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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기 올스타>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은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흥행 요소가 된다. 팬들은 MVP 2005가 아니면 결코 한 팀에서 볼 수 없는 선수들이 함께 던지고 치고 달리는 것을 볼 수 있고, 선수에게도 올스타에 선정된다는 것은 대단한 영광일 것이다.
또한 올스타전은 전반기와 후반기를 나누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정확히 50%를 소화한 시점에서 열리는 것은 아니지만, 올스타전 이전까지만 쾌속 질주하던 이전의 D-Train(돈트렐 윌리스)이나, 올스타전 이후 언터쳐블이 되는 요한 산타나를 볼 때 어느 정도 전반기 / 후반기의 기준선 역할을 하는 듯싶다.
시즌이 종료되면 골드글러브, 실버슬러거, MVP, 사이영상 등 여러 어워드(award)를 통해 그 시즌에 맹활약한 선수를 알 수 있고, 올스타전 멤버를 보면 그 해 전반기에 훌륭한 성적을 거둔 선수를 어느 정도는 알 수 있다. 반면 후반기 성적은 가끔씩 ‘산타나이즘(후반기 대폭발을 일컫는 필자의 신조어ㅋ)’이 거론될 때 언급될 뿐, 후반기에 맹활약한 선수는 알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팀간 순위경쟁이 치열해지는 후반기에 맹활약한 선수야말로 팀에 보배같은 존재이다. 이에 이번 달 칼럼은 특집편으로, 각 포지션별 후반기 올스타를 선정해보고자 한다. ^^
<AL>
1. C
제이슨 켄달 (OAK)
- 켄달의 장타력 부재는 시즌 내내 지속되었지만(올시즌 홈런 1개에 출루율보다 낮은 장타율), 그의 불방망이는 올스타전 이후 70경기에서 무려 94안타를 때려냈다. (경기당 1.34개) 그 이전까지 켄달은 73경기에서 69안타를 때려냈을 뿐이다. 전반기에는 조 마우어, 빅터 마르티네스, 이반 로드리게스, A. J. 피어진스키, 라몬 에르난데스, 켄지 조지마가 더 많은 안타를 때려냈다. 그러나 후반기에는 안타 2위가 그보다 12개가 적은 빅터 마르티네스이고, 그나마 80안타 이상 기록한 선수도 이 둘 뿐이다. 오클랜드가 후반기에 승승장구한 데에는 주전포수인 켄달의 분전도 한몫했던 것이다. 켄달은 후반기에만 .323의 타율과 .391의 출루율을 보였으며, 이 기간 오클랜드의 승률은 7할(!) 언저리에 머물렀다.
2. 1B
저스틴 모노 (MIN)
- 쟁쟁한 아메리칸리그 1루수들 가운데에서도 모노의 성적은 풀 시즌을 놓고도 가장 훌륭했고, 이는 MVP 수상으로 이어졌다. 홈런만을 생각한다면 후반기에만 24개를 몰아친 마크 테셰이라나 18개를 기록한 리치 섹슨의 손을 들어줘야 할 것이다. 그러나 모노는 .342의 고타율과 함께 무려 57개의 타점을 기록했는데, 홈런 숫자가 월등한 테셰이라(61타점)와 겨우 4타점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모노는 후반기에만 100안타를 기록했고 이 중 상당수는 적시타였다) 후반기에 50게임 이상 출장한 1루수 중 3할 타율 - 4할 출루율 - 5할 장타율을 기록한 선수는 모노가 유일하다(.342 - .400 - .531)는 점만 보아도, 모노의 후반기 올스타 주전 1루수 선발에 한 점 의혹도 남지 않을 것이다. ^^
3. 2B
로빈슨 카노 (NYY)
- 루이스 카스티요와 로빈슨 카노, 그리고 브라이언 로버츠를 두고 고심을 했으나 결국 카노를 선정한 데에는, 카노의 높은 장타력(장타율 .635 53경기 11홈런 24개의 2루타)과 클러치 능력(51타점 - 2루수 가운데 1위, 전체 포지션으로 하더라도 10위) 때문이다. 그보다 높은 장타율을 올린 선수는 데이빗 오티즈와 트래비스 해프너 뿐인데, 이 2명은 모두 지명타자이다. 우리가 거포 하면 떠오르는 매니 라미레스, 블라디미르 게레로, 마크 테셰라 등이 모두 카노보다 낮은 후반기 장타율을 기록했다. 물론 양키스의 엄청난 라인업 덕분에 카노가 우산 효과를 얻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쟁쟁한 양키스의 라인업 속에서 데릭 지터, 호르헤 포사다와 카노만이 양키스 팜 출신으로 라인업을 지키고 있음을 감안하면 더욱 대단한 일 아닐까.
