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야기 주제는 데이비 크로켓입니다. 데이비 크로켓Davie Crokett하면 미국의 영웅으로서 개척정신의 화신정도로 표현되는 인물인데, 오늘 할 이야기는 그게 아니고 그의 이름을 딴 작지만 강력한 대량 살상 무기에 대해서입니다.
데이비 크로켓과 그가 참전했던 유명한 알라모 전투
1962년 7월 17일, 일군의 과학자, 군인, 정부고관들이 남부의 네바다 사막을 가로지르고 있었습니다. 이들 중에는 법무장관 로버트 F. 케네디Robert F. Kennedy와 대통령 고문인 멕스웰 D. 테일러 장군Maxwell D. Taylor같은 VIP인사들도 상당히 포함되었습니다. 이 고관대작들이 풀 한포기 없는 사막 한가운데로 향하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 데이비 크로켓Davy Crockett의 시험 발사를 참관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암호명 Little Feller 1)그들은 이제까지 개발된 것중 가장 작고 귀여운 핵 무기의 위력을 두 눈으로 생생히 볼 참이었습니다.
미국의 티탄2와 소련의 R-7 대륙간 탄도탄 (ICBM)
1950~60년대는 냉전이 날로 격화되기 시작한 시대였습니다. 양 진영의 대표격인 미국과 소련은 서로의 핵전력을 과대 평가하면서, 자국의 핵전력을 늘리기에 급급했습니다. 이 결과 미, 소 양국은 서로에 대한, 아니 인류전체를 담보로 잡는 M.A.D(Mutually Assuared Destruction : 상호 확증 파괴)를 확보하고 말았습니다. 즉, ‘나도 죽고 너도 죽자!’ 이판사판의 핵전력이 구축되어 버린것이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일명 전략 핵이라 불리는 존재들입니다.
그런데 정작 시급한 문제는 핵전력이 아니라 재래식 전력에 있었습니다. 미국은 언제 소련이 드넓은 독일의 평야지대를 돌파해 서유럽을 석권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빠져 버렸던 겁니다. 2차 대전 당시 소련의 놀라운 동원능력을 알고 있었던 미국 입장에서, 소련과 바르샤바 조약군들의 대규모 기갑부대들을 기존의 재래식 전력으로 막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죠.
1961년의 찰리 검문소(Checkpoint Charlie 서독측) 우측의 사진을 보시면 미,소양군의 전차가 대치중입니다
그래서 개발된 것들이 전술핵이라 불리는 비교적 저위력의 핵폭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소개드린 데이비 크로켓은 미국의 그것중 가장 작은 놈이었습니다. 데이비 크로켓의 개발은 로스 알라모스 연구소에 주어졌습니다. 이 연구소는 이전에 W54라는 휴대 가능한 초소형 핵탄두를 개발한 곳이었습니다. W54핵탄두의 무게는 23kg에 불과하며 위력은 TNT 10~20톤 내외로 설정이 가능했으며 최대 0.5킬로톤의 위력을 발휘하는 놈이었습니다. 이 정도면 배낭이나 가방으로 손쉽게 운반이 가능했습니다. 개발계획은 태양선 작전Operation Sunbeam이라 명명되었으며, W54탄두와 무반동포를 기반으로 개발이 진행되어 마침내 2가지 형식의 M-388 데이비 크로켓 무기체계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120mm형과 155mm형
120mm M28발사기와 155mm M29에서 발사되는 데이비 크로켓은 짚차나 장갑차로 운반/ 투발하거나 심지어 3명으로 구성된 운용요원들에 의해서도 도보로 운반/투발이 가능했습니다. 발사체의 무게는 약 76파운드에 불과했으며 외양은 날개달린 날씬한 호박같았습니다. 전장 31인치, 직경 11인치의 발사체는 그대로 무반동포에 삽탄될수 없었으므로 비행 보조막대 부착 포경으로 밀어넣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비행거리는 120mm의 경우 1마일내외, 155mm는 2마일 반정도를 비행할수 있었습니다. 이제 보병 3명만으로도 소규모의 상호확증파괴가 가능하게 된것입니다!
작지만 무지하게 매운놈!
이 초미니 핵무기는 1961년부터 1971년까지 10년간 유럽의 방위를 책임졌으며, 총 2,100여기의 데이비 크로켓들이 배치되었습니다. 운용 절차를 보자면
소련의 침공이 시작되면 데이비 크로켓요원들은 예상되는 적의 진격로상에 위치하며, 적이 시야에 확보되는 순간 사표를 작성합니다. 이 사표를 기반으로 발사시에 장착된 37mm 표적확인용 건으로 사각과 시간을 확인한 후, 운반상자에서 탄을 꺼낸후 최적의 폭발고도인 20피트 상공에서 기폭이 이루어지도록 시간을 장입합니다. 위력은 10톤~20톤 사이에서 조절하게 됩니다. 하지만 조잡한 발사기와 방식으로 인해 기폭고도는 제멋대로일 경우가 있었으며 폭풍효과는 기대이하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전장에 방사능을 뿌려될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폭발력의 부족은 충분히 감출수 있었습니다.
