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방 단풍들것네님의 글에도,
한 번씩 보는 한국 뉴스에서도
북극한파에 대한 소식이 자주 들려온다.
1월 8일 월요일이었으니 북극한파가 내려오기
직전이었다.
전날 텍사스 남쪽 서부를 달리며 보니 길 옆 곳곳에
야생선인장들이 군락을 이루고 살고 있었다.
날씨는 따뜻해서 졸음을 걱정할 정도였고...
그중에는 백년초를 피워낸 선인장들도 보였다.
북쪽 서부로 올라가는 길에서 잠을 자고, 새벽길 나섰더니
해뜨기 전의 길에 눈이 제법 내리고 있었다.
조심조심 로키산맥 맨 아랫자락의 큰 산 하나를
넘어 뉴멕시코주의 주도 알바쿠키에서의 일을 끝내고
달라스로 돌아오는 길, 북쪽 서부엔 다 눈이 내렸는지
고속도로에 십중추돌이 넘는 연쇄추돌 사고도
여러 곳,
고속도로에 차들이 많이 밀려있고, 견인차들이 끌어낸
사고차량들 모양을 보니 사고로 죽거나 다친 사람들이
수십은 넘을 것 같았다.
백미러에 차들이 꼬리를 길게 물고 서있는 게 보인다.
도로가 거의 멈춰있고, 네비가 빠른 길 있다고 꼬드기길래
지방도로로 들어섰더니...
길이 언 곳이 너무 많아 엉금엉금.
언 길 벗어나니 새벽에 내린 눈은 그쳤지만
그 눈을 서부 센 바람이 황량한 벌판을 넘어와 도로에
흩뿌리는데...
트럭 운전석이 제법 높은 데도 앞이 거의 안 보일 정도였다.
삼십 년 넘게 운전했지만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더 이상 눈은 내리지 않는데 바람이 도로에 올려놓은
눈들이 찬기온에 얼어붙어 빙판을 만들어버린
그런 도로를 눈보라와 싸우며 거의 기다시피 두 시간을
운전했다.
맞은편에서 오는 차가 보이면 온몸에 소름부터 돋고,
얼마나 핸들을 꽉 잡고 운전했는지 어깨가 욱신거렸다.
그러다 어둠이 슬슬 내렸고, 그나마 조금라도 보이던
길 흔적이 거의 사라지고, 부릅뜬 눈과 감각에
의존해서 조심조심 가는데, 더 센 강풍이 더 많은
눈보라를 횡으로 뿌려대는 바람에 그만!
착시에 빠지고 말았다.
앞은 안 보이는데, 차는 내리막 빙판길에서 미끄러지는
것 같은 느낌이 왔고, 핸들을 이리저리 돌려보지만
통제를 벗어난 상태라는 착각.
그동안의 긴장된 끈이 툭 떨어지며...
멍한 상태에 빠져, 아... 이렇게 죽는 거구나...
어디로 굴러 떨어지거나, 다른 차들에 부딪히겠지?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은 안 다치면 좋겠다...
짧은 순간에 많은 생각들이 쏟아졌는데, 오히려
체념했기 때문이었을까?
멍하게 체념하고 있는데 계기판이 눈에 들어왔다.
속도계가 0을 표기하고 있었다.
미끄러진다 하더라도 0은 아닐 텐데... 생각과
동시에 눈보라 사이로 좌우가 잠시 보였고,
난 새벽이가 제자리에 멈추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차는 미끄러운 길이라 헛바퀴를 돌리다 멈추어서
있었지만, 횡으로 사납게 몰아치는 눈보라로 인해
나는 어릴 적 징검다리를 건널 때 물은 가만히 있는데
내가 물살을 급하게 거슬러 올라가는 것 같던 착시처럼
눈보라에 갇혀 당황스러운 마음에 그런 착시와 착각에
다시 빠져든 것이었다.
지방국도라 새벽이를 세울만한 넓은 갓길도 찾을 수가
없어 다시 조금씩 가고 있는데 다행히 가까운 곳에
공장이 하나 나타났고 그 공장 앞 넓은 갓길 공터에
새벽이를 세울만했다.
