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산역∼임진강역 51년만에 운행
"잠시 후 이 열차의 마지막 종착역인 임진강역에 도착하겠습니다"
30일 오전 10시 16분께 51년만에 연장운행을 시작한 경의선 열차 안에서 승무원의 나지막한 안내방송이 흘러 나왔다.
승객들은 대부분 창밖을 내다 보며 차분하게 감격의 순간을 맞이했지만 일부 객실에서는 "와"하는 함성과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경의선 열차는 이내 말끔히 단장된 임진강역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문산역에서 임진강역까지 불과 7분.'반세기의 단절'을 다시 이어가는 역사적 순간은 이렇게 짧은 시간에 마무리됐다.
이날 연장운행에 들어간 경의선 첫 열차에는 비가 내린 추석연휴 첫날이었음에도 불구, 평소보다 많은 400여명이 탑승했다. 좌석은 모두 찼고 5칸 모두 입석 손님도 있었다.
특히 60을 훨씬 넘긴 실향민들은 열차가 파주 지역에 들어선 뒤 남다른 감회로창문 밖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이들은 어느덧 같은 좌석에 모여 앉아 그 옛날 고향 얘기와 끊기기 전 경의선얘기로 잠시나마 실향의 시름을 달랬다.
실향민들은 나무의자에 녹색 천을 입힌 좌석, 선풍기조차 없던 통일호 열차, 위로 올려 여는 조그마한 창문, 거무튀튀한 열차 색깔 등 고향을 그리며 훌쩍 넘겨버린 50년 전 그때의 경의선 열차를 빠짐없이 기억해 냈다..
경기도 개성시가 고향인 구본창(69.경기도 안양시 호계동)씨는 "고향에 6㎞ 더가까이 오는데 50여년이 걸렸다"며 "중학교 시절 서울대학에 다니는 둘째 형을 따라타본 경의선에 의지해 임진각까지 오니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함남 단천이 고향인 안원철(66.서울 성북구 장위동)씨도 "매년 연천군 태풍전망대를 찾았었는데 올해는 역사적인 경의선 연장운행 현장을 꼭 보고 싶었다"며 "이제고향의 혈육을 하루라도 빨리 만났으면 좋겠다"고 눈가의 이슬을 훔쳐냈다.
이날 경의선 연장운행은 그러나 실향민들에게 되돌아가야만 하는 아쉬움의 깊이를 더해주기도 했다.
이선근(73.일산신도시 백석동.함남 홍원 출신)씨는 "지난 해 남북정상회담 때부터 배낭여행을 준비해 지금쯤이면 그리운 고향 땅에 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너무안타깝다"며 서울로 돌아가는 열차에 다시 몸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