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엇!!!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큐트는 이쪽,저쪽,왔다,갔다 마치 암행어사 출두 장면이 따로없다.
하지만 왜 그리도 큐트의 의상은 가는 나뭇가지 사이에서 눈에 잘 띠는지...^^
순간 나도 여기가 지리산임을 망각하고 엉거주춤 숨으려다 다시한번 정신을 가다듬고 꿩처럼 숨은 큐트를 뒤로한채 한발짝 한발짝 전진해 본다.
부릉~부릉~
더욱 더 커져가는 오토바이 소리.
굵은 남정네들 목소리.
두근두근 빠른 심장 박동소리.
그때,내머릿속에는 넘버3의 영화필름이 쏵~하고 지나간다
"할리데이비슨"
"빨주노초, 요란한 네온싸인"
"업시킨 안장"
"두건쓴 대머리에 삐져나온 이마살"
"땀에젖은 반팔을 돌돌말아 어깨까지 말아올린 자리에 회색빛 문신들....."
아~~~~~~~~~~~~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그런대도 야속한 내 다리는 왜이리 앞으로만 가고 있을까......
찰나,저만치서 길죽한 나무 하나가 맥없이 쓰러진다.
부아앙~~~~~~~~~~부아앙~~~~~~~~
톱질하세, 톱질하세,
여기서 나무를 베도 되는 건지 알순없지만 두명의 아저씨들이 열심히 나무를 베고 있다.
두어개의 텐트에 장작까지 지펴가며,
비록 폭주족은 아니였지만 날카로운 톱날 소리가 잠시 날 소름 끼치게 했다.
큐트도 그랬는지 내팔을 꽉 조인다.
후달리는 다리에 애써 힘을 주며 우리는 그곳을 생쥐처럼 빠져나왔다.
비록, 아저씨들은 우리를 본채만채 투명인간들 처럼 무시했지만 말이다.
빗방울은 그칠줄 모르고...큐트의 불만은 높아져만 가는데...
그때 시간이 6시 30분쯤 됬지? 아마도...
공포와 땀과 비에젖은 우리에게 저 멀리 신기루가 보인다.
반가운 얼굴 ,우리를 구제해줄 백마타지 않은 왕자님(???)
손을 흔든다.
우리도 손을 흔든다.
난 정말 맥이 딱 풀렸다.잘왔구나! 안도의 한숨이 절로나온다
큐트도 치산님을 보더니 얼굴에 희색이 만연이다.
가까이온 치산님 반가움도 잠시, 큐트의 의상이 눈에 들어온 모양이다.
특히 신발을 보고는 나와 똑같은 심정이였나 보다.고무로 되어있으니 그나마 안심이란다.^^
우리의 짐을 베낭에 훌쩍 넣어버린다 -훌쩍 훌쩍 고마워라 -
깔딱고개를 넘어선지 중간쯤 드디어 발이 아프단다.나혼자 등산화 신고 간다는게 안그래도 마음이 편치않다.
큐트에게 신발 사이즈를 물어 보니.나와 5미리 차이가 난다.한번도 작은 신발을 신어 본적이 없었지만 바꿔 신어보자고 한다.꾹 눌러신고 가본다.큐트가 대단해 보인다.
이렇게 미끄러운 신발을 신고 군소리도 안한 친구가 정말 대단하다.
날이 점점 어둑어둑 해지고 치산님은 자꾸만 시간을 물어온다.
야간산행을 해야될꺼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지리산의 해는 길었고 우리는 8시 15분이 되어서 따듯한 연하천 산장에 도착을 했다.
야!!!연하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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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후기
그동안 "여수 뻥쟁이 연하천 산행 일지"를 애독해 주신 님들께 감사의 뜻을 표 합니다.난생 처음 산행기를 쓰게 됬는데 (1)(2)편의 폭발적인 사랑으로 (3)편에 큰 부담감을 가져 이제야 나오게 된점 양해해 주세요.
연하천에서 있었던 일도 모조리 쓰고 싶었으나 일부,너무 오래끌면 지루하니 그만 하라는 여론도 있어 여기에서 멈추기로 했습니다,그리고 이번 일로 장비를 장만한 큐트에게 아낌없는 지리 사랑을 당부하고 싶고,그날 거의 종주하다시피한 치산님,다시 한번 고맙습니다.
그리고 연하천에서 쿨~자다 일어나 반갑게 맞이해준 다롱이,
온몸을 달달달 떨며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밥상을 차린 반야해지기,
고기를 맛있게 구워주신 정승기님 .
묵묵히 저의 술주사를 받아주시고,
저에게 한벌의 우비복을 선물해 큐트의 눈총을 받으신 따르라님.
결코 잊지 못합니다.
그리고 산행후에 만난 모든 지리님들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다음엔 더좋은 산행기를 올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