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에 있는 우면산은 ‘강남의 허파’라고 할 정도로 도심 속 정원 같은 산이다. 얼마 전 우면산 산사태라는 참담한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지만 우면산은 여전히 서초·강남권은 물론 인근의 송파·관악·동작구 등의 주민들까지 폭넓게 포용하는 산이다.
산사태로 마을이름이 알려진 우면동 형촌마을 인근에는 지금 대규모 공사가 진행 중이다. 공사 중인 현장은 대단히 높은 펜스로 둘러쳐져 있을 뿐만 아니라 공사 중인 출입구(게이트) 마다 사설경비요원들이 삼엄한 경비를 서고 있다. 바로 ‘삼성전자 우면 R&D센터’(디자인·소프트웨어)다.
이곳은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방향 양재IC 직전의 오른쪽 일대에 있으면서 우면산 터널 남쪽 방향 톨게이트 바로 왼쪽 지점 옆에 위치해 있다. 지난해 8월부터 착공에 들어간 삼성전자 우면 R&D센터는 내년 5월께 그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R&D센터는 총 6만4463㎡(1만9500평) 부지 위에 들어서는 건물 6개동 연면적 규모가 34만5000㎡(10만4362평)나 된다. 땅값을 포함해 공사비 등 1조원이 넘는 초대형 공사다. 준공시 석·박사급 대한민국 최고의 두뇌들이 이곳에 상주 근무한다. 그 인력만 약 1만여명이 족히 될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이 연구단지는 사원주택을 짓는다 해도 근무인력이 많아 이를 모두 포용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따라서 이들 고액의 연봉자들이 이곳에 몰려들면 인근의 주택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인근 부동산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웃한 곳에는 아파트 대단지 ‘서초네이처힐’만이 자리 잡고 있다.
양재대로를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 서초보금자리지구가 한창 건설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연구센터에서는 다소 거리감이 있는데다 보금자리 아파트라는 점이 주택수요 증가에 부응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 같은 영향으로 서초네이처힐 아파트와 이 일대 상권, 인근 전원형 단독주택들이 주목받고 있는 배경이다.
7개단지 3000여 가구 1만5000여명 입주 진행 중
SH공사(구·서울도시개발공사)가 공급한 이곳 우면동 297번지 일대 우면2지구의 서초 네이처힐에는 62개동 7개단지 3137가구 들어선다. 지난해 중반부터 입주를 시작해 현재 약 80~90%의 입주율을 보이고 있다.
이 아파트에는 ‘시프트’라고 하는 장기전세주택도 1402가구나 되고 국민임대는 920가구에 이른다. 일반분양도 800가구가 넘었다. 좋은 단지 위치는 대체로 일반분양 분이다. 인근 부동산에 따르면 현재 입주율은 약 90% 선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아파트 단지 내 상가는 다섯 곳이다. 하지만 상가규모가 비교적 작다. 입주한 단지 상권에는 상가들이 많이 형성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오히려 호재라고 점포주들은 설명한다.
이들 상가의 임대료를 보면 10평 기준으로 보증금 2000~3000만원에 월세는 200~250만원대로 형성돼 있다. 평균 월세는 230만 정도다. 상가 매매시세는 평당 4000만원 안팎으로 형성돼 있고 상가수익률은 낮게는 6%, 많게는 8% 정도로 비교적 양호한 편이었다.
아파트 입구인 태봉로 대로변의 우면프라자는 단지 내 상가보다 월세가 두 배나 비싸다. 부동산에 따르면 매매시세는 평당 5000~6000만원이지만 월세는 500만원 선이라고 한다.
J부동산 관계자는 “삼성전자 R&D센터가 입주하면 단지 내 상가는 물론 태봉로 우면프라자의 시세가 크게 상승할 것으로 본다”며 “이곳 주변에는 상가들이 형성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상가뿐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닐 것으로 본다. 아파트 시세 또한 많은 영향을 받아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부동산에 따르면 현 아파트 시세는 중대형 46평의 경우 8억원대로 형성돼 있다. 최근 나온 매물은 호가기준으로 가장 입지가 좋다는 3단지 46평이 8억3000~8억8000만원의 시세를 보였다. 30평대는 5~6억원의 시세를 나타냈다.