강풍주의보까지 내린 곳이라 새벽이와 새벽이에게
연결된 짐칸까지 흔들렸지만 천성이 감각 둔한 나는
그 고비를 넘기고 나서도 흔들림에 몸을 맡기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고등 국어 교과서에 있던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죽을 고비를 넘기며 열하를 건너던 그 마음이 내 마음과
크게 다르진 않았겠구나 생각하면서...ㅎ
새벽에 일어났더니 눈과 바람은 멎어있었고,
눈과 바람에 밤새 시달린 새벽이 보기가 미안해
머뭇거리고 있었더니, 새벽이 왈,
"이제 간섭 안 할랍니다. 아재 맘대로 하이소~"
그날 내 몸에 달라붙었던 몸살감기가 그 사이
아칸사스 주로 한 바퀴 더 돌고 왔더니, 슬슬 떠날
채비를 하는 것 같다.
수필방님들~
살아서 다시 만나 반갑습니다.
사랑합니다~~~
첫댓글 1월 8일이었으니
조금 지났나요?
그새에 앓았었나 보군요.
우리나라는 아니지만
그나라의 산업역군 노릇 하기도
참 어렵네요.
다행입니다.
이제 거의 다 나았습니다.
길에서 만나는 어려움이
지나고 나면 또 즐거움이 되니
길 팔자인가 봅니다. 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구봉선배님의 그 응원이 저를
그 와중에 정신차리게 해주었던가
봅니다. 보내주시는 선배님의 응원이 늘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요 며칠 북미전역이 심한 날씨였는데 며칠 안보이시길래 걱정했습니다.
고국에 계시는 분들은 아무래도 실감이 덜하실테지만
저는 길에서 사시는 분 걱정햇습니다
눈보라 치는 길, 특히 고속도로에서의 운전은 악몽이지요
그 끔찍한 경험 저도 숱하게 했어니 남의 일 같지 않고 생생합니다
꽃집 할때는 아내가 겨우내 고속도로 눈보라 치는 길을 일주일마다 다니며 꽃 픽업하던 악몽같은 기억이 생생합니다
어쨌던 매사 조심 조심 자나깨나 조심 안전 운전 하시기 바랍니다
눈보라 치면 길은 빙판으로 변하여 줄줄 미끄러지지
앞은 전혀 보이질 않고 뒤에서는 추돌할것 같아서 등짝에는 소름이 쫙쫙 끼치지요 ㅠㅠ
캐나다는 더 심하겠지요.
눈도 더 자주 더 많이 내릴테구요.
앞이 보이는 눈길이나 언길은
조심해서 살살 가면 되는데
앞이 보이지 않는 눈보라 길,
그것도 해 떨어진 밤길은...
처음 경험해본 공포였습니다.
지방도로다 보니 갓길도 없어
곧바로 멈출 수도 없고... ㅎ
앞으로 대도만 달릴 작정입니다.
대도무문. ㅎㅎ
염려 감사합니다.
우선, 마음자리님 감사합니다.
새벽이도 고생했고요.
눈보라에 부딪치며
착시현상이 날 정도라면,
혼자서 얼마나 애쎴을까 생각하니
아찔한 마음이군요.
강인한 정신력으로 다져진 몸이
살짝 쉬라고 하는군요.
고생하셨습니다.
글과 안부 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주말은 월요일 오전까지
쉬라고 하네요.
짐칸에 실을 상품들이 추위에 언다고
날 풀리는 월요일까지 안 싣는답니다.
걱정 끼칠까봐 안 쓰고 있던 글인데
단풍님 북극한파 글도 있고
아녜스님 선인장 글도 있어
안부 삼아 걱정 드렸습니다.
감사합니다.
운전을 히다보면 위험한 순간이 많을거 같습니다
눈쌓인 도로 운전하려면 몇배 더 힘들거 같습니다
부디 안전 운전 하세요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당
충성 우하하하하하
길에서는 늘 새로움을 만나니
좋습니다. 겪을 땐 힘들 때도
더러 있지만 지나고나면 늘 새롭고
즐거운 경험으로 남아 있습니다.
앞으로 더 안전운전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글을 읽는내내 마음이 조마조마 했습니다 .
마음자리님도 새벽이도 안전 하셨다니 다행입니다 .
다른분 말씀처첨 요 며칠 마음자리님이 안 보이셔서
무슨 일이 있으신가 염려가 되었답니다 .
올려 주신 선인장 사진이 제가 글에 쓴 선인장 입니다 .
저는 사진이 없어서 못 올렸지요 .
마음자리님과 새벽이의 안전을 기원 드립니다 .
(이곳은 내일부터 비가 많이 온다네요 .
제가 사는곳은 눈 오는 일은 없습니다 )
걱정들 하실 것 같아 안 쓸려고 한
글이었는데, 아녜스님 쥐구멍 막은 선인장 이야기가 글 쓰기에 한 몫을 했습니다. ㅎㅎ
염려 감사합니다.
