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이 이커머스인가의 시대가 아닌가... 해서 나도 버스 탈때 40원이나...20원인가? 어쨌든 깍아주는 국민카드 패스를 애용하고 있다.
일부러 차비만들려고 있는 담배 또 안사도되고 동전 잘 못집어서 돈 더 낼일도 없고, 천원짜리 내서 잔돈 잘 못 거슬러 받을 일도 없고...
위의 말이 실감이 안나는 분들은 부르주아지들이다. 하지만 일반서민들은 이따위로 출퇴근을 한다.
그래서 카드의 사용은 정말 편리하지 않은가 말이다. 버스단말기의 적색화면으로 아침을 -나같은경우에는 밤-여는 사람들이 전국적으로 300만명에 이르며 매년 이십삼점사푸로씩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엊저녁에도 도무지 아무 일도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저녁이었지만 버스에 올라타면서 그 예의 적색경보가 울리지 않으면서 나의 머리속은 복잡학 얽혀들어갔다.
흔히들 하듯이지갑채로 단말기에 대는 순간 '삑'하는 전자음은 나의 머리 속에서만 울렸다. 파블로프 효과지...조건반사라고 하나. 하지만 그것도 괜찮다. 운전기사만 좀 무딘사람이었더라면 그냥 넘어 갈 것을 일일이 불러세우고는 카드 안찍혔다고 일러주고 단말기는 단말기대로-항상 누구 목소리를 녹음한걸까 궁금해지는 그-카드가 읽히지 않았다면서 비열한 친절한 목소리로 일러주는 것이었다.
다시 찍으면 되지 않겠나... 하면서 다시 찍기를 수차례 반복하였으나 나의 지갑은 단말기와의 성공적인 랑데뷰에 실패하야..
왜 꼭 이런 날은 돈도 없었던 것일까? 디스한갑을사기 위한 돈만을 가지고 있을 원망스런 나의 호주머니, 그 돈을 털어 차비를 내곤 담배는 단골집인 이차가자...
이 집 간판이 이차가자가 된 사연이 재미있다. 이 아저씨 전형적인 괭이부리말 토박이신데, 이례적으로 돈을 좀 모아서는 가게도 하고, 수퍼도 하고, 밥집도 하고, 담배도 팔고 하는 그런 집을 자기가 사는 철로변의 낮은 이층 적벽돌집의 일층을 개조하야 시작을 하셨는데... 처음에는 그... 왜식 술집 이자카야의 체인을 하려고 하셨는데, 그만 돈이 모자라서 못하고 다른 걸로 하자. 수퍼는 수퍼인데 기억들을 하시겠지만 ..수퍼라고 많이도 있었잖아요. 가게 이름을 특이한 걸로 짓자... 해서 그 놈의 원통한 이자카야를 되네이다가 음차를 해서 비스므리한 이차가자로 지었다는 말씀.
하지만 쥔장의 기대와는 달리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사람들의 일차술집으로 더 많이 활용이 되었으니, 가게 이름을 일차갔다 로 바꿔야 하는 걸까로 일전에 필자와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올해 프로야구 리뷰와 현재의 프로농구 전망과 내년도의 프로야구 전망을 서로 다투면서 쏟아내곤 회사들어가선 욕을 들이마시군,
하여튼 거기서 담배를 샀다. 마지막으로 쥔장의 일팔번 대사와 나의 응대를 들어보기로 한다.
직장 다니는 놈이 그냥 이천원짜리 피지.
저 백순데요.
너무나 자연스런 대사. 나니까 가능하다고 본다.
이런 파란만장한 출근길을 마치곤 나의 안식처라기 보단 근무처인 대중의 8공장의 디벨럽먼츠 이큅스 래뷰러터리-이게 부슨 뜻일까? 몇 달간 봐왔지만 전혀 적응이 안되는 단어들의 조합이다- 에 앉아서 쇳가루를 마시면서 찬 바닷바람을 쐬면서, 아까의 사건은 그냥 카드가 미쳤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서 지갑을열어 본 순간...
은행 가기도 귀찮고, 갈 시간 없고, 통장은 어디에 처박아 놨는지도 모르겠고, 연말급여정산 하자고경리가 달려오면
그게 뭐냐고 반문하기가 일쑤인 나의 친구인 국민카드가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에 오롯이 있지는 않고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가 않는 것이었다. 근래에 술을 마시러 간 일이 없으니 술집에서 잃어버린 건 아니고, 그렇다고 카드로 딱지치기 한다고 꺼내어 쓸 수는 없는 노릇이고, 환장을 하겠기에 이차가자로 도망을 갈까하고 생각했으나 내가 그러긴 왜그래 하는 생각에 마음을 돌려 먹곤,밤은 그렇게 깊어만 갔다.
