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에 동조하는 바도 있지만,
새로운 심리학 용어를 하나 배운 기쁨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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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예견 편향
올림픽이 끝났습니다.
올림픽 전에는 선수촌에서 같이 땀 흘리고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한 고난의 시기를 함께하던 동료들이
메달의 유무에 따라 영웅이 되기도 하고
그 누구도 기억해주지 않는 무관심의 그늘 속에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잊혀진 선수가 되기도 합니다.
일반 사람들은 TV에서 나오는 영웅 만들기의 신변잡기 이야기에 열광하고
그들이 받은 상금 및 광고수입, 부쩍 오른 연봉을 부러워합니다.
문제는 그들이 그 위치에 오르기까지 흘린 땀의 의미와
뼈를 깎는 노력, 열정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이지요.
결과에 치우친 세상의 단면을 봅니다.
심리학 용어에 '사후 예견 편향'이란 말이 있습니다.
어떤 사건의 결과를 알게 되면 사건이 그렇게 될 것을
예견할 수 있었던 것으로 여기는 우리의 예견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엊그제 월드컵 축구 최종 예선 우즈베키스탄 전에서
몸이 무거운 이동국과 헛발질의 달인 고요한을 그냥 두고
잘 뛰던 이근호를 교체하였습니다.
대신 박주영이 투입되었지요.
많은 시청자들이 교체에 불만을 가졌습니다.
만약에 교체 투입된 박주영이 골이라도 넣었다면
대부분 사람들은 이렇게 말을 할 겁니다.
"내가 그럴 줄 알았어, 역시 박주영이가 해 낼 줄 알았어!"
결과가 나온 이후에 그 결과를 미리 예견한 듯한 말을 하는 것
그것이 사후예견 편향이라는 것이지요.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고 시험 보러가는 아들에게
"잘 보고, 잘 풀어라." 격려를 해 놓고
귀가후 시험을 망쳤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내가 그럴 줄 알았어, 그렇게 놀더니만....."
결과에 따라 과정의 심리까지도 명쾌하게 바꾸는 카멜레온 습성을
갖고 있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심리입니다.
결과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과정의 소중함도 생각해야 합니다.
메달 딴 선수만 보고 열광할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했음에도
목적을 이루지 못한 선수들의 눈물도 닦아줄 수 있어야 합니다.
도시의 건물이 높아질수록 그림자도 길어집니다.
승자 독식사회라지만 패자의 모습도 아름답게 그릴 줄 아는 사회가
더불어 사는 진정 멋진 사회임을 잊어선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