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구멍을 막으려고 선인장을 잘라 왔다.
모퉁이 작은 화단이 있는 실외와 실내를
가로막는 벽 밑에 있는 구멍에서 쥐가 머리를 쏙
내밀고 있는 것을 보고는 돌멩이로 막았지만
영 불안했다.
자주 가는 골프장에는 선인장 동산이 많다.
하루 맘먹고 손바닥 만한 것 두 개 잘라 오다가
골프 장갑도 버리고 내 몸도 가시에 찔리는 수난을
당했다.
줘구멍 앞에 선인장을 심은 후
쥐는 보이지 않고 선인장은 눈치도 없이
잘 번식을 했다 .
딱 한번 예쁜 꽃이 한나절 피었었다.
선인장이 그곳에 있을 자리가 아닌 것 같아
우리 뜰의 가장 변방인 나무 울타리 쪽으로 옮겼다.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서 내가 아끼는 오렌지도
갉아먹고 가지도 따먹고 상추도 뜯어먹는
청설모를 겁주기 위해서다.
청설모는 선인장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나의 뜰을 여전히 들락거리고 있다.
선인장을 죽이기로 맘먹었다.
웬만하면 나와 인연인 된 어떤 것이든
소중하게 생각하는 편인데 선인장은 아니다.
꽃이라도 가끔 피워 주던지 아니면 가시를
숨기던지 하면 좋을 텐데 그렇지 않고 억센 가시가
내가 그 옆에만 가도 어떻게든 나를 찌른다.
나에게는 너무나 무서운 나랑은 절대 안 맞는
강하고 질긴 식물인 것을 알았다.
며칠 전 만반의 태세로 선인장을 뽑고 때려서
눕혀 놓았다.
가시가 썩어야 버릴 텐데 아직도 푸르고 당당하게
땅에 누워있다.
토요일에 비가 온다 하는데 비 몇 방울이면
살아날 기세다.
그래도 힘들게 모셔오고 내 집 뜰에서
몇 년을 지냈기에 화분에 분가시켰던 선인장은
그냥 두었다.
요즘 화단을 정리하면서 생각을 했다.
내 집에 맞는 화초를 키워야 하는데 예전에 살던
집에 있던 것이나 내가 좋아하는 꽃, 그리고 남이
주는 꽃은 모두 받아와서 무조건 심었던 것이다.
처음엔 그런대로 괜찮은 것 같더니 이젠 뜰을
꽉 채운 그 느낌이 싫어서 파내고 베고 한다.
브겐베리아, 보라색꽃이 피는 나무,
울창한 숲이 된 제라늄, 이름도 모르는 것들이 많다.
화분도 정리를 하면서 이제는 더 사들일 생각은
하지 말고 있는 화초나 잘 관리하기로 했다.
사람들과의 관계도 그렇게 해야겠다 .
나의 마음에도 뜰이 있다.
햇볕이 쬐일 때도 있고 그늘이 질 때도 있다.
가끔은 바람도 불고 비도 온다.
마음의 뜰에는 심어 놓은 기억도 많다.
까맣게 잊은 것도 있고, 가끔 생각나는 것도 있고
잊을 수 없는 것도 있고 잊고 싶은 것도 있다.
내 마음의 뜰은 좁고 물기 없는 모래밭이다.
그래서 사람들과의 인연이 가끔은 벅차고
힘겹게 느껴 질 때도 있다.
이제는 하나씩 비워 가면서 공간을 만들고
그곳을 내 자신으로 채워 나가고 싶다.
그리고 단순하게 가볍게 숨 쉬며 살아가고 싶다.
그런 마음으로 선인장을 죽이기로 맘먹었다.
첫댓글 미국 아줌마 생각이 많은 날 같아요.ㅎ
올리버샘 유튜브를 잘 보고 있는데 텍사스라고 하더군요.
아녜스 님 글을 읽으면서 그집 풍경이 떠올라서 한번 웃겨주고 싶은데 재주가 모자라네요.
올리버샘 유투브를 찾아서 봐야 겠네요.
손수건님께서 웃겨주는 재주가 없으신것은
저랑 같은가요?
아뇨 ~ 저는 가끔 재미있기도 해요 .
주말 잘 보내세요 손수건님
선인장이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크고 새끼들도 많이 늘려서 괄세 받을때가 많아요 꽃들은 이쁩니다
맞습니다 .
제가 괄세를 했네요 ㅎㅎ
꽃은 이쁜데 자주 보여주지도 않고
식구만 늘리니 제가 그랬어요 .
읽어 주셔서 감사 합니다 큰언니 1님
우리집에도 한때 용설란을 키웠는데 아이들이 커서 마당에 나가 노니까
그 용설란이 아이들에게 위험하니까 아내가 일부러 죽입디다
그게 생각이 납니당
충성 우하하하하하
선인장 가시가 아이들한테는 많이 위험애요.
저도 손자들 근처도 못가게 합니다 .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태평성대님
화초를 잘 키우시네요.
잘 자란 화초를 보면서
이런저런 사색을 하시는 마음이
넘나 곱고 예뻐요.
그러게요. 선인장이 미운 짓을했어요.
장미도 아닌것이 가시까지 있어서
버림을 받을 수 밖에 없네요.
나무랑님 댓글을 읽으니 웃음이 났어요 .
듣는 선인장이 나무랑님께 기분 나쁘다 할것 같아요 .