신동엽 시인은 술을 많이 자시고 잔 어젯밤에는 허망하게 우스운 꿈만 꾸었다고 했더랬는데, 카드를 잃어버리고 근무한 어젯밤은 진짜 허망하게 우스운 짓만 했다. 읽혀놓느라곤 책상에 내동댕이쳐 놓은 요셉과 그의 형제들이 쇳가루 날리는 책상에 나뒹굴어, 기계의 소음과 나의 카드의 행방을 쫓는 나의 신경계들은 날타로운 각축전을 계속 하고 있었다.
오지말라던 아침은 왔고, 근무의 교대를 하기 위해 장대리도 왔다. 망할 잘 생긴 장대리. 그러니 결혼을 일찍 해서 벌써 애가 둘이나 있대지? 나이도 얼마 안되는데... 그의 너무도 친절해서 더욱 더 위선적인 그의 인사말을 들으면 항상...은 아니고 운이 좋아 식사를 한 날이더라면 이상하게도 토가 올라오곤 하는 이상한 증상에 시달리는 그 주인에 그 신경질이 이제 임자를 만났나? 하지만 장대리는 그러지 않았다. 이 사람이 독심술을 배워 온 것일까?
평소 프로이트는 희대의 사기꾼이라며, 하이테크 시뮬라크르의 우월성을 항상 논파하고 다니는 그에게 독심술을 기대 한다는 것은 원주 티지-오늘 또 졌던데-가 김주성이를 트레이드 시키는 것과 맞먹는 일일 것이었기에 그런 마음은 일치감치 접어버리고 제발 살갑게만 굴지 말지어다 이 망할 장대리야. 라고 주문을 외우고 있는데, 그의 입에서 나온 첫마디는 마치 나에게 마법의 주문을 거는 듯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카드 말이야... 카드..
이 얼마나 기다리던 한 마디인가? 밤 새 나는 이 한마디를 얻어듣기 위해 시쉬포스적인 몸부림에 지나지 않은 잔걱정을 얼마나 많이 했더란 말이더냐. 오늘따라 장대리의 머리에는 후광마저 비치는 것 같다. 하지만...
지난 달에 과하게 써가지구... 요번 달에 좀 걱정이네.음
이런... 지금 니카드얘기하는거냐? 내 카드가 아니고, 그 따위 개도 안쳐다볼 얘기를 왜 지금 하는 거냐고, 내 카드 봤어 못 봤어?
평소의 습관대로 추운 현장을 떠나 따듯한 사무실에서 죽치다가 밥이나 얻어먹곤 숙직실에선 잠을 자고 하는 등의 나의 일상생활을 하려고생각을 했었다.
오빠, 크리스마스 선물 뭐 사줄 거야?
크리스마스가 뭐냐?
동생인지 웬수인지 알 수없는 이 인간은 크리스마스인지뭐지도 한참 남은 식목일부터 이 대사를 하곤 했다. 해서 이모집에서 둔치고는 나의 카드로 산 안에 개털이 달린 ...-레이블 이름 기억 안남-갈색 코듀로이 재킷을 입고는 돌아보고 있을 이모집으로 향하기로 한 것은 실로 순간적인 일이었다.
순간 아마도 내가 아닌 다른 무언가가 내 안에 들어와선 있고 있었던 나의 작은 악마에 대한 기억을 상기시켜주고 갔으리라. 이 게으른 머리통에는 메달 오브 아너가 나온지가 얼마인데 아직도 못해봤고, 삼국지 9탄은 언제나오나, 그 놈의 게 나오면 진짜 컴퓨터 새로 사야겠다는 생각을 하루에 한 열 다섯시간 이상을 이런 부류의 생각으로 보내고 나머지는 아침밥은 어디서 얻어먹나... 점심은? 저녁은? 뭐 이런 생각하다가, 차라리 가장 긍정적인 두뇌활동의 시간인 잠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 생활패턴...이라기엔 좀 민망하지만 그런 것이었다.
득달같이 달려간 이모집에는 오랜만에 친정에 들르러 온 큰 누나와 지도 거의 개업 백수인주제에 그나마 등단했다고 뻐대는 민정이가 있었다. 저게 나랑 나이도 동갑인데 아직도 시집을 안... 아니 못 갔다지 아마.
독설가로 이름 높은 둘째 외삼촌께서 이르기를 저 인간하고 가시나 저거하고는 아마도 40-40클럽강입을이룰 것같다고 일찌기 세째 외삼촌의 대기업 다니는 잘난 작은 아들이 저만큼 잘 난 마누라를 만나서 결혼하는 날 그런 말을 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이 문제의 40-40클럽이란 배리 본즈가 창시한 홈런 40개 도루40개의 그 위대한 금자탑을 지칭하는 것은 절대 아니리라.
