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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전히 양말을 신기가 너무 싫어서 구찌 쪼리를 끌고 길을 나섰어요. 오늘 미션은 에스더 전세 잔금을 받는 것과 고장 난 학원 문 고치는 일입니다. "0000만원 그대로 입금하세요. 전기, 가스 제가 알아서 정리할 거고 관리비 방 수리비 안 냅니다. 병원에 입원 중이니 전화하지 마십시오. 농협 0000000000 입금 안 되면 이사 안 합니다. 12시에 저희 아버지 오시니까 지금 얼른 처리하시는 게 좋으실 겁니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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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잘했어요. 수유리 지나는 중 곧바로 현장 가서 전화하겠음(나)" 폐기물(침대, 쿠션 box) 그냥 실으라고 했어요(나)" "공과금 40제외한 금액 입금 확인하면 문자 요망. 3명(마귀할멈, 떡방, 천사) 지금 은행 왔음. 공제금액 70만 원으로 늘어났어요. 확인 요망. 상황 종료(나)" "고생하셨어요(에)" "어이없어ㅠ ㅠ 언니한테는 온갖 욕 다 해놓고(예)" 뭐 이까짓 거야 껌이지 할멈이 은행 가서 커피 타 주더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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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이 이삿짐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는데 예주 샘은 아랑곳하지 않고 티칭에 여념이 없네요. 실버팀 모래알 싹트게 나가는 이삿짐 진도가 답답했지만 한 달에 3번 하는 일감을 반대가리 일당으로 일한다는 데 어쩌겠습니까? 손잡이가 헛도는 문제여서 생각보다 쉽게 고쳐놓고 병원으로 고고싱했어요. 딸내미 병원 밥 김 싸서 나눠 먹고 3시간쯤 디스커션을 했어요. 삐콤 C-농협 김-복권 2장이 영치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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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딸내미가 써클 후배나 동료로 느낄 때가 있어요. 왜 그러나 생각해 보니 대부분의 토킹은 기가 빨리는데 에스더랑 얘기를 하면 내가 창조적이 되는 것 같아요. 공부하게 만들고 지금도 현역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뭘까요? 팔불출이라고 욕먹을 게 뻔하지만 10년 넘게 소신을 바꾸지 않고 뭇소의 뿔처럼 외길을 가는 사이즈(대)는 남녀를 불문하고 본적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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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이전-대학원-디렉터의 길을 가고 있지만 에스더는 40세 전에 반드시 뭐가 돼도 될 것입니다. 예주야! 아비는 네가 네 목표(위버맨쉬)를 정해놓고 소신 있게 살길 바래. 자유의 핵심은 '주권'이라는 것을 허투루 듣지 마시라. 이성이 설득될 때까지 '의심'하고 공부해야 하지만 맞다고 생각하면 두려워하지 말고 지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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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동에서 죽어나간 시신-2인실 암 환자의 정신병 증후군-삼강오륜의 고름-잔금 회수와 합당한 보험금 강박-버근한 허리-열대아의 불쾌지수까지 80년대 정신 병동 풍경과 흡사합니다.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니 단순하게 사시라. 틈만 나면 자고 남은 한 달의 징역을 깨는데 초점을 맞춰 몸과 멘탈을 컨트롤하시라. 푸코가 아직 안 끝났어요. 지난번엔 '감시와 처벌'에서 감시를 다뤘는데 국가가 나를 통제하기 위해 규율을 만든 것뿐 아니라 내 몸을 처벌하는 것도 많이 진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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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보면 사형제 폐지나 태형 금지 같은 것들이 현대의 선진국의 모습으로 보일 수 있지만, 왜 과거의 잔혹한 공개적 처형은 은밀하고 감춰진 감금의 형벌로 바뀌게 되었는가. 그 과정에서 인간 과학은 어떻게 범죄와 범죄자에 대한 진실의 담론을 만들어 내었는가.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사법권력의 테크놀로지는 어떻게 변모하였는가. 형벌의 계보학을 통해 현대의 통치 권력을 파헤치는 푸코의 날카로운 지적이 흥미진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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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도 없는 '자기 검열' 을 가족-학교-직장-국가로부터 강요받고 있는데 사실은 인지조차 못하면서 자유니 민주를 운운했던 과거를 직시해야 할 것입니다. 국가나 가족은 나를 지키는 것이 아닌 기득권을 고수하려는 나쁜 제도라고 쾅!쾅! 나는 진정 자유인인가?
"그냥 간다. 예주야 미안해. 같이 밥 한 끼도 못 먹어서. 지금은 비상상황이니까 컨디션 관리 더 잘하고 사랑한다. 내 새끼 넌 내 목숨이야(나)"
2.
2009.12.6. 일
어제 내린 눈비가 거의 녹거나 날아가고 군데군데 남은 잔 웅덩이가 하얗게 얼어붙었습니다. 2층 방에서 내려다보면 비둘기가 먹이를 골라 먹는 모습이 포착되고는 했는데 오늘은 땅이 얼어서 그런지 그마저도 없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점호 받고 아침 먹으면 8시가 되고 8시부터 10시까지 투자하는 운동이 현재로서는 내 징역을 깨지게 하는 버팀목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미래를 바라고 살기 때문에 현재 자신의 삶이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가 없으면 응당 디프레스가 오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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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살이 54일 동안 30권의 책을 읽고 성경 묵상을 하루도 거르지 않았습니다. 100페이지 넘는 글을 쓰면서 내 삶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삶의 목적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아직도 갈등이 끝나지 않았지만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간은 나름 의미가 있습니다. 허리 34만 만들어 나가면 나는 쿨 가이가 아닙니까,
2024.8.2.fri.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