4. 3B
마크 티헨 (KC)
- 마크 티헨과 트로이 글로스, 조 크리디, 애드리안 벨트레 등이 후반기 좋은 활약을 보였으나, 그래도 A-ROD의 성적이 가장 준수했다. 예년만큼의 포스를 보여주진 못하지만 70경기 16홈런(3루수 중 2위) 56타점(3루수 중 1위)에 타율도 .300으로 3할을 채웠다. 그러나 15경기나 적게 출장했음에도 불구하고 11홈런 40타점에 타율 .318 출루율 .392 장타율 .582의 빼어난 성적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캔자스시티에서 고군분투한 티헨의 손을 들어주고 싶은 심정이다.(물론 경기수 부족은 마이너스 요인임은 인정한다) 물론 A-ROD의 성적도 빼어나긴 마찬가지지만, 이름값, 연봉, 기존의 커리어 등을 고려해 볼 때 역시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아마도 이름표를 떼고 기록만으로 비교를 시켰다면 단연 A-ROD의 손을 들어주었을 것이다)
5. SS
데릭 지터 (NYY)
- 마이클 영과 미구엘 테하다, 카를로스 기옌 등은 내야의 다른 어느 포지션이었더라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춘 성적을 올렸다. 특히 테하다의 경우 성적상으로는 지터와 크게 차이를 내지 않았다(지터가 9홈런 45타점 .342, 테하다가 7홈런 38타점 .350). 게다가 지터가 연속경기안타를 기록해서 그렇지 안타수도 3개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심지어 기옌의 경우는 타율, 장타율, 출루율에서 모두 지터를 앞섰고 타점만이 12타점 뒤졌을 뿐이다. 다만 지터는 84.2%의 높은 성공률을 기록하며 무려 16개의 후반기 도루를 기록했고, 팀이 양키스라 하더라도(작년 디트로이트 타선도 훌륭했다) 2번 타순에서 45타점을 기록한 것은 후하게 사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AL 전체를 두고 가장 고심한 포지션이다..
6. OF
저메인 다이 (CWS)
- 이미 검증된 거포인 토미와 커널코에 이어 다이까지 5번에서 대폭발을 하면, 상대 투수들은 어떻게 화이트삭스 타순을 대해야 할까? 게다가 리그 최고의 쌕쌕이 스캇 포세드닉과 작전수행 능력이 뛰어난 교타자 타다히토 이구치가 테이블 세팅을 맡고 있다면 더욱 난감할 것이다. (더욱 놀라운 건 화이트삭스가 겨우(?) 중부지구 3위라는 점이다) 다이는 전 시즌을 두고 MVP까지 거론되었던 선수지만, 후반기만 놓고 보더라도 .313의 타율에 19홈런 52타점을 기록했다. 홈런은 리그 외야수 중 1위이고(전 포지션으로 보아도 4위), 타점은 마이클 커다이어에 이은 2위이다. (다이까지 폭발하니 화이트삭스가 잘할 수밖에, 라고 생각했는데 커다이어까지 폭발하는 미네소타가 더 잘했군요^^;) 화이트삭스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면 아무래도 MVP는 다이에게 돌아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블라디미르 게레로 (LAA)
- 작년 MVP와는 인연이 없었지만, 후반기 불방망이는 그의 전매특허로 자리잡을 듯하다. 게레로는 후반기에만 무려 99안타를 몰아치며 (경기당 1.41개!!) 타율이 .368에 이른다. 이 기간 동안 홈런도 15개, 타점도 54타점을 기록했다. 후반기의 팀 오클랜드의 대약진만 없었더라도 에인절스가 플옵컨텐더로 충분히 마지막까지 경쟁했을 것이다. 또한 50게임 이상 출전한 AL 외야수 중 유일한 3-4-6 플레이어이며(매니 라미레스는 48게임 출장), 부수적이기는 해도 도루도 10개나 기록했다. 언제나 게레로 얘기가 나올때면 거론되는 것이지만, 에인절스가 그 정도의 경쟁과 출혈을 통해 게레로를 FA 시장에서 건진 것은 그야말로 대단한 성과였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마이클 커다이어 (MIN)
