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명하시는 그리스도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시고
또 우리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하느님께 바치는
향기로운 예물과 제물로 내놓으신 것처럼
여러분도 사랑 안에서 살아가십시오
(에페 5,2)
나는 모든 사람이 하나가 되기를 바란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은 셋이면서 동시에 하나다. 우리 사이에는 모든 일이 공동이다. 우리가 하나인 것처럼 너도 우리 안에서 하나가 될 수 있다. 그리하여 너는 존엄한 존재가 된다.
그리스도인이여, 네 존엄성을 깨달아라!
나의 신비체 안에서 네가 사람들과 그토록 가까운 관계를 맺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이웃에 대한 새로운 사랑이 생기느냐? 그럴 것이다. 그 사실이 너에게 새로운 시각과 새로운 이해와 사랑을 줄 것이다. 나는 너에게 새로운 사랑의 계명을 남겼다. 너 자신을 사랑하듯이 이웃을 사랑할 뿐 아니라 내가 너를 사랑하듯이 이웃을 사랑하여라. 네 이웃 안에서 너 자신이 아니라 나를 보아라. 네가 나를 사랑하는 방법은 사람들을 참아주는 것이다.
내가 처음으로 나의 부름을 받은 제자들에게 말한 것처럼 너에게 말한다. “너희가 나를 사랑하면 내 계명을 지킬 것이다… 이것이 나의 계명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에게 명하는 것은 이것이다.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4,15: 15,12.17)
다른 사람의 부족함을, 심지어 가족의 부족함조차도 참아주기가 어려울 것이다. 내가 수난받고 죽기 전날 밤에 나의 가장 소중한 친구들은 싸우고 말다툼하면서 다른 사람들보다 더 윗자리를 차지하고 싶어했다. 그렇다고 내가 그들을 매서운 말로 질책하고 불같이 화를 내며 그들의 기를 꺾었느냐? 그러지 않았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을 한쪽에 벗어놓은 다음, 수건을 들고 대야에 물을 부어 그들의 발을 씻어주었다.
그 일을 마치고 나는 다시 앉아 그들에게 물었다. “내가 너희에게 한 일을 깨닫겠느냐? 너희가 나를 ‘스승님’, 또 ‘주님’하고 부르는데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 나는 사실 그러하다. 주님이며 스승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었으면,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주어야 한다.”(요한 13,12-14)
나를 본받아라!
다른 사람들의 행복을, 심지어 네가 사랑하는 친구들의 행복조차도 네 행복보다 더 우선적으로 생각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네가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은 너 자신에 관한 것이고 너 자신을 위한 것이다. 어느날 밤, 나는 인간으로서 느끼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고통의 무게에 짓눌려 피땀을 흘렸다. 가장 친한 친구들에게 깨어있으라고 했지만 그들은 잠을 자고 있었다. 그러나 횃불과 무기를 들고 나를 잡으러 온 경비병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했다. “너희가 나를 찾는다면 이 사람들은 가게 내버려 두어라.” (요한 18,8)
나를 본받아라!
너는 너의 시간을 다른 사람들을 위해 후하게 썼느냐? 아니면 불행한 사람을 문전박대하고 그들의 간청에 귀를 막았느냐? 여러 날과 여러 밤 동안 사람들이 고통에 시달리는 이들을 나에게 데려 왔기에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들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나는 갖가지 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낫게 해주었다.
나를 본받아라.
너는 너를 욕하는 사람들을 사랑하느냐, 아니면 분노하며 반격하느냐? 내가 나자렛의 회당에서 가르치던 장면을 떠올려 보아라. 그때 내 고향 사람들은 나를 비웃었다. 그들은 믿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들은 나를 조롱하며 기적을 일으켜 보라고 했다. 나는, 예언자는 고향에서 존경을 받지 못한다는 말을 상기시켜 주었다. 그 말처럼 실제로 그들도 그랬다. 나는 그들의 완고한 자만심을 꾸짖었다. 그러자 그들은 화를 내며 나를 붙잡아 벼랑까지 끌고 가서 떨어뜨리려고 하였다.
나는 그들을 번개에 맞아 죽게 할 수도 있었고, 땅을 갈라지게 하여 그들을 삼켜버리게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내 아버지의 피조물이며, 나는 그들을 사랑한다.
나는 파괴하러 온 것이 아니라 구하러 왔다. 나는 그들에게 이러한 죄에 대한 책임을 지우지 않기 위해 그들 가운데에서 걷는다.
나는 너에게 모범을 보였다.
너는 인정이 많으냐? 너는 욱신대는 두통에 시달릴 때 부드럽고 참을성 있는 태도를 가질 수 있느냐? 갈바리아로 가보자. 사람들이 내 손목과 발에 커다란 못을 박는 망치질 소리를 들어보아라. 흐르는 피와 극심한 고통으로 뒤틀리는 손과 발을 보아라.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 (루카 23,34)
구경꾼들의 조롱과 지나가는 사람들의 비웃음과 나의 왼쪽에 있는 강도의 불경한 소리를 들어보아라.
또한 “예수님, …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하고 말하는 착한 도둑의 믿음과 회개의 소리를 들어보아라.
그리고 나의 기쁜 대답을 들어보아라. “내가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 (루카 23,42-43)
나는 너에게 모범을 보였다.
내가 비유를 들어 말한 것을 생각해 보아라. 백 마리의 양 중 한 마리가 없어졌다. 목동은 그 한 마리를 찾아 나섰고, 결국 찾아내어 기쁨에 가득 차 어깨에 메고 데려왔다.
은전 열 닢을 가진 여인이 한 닢을 잃어버리자, 온 집 안을 뒤져 잃어버린 것을 찾아내고 이웃들을 불러 함께 기뻐해 달라고 말했다.
한 남자가 아들 둘을 두었다. 한 아들은 집에 머물렀고, 다른 아들은 자기 몫의 상속 재산을 받아 먼 지방에 가서 방탕한 삶을 살며 탕진해 버렸다. 나중에 그가 빈털터리로 아버지 집으로 돌아 왔을 때, 그의 아버지는 그를 기쁘게 맞아 가장 좋은 옷을 입히고 손에 반지를 끼워주고 가장 좋은 송아지를 잡아 잔치를 벌였다.
복수를 하겠다고 하늘에 대고 외치는 죄가 매일 얼마나 많이 저질러지는가? 얼마나 많은 양들이 길을 잃는가! 그러나 나의 아버지께서는 잃어버린 양을 찾고, 죄인들을 용서해 주고, 탕자의 아버지가 그를 기다렸듯이 죄인들을 기다려 주신다. 너는 너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해 주느냐? 너를 찾아온 방탕한 자식들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금이 간 관계를 다시 회복하느냐?
내가 너를 사랑했듯이 사람들을 사랑하여라. 그들을 사랑함으로써 나에 대한 사랑을 보여다오. 내가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사랑하여라. 용서하여라. 네가 도울 수 있는 사람들을 찾고 그들 안에서 나를 찾아라.
- 나를 닮은 너에게/ 클래랜스j 앤즐러/ 바오로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