내가 장미보다 못 할게 뭐냐 하면서 ㅎㅎㅎ
늘 좋은 에너지를 주시는 나무랑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
정원을 가꾸는 것은
마음을 가꾸는 것과 같이 생각하시겠지요.
때로는 흙을 부드럽게도 해주고
물도 때 맞춰 주어야 하고
잡초는 빼 내어서
내가 원하는 꽃들이 편하게 자랄 수 있게...
꽃과 꽃의 간격을 만들어서
빈 통로도 만들 것입니다.
너무 꽉 차지 않는 꽃밭처럼,
아녜스님의 마음도 그러하기를 바라겠지요.
까시는 필요 없으니, 없에 버리는 것,
잘 하셨습니다.
성가 였던것 같아요
"내마음은 작은 정원 " 그런 가사가 있었어요 .
이곳은 이 계절이 화초 정리 하기에 좋은 계절이거든요.
혼자서 꼬무락 거리며 일을 하면서
생각해 보는것을 써 봤어요 .
저의 가시도 없애 버려야 할것 같은
반성도 해 보았습니다 .
선인장으로 쥐구멍을 막았다니~ ㅎ
인연이 벅차고 힘들다는 생각
저 역시 이전에 했던적이 있어 공감이 됩니다.
선인장을 없앤다고 벅참이 해결되진 않을테니
세속의 많은 인연들 대수롭지 않다는 - 가볍게 생각하시라 조언드립니다
잔잔했던 평소의 글과는 뭔가 달라 보이는 글입니다~~
단풍님께서 느끼신대로 마음이 조금은 힘든 나날입니다 .
선인장을 데려 왔다가 또 없애 버려야 하는 ..
뭐 하러 데려 왔을까 ?
인연 만들기을 잘 하지 않는 성격이거든요 .
그래도 거부 할수 없는 인연이 있기도 하고
그 인연으로 아프기도 하답니다.
이런말 했다고 또 혼내실라 ~~
하나하나 없애버릴 것 잊어버릴 것
그렇게 정리하며 살아가야 홀가분 하겠지요.
선인장 죽이기에서 인생을 엿보는
순발력, 감성이 느껴집니다.
건강하시고 항상 행복하세요.
한스님께서 제 마음을 잘 읽으신것 같습니다 .
어젯밤 그냥 마음가는대로 쓰고 잠을 자러 갔기에
글이 어수선 하였습니다 .
그래도 제 마음으로 읽어 주셔서 감사 합니다 .
추운데 감기 조심하세요 한스님
'인연 다이어트' 라는 말이 생각나요.
뭐~그리 다이어트 할 정도의 인연이 많은것도
아닙니다 .
제 그릇이 작은것이지요 .
힘께 운동하는 언니가 알래스카에서 잠시 살았다며
그곳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
공감하며 읽어내려오다
좁고 물기 없는 모래밭에서
엉거주춤 멈춥니다.
제 눈에는 풀도 보이고 꽃도 보였는데...
그래서 주제 넘는 결례 했을 수도
있었겠구나 싶어 돌아봅니다.
그래도 스스로를 단정짓진 마세요.
정 모래밭이라면 두꺼비집을 지으면 되구요.
아닙니다 마음자리님 .
그렇게 봐 주셨다니 고맙습니다 .
제가 요즘 마음이 좀 힘이 들어서
글로 풀어 보았습니다 .
좋은 일도 있습니다 .
작은 딸이 드디어 수의사가 되었습니다 .
나도 꽃을 좋아하지만 ᆢ아파트라 손박닥만한 뜰도 없어요. 베란다에 이것저것 화분을 사다 놓고 키우다가 죽이기도 하지만 ᆢ 조그만 화분에 다육이가 쏙쏙 올라오는 모습 바라보면 살짝 미소를 짓게 합니다.
화분이 많을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
사랑스런 화초 몇개면 그것들이 주는 작은 행복을
충분히 느낄수 있거든요 .
삭제된 댓글 입니다.
잘 지내시는지요?
쥐 잡으려다가 사람 잡을까봐 총은 구입 못합니다 .
저는 죽이기보다 쫒는 방법을 쓰는데
몇번 죽은 쥐가 뜰에 있어 고역을 치렀습니다 .
남캘리는 비가 오네요 .
내일도 모레도 온다네요 .
잘 지내세요 나이컨님
저의 시골집 마당 한구석에도
어디선가 엄니가 구해와 화분에 심다가 내다버린거 같은데
노랑색 꽃은 많이 피는데 그 가시가 정말 스쳐만가도...
그래서 지난가을에 뿌리채 뽑아다 개천에 버렸는데
어찌됐을지 금년 봄에 봐야 알아요
얼어죽었을테죠
아마 같은 선인장 인것 같아요.
노랑색 꽃도 피고 작은색 가시 큰 가시가 달려 들어요.
선인장이 추위를 무서워 하지 그 선인장은 죽었겠지만
우리 선인장은 아직도 살아계셔요 .
이곳까지 와서 댓글 주니 고마워요 .
저는 늘 이젤님께 관심을 갖고 있답니다 .
@아녜스 그게 추워서 얼어도 다시 살아나요
물속에 잠겨서 물러서 죽이는거 밖에는 방법이 없을거 같아 개천에 물속에 버렸다니까요
금방 번져요
선인장을 심고 또 거기서 느끼는 인간관계의 마음까지.잘보았습니다.
안녕 하세요 언덕저편님 .
어쩌면 선인장은 저 자신 일지도 모릅니다.
가시를 갖고 저를 보호 하려는 ...
읽어 주시고 마음도 헤아려 주시니 감사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