- 커다이어와 오리올스의 닉 마카키스를 놓고 고심끝에 커다이어를 선정했다. 커다이어가 마카키스에 앞서는 것은 특히 타점(커다이어 61타점(!), 마카키스 41타점)이었는데, 타순과 팀타선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어 고민했다. AL에서 다음에 소개할 토마스를 제외하면 커다이어보다 많은 후반기 타점을 올린 선수는 없다. 미네소타가 후반기에 미칠듯한 상승세를 유지한 것은 산타나의 폭주와 함께 상하위타선에서 고루 터지는 타선의 힘 덕분인 것이다. 타점을 제외하고는 타율(커 .296, 마 .311), 출루율(커 .360, 마 .364), 장타율(커 .512, 마 .532), 홈런(마 14, 커 13), 안타(커 76경기 88안타, 마 70경기 83안타) 등 전반적인 지표에서 마카키스가 조금씩 우세했다. 비록 작년 후반기 올스타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테하다도 눌러앉혔고 마조니의 마법이 내년부터 가동되면 볼티모어에게도 다시 한 번 황금기가 올 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그 전에 양키스와 레드삭스의 양강 구도를 깨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나머지 두 팀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7. DH
프랭크 토마스 (OAK)
- 누구나 ‘빅 허트’의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그리고 전반기에는 그것이 현실인 것처럼 보였지만, 시카고 방문 이후(이에 대해서는 김형준 기자의 MLB 칼럼 참고) 토마스는 다시금 상대편을 크게 할퀴기 시작했다. AL DH가 어떤 자리인가? 데이빗 오티스, 트래비스 해프너, 짐 토미에 작년 재기상을 받고 DH로 복귀한 제이슨 지암비도 버티고 있는, 그야말로 AL에서 ‘덜덜덜’인 타자들의 집합소이다. 그러나 후반기 DH 각종 공격지표에서 토마스는 홈런(20개, 2위 - 1위 오티스), 타점(68타점, 1위), 타율(.298, 2위 - 1위 오티스), 볼넷(41개, 3위 - 1위 오티스, 2위 토미) 상위권에 랭크되며 제 2의 전성기가 도래한 듯한 모습이다. 물론 오티스의 부상공백이 없었다면 이 자리는 단연 오티스의 것이 되었을 것이지만, 어쨌든 현역 최고의 DH와 나란히 거론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토마스는 이름값, 연봉값(!!!!)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토마스의 작년 연봉은 50만 달러였다(시삭스의 보상금은 제외) 인센티브를 전부 받더라도 350만 달러 미만이다. 350만 달러를 받은 선수는 레즈의 리치 오릴리아, 파드레스의 우디 윌리엄스 등이 있다)
8. SP
요한 산타나 (MIN)
- 이 선수를 빼놓고 후반기 올스타를 논할 수 있을까? 산타나는 작년도 어김없이 산타나이즘의 포스를 보여주었다. 산타나는 투수부문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는데, 후반기만 놓고 보면 그 성적은 더욱 좋아진다. 10승 1패(이 1패는 오티스가 기록적인 51호 투런 홈런을 날리고 조쉬 베켓이 무실점 역투를 펼친 날 당한 것이다. 이 경기마저 자책점은 이 투런 홈런 뿐이다) 방어율 2.54(1위, 참고로 3위는 브래드 래드키)에 102.2이닝(3위)을 던지면서 볼넷은 23개, 안타는 79개밖에 내주지 않았고 삼진은 무려 107개를 잡아냈다. (참고로 산타나의 후반기 삼진수는 존 갈랜드의 올시즌 삼진수보다 5개 적다) 이닝을 제외하고는(이닝1위는 케빈 밀우드, 2위는 C. C. 사바씨아) 모두 산타나가 1위이다. WHIP은 그만이 유일하게 0점대(0.99, 구원투수 제외. 참고로 구원투수 0점대 WHIP도 미네소타 투수들이 가득함)를 기록했다. WHIP이 0점대라는 걸 가장 알기 쉽게 얘기하자면, 이 선수가 등판하면 매 이닝마다 삼자범퇴가 될 확률이 그렇지 않을 확률보다 더 높다는 것이다. 거칠게 말하면 등판이닝의 절반 이상이 삼자범퇴라고 볼 수 있다. 이대로라면 산타나에게는 재작년 사이영상 수상을 놓친 것이 앞으로 그의 수상경력에서 두고두고 회고될 것 같다. ^^;
