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의 영웅
요사이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을 그린 영화 <영웅>이 화제다. 우 리나라에서 최초로 원작을 영화화한 뮤지컬 영화라고 한다. 나도 오래 전에 뮤지컬로 보고 며칠 동안 진한 감동 속에서 지낸 기억이 난다. 안 중근 의사의 용기와 당당함. 그에 못지않은 어머니의 높은 기개를 보 면서 이 작품의 제목을 '영웅'이라고 붙인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영웅'이란 단어는 아주 흔하게 쓰인다. 영웅이란 이름의, 꽤 잘 만든 중국 무협 영화와 컴퓨터 게임이 있는가 하면 유명한 트로트 가수의 이름까지 영웅 아닌가. 영웅의 사전적 의미는 '남다른 용기와 재능으 로 보통 사람들이 해내지 못하는 것을 해내어 사람들에게 추앙을 받 는 사람'이다. '뛰어난 능력'과 '사람들의 존경'이 영웅의 요건인 셈이 다. 그래서 우리는 영웅을 특별한 사람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얼마 전 텔레비전으로 영화를 보다가 '영웅'에 대하여 달리 생 각하게 되었다. 영화 한 편을 보고서 통념과 다른 생각을 한다는 것이 드문 일이지만 정말 그랬다! <이스트 오브 더 마운틴스>라는 미국 영 화인데, 무명에 가까운 배우 몇 명이 나오는 '소품(小品) 영화'이다. 주인공 벤은 70대 후반으로, 40여 년을 같이 산 아내가 1년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이후 자신도 암에 걸려 시한부 삶을 선고받았다. 암으 로 투병하는 고통이 어떤 것인지 직접 보았고, 가까이 사는 외동딸에 게도 짐만 될 것이기에 고향으로 돌아가 세상을 등질 결심을 한다.
그는 개만 데리고 낡은 차를 몰고 고향으로 향한다. 그런데 그만 자동 차가 고장 난다. 어쩔 줄 모르는데 지나가던 젊은 연인이 그를 태워 준 다. 벤의 부탁에 따라 황야 한가운데 그를 내려 주면서 물과 샌드위치 를 건넨다. 밤에 들판에서 잠을 자다가 개가 다른 맹견에게 물려 심한 상처를 입 게 된다. 그는 다친 개를 안고서 황야를 마냥 걷는다. 사냥하던 사람이 운 좋게 그를 발견하고 가까운 마을의 병원으로 데려다준다. 그곳에서 수의사가 개를 수술해 살려 주고 벤을 따뜻하게 위로한다. 히스패닉인 수의사는 10여 년 전 이 마을에 살던 동생이 세상을 떠나 면서 남긴 어린 조카를 돌보기 위해 대도시를 떠나왔다. 그녀는 벤을 집으로 초대했고 둘은 이야기를 나눈다. 그 뒤 벤은 친형을 찾아가 몇 십 년 만에 화해한다(아내도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두 사람을 화해 시키려 고 무던히 애썼지만 그가 거부하였다). 그러면서도 벤은 모텔 방에서 소리 내어 흐느끼고, 마음의 고통을 이 기지 못하여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고 숲으로 간다. 마지막 순간에 그 는 자기 삶에 무엇인가 더 할 것이 있다고 느끼고 총을 내려놓는다. 숲에서 나온 벤은 수의사의 연락을 받고 찾아온 딸을 만나 포옹한 후 함께 집으로 돌아간다.
이 영화는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노인이 고향 마을에서 지낸 며칠간 의 이야기로, 개가 공격받을 때를 제외하고는 극적인 장면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한 사람이 겪어 내야 하는 삶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주어진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벤의 내면 이 변화하는 과정을 자세히 알 수 없지만(이 영화의 원작 소설을 읽고 싶다). 죽음을 앞둔 그가 고통을 감수하며 다시 살아 보자고 마음먹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며칠 사이에 그가 만난 젊은 연인과 수의사, 친형의 무엇인가가 그를 움직였을 것이다. 수의사의 따듯한 태도와 조카를 향한 책임감, 딸의 간절한 사랑이 그에게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그 속에서 남은 삶을 새 롭게 살아 보자는 마음이 생겼으리라. 이처럼 삶의 마지막을 용감하게 받아들인 벤이야말로 진정한 영웅 아 닌가. 대중에게 알려진 영웅 이야기는 종종 허구와 과장이 섞여 있기 마련이다. 하나 자기 자신과 가족 사이에서는 진실한 삶만이 드러나기 때문에 진짜 영웅은 벤과 같은 사람일 것이다. 오래 전 동양의 지혜는 이와 같이 노력하는 사람을 ‘진정한 영웅’이라 고 불렀다. "작은 일에도 물 샐 틈 없이 정성을 다하고, 어둠 속에서도 속이지 않으며, 실패한 경우에도 포기하지 않으면 비로소 진정한 영웅 (眞正英雄)이 된다."(채근담) 영웅을 유명한 사람이나 나와 먼 존재로 생각할 것이 아니다. 자신의 삶에서 좀 더 용기를 내고 희망을 품은 채 하루하루 애쓰며 사는 것이 야말로 영웅적인 면모에 가까운 것이리라. "한순간을 더 버틸 줄 아는 사람이 영웅"이라는 바이킹의 속담대로 자기의 힘을 다하는 사람이 영웅이다. 대중의 영웅이 아니라 '나 자신의 영웅'을 찾아보자. 그 주인 공은 누구도 아닌 자신이 먼저 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 윤재윤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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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나 자신의 영웅..
망실봉님 감사히 즐감 합니다
고맙습니다..
한주의 출발....
행복가득 담으세요..^^
반갑습니다
핑크하트 님 !
다녀가신 고운 흔적
남기심에 감사합니다~
새봄과 함께,
희망과 기쁨으로
설레이는 행복한
나날들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