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의 유전자나 암연구, 약물개발, 독성 시험에서는 쥐, 토끼, 개, 원숭이 등이 인간을 대신하는 실험동물로 널리 사용된다.
국내의 일부 여눅기관에서는 실험동물에 대해 추모의 뜻을 담아 위령제를 올리고 위령비까지 세우기도 한다.
역설적이게도 국내 실험동물 사용량이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는 지적도 이어진다.
언제부터 동물을 이용한 실험과 약물 검사는 필수가 됐을까?
동물실험의 역사를 다루는 학자들은 두번의 의약품 참사를 그 전환점으로 꼽는다.
1938년은 동물실험의 역사에서 중대한 변화의 해였다.
1937년 미국에서 항생제 설파닐아미드(술파닐아미드) 시럽에 첨가된 독성 물질로 100명 이상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졌고,
이듬해 신역 허가 전에 안전성을 입증하는 전임상 시험(주로 동물실험)을 의무화하는 법률이 처음 만들어졌다.
1960년대에는 수많은 기형아 출산이라는 끔찍한 부작용을 초래한 탈리도마이드 참사 이후에 동물실험 의무는 더욱 엄격해지고 체계화됐다.
20세기 중반을 지나며 동물실험은 실험실의 '황금표준'으로 자리잡으며 정점에 이르렀다.
실험실 동물의 권리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조금씩 높아지기 시작했다.
인도적 차원에서 동물실험에 반대하는 사회운동이 생겨났다.
1980년대부터는 동물실험을 될수록 대체하고(Replace), 줄이고(Reduce), 불가피하다면 고통을 줄이자는(Refine)
원칙(3R)이 과학계에서도 점차 확산하기 시작했다.
동물실험 결과가 임상 시험에서 달라지는 경우도 많아, 동물실험이 정말 황금 표준일 수 있는지에 의문도 제기됐다.
최근 들어 동물실험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부쩍 많아지고 있다.
지난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암이나 감염병 같은 질환에 쓰는 단일클론 항체 약물의 연구 개발에 요구하던
동물실험 의무화를 단계적으로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지난달엔 국립보건원(NIH)이 특정 동물실험을 포함하도록 지정하는 연구 지원 프로그램의 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전임상 연구나 독성 시험에서 필수적이건 동물실험 요건을 없애고 연구자 선택에 맡기며,
장기적으로 동물실험을 예외적인 것으로 만들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두 기관은 동물실험을 대체하는 다른 실험 기법을 장려해 이를 우선 평가하기로 했다.
새로운 대체 기법(NAM)으로는, 생체 모사 장기칩이나 오가노이드(미니 장기 모델), 인공지능 시뮬레이션 같은 방법이 주목받고 있다.
두 기관의 정책 변화가 세계 과학계에 끼치는 파급력이 크기에, 각국 실험실 문화와 산업에도 상당한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연구 현장에서는 당장 동물실험 중심 연구 방식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아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대체 기법들도 있으며, 행동 연구처럼 여전히 동물실험이 필요한 영역이 남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어찌 보면 세 정책은 동물실험만이 유일한 황금 표준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자는 선언으로 읽힌다.
후속 논란과 조정 과정이 불가피하겠지만, 20세기 중반 이후 강화된 동물실험 중심의 관행이 바뀌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오철우 한밭대 강사 (과학기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