C. C. 사바씨아 (CLE)
- 후반기로 갈수록 좌투수가 힘을 내는 것일까? 사바씨아는 후반기에 2점대 방어율(2.97)을 기록하는 가운데 무려 103이닝(2위)을 투구했다. 삼진이 91개로 산타나보다 적지만, 볼넷은 21개로 오히려 적게 허용했다. 게다가 팀동료 웨스트브룩에게 땅볼유도를 배운 것인지 땅볼/플라이볼 비율에서 원래 싱커볼 투수인 존 갈랜드보다도 좋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사바씨아가 주목받지 못한 것은 바로 후반기 5승 7패(엥?)라는 저조한 승률 때문이다. 사바씨아는 8월 1.88의 방어율로 3승 1패(이 1패는 무자책 1실점 패배!)밖에 올리지 못했고, 그나마 9월에는 3.22로 자신의 방어율이 치솟아(?) 2승 3패를 기록했다. 7월 역시 3.74의 그다지 나쁘지 않은 방어율로 1승 3패를 기록한 탓도 있다. 클리블랜드가 올해 일을 낸다면 타선에서는 해프너, 투수진에서는 사바씨아가 핵심이 될 것이다.
왕쳰밍 (NYY)
- 많은 분들이 왕쳰밍을 생각하셨을 것이고, 필자 역시 왕쳰밍을 유력 후보로 두었다. 그러나 왕쳰밍은 승수에서는 빼어난 성적을 올렸지만(10승 2패), 나머지 지표에서는 에릭 베다드와 큰 차이가 없었다. 물론 승수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이지만 피안타율과 장타허용에서 모두 베다드가 앞서고 있다(특히 베다드는 후반기 내내 4홈런밖에 맞지 않는 등 .342의 피장타율로 이 부문 1위이다. 물론 왕쳰밍도 아주 훌륭한 선발투수로 거듭났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 볼티모어로서는 팀순위는 암울했지만, 마카키스, 베다드 같은 투타의 미래 핵심전력이 가능성을 보이는 데 위안을 삼을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베다드는 시즌 시작 전에 ‘마조니 캠프’ 참가를 예정해 놓은 상태이니 말이다.
9. RP
데니스 레예스 (MIN)
- 미네소타의 후반기 승률이 괜히 어마어마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거의 전 포지션을 두고 미네소타 선수들은 항상 후보군에 들어 있었다. 게다가 중간계투에서 레예스라는 좌완의 가세는 그야말로 금상첨화의 효과를 거두었다. 후반기 그의 방어율은 0.31로 1위. 29이닝을 투구하며 볼넷은 10개, 안타는 18개밖에 내주지 않았다. 당연히 WHIP도 0.97로 최상급. 중간계투에서 워낙 훌륭한 성적을 보여준 선수가 많아 레예스보다 나은 선수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겠으나, 리그에서 불펜이 탄탄하기로 이름난 팀에서 새롭게 미들맨으로 등장했다는 점에서 가산점을 주었다.
10. CP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 (LAA)
- 도대체 이 선수에게도 ‘팔의 피로’라는 게 존재하는 것일까? 1년 중 11개월을 야구한다는 K-ROD가 시즌 후반기에 더욱 힘을 낸다니 말이다. 농담이지만 리반 에르난데스와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만으로 투수진을 꾸려도 몇 경기는 괜찮을 거 같은 느낌이다. 로드리게스는 후반기 들면서 구위가 오히려 더 좋아지면서 0.50의 방어율로 28번의 세이브 기회에서 26세이브를 올렸다. 전매특허인 삼진도 물론 놀라운 수준으로 잡아냈다. (35.2이닝 51삼진, 9이닝당 탈삼진율 13.04개!!!) 그의 후반기 삼진개수는 제이크 웨스트브룩보다 많다 (결코 이런 발언들이 땅볼투수를 폄하하는 건 아닙니다^^) 모두들 ‘저렇게 던지다가는 언젠가는 탈이 나지’라는 투구폼과 투구수를 매 해 보여주는 K-ROD가 모두의 걱정을 불식시키고 마무리투수의 역사를 새로 쓸 수 있을지 흥미롭게 지켜보기로 하자.
