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부대의 장비 이야기. – 차음헤드셋.(Ear Pro)
요즘 파병을 준비하는 지인이 하나 있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아무래도 특수전 관련 질문을 많이 받게되지요.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가 든 생각이 아무래도 실전 경험이 없거나 제한되는 것이 대한민국 특수전 부대이다 보니 특수전
관련 교리나 훈련방식, 장비에 대한 인식 모두가 제약되는 면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당분간 시간이 허락되는한 특수전 이야기를 조금 적어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어차피 찾아오는 친구들에게 매번 말로만 가르치는 것은 비효율적이기도 하거니와 글로 정리된 어떤 이야기는 여러모로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요.
오늘은 일단 특수전 부대에게 가장 중요한 장비 중에 하나인 차음헤드셋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전장은 기본적으로 다양한 소음이 예고없이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는 곳이고, 그러한
소음 속에서 얼마나 잘 소통을 유지할 수 있는지와 중요한 소리정보를 얼마나 즉각 인식할 수 있는지에 생사가 달려있는 곳입니다.
특히 소음에 의한 청력 손실은 일단 발생하면 복구되지 못합니다. 작전
중에 발생하는 소음 상실이나, 청력 저하는 막대한 비용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특수전 요원들의 전투력을
크게 감소시키기도 하지요.
특히 실전 경험이란 현장에서만 전수 될 수 있으며, 글과 이론으로
전수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더더욱 더 특수전 대원과 같은 고도의 자원들이 ‘오래 현역으로 남을 수
있게 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과업 중에 하나라 하겠습니다.
그런 이유로 이미 전세계 우수 군대는 군인들의 청력 보호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수동식 청력보호 귀마개>
일단 가장 쉽고 비용이 적으며, 보편적으로 시도되는 청력 보호방식은
귀마개를 하는 것입니다.
유사 이래, 소음이 큰 장비. 특히
대포와 같은 고음의 장비를 운용하던 모든 인간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청력을 보호하려는 시도를 해왔습니다.
가장
흔한 방식이 격발 전 손으로 귀를 막거나, 천조각, 기름에
적신 천조각으로 귀구멍을 막는 것부터 치즈, 붕대들을 활용한 귀마개 착용 등등 아주 별별 방법이 다
있었습니다.
현대의 일정 수준 이상의 군대 역시 일단은 우리가 독서실이나 작업장에서 나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스펀지형 귀마개’를 사용합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들은 청력은 보호할 수 있지만, 대신 전장 소통 능력을 매우 떨어뜨리기도 하였기에 장교들이 금지하는 경우들이 제법 되었습니다. 소리를 못 듣는 만큼 청력이 보호되니, 청력이 보호되는 만큼 명령
역시 못 듣게 되는 일이 발생하니까요.
그래서는 도저히 전투 지휘를 제대로 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18~19, 20세기 초중반의
군대는 그런 편이었습니다.
그러다가, 테러와의 전쟁이 시작되고 여러 보병장비들이 발전하게 되면서, 소음은 차단하지만, 청각 소통능력을 최대한 살려주는 방식의 귀마개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됩니다.
대표적으로 Surefire나 3M의 제품들이 알려져 있는 편입니다.
이러한 방식의 귀마개 모두 비슷한 원리를 이용합니다. 좁은 관에서
특정 데시벨을 유발하는 현상을 다른 물리현상으로 전환시키고, 보통 60~80데시벨
정도의 소음만을 통과시킵니다.
이런 방식의 장비들은 일단 비교적 싸고, 쉽게 장착되면서, 여전히 주변의 모든 소리를 작게 들리게 하지만 그래도 타협할 수 있는 수준의 대화를 가능하게 만듭니다.
게다가, 작동원리가 수동식이지요. 즉
배터리가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착용하면, 구조적 손상이 생기지 않는 한 무조건 작동합니다. 이건 정말로 큰 장점입니다.
<전자식 청력보호 – ‘차음헤드셋’>
그러다가, 마침내 전자식 차음 헤드셋들이 세상에 나타나게 됩니다. 대표적으로 ‘펠터’와
MSA Sordin같은 제품들이 알려진 편입니다.
이들 전자식 차음 헤드셋은 나름의 고유한 기술적 해법들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에는
헤드셋 현태의 기본 골격에 ‘청음 마이크’를 두고, 건전지로 동력을 충당하며, 청음 마이크가 얻어낸 소리정보를 헤드셋
스피커를 통해 재구현합니다.
대체로 82데시벨 정도의 소리만
전달하고, 그 이상의 소음이 발생하면 내부 전자회로가 자동으로 판별하여 일시적으로 소리 전달을 중단하지요.
이는 군인들, 특히 특수전 부대원들 입장에서 매우 획기적인 해법이었습니다. 비교적 정상에 가까운 청각능력을 유지하면서도 위험한 소리만 끊어 버리는 것이었으니까요.
그러다가, 당연하게도, 이들
차음헤드셋이 통신능력까지 가지도록 발전됩니다. 나토 표준 무전기 포트 라인(Downlead Cable/6pin, 8pin등등)을 차음헤드셋에 추가하고, 그
무전기를 PRC 계열 무전기에 연결하면 당연히 무선 송수화기가 될 수 있으니까요.
이러한 전자식 차음헤드셋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기도비닉과 탐지능력이
극대화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적의 뛰는 소리, 적이 안전장치를
푸는 소리, 적이 기동하면서 풀이나 벽을 스치는 소리 등이 이제 훨씬 더 편하게 탐지될 수 있었는데,
특히 시가전과 건물소탕전 시 제대로 훈련받지 못한 보병이 하는 가장 큰 실수가 나름 조용히 움직인다고 생각하면서
‘벽을기대서 벽을 스치며 움직이는 것’이기에 이는 매우 큰 강점이 됩니다.
게다가, 무선 소통 중 무전기에서의 수신음이 주먹 마이크나 H-250 같은 송수화기로 소통할 때에 비해서 훨씬 노출이 될 되기 때문에도 이러한 차음 헤드셋을 채용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차음헤드셋은 21세기
특수임무 부대의 상징과도 같은 장비가 되었습니다. 우리군도 지금 열심히 도입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국군은 아직 차음
헤드셋을 운용한 경험이 짧은 편이라 국군 내 특수전 부대에서 충분한 경험적 전승에 아직 한계가 있는 편입니다.
그래서 다음 글에서, 실제 경험들이 어떻게 차음 헤드셋을 분화시키고
발전시켰는지 다루어 보려 합니다.
첫댓글 와우 재미있는 글이네요^^
잘 읽겠습니다 ㅎㅎ
판찬님.. 이근대위라도 되는 것입니까... ㄷㄷ 너무 좋은 글이네요
아니요 아니요.
군사분야는 저에게는 부전공 같은 분야입니다...^^
와 감사히 읽겠습니다.
공감이 됩니다. 에어소프트 게임 뛰면서 느꼇던거랑 비슷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