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승용차든 일하는 차든 한 가정 한 대의 자동차는 거의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반세기 전만 해도 자동차가 그리 흔하지 않았습니다. 승용차를 가진 집은 그래도 꽤 잘 사는 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차의 종류도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자동차를 생산해내는 회사만도 몇 군데나 됩니다. 그리고 수출량도 어마어마하지요. 겨우 반세기만에 이런 변화가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아무튼 승용차 한 대 갖는 것은 일반 시민으로서 벅찬 꿈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아주 흔하게 보고 이용하고 있습니다. 한창이었던 30대 때와 그만큼을 더 지난 지금을 비교해보면 놀라운 변화를 바라봅니다.
남의 차로 월급쟁이 생활하다 자기 차로 개인택시를 운영하는 사람의 감회도 남다를 줄 압니다. 본인뿐만 아니라 그 가족이 느끼는 기분은 어떨까요? 특히 초등학교 정도의 어린이가 어느 날 아빠가 몰고 들어온 개인택시를 볼 때 기분이 어땠을까 상상해봅니다. 아빠 차를 타고 아빠와 함께 외출할 때 기분은 정말 하늘을 나는 기분이 아니었을까요? 지금이야 평범한 일일 수 있지만 한 40년 전의 이야기라면 전혀 다를 것입니다. 하기야 현재 2, 30대 젊은이들은 상상하기 쉽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하기야 지금도 새 차를 인수할 때 그 기분은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사랑의 고백을 들을 때만큼이나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얼마간은 거의 매일 차에 광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차량담보업을 하는 ‘영배’가 대단한 슈퍼카를 떠맡습니다. 그런데 하룻밤 사이 친구 ‘동식’이와 함께 사라집니다. 차를 맡긴 ‘서 사장’이 길길이 뛸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영배가 치운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책임은 있지요. 이제부터 쫓고 쫓기는 일이 진행됩니다. 영배는 동식을 찾아 나서고 서 사장은 영배를 쫓아다닙니다. 그 사이 영배는 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고향 집으로 내려갑니다. 도망친 모양새지만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하기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마음에 상처만 남겨준 아버지입니다. 그래도 천륜을 저버릴 수는 없는 일, 몰래 집에 내려왔지만 끈질기게 추적하는 서 사장의 무리를 따돌리기에는 어림없습니다. 거기까지 들이닥칩니다.
엎치락뒤치락 상가에서 요란을 떨다가 잠깐 한눈파는 사이 영배는 잘 보관된(?) 아버지의 옛날 차가 있음을 발견합니다. ‘스텔라’ 야, 이게 여태 여기 있다니! 놀랍니다. 그러나 기회다 싶어 차에 오릅니다. 마침 시동도 걸리네요. 그대로 타고 집을 나섭니다. 문제는 마음대로 속력이 나오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 줄은 몰랐지만 또 그것을 알았다 한들 그냥 놔두었겠습니까? 어떻게든 그 자리를 피해서 나름 잃은 슈퍼카를 찾아내야 합니다. 그래야 목숨까지 걸린 이 난국을 벗어날 수 있습니다. 어찌어찌 동식의 행방을 찾아냅니다. 그리고 쫓아갑니다. 그리고 이어 서 사장 무리도 따라붙습니다. 이렇게 계속 쫓고 쫓기는 장면이 이어집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소위 ‘세단 차’라고 불린 첫 번째 경우가 아닐까 싶습니다. 처음 등장하던 때 그 품위가 대단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1980년대와 90년대를 누볐습니다. 이름에 걸맞게 중형 승용차로 아마 당시 택시로도 일반 택시와 승차요금이 달랐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어쩌면 영화의 주인공은 사람이기보다는 바로 이 차입니다. 그런데 당시 주행속도를 그렇게 맞추지는 않았을 텐데 말입니다. 최대속도가 겨우 50km입니다. 그만큼 늙어서 그런가요? 아무튼 아무리 지방도이지만 이 속도로 달리다가는 자칫 운전자들에게 몰매(?) 맞기 십상입니다. 지나가면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습니다. 얼마나 짜증나겠습니까? 그런데 알고 보면 일부러 그러는 것은 아닙니다.
마음은 급하지요, 차는 마음대로 달리지 못하지요, 영배의 속이 까매집니다. 그리고 쫓아오는 무리는 ‘벤츠’입니다. 한 마디로 상대가 안 됩니다. 그런데 상대가 되도록 만들어야 이야기가 됩니다. 코미디니까요. 트럭과 스텔라와 벤츠의 대결이 전개됩니다. 어쩌면 이야기의 주요 장면이고 핵심이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잘 구성하였습니다. 만약 세 자동차가 서로 추돌한다면 누가 손해입니까?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거꾸로 벤츠가 도망을 해야 합니다. 상황이 거꾸로 되었습니다. 이게 아닌데 이렇게 되었습니다. 미칠 일이지요. 슈퍼카를 찾는 일도 중요하지만 당장 벤츠를 망가뜨릴 수도 없습니다. 분노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엉성한 폭력배들과의 싸움 장면들을 이것으로 대체해줄 수 있습니다.
왜 그렇게도 슈퍼카에 목을 맬 수밖에 없었는지 결국은 알게 됩니다. 손쉽게 그리고 빠르게 거액을 손에 넣으려는 욕망으로 범죄자들이 손을 댑니다. 자기들은 돈을 버는 일이지만 많은 사람들의 삶과 인생이 망가집니다. 그래서 국가적으로 차단하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사람이 망하는 것 곧 백성이 망가지는 것은 나라가 망하는 일입니다. 그냥 코미디로 진행하여 그렇게 마치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괜스레 신파 같은 가족애를 삽입해서 눈물 짜내려 할 필요가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영화 ‘스텔라’(Stellar)를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