<NL>
1. C
브라이언 맥캔 (ATL)
- 비록 올 시즌 연속지구우승 기록은 깨졌지만, 애틀랜타의 선수발굴은 정말 알아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작년에 발굴한 제프 프랭쿠어도 그렇지만, 맥캔의 후반기 성적을 보면 정말 ‘말이 안 나온다.’ 맥캔은 후반기에만 18홈런 64타점을 올렸는데, .324-.372-.630의 준수한 스탯에 2루타도 19개로 1위다. 풀시즌으로 보더라도 그의 24홈런이 ML 포수 전체 1위이다. 자신있게 하비 로페스를 보내고 맥캔을 육성한 애틀랜타의 선택이 다시금 빛나 보인다. 나아가 앤드루 존스가 애틀랜타를 떠난다 하더라도 치퍼 존스 - 프랭쿠어 - 맥캔의 클린업은 상대 투수들에게 S-R-L의 공포 타선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지난 시즌 성적과 상관없이, 역시 14년 연속 우승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 게다. ^^
2. 1B
라이언 하워드 (PHI)
- 유일하게 후보 없이 그냥 선정해버린 포지션이고, 아마 이 포지션만큼 예상 가능한 곳도 없었을 것이다. 하워드는 후반기에만 30홈런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치를 기록했다. 시즌 전체를 두고 보더라도 30홈런이면 거포 소리를 듣는데 말이다. 하워드는 홈런-타점 2위인 랜드 버크만과 알버트 푸홀스에 각각 9홈런, 17타점 차이로 앞섰다. 또한 거포라기보다는 정교함이 돋보이는 타자들이기는 해도 델가도와 토드 헬튼, 노마 가르시아파라의 홈런을 합쳐야 하워드의 홈런수가 나온다. 올 시즌 데릭 리가 재작년의 포스를 간직하고 복귀하게 된다면, NL 1루수는 그야말로 양대 리그 최고의 공격력을 갖춘 포지션으로 인정받을 것이다.
3. 2B
레이 더햄 (SF)
- 소리아노가 2루수로 뛰었더라도 40-40을 기록할 수 있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어쨌든 소리아노가 호세 비드로 같은 터줏대감이 없는 팀에서 2루수로 뛰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시즌 초에는 남았었다. 게다가 루이스 카스티요마저 리그를 옮겨 AL로 이동했으니, NL 대표 2루수가 누가 될지를 두고 젊은 선수들의 각축이 벌어질 거라고 예상한 것은 아마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후반기만 놓고 보면 승자는 체이스 어틀리도, 댄 어글라도 아닌 레이 더햄이다. 더햄은 후반기 .327-.385-.597의 놀라운 스탯을 찍으며 14홈런 48타점을 기록했다. 더햄의 성적을 보고 있노라면 제프 켄트의 뒤를 이어 ‘본즈의 짝꿍은 2루수’라는 식의 어거지 논리가 그럴 듯하게 들리게 만들 수 있는 성적으로 보인다. ^^
4. 3B
아라미스 라미레스 (CHC)
- 미겔 카브레라 : “11홈런 53타점에 .343인데 나를 선정 안 해주는 이유가 뭐야?”
개럿 앳킨스 : “나는??!! 18홈런 62타점에 .354라구!”
치퍼 존스 : ‘쩝.. 부상으로 날려먹지만 않았어도.. 난 38게임 15홈런 36타점 .341인데..’
모두의 푸념을 뒤로하고, 아라미스 라미레스는 22홈런 67타점을 기록하며 .328 - .388 - .653의 ‘준 푸홀스급’ 스탯을 찍어버렸다. 데릭 리가 여러 가지 이유로 시즌을 사실상 거의 뛰지 못한 작년, 아라미스마저 없었다면 컵스의 타선은 그야말로 우울했을지도 모른다. 1루수의 빅 3도 그렇지만, 3루수도 경쟁자 숫자로 치면 더 치열하다. 이미 언급한 4명 외에도 데이빗 라이트, 스캇 롤렌도 언제든지 올스타에 뽑힐 수 있는 선수들이고, 에드윈 엔카나시온과 라이언 짐머맨은 올 시즌 더욱 성장할 것이 기대된다. 어쨌든 리글리필드를 찾는 관중들 입장에서는, 염소의 저주는 연장되었지만 이웃 화이트삭스의 커널코-토미-다이에 맞설 수 있는 소리아노-리-라미레스 트리오를 풀 시즌으로 맞이하기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우드-프라이어-잠브라노-매덕스-클레멘트의 꿈의 선발진은 해체되었지만 말이다...
