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 접어들면서 강박감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자
내 안을 들여다 보면서 심리치료를 시도해 보기로 했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각처에서 상상하기 조차 어려운
사건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와중이지만 내 주변에서 받게되는
스트레스만이라도 적절히 완화하고, 아마도 70년 가까운 세월을
왜곡된 교육과 뉴스 속에 살아오면서 자신도 모르게 휘고 굽어졌을
인성을 인간 본래의 모습에 근접시키고자 하는 노력을 개시한 것이다.
사실에 근거한 현대사를 접하며 역사의식을 곧게 세우고 사회심리학자의
저서를 읽음으로써 병적인 우리사회의 실상을 깨닫게 되면서 언제부터인가
범상한 시민들을 착취하고 억압하기에 골몰하는 세력이 우수한 유전자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잔인무도하게 해치면서, 꼭둑각시를 부리거나
가축을 사육하는 정도로 무시하는 소수의 권력집단을 생성하고 그 세력을
면면히 유지해 왔음을 절로 깨닫게 되었고 바른 정보에 접하지 못한 채로
그야말로 먹고살기에 바빴던 민초들은 자기의 노동과 권리를 수탈당하거나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빼앗기면서도 부도덕한 세력의 실체를 깨닫지 못한
상태로 감염된 워킹데드 마냥 비실거리며 지내왔음을 인식하게 되었다.
갑남을녀 무수한 사람이 나와 동병상련으로 상호간에 의지하며 협력해가야 할
대상임을 깨달으면서 그들이 인식하지 못하거나 자칫 그릇된 상식이나 습관에
의하여 저지르게 되는 행위에 관한 이해와 포용력이 절로 증진됨을 느꼈다.
그에 따라 분노나 증오보다는 안타깝고 가련하다는 느낌이 앞서면서 나의
상식과 어긋나는 언행에 대한 반응이 절로 달라지기 시작한 결과 일상에서
받곤 하던 스트레스의 강도가 완화되거나 때론 무감각할 정도로 껴안을 수
있게끔 변화되었음을 깨닫고 나 자신의 변모에 놀라는 경우가 잦아졌다.
산 위에서 아랫쪽을 관망하듯 부딪힘 없는 사고와 대응의 결과가 이처럼 큰
성과를 내는 일이 잦아지면서 점차 어떤 경우에든 상대방의 내면을 살피면서
그 원인이나 배경을 바라보려는 노력을 하게된 것이 석 달 동안 독서와 명상과
지식의 활용에서 얻어진 결과임을 지금은 자랑스럽게 여겨지기도 한다.
원래의 소박하고 단촐했던 시도와 달리 점차 목적의식이 생기고 목표를 상향하게
되면서 변화된 안목과 심성에 따라 시도한 일들에서 성과를 얻는 경우가 늘어나고
그와 더불어 생각과 말과 행위가 달라지면서 내 마음과 생활주변이 한층 평안하며
안정감을 갖추게 되었고 이젠 어둠 속에서 빛을 보며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바람직한
여정을 즐거이 걷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어 저으기 안도가 되며 자부심까지 생긴다.
내가 세상을 바꿀 순 없다.
해방 이후 여태까지, 아니 조선시대부터 일제치하를 거치며
오백여 년의 성상을 우리 사회에 병균처럼 내재하며 한민족의 우월성을 갉아먹고
수시로 분열을 조장하며 사대주의로 상잔을 획책하여 온 열성인자를 내가 어이할까?
나는 엄청나게 미약한 존재이고 이젠 나이만 쌓여 부끄러움이 두드러지는 존재이지만
바람직한 의미의 나잇값을 못할지언정 더 이상 부패하거나 나약해지지 않고 이제라도
사람다운 면모를 회복해 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만도 다행이라 여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