음을 제촉할려는데 낚시사장이 하는말
"두분만 가시게요.." 한다
가서 낚시꾼이 있으면 하고 아니면 다른곳으로 가라며 생숭한 말을 뒤로하고
쌍용, 아니 살목지를 향해 차를 출발시켰다
"요즘 세상에 귀신은 무슨 귀신"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바삐 달려 어느듯 저멀리 살목지의 제방이 보이기시작했다
동내를 벗어나 약 2km를 달려왔으니 이제 1km만 더 가면 도착할것이다
저수지를 끼고도는 험한 산길 옆쪽은 수미터의 낭떠러지고 그 아래는
푸르다 못해 거믄듯한 깊은 물이 조금은 두려움마져 준다
여기저기 장정 몇사람이 에워싸야 다을듯한 아름드리 나무가 자리잡고 있었다
밤에 낚시할 자리를 미리 보자고 하기에 내려가 보니 앞에 물수세미 같은
침수수초가 빼곡히 자리잡고 있기에 밤낚시를 기대하며 다시올라와 허리를 펴고
주변 경관을 살피니 굽이쳐 도는 호수와 벼랑의경계,
산 능선을 안고 도는 하늘의 구름이 마치 한폭의 산수화를보는것같아
눈 부시게하는 경치에 감탄사가 연발한다
땀을 뻘뻘 흘리며 닦은 낚시자리와 낚시대 정열에 어느듯 해가 서산에 걸려있다
한마리에 대물을 걸기위해 조사들이 들이는 공은 과히 열정적이다
아미도 남이 시켜서 하는 일이라면 일당도 톡톡히 지불해야할 중노동일게다
일용할 양식으로 허기를 떼우며 주고받는 몇잔의 반주는 소인삼락의 극치가 아닐까
어둠이 밀려오는 호수를 밝힐 찌불을 꺽어 물위로 던져본다
하늘에선 별이 쏟아지고 물속에 잠긴 별빛은 또하나의 하늘을 호수위에 만든다
이시간은 나에게 가장 큰 행복이며, 안위며,즐거움이다
솟아 오르는 찌불은 하늘을 향하고 하늘에 불빛은 별빛인지 찌불인지
어찌 이 미물과도 같은 김조사가 그 풍광을 하찮은 글로 옮길수 있으랴!
밤하늘의 풍경에 취해 흐릿해진 내 동공을 통해
비스듬히 쳐 두었던 세 칸 반대의 찌가 용솟음쳐 오른다
조금 전 입질도 놓친채 그저 넋 놓고 바라만 보고 있었는데도 붕어는
노림수를 품고 던져놓은 바늘에 발목잡힌 새우를 탐했었나 보다
하나, 둘, 셋, 호흡으로 세던 숫자를 멈추는 순간
빠르고 강하게 거두어 드린 대 끝에는 생각보다 강한 저항이 실려있다
먼 곳으로부터 뒤집어 지기를 몇 번이던가?
생각보다 길었던 박빙의 줄다리기 끝에 저항을 포기한 채 이젠 희부연 자태로
배를 드러내 보이며 발 아래까지 끌려나오는 붕어를 감쏴지며
먼 하늘을 향해 심 호흡을 해본다
꽤 오랜 시간이 흘렀고 제법 손맛도 볼만큼 본 시각쯤
뜸해진 입질탓에 잠시 졸았었나보다
덜컥, 붕어의 입질에 낚시대 끌려나가는 소리에 눈을 떳다
여전히 아름다운 별빛은 호수로 쏟아지고 있었다
2~30미터 옆에서 자리를 잡은 조사장도 아직 열심히 찌불을 응시하고있다
무슨 상념에 잠겼는지 마치 낚시를 하다가 그데로 굳어버린 석고상처럼
조금의 미동도 없다
깊은 야밤의 계곡지는 으스스하고 좀은 을씨년 스럽기까지했다
이따끔 불어오는 바람도 제법 냉기를 품어 몸을 움추리게한다
벌써 한시간도 넘게 지났으리라
전혀 미동이없는 조사장이 이상하다고 느낄 순간!
언덕위에 세워둔 차의 문이 갑자기 열리면서
"어이 입질좀 있어"하는 조사장의 목소리가 들려오는게 아닌가
난 아무런 대답도 할수가 없었다
조사장의 자리에앉아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한시간을 넘게 조사장의 낚시의자에 앉아 물끄러미 찌를 바라보던 그이는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나는 조사장의 부름에 대답도하지 못한체 슬며시 고개를 돌려
조사장 의자 쪽을 바라보았다.......... 헠!!!