5. SS
라파엘 퍼칼 (LAD)
- 빌 홀이 조금만 타율이 좋았어도, 헨리 라미레즈가 조금만 출루율과 장타율이 좋았더라도 그 둘 중의 하나의 손을 들어줬을 것이다. 퍼칼은 후반기만 놓고 보면 마치 ‘NL의 쟈니 데이먼’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퍼칼의 후반기 성적은 .339-.399-.564에 11홈런 34타점. 다저스타디움에서 1번 타순으로 나서는 것을 감안하면 홈런과 타점은 좀 더 후한 점수를 줄 수도 있다. 다만 도루가 16개로 줄어든 것이 아쉽다면 아쉬운 점인데, 대신 101개의 안타(1위)와 리드오프 가운데 타율, 출루율, 장타율이 모두 1위(장타율 1위는 소리아노지만, 소리아노는 리드오프라기보다 팀에서 가장 훌륭한 타자가 1번에 배치된 것 뿐이다)라는 것은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다. 다저스가 3명의 유격수 중 이스투리스를 포기하고 가르시아파라를 1루수로 돌린 것은 결과적으로 현명한 선택으로 판명되고 있다. (물론 빅마켓 팀이니만큼 퍼칼의 고연봉은 봐주도록 하자)
6. OF
알폰소 소리아노 (WSH)
- 같은 기량으로 아메리퀘스트에서 뛰었다면? RFK 스타디움의 구장길이를 감안하면 충분히 (투수들에게) 공포스러운 가정이 될 것이다. 물론 만약이지만 말이다. 후반기 장타율 .572에 홈런 19개, 타점 39개를 기록했는데, 그가 투수가 9번인 NL에서 내셔널스의 1번타순으로 출장하지 않았다면 타점은 훨씬 늘어났을 것이다. 또한 소리아노는 1개의 홈런만 더 추가했더라면 후반기 만으로 20-20에 가입할 수 있었다. 어느 포지션에서도 소리아노를 제외하고는 후반기 20-20을 이룰 수 있는 선수는 없다. 그가 올 시즌 FA를 통해 컵스에 정착했는데, 컵스는 부동의 1번타자가 존재하지 않는 팀이라 그의 타순을 두고 고심을 해야 할 것이다. 그를 타격에만 전념시키기 위해 1루수로 전향시켜보려 해도 컵스에는 데릭 리가 있다^^ (물론 그 발에 그 어깨로 1루수는 참....)