M-116장갑차와 윌리스 찦에 거치된 데이비 크로켓 발사기
이제 데이비 크로켓의 위력을 보자면 최저 폭발을 기준으로,
반경 150m이내의 모든 생명체들은 순식간에 최대 10,000렘rem의 방사능을 조사받게 되며 생존을 기대하는건 부질없는 짓이됩니다. (수분에서 최대 수시간!) 400m이내의 인원들은 600렘의 방사능을 조사받게 되며 일시적인 피로상승과 구토를 경험한후, 살아도 산게 아닌dead alive 상태가 되어 고통스럽게 죽어나가게 됩니다. 그 근방 외곽에 있던 자들의 경우 생존확율은 상승하지만 중상은 피할수 없으며, 이 부상은 완치가 불가한것들입니다. 1.2km외곽의 인원은 치명상은 피할수 있지만, 그들중 일부는 DNA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암에 걸리게 됩니다.
Dead or Alive가 아니라 Dead alive!!! (잠시, 분위기 전환을 위해 ^^;;)
이 핵무기의 최소 발사거리는 300m였지만, 이 경우에는 운용요원들 역시 염라대왕을 만나야만 했습니다.
보시다시피, 데이비 크로켓은 작고 볼품없지만 그 위력만은 톡톡히 하는 무기였으며, 제곱인치당 살상률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고 합니다. 미국이 개발한 최소형 핵투발체라는 타이틀외에 데이비 크로켓이 보유한 또 하나의 타이틀은 미국이 마지막으로 대기권 실험을 할 핵폭탄이라는 것입니다.
팰컨 공대공 핵 미사일과 SADM (영화 피스메이커의 그놈?)
데이비 크로켓의 형제 자매들로는(동일 탄두)를 지닌 무기로는 AIM-26 팰컨Falcon 대공 미사일과 특수 핵 파괴탄(Special Atomic Demolition Munition : SADM)이 있었습니다. 전자는 미사일의 정밀도 지금과 같지 않을 때 적의 폭격기 편대를 한방에 날려버리자는 의도로 만들어진 것이었고(250톤), 특수 핵 파괴탄은 해군과 해병대의 요구로 개발된것으로서 공수요원에 의해 적의 전략시설을 타격하는 의도로 제작되었진 것이었습니다. (뭐 당시엔 거의 모든 병기류를 핵과 관련시키려던 시기였었지요.)
지금 이렇게 글로 쓰다보니까 재밌는게 있더군요. 그 당시 미국과 소련의 군부가 무슨 생각을 했을까?라는 상상 말입니다. 전술핵은 사용해도 된다는 묵계라고 있었던 걸까요? 만약 실제로 소련이 서유럽을 침공했더라면 정말로 데이비 크로켓들이 응징에 나섰을까요? 소련 역시 보복으로 전술핵을 사용했을까요? 그렇게 된다면 결국 전략핵을 쓰나 전술핵을 쓰나 별 차이는 없었지 않을까요? 지금의 저로서는 참 이해하기 힘드네요. (둘 다 그렇게 신사적으로는 안보이는데....) 제가 보기엔 총가진 놈 2명이서 서로 칼로 으르렁대는 꼴로밖엔 안보입니다만...-_-;;
뭐, 어쨌거나 인류는 아직도 핵의 공포에서 벗어나진 못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핵보유국이라고 선언한 북한과 살을 맞대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는 더욱 더 심각한 문제가 될수도 있겠죠. 그런데 핵탄두의 소형화가 정말 어려운 기술이긴 한가봅니다. 미국이 60년대 이룩한 핵탄두의 소형화를 북한은 아직도 못하고 있다고 추정되니 말입니다.
첫댓글 말그대로 핵무기 만능주의 시대에 개발된 정말 정말 정말 무식한 핵무기죠. 만약 60~80년대에 소련과 미국이 충돌했다면 유럽평원과 동북아시아엔 버섯이 피어올랐겠죠. PS : 중간에 티나 *-_-* 전 코코로가 취향이지만.
개막장 MAD ㅜㅜ
좋은글 감사드리고 퍼가요.
그냥 MAD를 넘어서 (큐브릭의 괴애박사 영화에도 나오는)"둠스데이 장치" 같은 것도 정말 "진지하게"고려되던 것이 그당시의 분위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