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누가복음서 17장 12-17절 (새번역)
[12] 예수께서 어떤 마을에 들어가시다가 나병환자 열 사람을 만나셨다. 그들은 멀찍이 멈추어 서서, [13] 소리를 높여 말하였다. “예수 선생님, 우리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14] … 그들이 가는 동안에 몸이 깨끗해졌다. [15] 그런데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은 자기의 병이 나은 것을 보고, 큰 소리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면서 되돌아 와서, [16] 예수의 발 앞에 엎드려 감사를 드렸다. 그런데 그는 사마리아 사람이었다. [17] 그래서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열 사람이 깨끗해지지 않았느냐? 그런데 아홉 사람은 어디에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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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병은 의학이 발달한 오늘날도 완치가 힘든 병입니다. 그런데 열 명의 나병환자가, 고맙게도, 같은 날 같은 곳에서 치유를 받아 모두 몸이 깨끗해졌습니다. 얼마나 놀랍고, 감사한 일입니까? 그런데 더 놀라운 한 가지가, 그들 가운데 단 한 사람 만이 예수님께 돌아와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는 사실입니다. (본문 15-16절)
그러면 나머지 아홉 명의 생각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아마도 아래와 같이 생각하고 있었을는지 모르겠습니다. 저 같아도, 그 아홉 명 중의 하나였을 것 같습니다.
<환자 1> 날 때가 되었으니까, 나았을 수도 있어. 너무 호들갑 떨며, 그 나사렛 사람의 덕으로 낫다고 하다가, 예루살렘 권력자들이 나를 호출하면 오히려 경을 칠 수도 있거든.
<환자 2> 최근 몇 날 동안 내 병이 낫고 있는 것을 느꼈어. 고름도 멎고, 뭔가 상처가 꾸덕꾸덕해지는 것이, 낫는 느낌이 있었거든. 이렇게 나으려고 그랬던 것 같아.
<환자 3> 아마 내가 앓던 피부병이 나병이 아니었을 수도 있어. 사제가 그날 내 병을 진찰하면서, 뭔가 미심쩍어 했다구. 그냥 악성피부병을 나병이라고 했던 거야. 틀림없어.
<환자 4> 내 나병이 다 나은 것처럼 지금 보이지만, 몇 날 지나, 다시 성하면 어떡할 거야? 조용히 지나보면서, 경과 봐서, 정말 완쾌가 된 것이면, 그때 고맙다고 인사해야지..
<환자 5> 나사렛 사람 말 대로, 내가 이래 보여도, 꽤 믿음이 있는 사람인 모양이지? “믿음이 있는 사람이라야 병도 낫는 거라고, 그 나사렛 사람도 그랬다면서?
<환자 6> 뭔가, 일시적으로 증상이 조금 가라앉은 것이겠지. 그렇게 금방 낫는 법은 없지. 이런 병은 완치가 없다잖아? 괜히 흥분하지 말고 좀 더 기다려 봐야지.
<환자 7> 나사렛 예수? 그가 정말 용한 재주 가졌네. 정작 나병 초기에 가 볼 껄 그랬어! 세상에 병이 있으면, 그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의원도 어딘가에 있는 법이라고..
<환자 8> 그 사람이 귀신의 왕 바알세불의 힘을 빌려 병을 고치는 거라면서? 병은 낫지만, 뭔가 찜찜한데? 귀신 힘으로 고쳤다니, 그걸 말할 수도 없고, 정말 난처하지 않은가?
<환자 9> 나사렛 사람은 날마다 이곳 저곳 옮겨다니는 사람이래. 언젠가 만나게 되겠지. 그때 인사하면 되잖아? 지금은 사제에게 치료된 것 확인 받고, 신분증을 달래야지..
<환자 10, 사마리아 사람> 내가 오늘은 만사 제쳐 두고, 나사렛 예수라는 분을 만나,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지. 이런 고마울 데가 어디 또 있겠는가?
이리하여, 아홉 명의 사람들은 병이 나음을 받고서도, 예수님께 찾아와 감사의 인사를 드리지 않았던 것이고, 단 한 사람, 사마리아 사람 만이 예수님께 돌아와 감사를 드리게 되었던 것입니다. 뭔가 깊이 돌이켜 생각하게 합니다.
<기도> 주 하나님, 무엇보다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는 인사(기도)로 저희의 생활을 시작하게 하옵소서. 감사에서부터 저희의 사명을 깨닫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