이젠 길 막히더라도 큰 변화없는
큰 길로 다니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다음주는 남서쪽 텍사스 따뜻한 곳으로 일정이 잡힌답니다.
기상예보를 보니 그곳도 더운 날씨에
비까지 내릴 거라네요.
북미 날씨가 엄청 혹한이라 하더니
그 경험을 하셨군요.
겨울철 길 위 운전 하시느랴
진땀 꽤나 흘리셨겠습니다.
아무쪼록 남은 겨울 기간도 무사 운전
아무 일 없이 평안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건강하세요/
맛만 조금 봤는데 그 정도였으니
제대로 겪으시는 분들은 어떠실까
염려가 됐습니다.
힘든 경험 덕분에 훗날 만날 비슷한 어려움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되겠지요. ㅎ
더욱 안전하게 운행하겠습니다.
글을 읽는 내내 아슬아슬했어요.
참 쉽지않은 시간이셨겠군요.
기후 위기라는 말이 실감나는 요즈음입니다.
장 하십니다.
작년겨울, 더 북쪽 위스콘신주나
일리노이주 다닐 때 눈 경험을
여러번 했었는데 큰 위험은 없었습니다.
이번 앞이 전혀 보이지않는 눈보라는
살며 처음 경험해본 일이라 더 당황했던
것 같습니다.
기상 이변이 지구 곳곳을 강타하고 있으니 사실 걱정이 큽니다.
길위에서 30년 동안 일하시면서
저런 일을 한 두번 겪지 않으셨겠지요.
글을 읽는 내내 마음이 아슬아슬했습니다.
새벽이와 함께 무사하셨다니
다행입니다.
그런데 몸살까지 앓으시느라 많이
힘드셨겠어요.
잘 드시고 기력 얼른 회복하시기 바랍니다.
한파 덕분에 싣는 짐들 언다고
한파 풀리는 월요일까지 쉰다니
덕분에 감기 깔끔하게 떨어낼 수 있습니다.
염려 감사합니다.
미국에 몰아닥친 한파소식에 마음자리님 걱정 되더군요.
새벽이가 박지원의 열하일기 속의 말처럼 마음자리님 집으로 잘 모시고 갔군요.
정말 다행입니다.
앞으로도 늘 안전 운전 하시길 바랍니다.
이런 기후변화 기후위기는 지구의 온난화 영향이 큰 원인일 것 같습니다.
미국은 워낙 넓은 땅이어서 그런지... 자연환경 보호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는데....
이제부터라도 자연환경에 좀 더 신경 쓰면 좋겠어요.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해서
시간이 갈수록 긴장감이 커졌습니다.
다행히 여러 님들의 염려 덕분에 무사히 모든 일이 잘 풀렸습니다.
염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연환경 보호도 문제지만 그냥 놀리는 땅들이 너무 많아 속상할 때도 있습니다.
그런 땅들을 보면 땅 한쪽이라도
더 살려보려 애썼던 우리 조상님들과 앞 세대 어른들이 생각나곤 합니다.
오늘 오후에
셋째 형님을 만났는데
티비에서 보셨는지
북극한파가 정말 무섭더라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라면을 젓가락으로 들면
바로 얼어버리더라고.
말로만 듣던 그 한파를
몸소 체험하시면서
얼마나 공포스러웠을까 싶네요.
맘자리아재요.
늘 조심조심요^^
제가 사는 텍사스는 그렇게 심하진 않는데 저도 뉴스를 보니 동북쪽은 대단하네요. 체감온도가 영하 40도라니... 전기와 수도가 끊긴 집들도 그렇게 많다고 하네요.
주말 한파를 피해 회사가 운송을 쉬는 덕분에 감기 잘 조절하며 컨디션 업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우째 이런일이ㅠㅠ 빙판에 강풍까지 최악의 상황이지만 안전 운행하셔서 천만다행이예요.
왠지 뜨근한 찜질방에서 피로를 풀면
넘나 좋을 것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맘자리님 찜질방 아시나요?
가볍게 생각하다 심각해진 경우였어요.
다행히 운이 좋았구요.
저 미국 오기 두어 해 전부터 찜질방이 피시방처럼 막 퍼져나갔습니다. ㅎㅎ 잘 알지요.
제 사는 곳 가까이에도 큰 찜질방 하나 있는데 미국인들에게 인기가 더 좋다합니다.
저는 더운 곳에 오래 못 있는 체질이라 온돌은 좋은데 찜질까지는 무리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