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섬세하고 자애로운 우리 어머니
유다인들에게 포도주는 귀한 것이었다. 포도주는 삶을 신명나게 하는 즐거움의 상징이었다. 특별히 인생에서 가장 즐겁고 행복한 자리인 결혼 축하연에서 포도주는 없어서는 안 될, 귀한 필수품이다. 마치 예전에 우리나라 결혼식에서 소와 돼지를 잡아 잔치를 벌일 때 막걸 리가 반드시 있어야 했던 것처럼.
본디 유다인들은 손님 접대를 신성한 의무로 여겨 잔치를 준비할 때 최선을 다했다. 특별히 결혼 축하연은 가족들만의 잔치가 아니라 온 동네 사람들이 한데 어울려 음식을 나누고 춤을 추면서 즐겁게 노는 마을 전체의 잔치였기에 오래전부터 꼼꼼하게 준비했다. 또 잔치가 하룻밤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주일 내내 계속되었다. 그래서 잔치를 책임진 신랑은 잔치 동안 포도주가 떨어지지 않도록 미리 넉넉하게 준비해 놓아야 했다. 만일 잔치 중에 포도주가 동이 나면 신랑은 손님들에게 결례를 범하고 신부 집안 명예를 떨어뜨렸다는 죗값으로 심한 경우 고소를 당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카나 혼인잔치에서 잔치 중에 축하연의 필수품인 포도주가 바닥난 것이다. 이보다 당혹스러운 일은 없었다. 그런데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가 곧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선 것이다. 섬세하고 자애로운 성모님 마음은 예수님께 하신 말씀에서도 잘 드러난다. 성모님은 “포도주가 없구나” 하고 말씀하신다. 성모님은 포도주가 떨어졌다는 사실보단 난감한 처지에 빠질 신혼부부에게 가 있었던 것이다. 이는 참으로 섬세하고 자애로운 성모님 마음을 드러내는 표현이다.
우리도 성모님처럼 구체적 삶에서 섬세하고 자애로운 마음을 지녀야 할 것이다. 아내는 남편에게, 남편은 아내에게, 부모는 자녀에게 더 섬세하고 자애로운 마음으로 대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발명왕 에디슨은 이른바 말하는 열등아, 지진아였다. 수업 태도가 산만하고 호기심이 많아 엉뚱한 질문이나 행동을 하는 골칫거리였다. 에디슨은 입학한 지 3개월 만에 학교에서 쫓겨났다. 만일 우리가 에디슨과 같은 아이를 두었다면 어땠을까? “얘는 누구를 닮아 이렇게 사고뭉치야. 크게 되기는 애초부터 글렀어.” 하며 포기하지 않았을까? 아니면 사교육비를 두 배로 늘여 이 학원 저 학원으로 보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에디슨의 어머니 낸시 여사는 달랐다. 누구보다 자기 아들을 잘 알고 사랑하던 에디슨의 어머니는 섬세함과 자애로움으로 지진아로 낙인찍힌 에디슨을 길렀다. 에디슨의 창의성과 모험 정신을 높이 칭찬하면서 다듬어지도록 돌보았다. 달걀을 병아리로 만들겠다고 품고 있어도 핀잔을 주지 않았다. 그리하여 에디슨을 오늘날 인류의 삶을 바꾼 가장 위대한 인물 가운데 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인류의 삶을 바꾸어 놓은 것 중 가장 혁신적인 것은 전기다. 전기 없는 삶을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전기가 없으면 일상생활은 물론 모든 사회 기능이 한순간에 완전히 마비되어 버린다. 만일 에디슨 어머니의 섬세함과 자애로운 양육이 없었다면 발명왕 에디슨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고교 시절 간단한 영어 단어 하나도 제대로 암기하지 못해 선생님에게 돌대가리란 소리를 듣던 학생이 수많은 팝송의 영어 가사를 완벽하게 외우거나 성적표를 받으면 뒤부터 세는 것이 훨씬 빨랐던 여고생이 훗날 탤렌트가 되어 엄청난 분량의 드라마 대사를 거뜬히 외우는 일도 많다. 각 사람이 지닌 다양한 재능을 일정한 잣대로 잴 수는 없다. 아내로서, 남편으로서, 부모로서 서로를 섬세하고 자애로운 눈길로 보고 받아들이고 키워주려는 적극적 자세가 필요하다.