전혀 미동도 없던 그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는것이 어슴프레 보인다
그리고 나쪽을 향해 고개를 한번 돌리곤 호수쪽으로 발걸음을 옮겨놓는다
그리곤 물위를 걸어서 한발자국씩 호수 중심으로 걸어가고있었다
그런데 그는 아니 그 귀신은 분명히 여성의 모습이였다
긴 생머리를 늘어뜨리고 흰듯한 원피스를 입고 천천히 물위를 걷고있었다
걷는다기보단 미끄러진다고 해야겠다
그리곤 천천히 조금씩 물속으로 사라지고있었다
혼이 빠지고 넋이 나간다는것이 이런 상태일것이다
손가락하나 내 의지대로 움직일수없는 반 주검의 상태가 된 나를
불러도 아무런 대답이 없자 조사장은 랜튼을 비추며 내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곤 나를보고 "왜 그래" 하면서 심상찮은 낌세를 느끼고 있었다
"봤어어~ 봤어어~"
눈동자가 반은 뒤집혀 실성한 사람처럼 혼자 중얼거리는
나의 뒤통수을 여지없이 갈겨되는 조사장의 벼락같은 고함소리에
잃었던 정신줄을 다시 거머질수있었다
난 혼비백산한 얼굴이되어 아무말도 하지않고 조사장의 팔을 끌고 차로 향했다
낚시장비고 뭐고 빨리 마을로 내려가자고 고함을 쳐 되는 나를
조사장도 알았다는듯 "시동이 걸릴려나" 하는
이상한 말을하면서 부리나케 차를 몰아 마을로 달렸다
그때 알았지만 저녁때 까지도 서 있던 몇대의 차량들이 모두 철수를하고
그 저수지에는 달랑 조사장과 나 둘뿐이였다는것을 그제서야 알았다
마을 인가 가있는 공터 한구석에 차를 새우고 줄담배를 연신 빨아되며
내가 겪은 예기를 듣던 조사장도 고개를 끄득이며
아! 그랬구나 그게 그랬구나" 하면서 자기가 보았던 예기를 한다
낚시를 하다가 졸음을 참기 어려워 잠시 눈을 붙이려 차로 가면서 나를 불러도
의자에 앉은 체로 꽤 깊이 잠이 든듯 몇 번의 부름에도 기척이 없길래
곤히 자는 사람 깨우기가 미안해서 혼자 차로 갔단다
창문을 조금 열고 잠을 잤는데 얼마나 잤는지 갑자기 한기가 느껴 지면서
머리카락이 곤두서고 등에 소름이 돋는것 같은 느낌이들어
창문을 닫을려고 주위를 살피는데
차량 본넷위에 허연 물체가 차속을 들여다보고 있더란다
잠결인가싶어 눈을 비비고 보니 금방 사라지고없어 헛것을 봤구나하고
차 시동을 걸려고하니 출고된지 3개월도 안된 최신형 렉스턴이 시동이 안걸려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고개를 드니 헛것이라고 생각했던 본냇 위의 흰 물체가
또 보이더란다
조금더 선명하게 긴 생머리를 한 여성의 모습이였고 눈이없이 뻥뚤린 괴이한
모습에 기겁을하고 랜턴을 비추니 스르르 사라지더란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려 차 밖으로 나와 나를 불렀는데
그렇게 소리를 쳐도 뒤돌아 보지 않는 나를 원망도 했단다
허기사 그런 상항에서 뭔가 힘이 될려고 불러본 내가 아무 대답도 없으니
야속하고 원망도 했으리라
먼동이 트고 날이 완전히 밝아진 후에나 그 저수지로 갈수있었다
낚시를 하던 그 자리는 처음 왔을때와 전혀 변하지않은 그대로의 모습이였고
이른 새벽의 물안개는 깊은 계곡지의 그것과 별반 차이가없었다
어디선가 때 늦은 귀신새(휘파람새) 울음소리만
어젯밤 일을 알고있다는듯 음산한 울음을 울어됬다
휘~이~이~.... 쉬~이~이~
첫댓글 카투님이 출동하셔서 응징해주실겁니다. 귀신!! 저같음.....끔찍하네여
전 가봤자 귀신하고 교감이 안되니까 물오님과 무대포님을 꼬셔서 함께 가면 목격할 수 있지 않을까요? ㅎㅎ
저는 거기서 6짜가 쏟아진대도 안갑니다. ㅡ.ㅡ;
거참 살목지.....낚시는 못해보고 들려만 봤는데 경치가 멋진 저수지던데....내년에 한번 가봐야겠습니다.
아호흐흐흐흐.... ㅠ_ㅠ 전 물오리님을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귀신 안무서웠는데 흑흑흑
물오리님은 은근히 ** 물귀신 작전** 재미난 구신 얘기로 다른 사람까지 못 가게 만드시는 듯.... 역쉬 구신 얘긴 재미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