이곳 부동산들은 삼성 R&D센터가 들어서면 1~2억원은 추가로 오늘 가능성 있다고 예상했다. 실제로 인근의 오래된 아파트 시세를 보면 서초네이처힐이 1~2억원 낮게 형성돼 있다.
R&D센터 개소시 1일 유동인구 1만6000명 예상
R&D센터와 같이 호흡하는 이웃에는 우면초등학교와 영동중학교가 있다. 지난해 1월 설립인가를 받아 3월에 입학식 및 시업식을 시작으로 문을 연 우면초등학교는 서초구 최초의 혁신학교다. 인근에는 올해 이사를 온 영동중학교가 또한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R&D센터와 이들 두개 학교의 상주·유동인구를 합치면 1만6000명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게 이곳 주민들의 기대다. 유동인구 수요가 커지면 필연적으로 상권이 활발해지면서 아파트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 또한 뒤따른다.
이미 인근에는 KT연구개발센터, LG전자 우면 R&D캠퍼스 및 LG전자 기술원, 서울시 품질시험소, 대한결핵협회 등 민간 및 공공 연구기관들이 비교적 큰 규모로 들어서 있다. 서초구 우면동이 연구·개발의 중심 추를 잡아가면서 그 화룡점정은 삼성의 R&D센터가 될 전망인 것도 이 때문이다.
대기업 연구인력은 대부분 고소득 중산층이면서 안정적 생활권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일대 소비수요는 비교적 굴곡 없이 일정하게 창출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아파트와 상권 시세 이외에도 인근의 단독주택 땅값 등은 여전히 오르는 추세다. 형촌마을과 성촌마을(큰말)은 평당 2000만원 넘어 3000만원도 무난할 것이라는 게 주민들의 얘기다.
이곳의 한 주민은 “형촌·성촌마을은 뒤로는 우면산과 앞으로는 양재천이 흐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으로 주거지역 천혜의 조건을 갖추었다”며 “더욱이 사통팔달 뚫려 있는 양재대로, 우면산터널, 경부고속도로 등으로 강남 시내를 단 10여분이면 들어갈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오는 2014년 완공 예정인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역시 현재 공사가 한창이다.
형촌과 성촌 두 개의 마을은 한 개 마을인 것처럼 이어져 있다. 전형적인 시골 분위기가 그대로 풍기면서 주택만은 고급스러움이 묻어나는 집들이 많다.
서초구 방배동의 서래마을 동광단지나 용산구 한남동의 유엔빌리지 등에 있는 고가의 단독주택들과 가격대에서 큰 차이가 없는 경우도 있다. 외관은 마치 강남 단독주택의 웅장함을 자랑하는 듯한 단독주택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전원형 강남권 주거단지 투기적 매입 위험할 수도
강남의 배후 전원형 주거단지라는 양호한 입지조건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은 여전히 차를 갖고 있지 않으면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인근에 지하철 3호선 양재역과 4호선 선바위역이 있기는 하지만 마을버스를 타고 나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인근 서초보금자리의 경우는 양재대로 길을 건너서 타야 하는 것이 또 다른 불편사항으로 꼽힌다. 외국인 전용 아파트를 지었지만 분양이 극히 저조했던 것은 이유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양재천로를 따라 산책할 수 있는 길과 배후의 우면산을 가볍게 등산할 수 있는 주건환경은 최적이라는 평판이다. 조망권이나 교통소음 등을 감안하면 3단지 10~13동이 최고의 지역이라는 것이 부동산들의 설명이다.
서초네이처힐은 7개 단지 중 1193가구 4·5·7단지를 시작으로 311가구 1·2단지가 입주를 거의 마쳤다. 3·6단지 1633가구는 일부 입주자가 남아 있다고 한다. 부동산들은 삼성전자 R&D센터 특수효과를 보려 한다면 지금 투자하는 것이 적기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부동산의 추천을 무조건 따르면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부동산 전문 컨설팅사들은 주거단지 인근에 대형 기관이나 건물이 들어와 유동인구가 늘어나면 오히려 시세나 상권이 그 반대의 현상을 보이는 경우 역시 간간히 있다고 반론을 가한다.
유동인구에 대한 기대감은 가져도 좋지만 그것을 이용한 투기적 매매 보다는 오랫동안 전원형 주택에서 실거주 목적으로 살고자 구입하는 것이 실제 투자수익도 높이고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길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