루크 스캇 (HOU)
- 휴스턴은 작년 로켓맨을 다시 모셔오며 플옵 진출에 승부수를 띄웠지만, 전반기에 부진하던 다저스가 후반기 대약진을 하며 순식간에 와일드카드가 서부지구에서 나오는 방향으로 틀어져버렸다. 막판 카디널스가 연패를 당하며 지구우승을 하는 듯 했으나 한 끗 차이로 2위. 그러나 로켓맨은 어디까지나 일단은 은퇴하고 보는 선수고, 미래를 위해서는 스캇의 출연이 더욱 반가운 일일 것이다. 스캇은 7월 .385, 8월 .389을 기록했고, 7월 28일 애리조나전에서는 히트 포 더 사이클(흔히 말하는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하며 혼자서 5타점을 올리기도 하였다. 장타력에서는 아직 홈런을 양산하지는 못하고 있으나(후반기 10홈런), 전형적인 좌중간 - 우중간 히터로서 2루타 19개, 3루타 6개(65게임)를 기록하며 장타율이 무려 .621에 이른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선구안으로, 30볼넷 43삼진을 기록하며 출루율이 .426나 된다. 휴스턴 팬들은 이제 타베라스의 빠른 발과 헤어진 대신 스캇의 날카로운 방망이를 외야에 예약해 놓았으니 시즌을 기대하는 보람이 있을 것이다. ^^
크리스 던컨 (STL)
- 내셔널리그에는 올 해 두각을 나타내는 외야수가 정말 많았다. 이미 후반기 올스타로 선정한 소리아노, 스캇 외에도 카를로스 벨트란, 엔디 샤베스, 맷 디아즈, 맷 홀리데이, 맷 머튼, 후안 엔카르나시온, 데이브 로버츠, 제이슨 베이, 후안 피에르 등이 모두 후반기 올스타에 선정되도 이상하지 않은 성적을 올렸다. 그러나 던컨은 이제 몇 년 뒤에 아버지의 명성 - 아버지는 그 유명한 세인트루이스의 조련사이자 라루사 감독의 단짝인 데이브 던컨 투수코치이다 - 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하고 있다. 던컨은 후반기에만 무려 19홈런을 기록했는데, 이는 재작년 홈런왕인 앤드루 존스에 2개 적은 기록이고, 외야수 가운데 소리아노와 함께 두 번째로 많은 홈런이다. 타순상 타점은 34타점으로 적지만, 득점권에서 .328의 좋은 타율과 함께 7홈런을 기록했다. 발이 느리다는 점을 감안하면 (데뷔 후 아직 도루 없음) 외야보다는 1루에서 활약하는 것도 좋을 듯하나, 1루에는 ML 역사를 새로 쓰는 선수가 버티고 있으니 외야에서 적응하는 편이 나을 듯싶다. ^^;;
7. SP
크리스 카펜터 (STL)
- 부상 공백이 없었다면 사이영상을 향해 독주도 가능했을 법한 페이스를 후반기에 보여주었다. 후반기에만 8승(4패)을 거두었으며, 이 기간 방어율은 3.09를 기록했다(막판 두경기 12실점만 아니었으면 2점대 중반). 카펜터는 투수가 갖춰야 할 여러 가지 요소들을 골고루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각성은 늦었지만 롱런이 기대되는 선수이다. 플라이볼의 2배에 가까운 땅볼을 유도하는가 하면, 14볼넷 87삼진으로 볼넷/삼진 비율도 아주 좋고, 후반기 WHIP는 0.94로 산타나보다도 좋다.. (둘 다 괴물) 그러면서도 장타도 잘 맞지 않아서 어중간한 투수의 피안타율 수준의 피장타율(.338)을 기록했다. 종합적으로 말하면 맞춰 잡는 것도, 삼진으로 잡는 것도, 큰 거 한방을 허용하지 않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인데, 더욱이 이닝 역시 후반기 리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산타나가 선발 전환시까지 불펜에서 무리한 투구를 삼가며 기다림을 통해 길러졌다면, 카펜터는 부상 공백에도 불구하고 1년이 넘게 기다린 세인트루이스의 자케티 단장, 라루사 감독, 던컨 투수코치의 인내심의 승리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물론 본인의 노력도 충분히 있었겠지만 말이다)
아니발 산체스 (FLA)
- 어지간히 유망주나 플로리다에 관심있는 분이 아니었다면 도대체 이 투수가 누구야? 라고 생각한 사람도 많을 것이고, 필자도 그다지 잘 아는 선수는 아니다. 그러나 산체스는 노히트 노런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알렸고, 이로 인해 기록을 찾아본 사람이라면 후반기에 그가 얼마나 놀라운 투구를 보여주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제구력은 더 가다듬어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후반기 방어율은 클레멘스 다음으로 낮은 2.27을 기록했고 승도 9승(3패)이나 올렸다. 투구이닝으로도 10위 안에 들었고, 심지어 데릭 로, 브랜든 웹, 제이크 피비, 팀 헛슨보다 오래 던졌다. 피장타율은 믿어지지 않는 .297로 유일한 2할대 피장타율을 기록했다. 아직까지는 뜬공 비율이나 출루 허용 등이 불안 요소로 남아있지만, 작년보다는 올해가 더 기대되는 선수임에는 확실하다. 부질없는 가정이지만 애틀랜타의 드래프트 능력 + 플로리다 유망주의 빅리그 적응력 + 미네소타의 유망주 보호를 합치면 ‘꿈의 팜’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
