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아, 산소(山所)가 뭔지 아나?
노병철
마을 상여에 관해 물었더니 내 나이 또래 아낙이 별 미친놈 다 보겠다는 식으로 본다. 이걸로 글을 쓴다고 하니 더 의아하게 쳐다본다. 이런 것으로 글을 쓰면 밥이 나오나 죽이 나오나 하는 눈빛이다. 그렇지 않아도 더워 죽겠구만은 별 이상한 놈이 와서 치근덕거린다고 생각할 것이다. 덩치가 엄청나서 보기만 해도 더운 놈이 말이다. 줄줄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아내며 씩씩거리는 콧바람 소리까지 짜증 나게 만들면서 제 딴엔 부드럽게 묻는답시고 말을 얹는다.
“요즘 상여 아는 사람이 있겠능교?”
상여에 대해 아는 게 없다는 식으로 아주 잘라 말한다. 10여 년 전만 해도 상여에 대해 미련 가진 어른들이 제법 있었다. 이젠 다 돌아가시고 우리 연배들만 그 옛날 추억을 파먹으면서 기억할 뿐이다. 그 아낙도 옛날엔 어른들이 좀 있었는데 요즘은 상엿집 근처 가보는 사람도 없단다.
사실 마을의 상여 풍습은 전통으로 이어져 왔지만 이젠 찾기조차 힘들다. 매장하는 풍습이 화장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요령 소리 내며 부르던 만가(輓歌)는 이젠 들을 수도 없다. 바쁘디바쁜 세상에 한가로이 노래 부르며 고인을 추모할 여유가 없어진 세상이다. 장례식장에 곡(哭)이 사라진 지가 오래인데 행상소리가 웬 말인가 말이다.
“난 말이다. 죽고 나면 뼈를 호주 앞바다에 좀 뿌려다오.”
친구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한 말이다. 농담처럼 한 말이었지만 해외여행 한번 제대로 못 가본 것이 후회되었는지 뜬금없이 내뱉은 그 말은 두고두고 친구 머리에 박히게 되었다. 텔레비전 여행 프로그램에 호주가 나왔는데 그걸 보시고 가보고 싶으셨던 모양이다.
“그래서 어머니 산골 하러 호주까지 가겠단 말이가?”
장례식장에 모인 가족들은 서로 눈치만 살핀다. 한 다리 건너는 친척들은 그냥 선산 납골당에 모실 것을 권한다. 달리 방법이 없어 보였다. 그렇다고 진짜 호주까지 갈 수는 없지 않은가.
“아빠, 해양장(海洋葬)이라고 있는데 한번 보실래요?”
배를 타고 나가 바다에 뿌리는 장례란다. 바다장이라고도 하는데 화장한 유골의 골분을 바다에 산골 하는 장례법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해류를 타고 세계를 여행하실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식의 이야기에 솔깃해진다. 이내 검색하더니 포항업체에 전화한다. 150만 원 달란다. 둘째 놈도 질세라 검색하더니 부산 수영요트장에서도 한다면서 전화를 한다. 부산에선 80만 원이면 되고 시간은 약 한 시간 소요된단다.
해양 산골이 해양환경관리법상의 해양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유권해석을 내렸기 때문에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단다. 인천에 가면 더 싸게 할 수도 있다고 하나 가는 경비가 더 들 지경이라 부산 쪽에서 하기로 했고 그렇게 바다에 뿌려드렸단다.
요즘은 해양장도 옛말이 되었다. ‘드론장’이란 것이 생겼다. 특수 제작된 유골함에 망자의 유골을 담은 드론은 해안에서 약 3㎞를 날아가 원격으로 유골함을 열면 하늘 위에서 바다로 유골이 뿌려진다. 유골이 흩날리는 과정은 동영상으로 저장돼 USB에 담겨 유가족에게 전달된다. 비용도 30만 원 선이란다.
시골에 있는 납골당이 완전 한 물 간 것 같다. 절에 버려진 납골당이 많이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리라. 상여 타고 향두가 들으며 저승 가는 것이 아니라 드론 헬리콥터 소리 들으며 하늘에서 뿌려질 것이다. 벌초란 말은 영원히 사전 속에 묻혀버릴 것이고 추석 성묘라는 단어조차 함께 사라질 것이다. 제사? 애들에겐 이미 머리에 없다. 특히 딸들에겐.
엄마는 아버지 옆에다 묻어 달라고 하신다. 그 말을 들은 집사람은 딸들에게 미리 유언을 남긴다. 수목장하든지 해양장을 하든지 드론장을 하든지 다 좋다. 제발 네 아버지 선산에 합장만 하지 말란다. 죽어서도 옆에서 코 고는 소리 들어야겠냐는 거다. 젠장. 나도 다음 생에선 다른 여자와 한번 살아보고 싶거든. 잔소리 안 듣고.
첫댓글 아주 독창적인 멋진 작품입니다. "강남 스타일"보다 더 멋진 "노병철 스타일", 그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할 "노병철 스타일!"
쭉 그렇게 밀고 나가시면 문명을 크게 날리실 것입니다. 베리 굿^^
멋지니더~
상여소리가 드론소리로 바뀌었네요.
역시가 역시입니다. 죽어서는 절대 옆에 있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한두사람이겠습니까. ㅋㅋ
걱정하지 마세요.
죽은 후 부활되면 시집도 장가도 아니 가는 세상으로 다시 태어 난다고 성경에서 말하고 있으니 이 세상에서 한 번 같이 사는 것으로 족한 줄 아시고 열심히 서로 사랑하시길~^^
유당선생 덕분에 오래전에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에
한 참 젖어있었답니다.
아버진 중년이 넘어 서시면서 부터 지인들 가정에 상사가 나면 만장 짓기에
바쁘셨거든요. 때문에 늘
죽은 사람 일생이 좋게
꾸며져 글귀로 나오는걸
보며 갖가지 생각을 했지요.
그런데 아직은 납골당에도
많이 가고 수목장도 많이
하는것 같아요. 해양장은
익숙하지가 않아요. 시간이
더 가면 대포로 쏴서 공중에다 뿌리는 방법은 나오지
않으려는지....
제사밥은 포기한지 오랜데
죽기전에 더 먹고 죽어야
하는데...입맛을 잃어 먹고
싶은건 없고 스스로 봐도
짠합니다.
귀신공부했다드니 제 1탄
인지요?
ㅎㅎ 유당 선생님 글은 언제봐도 유쾌합니다. 죽음을 다루는 무거운 주제를 이렇게 즐겁게 쓰시다니요. 입이 쩍 벌어집니다. 글 속에 가족사랑에 대한 진심도 보입니다. 좋은글 잘 읽고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