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화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면, 난청을 의심하자
어느 날부턴가 상대방의 말을 되묻는 일이 많아지고, TV나 음악을 청취할 때 볼륨이 과도하게 높아진다면 난청을 의심해보아야 한다. 난청이 생기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며, 그 종류도 여러 가지다. 난청이 생기는 원인과 종류를 알아보고, 난청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 보자.
◆ 난청이란?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약 28만 명에 달하던 난청 환자의 수는 2017년에 35만 명으로 5년 사이 25%나 증가 하였다.
2017년 기준 연령대별 난청환자 현황을 살펴보니 70대 이상이 34.9%로 가장 많았고, 그 뒤로 60대, 50대 순으로 나타났다.
난청이란 소리가 작게 들리거나 말소리를 알아듣기 힘든 상태를 말한다.
그 정도가 다양하고 여러 원인으로 나타날 수 있다.
난청이 있는 경우 정확한 검사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고, 만일 원인 질환이 진단된다면 적합한 치료나 재활이 필요하다.
◆ 난청의 원인과 치료
귀는 바깥부터 크게 외이, 중이 그리고 내이로 나눈다.
외이는 귓바퀴와 외이도로 구분되며 중이는 고막, 중이강, 유양돌기 및 이관으로 구분된다.
내이는 청각에 관여하는 와우(달팽이), 평형에 관여되는 반규관(반고리관) 및 두 구조물을 연결하면서 평형에 관여하는 전정 등 세 가지의 구조물로 나눌 수 있다.
외부의 소리는 귓바퀴와 와이도를 통해 들어와 중이의 고막, 이소골을 지나며 증폭되어 내이의 달팽이관으로 전달되고, 달팽이관에서 전기신호로 바뀐 뒤 청신경을 거쳐 뇌로 전달되어 인식된다.
이같은 일련의 과정에 문제가 있다면 난청이 발생할 수 있으며, 문제가 발생한 위치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다르다.
소리가 외이도와 중이를 거쳐 달팽이관까지 전달되는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경우를 전음성 난청이라 한다.
전음성 난청은 귀지, 외이 손상, 고막 천공, 중이염, 이소골 기형 등이 있을 때 생길 수 있으며, 적절한 약물치료와 수술로 청력이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소리전달은 잘 되었으나 이후에 달팽이관과 청신경이 손상되어 소리에너지가 전기신호로 적절하게 바뀌지 못하거나 뇌의 청각중추 까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것을 감각신경성 안청이라고 한다.
감각신경성 난청은 나이가 들면서 자연히 발생하는 노화성 난청, 갑자기 청력이 떨어지는 돌발성 난청, 출생시부터 발생한 선천성 난청, 특정 이독성 약물 사용 후 발생하는 약물독성 난청, 메니에르병, 청신경 종양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
일부 질환의 경우 증상 발생 직후에 내원하여 적기에 치료를 받으면 청력을 회복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갑자기 난청을 느낀 경우 진료를 미루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최선의 치료 후에도 난청이 지속되면 보청기를 비롯한 청각보조장치를 사용하며, 보청기로 적절한 효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는 인공 중이 이식술 또는 인골 달팽이관 이식수술 등 다양한 방법으로 청각재활을 할 수 있다.
◆ 노화성 난청에 대한 흔한 궁금증
Q. 노화성 난청으로 진단받았습니다. 치료하는 방법이 없나요?
A. 노령화 인구의 증가와 함께 노화성 난청의 유병률도 전점 장가하여 65세 이상에서는 3~4명 중 1명이 난청이 있다.
노화성 난청은 달팽이관과 청신경, 청각중추기관의 노화 현상이므로 안타깝게도 약물 이나 수술로 그 진행을 되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청력이 다시 좋아 지지는 않더라도 보청기를 비롯한 청각 보조 장치를 적절하게 사용 하면 난청으로 인한 2차적인 문제를 상당부분 극복할 수는 있다.
Q. 난청으로 불편은 있지만 보청기를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대로 지내면 안 되나요?
A. 노화성 난청을 방치한다고 해서 달팽이관이 더 빠르게 손상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난청이 뇌기능에 나쁜 영향을 주어 기억력이 또래에 비해 나빠지고 치매가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최근 연구에서 밝혀지고 있다.
다르게 말하자면, 치매 예방법 중 노력으로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보청기를 비롯한 청각 재활이다.
난청 때문에 의사소통이 어려워지고 점점 사회적으로 소극적으로 변하면서 우울증이 오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국내 노화성 난청 환자 중 보충기 사용률은 전체11.3%에 불과하다는 점은 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매우 염려되는 부분이다.
Q. 보청기를 끼면 오히려 더 불편하고 잘 안 들린다고 하던데?
A. 난청의 양상은 다양한고, 환자에 따라 자기에게 맞는 보청기가 서로 다르다.
예를 들어, 소리가 작게 들리지만 비교적 말 이해력이 좋은 난청이라면 좀 더 저렴한 보청기나 소리증폭기 만으로도 만족스러울 수 있다.
반면 일부 난청의 경우 높은 사양의 고급 디지철 보청기가 아니면 만족이 힘든 경우도 있다.
설사 똑같은 성능의 보청기라도 어떻게 보청기를 세팅하고 조절하였는지에 따라 사용하는 느낌이 천차만별일 수 있다.
먼저 개인에게 맞는 보청기를 상담하여 제대로 착용해야 한다.
또 한 가지 기억할 점은, 보청기는 처음 착용하면 적응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청기 기술이 많이 발전되었지만 신경이 손상된 귀에서 '20대에 듣던 소리'를 그대로 들려주지는 못한다.
부자연스럽게 들릴 수 있고 기계 잡음이 있을 수도 있으므로 적어도 3개월에서 6개월간은 불폄함을 감수하고 내게 맞는 방향으로 보청기를 조절 해가면서 꾸준히 사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초기 적응기간을 성공적으로 보내면 이후 보청기 만족도는 상당히 높아진다.
◆ 난청을 예방하는 방법
개인에 따라 다르나 일반적으로 85dB 이상의 소음의 난청을 유발 하기 때문에 소음이 큰 환경에서는 귀마개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이어폰을 사용하는 경우 최대 음량의 60% 볼륨으로 하루에 60분 정도만 사용하는 '60~60 법칙'을 지킬 것을 권유한다.
또한 30분 정도 이어폰을 사용하면 10분은 쉬는 것이 좋다.
특히 지하철이나 버스 등 배경 소음이 큰 곳에서 이어폰을 사용하면 주변소음보다 더 큰소리로 듣는 경우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
오메가-3, 엽산, 긴사슬 다가불포화지방산(long chain PUFAs), 베타카로틴, 비타민 A, C, E 아연, 마그네슘 등이 청력보호에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있다는 보고가 있다.
해조류나 채소, 과일 등 자연식품을 골고루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반면 카페인을 포함한 음료를 과량으로 섭취하면 소음에 취약해질 수 있고, 지방질이나 정제당, 짠 음식이 난청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승환 / 이비인후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