제프 수판 (STL)
- 마크 멀더가 부상으로 시즌을 접은 상황에서 수판의 맹활약은 연속 지구우승을 향한 세인트루이스의 꿈을 현실로 바꾸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수판의 후반기 방어율은 2.39로 우리가 후반기에 엄청난 성적을 올렸다고 여기는 로이 오스왈트보다도 좋다. 15경기에서 6승 2패밖에 올리지 못한 게 이상할 정도다. 애틀랜타의 팀 허드슨은 더 낮은 팀 승률과 5.25의 높은 방어율에도 7승 4패를 기록했는데 말이다. 수판 외에도 맷 케인, 오스왈트, 앤디 페티트, 클레멘스, 리치 힐 등도 좋은 성적을 올렸지만, 수판의 활약은 팀이 멀더의 이탈로 2선발을 잃었을 때 나와주었다는 점에서 공헌도를 높게 샀다. 7월 첫등판인 애틀랜타전까지 방어율이 5.83까지 높아져 있었던 수판은, 9월 15일 샌프란시스코전 이후에는 4.23까지 낮추었고, 4.12로 시즌을 마감했다. 후반기에 방어율 1.71이 낮아지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는 야구 게임을 해 보신 여러분도 쉽게 알 수 있으실 거라 생각한다. 수판의 대박 계약은 올해 시장상황 외에도 이러한 후반기 대활약이 감안된 결과라고 보아야 한다.
8. RP
클라 메레디스 (SD)
- 호프먼 이후 샌디에이고의 마무리를 맡겨도 좋을 듯한 투구내용을 보이고 있는 메레디스. 퍼시벌과 K-ROD의 경우처럼 될 가능성도 있지만, 호프먼의 샌디에서의 위상을 볼 때 호프먼은 본인이 은퇴할 때까지 마무리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메레디스는 작년 후반기 중간계투로 45이닝이나 소화했으며, 자책점은 5점밖에 되지 않아 방어율이 1.00이다. 삼진은 33개로 아주 많은 것은 아니지만 볼넷이 6개밖에 안 되는, 그야말로 중간계투로서 가장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얄궂은 얘기지만 메레디스가 맹활약하며 안 그래도 탄탄하던 샌디 불펜이 더욱 강력해지며, 부상에서 회복한 박찬호가 불펜으로 중용될 가능성을 낮춘 바 있다. 어쨌든 메레디스는 NL에서 가장 솔리드한 불펜투수임에는 틀림없다.
9. CP
빌리 와그너 (NYM)
- 프란시스코 코데로가 밀워키에 더 일찍 왔더라면, 주저 없이 그의 손을 들었을 것이다. 코데로는 밀워키에 온 이후 마지막 2경기를 제외하면 방어율이 0점대에 세이브 기회를 100% 세이브로 연결했다. 아무래도 그에게는 알링턴이 맞지 않았던 것일까? 어쨌든 와그너의 성적 역시 코데로에 비해 꿀리진 않는다. 와그너 역시 수준급인 1.99의 방어율을 기록했으며, 23번의 기회에서 22세이브를 올렸다. 전매특허인 삼진 역시 42개(31.2이닝)나 잡아냈으며, 볼넷도 4개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의 든든한 뒷마무리는 ‘언제 루퍼가 있었냐는 듯’ 메츠 불펜의 세이브 성공률을 크게 바꿔놓으며 팀을 드디어 지구우승에 올려놓았다. 그가 장기계약을 맺을 때 ‘나이도 많은데’ ‘메츠 수맥(?) 우려’ 등의 소리가 쓸데없는 걱정이었음을 계약 하자마자 단숨에 밝혀낸 셈이다.
이상으로 칼럼을 마칩니다.. 다들 아는 얘기만 잔뜩 쓴데다가, 주관적인 기준으로 뽑은 것이라 이견이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나름대로 후반기 기록만 순수히 간주하여 선출한 것이므로, 시즌 전체 성적으로 판단하시면 여러분의 생각과 많이 다를 수 있습니다.
졸필원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p. s.
원래 신문에는 사진도 있지만.. 여기서는 생략!!
-이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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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하며*^^*고마워*^^*희망의 새봄만복을 축원하며*^^*더욱 건강 다복하고*^^*만사형통의 축원과 함께"GD" "<GD>"*^^**^^* *^^*
우와 올스타들이 총 출동했네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