아테네 학파의 사변적철학 방식으로 민정이와 장시간의 대화 끝에 얻어낸 결론은 둘 다 40넘어서 까지 결혼 하기는 힘들어보인다는 객관적으로나 주관적으로도 관점에서 나온 유물론적 변증법을..구경해본적도 없을 둘째 외삼촌의 불가지론에서 나온 말이리라고 우리 좋을대로 결정을 지어버리고는 술을 한 잔 한다는게 과해서는 퍼포먼스를 하곤 우리 이 오갈데 없는 불량인간들을 당연히 나무래는 둘째외삼촌에게 우리 어머님과 이모는 또다시 시비를 걸어 싸움의 연전으로 빠져들고.. 그러니까 불쌍한 우리 둘은 페르디난트 공이고-둘째 외삼촌이 그 유명한 검은 화요일단의 세르게이 지르카모프였단 말이던가? 그래서 그 날 결혼식장의 피론연을 마치 서부전선의 베르됭의 참호전같이 비참하게 만들어버리고는 도망을 나왔었는데...
지금 내 앞에 있는 인간이 바로 문제의 그 인간이다.
경닌이 어디갔냐?
몰라!
그렇다 이 인간한테 뭐 물어봐서 두마디 이상이 나오는 날이 바로 남북이 통일하는 날이고, 천지가 개벽하는날이라고 언제나 다음에 나의 자전을 쓰게 되면 색인에 그 말을 꼭 적어두리라란 생각을 하는 와중에
오빠 왠일이야?
카드를 찾아 나섰던 나의 카프카적인 방황이 종지부를 찍읈간이 드디어 왔던 것이었다. 나의 신경망을 그리도 교란시킨 문제의 원천이 드디어 나의 이름을 부르며 방으로 들어 서는 순간.
카드 도.
카드?
경상도 액센트의 짤막한 이 말을 정규서울버전 식으로 옮기자면
니가 내 카드를 가져가선 지난 번에 산 그 코튼지 재킷인지를 산 거 다아니까 빨리 카드나 내놓으시지. 그럼 그 일은내 용서해 주기로 하지. 그리고 다음부터카드 쓸 일 있으면 말하고 가져가라.
카드는 무슨 카드를 달라고그래. 나도 카드 있는데... 오빠는 꼭 뭐 없어지면 괜히 나한테 그러드라.
눈빛 사이에 오고가는 서슬퍼런 신경전의 와중에 이모는 그래도 조카랍시고왔다고 다 식은 국 한 그릇에 역시 김치 한그릇 뿐인 아니 간장도 있었다. 그리고 시장이반찬이래지 밥은 많다.따위의 미안함을 피해가려는 체면치레용대사를 날릴 분은 우리 이모님은 절대아니다. 그냥 스트레이트한 성격.. 그것이 우리 외가 쪽의 장점이자 단점인 것이다.
아침 뉴스에선 날씨가 따듯하댔는데, 분명히! 이 놈의 집구석은 날씨의 구애를 받지 않나보다. 찬바람만 맞아주는데, 회사에서도 찬바람, 마음에 드는 아가씨가 있어서 구애를 해도 찬바람, 의혹이 가는 동생에게 내 카드 내놓으라고 해도 찬바람, 이런 보진 바람 속에선 독서고, 고부고 할 마음도없다. 잠이나 자자. 오전 11시.
추워서 잠이 깬다. 요즘엔 늘 그런 식이다. 아무래도 월든을 잘 못 읽은 탓이리라. 왜그런 얘들 꼭 있지 않은가?
비리 문제로 김홍걸이 잡혀갔을때, 잘 생겼다고 헛소리-잘 생긴건 사실이지만-해디는 얘들이 꼭 있었다. 나도 이런 종류의 책을 읽으면 이런 종류로 이해를 해야 하는데 꼭 내마음대로 해석해버리는 뛰어난 오류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마음이 좀 편해진다. 적어도 뭐가의 능력은 가지고 있다는 것이 입증되었으므로?
나는 자랑스런 공업직업인으로써 나의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하려고 하는데, 종진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선배, 낼 컴퓨터 사러 갈라고 하는데 같이 안갈랍니까.
언제 들어도 그의 목소리에는 반가움의 노스탤지어가 배여있다. 즉 향수라고 다 아련하고 눈물이 고이는 것은 아니다. 왜 좋은 추억도 있는 것 아닌가? 해서 나의 처지를 망각하고는 흔쾌히 승락을 해버렸다.
종진이도 고심 끝에 내게 전화를 했으리라는 것은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취업을 하고 피씨를 장만을 하고... 참 건대근처에 방을 얻고 해 나가는 것을 지켜보면 일말의 불안감이 나를 엄습한다.
부르주아지의 길로 들어서는 구나... 곧 결혼식을 보리라라고.
하여튼 하고 싶었던 말은...
종진아 내일 만나믄 한 잔 사도.. 요새 무릎이 쑤시긴 하다만...
이 말 한마디를 위해 단편소설 분량의 변명을 '창작'해낸 나의 능력이란... 역시 변명을 위한, 변명에 의한, 변명의 삶을 사는 나답다란 생각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