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올 것 같은 우중충한 날이다. 그래서 그런지 더 덥게 느껴진다. 9월 하순도 목이 차올랐건만 아직도
여름이다. 그러나 우리의 발걸음은 가볍다. 처음에는 불참신고를 한 친구들이 많고 선달네도 전화가 불통
되어 햇살부부부와 꼴찌 이렇게 셋이서 오늘 산행을 해야겠구나 생각했는데 뜻밖에 산이수동에는 은하수
가 기다리고 있었다. 급한 일을 오후로 미루고 득달같이 달려온 그는 진정한 오름중독맨이다. 조금 있으니
선달네도 도착해 우리 일행은 6명이 되었다.
파도소리를 들으며 걷는 송악산 가는 길은 퍽이나 낭만적인 길이지만 오늘은 좀 더워서 끈적끈적하다.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보니 어느새 송악산 기슭에 도착했다. 산에서는 수학여행 온 학생들인 듯한 한 떼
의 무리가 내려오고 있었다.
우리는 작년에 쉬었던 소나무 동산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그늘을 찾기 어려운 송악산에서는 몇 안
가는 명당자리다. 소나무 밑에 자리를 깔고 선달네가 가져온 얼음이 사각사각 씹히는 감귤주스를 연거퍼
두 잔씩 들이켰다. 참석인원이 적을 때는 이렇게 받을 반이 많아서 좋다. 답답했던 속이 확 뚫리는 것 같다.
송악산은 이중 화산체로 알려져 있다. 산방산과 단산 등과 같은 시기에 형성된 화산체에서 다시 후기에
폭발이 있어서 형성된 화산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굼부리나 송이 등이 비교적 근래에 형성된 것으
로 보인다. 송이로만 이루어진 오름이라 땅이 척박하여 식생이 발달하지 못하였다.
우리는 미끄러지는 송이를 밟으며 정상으로 향했다. 사람이나 마소의 발길에 훼손되는 정도가 심한 편
이다. 굼부리의 경사가 급하여 자연적으로 흘러내리는 송이의 양도 무시할 수 없다.
나무가 없는 민둥산이라 정상에서의 조망은 그만이다. 오늘 시계가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마라도, 가
파도 형제섬 등이 제법 뚜럿하게 보인다. 더 머무르고 싶었지만 마침 햇빛이 따가워 서둘러 내려와야 했다.
(정상을 나타내는 삼각점이 아예 뽑혀져 있다. 그만큼 송이가 흘러내려 높이가 낮아졌음을 알 수 있다.)
산 중턱에 있는 소나무 그늘에서 땀을 식히며 가지고 간 음식을 나누며 선달의 유머 강의를 들으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더 오래 있고 싶었지만 가끔 빗방울도 떨어지고 바쁜 친구도 있어서 비교적 일찍 내려오기로
했다.
비단 여섯명만이 참석한 단출한 산행이 었지만 참석인원을 10명미만으로 제한하자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정겹고 보람있는 산행이었다. 다만 나무가 없는 산이라 초가을에는 더워서 내년부터는 시원한 계절인 10월
중순 이후로 날짜를 잡는 것이 좋겠다. 2008. 9.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