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듯 끝날듯 길은 이어진다. 김용택 시인은 거창을 다녀온 길에 들린 봉곡사를 "끝났지, 하면 또 돌아가는 황톳길"로 묘사했지만 그런 서정은 아득한 옛이야기가 되었다. 가을 걷이를 마친 들녁은 만추의 가을볕에도 이미 겨울을 맞이하고 있었다. 길이 멀고, 산길로 향하는 느낌의 길로 인해 비봉산에 둘러쌓인 산지가람으로 추측하였지만 오히려 평지가람으로 사시사철 꽃이 피어 있을 듯한 아름답기 그지 없을 절집 같았다.
봉곡사는 직지사의 말사로 말사로 《봉곡사중수사적비명》에 의하면 644년(선덕여왕13) 자장(慈藏)이 창건하였다고 하고, 1685년 영휴가 편찬한 《봉곡사사적》에는 922년(고려 태조 5) 도선(道詵)이 창건했다고 기록했지만도선은 898년에 입적하였으므로 편년에 오차가 있다. 절 뒤에 강종(康宗:재위 1211∼1213)의 능인 봉릉(鳳陵)이 있어서 절 이름을 봉곡사로 바꾸고 산 이름도 비봉산이라 했다고 전한다..
역사적 오류는 차지하고 봉곡사 절집에는 도선 창건과 관련 달빛에 물든 이야기가 전해온다. 도선이 산너머 구성면 연곡(燕谷)에 절터를 닦고 목수를 불러 나무를 다듬는데, 까마귀들이 날아와 재목 조각을 자꾸 물어갔다. 도선이 까마귀들을 따라가 보니 지금의 절터에 물어온 재목을 쌓아두는 것이었다. 도선이 주변을 자세히 둘러보니 과연 명당자리인지라 자신이 새만도 못하다고 한탄하면서 이곳에 절을 지었다고 한다.
봉곡사도 대찰이었으나. 임란을 비롯 전화와 동족상잔의 한국동란으로 많은 당우가 전소되어 폐사로 남아 있다가 근자에 복원한 절집으로 보인다. 주불전인 대웅전도 정측면 3칸 겹처마 다포계 팔작지붕으로 복원되었다.
봉곡사 사적기에 기록된 오층탑이 이 삼층탑이었을까? 대웅전 중정에 이렇게 라도 남아있어 고마운 삼층탑. 지대석위에 단층기단만 남았지만 이중기단 처럼 보인다. 기단 면석에는 탱주가 보이고 갑석은 두텁다. 낙수면 물매가 급한 옥개석 받침은 3단이며 멸실이 심하다. 양우주가 새겨진 초층 몸돌에 비해 상층 몸돌의 체감이 급격하다. 또한 초층 몸돌에는 희미하게 문비(?)의 흔적도 보인다. 상륜에는 노반석 처럼 보이는 암석을 올려 두었다. 고려시대 탑으로 생각된다.
대웅전 삼존불. 본존불은 불신에 비해 좁은 어깨에 머리가 크고 목을 뺀 자세의 조선후기 불상으로 보이며, 법의는 통견으로 신체의 굴곡이 나타나지 않는다. 봉곡사 중수사적과 본존불의 복장에서 나온 「불상조성도금사적기」에 기록된 조성연대가 1670년인 석불로 알았는데 다른 자료에는 소조불로 되어 있다. 후불탱은 사진으로 진본은 직지사 성보박물관에 있다.
봉곡사 아미타 후불탱...직지사 성보박물관
봉곡사 아미타후불탱은 바탕을 홍색으로 하여 19세기에 새로이 유행했던 금니선묘기법으로 제작하였다. 탱화는 아미타여래를 중심으로 양 옆에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이 협시하고 그 뒤에 아난ㆍ가섭이 자리한 아미타오존도 형식으로, 두 보살의 보관에는 이들을 상징하는 화불과 정병이 표현되었다. 아미타여래의 대좌는 수면에서 솟은 연화좌로써 이러한 대좌 역시 19세기의 불화에 자주 보인다. 화면 하단은 채색이 변색되었다.
명부전은 1690년 대완(大完)이 중건하고, 1908년 중수하였다. 봉곡사중수사적>> 및 <<상량문>>에 따르면 명부전은 숙종 16년 (1690)에 건립되었다고 하였으며 또 명부전 양간록(樑間錄)에는 순조 5년(1805) 송월 대사(松月大師)가 중건하였다고 하였다. 그 후 고종 4년(1867) 다시 중수를 거쳤고 현 건물은 주지 지우 화상에 의하여 중건되었다. 정면 3칸, 측면 2칸의 맞배지붕이다. 지장 삼존
이 불상은 지장보살좌상을 중심으로 좌우에 시립한 무독귀왕과 도명존자의 지장보살삼존상 및 의자상인 10구의 시왕과 입상인 녹사 2구, 판관 2구, 인왕 2구 등 도합 19구이다. 「봉곡사 중수사적」에 의하면 1690년에 제작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어 명부전을 중건하면서 새롭게 제작하여 봉안한 것으로 추정된다.
봉곡사에 가서 죽다...김용택 거창에 가서 우연히 봉곡사 찾아간다 끝이지, 하면 또 나타나고 끝났지, 하면 또 돌아가는 황톳길 따라가다 가랑비 내리는 적막한 절마당 지나 네모 반듯 장판방에서 묘정 스님께 절하며 등 뒤에 가랑비 소리로 깜박 죽었다 깜박 깨어난다 생전 처음 보고 생전 처음 절하는 스님 내 걸어온 길 저 굽이 달맞이꽃 노랗게 입 다물고 눈 감은 길 지워주소서 내 캄캄하게 길 찾아갈라요 처음인 듯 문을 열고 이 세상에 나갈라요. 2010.10.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